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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랑스 ‘별미’가 한국 ‘혐오식품’이라니...
[지역∙농업이슈] ‘달팽이 농부’ 박인철씨의 도전
2014년 10월 25일 (토) 15:44:41 장환순 기자 janghs04@naver.com

경기도 여주 하품리 좁은 시골길을 걷다 보면 100평 남짓한 면적의 농장이 나온다. 어둡고 습한 실내농장에는 검정색 둥근 통이 선반에 빼곡히 놓여있다. 통로 기둥에는 24도를 가리키는 온도계가 붙어있다. 작물이나 가축이 없는 농장 안은 적막하다. 둥근 통의 뚜껑을 열자 주먹만 한 달팽이 십여 마리가 모습을 드러낸다.

“곧 식용으로 쓰일 놈들이에요. 6개월 정도 됐죠.”

‘복동이네 달팽이농장’ 박인철(35) 대표는 귀농 3년차 달팽이농부다. 서울에서 외식업체 영업사원으로 일하던 그는 2011년 12월 여주 하품리에 정착해 이듬해 2월 농장을 열었다. 주변사람들 만류에도 그는 아파트 전세금까지 투자해 달팽이농사를 시작했다.

   
▲ ‘복동이네 달팽이농장’ 박인철 대표가 달팽이 농사에 대해 설명하고 있다. ⓒ 장환순

미식가 또는 굶주린 자들의 음식

한국에서 달팽이요리는 미식가들이 찾는 별미이면서, 혐오음식으로 여기는 사람도 적지 않은 애매한 위치에 놓여있다. 하지만 서양에서는 오랜 역사를 자랑하는 친숙한 음식이다. 로마 귀족들이 즐겨 먹었다는 달팽이는 19세기 초 프랑스에서 기근에 시달리는 사람들이 굶주림을 달래는 식량이었고, 전쟁터에서는 병사들의 구명식품으로 쓰이기도 했다. 세월 따라 귀족 음식이기도, 서민 음식이기도 했다.

현재 달팽이요리는 유럽을 중심으로 큰 인기를 얻고 있다. 프랑스는 달팽이 소비가 공급량을 뛰어넘어 수입을 늘리는 실정이고, 그리스에서는 실업 문제의 돌파구로 달팽이농장이 주목받기도 했다. 중국과 대만 등에서도 찾는 사람이 늘고 있는데, 특히 대만에서는 술안주로 달팽이요리를 선호한다고 한다. 달팽이요리에 친숙하지 않은 우리와는 분위기가 다르다.

우리나라에 달팽이농장이 문을 열기 시작한 건 30년 전. 농가 고소득원으로 언론에 소개돼 90년대에는 농장이 50개 가까이 생기기도 했다. 하지만 정보가 워낙 부족한데다 판로 등을 확보하지 못해 많은 농장이 사라졌다. 박 대표가 농장을 열 때도 여건은 그리 나아지지 않았다. 그런데도 그가 달팽이농사에 마음이 움직인 건 앞으로 충분한 가능성이 있다고 판단해서다.

양계장 주인도 부러워한 달팽이 농사

“달팽이농사는 적어도 수익의 50% 이상을 손에 쥘 수 있어요. 잘만하면 70%까지도 가능하죠. 이 정도 수익이 나는 것은 정말 드물어요.”

여느 농사와 다르게 달팽이농사는 유통과정이 단조롭다. 직거래가 많이 이루어져 마진이 비교적 많이 남는다. 축산업에 견줘 큰 농장 터가 필요한 것도 아니고, 사료비가 많이 들지도 않아 상당히 효율적이다. 박 대표는 “달팽이가 많이 먹어봤자 얼마나 먹겠느냐”며 “다른 가축 사료 값과는 비교가 되지 않는다”고 말했다. 실제로 ‘복동이네 달팽이농장’의 한 달 사료 값은 100만원 아래다.

   
▲ 박인철씨가 기르는 식용달팽이. ⓒ 장환순

병충해에 자유로운 것도 달팽이농사의 장점이다. 농장에 큰 피해를 주는 구제역과 조류인플루엔자(AI) 같은 전염병 걱정을 안 해도 된다. 조류인플루엔자가 기승을 떨칠 때 양계장 주인이 박 대표를 찾아와 달팽이농사에 대한 조언을 구하기도 했다.

다른 농사보다 노동량이 적은 것도 큰 이점이라고 박 대표는 말한다. 보통 주 4일 정도 농장 일을 하고, 남는 시간에는 텃밭을 일구거나 소일거리를 하며 하루를 보낸다. 덕분에 아내와 나들이 가는 날도 늘었다.

‘복동이네 달팽이농장’은 월 최대 2톤의 달팽이를 생산한다. 주 거래처는 식당이지만, 가격이 싸고 키우기 쉬워 애완용으로도 인기가 높다. 어린이집 등에서 교육용으로 많이 쓰여 교육자재 납품업체에도 유통된다. 화장품 회사와 화장품 원료 만드는 바이오 업체도 달팽이농장을 찾는다. 다양한 부가가치 창출이 가능한 거다.

최근에는 미식가가 많아지고 요리블로그 등이 유행하면서 개인적으로 주문하는 고객들이 부쩍 늘었다. 매달 5kg 이상 주문해 직접 요리해 먹는 이들도 있다고 한다. 박 대표는 “수요가 계속 늘고 있다”며 “오히려 물량이 부족한 상황”이라고 말했다.

영업사원 경험 살려 판로 개척

처음부터 수월하게 농장을 운영한 건 아니었다. 식용달팽이 유통을 염두에 두고 뛰어 들었지만, 막상 시작하고 보니 판로 찾기가 쉽지 않았다. 유럽이나 대만, 일본에 견줘 달팽이요리가 대중적이지 않아서다.

“가까운 일본만 해도 달팽이 요리를 많이 먹는 편인데, 우리나라는 좀 특이하죠. 골뱅이부터 전복, 소라 이런 건 다 잘 먹어도 달팽이는 꺼리니까요.”

첫해에는 통장잔고가 바닥까지 내려가 생계 문제에 직면하기도 했다. 대출도 받고, 적금마저 깼다. 박 대표는 영업사원 기질을 살려 발로 뛰며 거래처를 찾았다. 고객목록을 만들어 꾸준히 업데이트도 했다. 2년째 접어들어 거래가 조금씩 늘면서 형편도 점점 나아졌다. 그는 “비교적 단기간에 자리 잡은 경우”라며 “처음 몇 년은 힘들 각오를 해야 하는데, 견디지 못하고 금방 접은 사람도 많이 봤다”고 말했다. 간혹 쉽게 생각하고 귀농을 결정하는 이들을 보면 박 대표가 만류하는 이유다.

   
▲ 달팽이 농장 내부 모습. ⓒ 장환순

지금은 생계 문제를 걱정할 만큼 어려운 상황은 아니지만, 국내 달팽이 시장이 작다는 사실은 늘 고민거리다. 시장을 확대하고 달팽이요리를 대중화하려면 프랜차이즈 회사나 중소기업 등 큰 업체와 거래를 해야 하는데, 현재는 물량을 감당하기 어려운 게 현실이다. 협력할 달팽이농가 수가 적고 생산량에도 한계가 있어서다.

“큰 회사에서 납품받겠다는 이야기를 더러 하는데, 좋은 기회인 건 알지만 물량을 공급할 수가 없어 생각도 못 해요. 부족한 물량을 서로 협심해서 채워줄 수 있는 농가들이 많으면 가능할 텐데, 저희 농장 혼자 힘으로는 꿈도 못 꾸죠.”

물량이 달린다는 말에 주변에서 부러워하기도 하지만, 달리 보면 그만큼 시장 자체에 한계가 있다는 뜻이기도 하다.

‘농업 아닌 농업’의 한계를 넘어

현재 달팽이농사는 ‘기타축산업’으로 분류돼 있다. 정식 농업으로 인정받지 못해 소속이 명확하지 않다. 영농조합은 먼 이야기다. 박 대표는 “수요는 꾸준히 늘고 있는데 제도가 뒷받침하지 못하고 있다”며 “달팽이농사에 대해 문의해도, 농림부조차 제대로 답변을 해주지 못하는 상황“이라고 말했다.

박 대표는 달팽이농사의 가능성이 저평가된 현실을 안타까워했다. 그는 고단백이면서 지방함량이 적은 달팽이야말로 미래의 단백질원이 될 가능성이 충분하다고 말한다. 동사 예방 차원에서 하는 겨울난방을 제외하면 환경에 해가 되는 사육방식을 고수하지 않는다.  병충해가 없어 약을 치는 일도 없다. 고급음식으로 여기는 이들이 많지만 소라보다 값이 싼 편이라고 한다. 박 대표는 앞으로 달팽이요리를 대중화해 시장을 확대하고 싶다는 희망을 내비쳤다.

   
▲ 박인철씨가 달팽이를 꺼내 보여주고 있다. ⓒ 장환순

“그래도 과거와 비교하면 많이 알려졌죠. 특히 레스토랑이 아닌 개인이 사서 요리해 먹는 경우가 늘고 있다는 것은 주목할 만한 현상이에요. 앞으로는 더 늘어나지 않을까 생각합니다.”

매달 월급이 나오는 직장인 시절보다 안정적이지는 않지만, 그는 지금 생활이 더 행복하다고 말한다. 광범위한 달팽이 소비시장이 형성돼 있는 외국처럼, 국내에서도 달팽이요리가 인기를 얻을 수 있을까? 박 대표는 오늘도 한 자락 희망을 품어본다.


* [지역∙농업이슈]는 세명대 저널리즘스쿨이 기자·PD 지망생들에게 지역∙농업문제에 대한 올바른 인식을 심어주기 위해 개설한 [농업농촌문제세미나]와 [지역농업이슈보도실습] 강좌의 산물입니다. 대산농촌문화재단과 연계된 이 강좌는 농업경제학·농촌사회학 분야 학자, 농사꾼, 지역사회활동가, 데스크 교수 등이 참여해서 이론과 농촌현장실습 또는 탐사여행, 지역취재보도를 하나로 결합하는 신개념의 저널리즘스쿨 강좌입니다. <단비뉴스>는 이 강좌의 과제 중 일부를 중계해 지역∙농업문제에 대한 인식을 독자들과 공유하고자 합니다. (편집자)

[장환순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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