병원에서 병 얻는 사람들 ③ 해결과제와 대안

갖가지 병을 앓는 사람들이 모이는 병원의 특성상 의료관련감염을 완벽하게 차단하는 것은 사실상 불가능하다는 게 전문가들의 말이다. 그러나 환자를 치료하는 의료진 스스로의 위생관리, 의료관련 도구의 철저한 소독, 병실과 수술실 등의 청결상태 유지, 수술부위에 대한 사후관리 등을 철저히 하면 감염을 상당히 줄일 수 있다는 점도 전문가들은 인정한다.

병원 감염관리실 운영해도 실무자 전문성 부족

대형병원들은 이런 목적으로 감염대책관리위원회와 감염관리실을 두고 있다. 지난 2002년과 2012년 두 차례 의료법 개정에 따라 200병상 이상의 병원 및 종합병원은 의무적으로 이 두 조직을 설치해야 한다. 감염관리실은 감염률 조사·분석 후 대응책을 마련하고 항생제 사용 관리 및 내성률 검사 등 병원감염을 막기 위한 실질적인 역할을 하게 돼 있다. 손 씻기 홍보, 의료진 대상 감염관리 교육 등 기본적 예방활동도 한다. 감염대책관리위원회는 감염관리실에서 제안한 정책이나 개선안을 평가하고, 감염관리 인력을 선정·배치하는 등 병원 전체 감염관리 업무를 총괄한다. 그러나 실제 각 병원에서는 감염업무를 담당할 인력의 전문성이 낮은 상태이고 이에 대한 정부차원의 관리감독은 제대로 이뤄지지 않고 있다.

“의료법에서 (감염관리위원회와 감염관리실 설치가) 의무라고 해놨기 때문에 만들어는 놨지만 (보건복지부나 병원 등은) 인력의 수준에 무관심한 편이에요. 감염관리 관련 경력이 3~5개월인 간호사가 와서 무슨 일을 해야 할지 모르는 경우도 있었고요.”

서울의 한 종합병원 감염관리실에서 전문간호사로 일하고 있는 박모(38‧여)씨의 말이다. 의료법 시행규칙 46조(감염관리실의 운영 등)에 따르면 감염관리실의 인력 중 1명 이상은 전담근무를 해야 하며, 이들은 감염내과의사나 감염관리전문간호사 등 전문가여야 한다. 또 전담근무자는 ‘감염관리 경력 3년 이상인 사람’으로 매년 16시간 이상 교육을 이수해야 한다. 하지만 의료 현장에서는 이러한 기준이 제대로 지켜지지 않고 있다. 건양대 간호학과 정선영 교수 등이 올해 발표한 논문 ‘국내 의료기관의 의료관련감염 관리 실태’를 보면 2012년 11월 현재 134개 의료기관에서 실무자의 감염관리실무 경력은 평균 3.2년인데, 1년 미만인 경우가 30.8%나 됐다. 전담간호사 중 감염관리전문간호사 자격증 혹은 대한감염관리간호사회 인증 감염관리실무전문가 자격을 소유한 사람은 33.2%에 불과했다.

또 2013년 기준 우리나라 감염관리전담자 1명은 평균 403병상을 담당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나 2009년 미국의 1명당 144병상에 비해 과도한 부담을 지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미국질병관리본부(CDC)의 연구에서는 250병상 당 최소 1명의 전담 감염관리간호사를 두는 것이 바람직하다고 권고하고 있다.

▲ 우리나라 대형병원의 평균 감염관리전담자 수(막대그래프) 및 전담자 당 병상 현황 (자료:질병관리본부 등) ⓒ 이청초

법정 의무적용을 받지 않는 300병상 미만 중소병원의 경우 감염관리 대책은 더 허술하다. 질병관리본부가 2013년 발표한 ‘중소병원 감염관리 실태조사 및 감염관리 개선을 위한 자문시스템 개발’에 따르면 감염관리 업무만을 전담하는 직원이 있는 병원은 조사대상 30개 병원 중 23.7%에 그쳤고, 세균 감염 가능성이 높은 수술부위 감염감시도 20% 미만에서만 이루어지고 있었다.

의료진 기본수칙 엄격히 지키고 정부 건보수가 등 지원해야  

일부에서는 환자의 알권리 차원에서 각 병원의 의료감염 현황과 감염관리 실태를 공개해야 한다는 주장이 나오고 있다. 그러나 당국은 공개의 부작용을 우려해 아직은 시기상조라는 입장이다. 질병관리본부 감염병감시과 배근량 보건연구관은 “비공개를 조건으로 민간 병원의 (발생현황 보고) 참여를 유도하고 있기 때문에 아직은 공개가 어렵다”며 “병원감염률 통계가 자리 잡히는 대로 차차 공개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한국환자단체연합회 안기종 대표도 “환자 입장에서는 알권리 및 생명권에 관한 중요한 정보이니 당연히 병원감염률이 공개되는 것을 원하겠지만, 이를 의무로 규정하면 병원들이 의료관련감염률 보고 자체를 피해서 솔직히 공개한 병원만 피해를 당할 수도 있다”고 말했다. 안 대표는 “의료진이 처벌이나 징계에 대한 두려움 없이 자발적으로 병원감염 등을 보고할 수 있는 보호장치를 당국이 마련해야 실질적인 감염 예방대책을 마련할 수 있다”고 덧붙였다. 반면 건강세상네트워크 김준현 정책위원은 "의료관련감염은 온전히 '환자' 중심에서 접근해야 한다"며 "직능단체의 자율성에 맡겨서는 본질적 문제가 해결되지 않는다"고 지적했다. 그는 "정부가 의료기관이나 의료인의 눈치를 보지 말고, 감염현황 보고대상 의료기관을 확대하고 관련 정보도 공개하도록 제도적 강제성을 강구할 필요가 있다“고 주장했다.

▲ 한 대형병원 외부에 걸려 있는 의료감염 피해자 가족의 호소 현수막. (의료피해자 가족 제공)

그런데 의료감염을 최소화하려면 무엇보다 병원의료진이 기본적인 감염관리지침을 엄격히 준수하는 풍토를 정착시키는 게 중요하다고 전문가들은 강조한다. 사용한 의료기구는 철저히 소독하고, 일회용 의료재료는 재사용을 하지 않는 것이 가장 기본적인 수칙에 속한다. 지난 1월 심혈관 수술에 사용하는 일회용 의료재료를 재사용하고도 새 제품을 사용한 것처럼 속여 요양급여를 챙긴 병원들이 무더기로 적발된 사례는 이런 기본이 현장에서 잘 지켜지지 않고 있음을 보여준다. 지난 2013년 국정감사에서 국회 보건복지위원회 김희국 의원(새누리당)은 고위험 의료기기인 일회용 내시경 기구가 재사용돼 감염위험을 키우고 있다고 지적하기도 했다.

한림대강동성심병원 감염내과 엄중식(48) 교수는 “의료관련감염을 줄이기 위해서는 일단 병원에 있는 모든 사람들이 손부터 열심히 씻어야 한다”고 말했다. 그는 “MRSA(메티실린내성황색포도상구균) 감염률 1% 미만인 네덜란드의 병원에서도 ‘손 위생 수행율’이 70%를 못 넘는다”며 “우리나라의 경우 실제 조사해보면 30%도 채 안 될 것”이라고 지적했다. 엄 교수는 “의료진이나 환자, 방문객들이 기침을 조심하는 것도 중요한 예의”라며 “이런 사소한 것들이 잘 지켜진다면 감염율이 떨어질 것”이라고 말했다. 엄 교수는 또 “의료관련감염 예방에는 장비, 소품, 인력 등 굉장히 많은 돈이 들어가는데 정부에서 (건강보험) 수가 책정을 제대로 해주지 않으니 병원경영진이 돈 안 되는 일에 관심을 갖지 않는다”며 “정부가 이런 부분에서 정책적 지원을 해줘야 한다”고 강조했다.


병을 고치러 간 병원에서 다른 병을 얻어 고생하거나 목숨까지 잃는 환자가 한 해 수만 명에 이르지만 국내 병원의 감염관리 시스템은 매우 부실한 것으로 나타났다. 특히 고령화로 면역력이 약한 환자가 늘고 내시경 등 체내에 삽입하는 의료도구 사용도 증가하는 가운데 부실한 소독 등 의료진의 부주의, 실수, 태만 등으로 피해를 입는 환자가 늘어 사회적 감시와 대책 마련이 시급한 것으로 지적되고 있다. 세명대 저널리즘스쿨대학원의 청년기자들이 그 실태를 취재하고 대안을 모색했다.(편집자)

* 이 기사는 KBS와 단비뉴스의 공동기획 '청년기자가 간다' 시리즈로 <KBS뉴스> 홈페이지와 <단비뉴스>에 동시 게재됩니다. 

저작권자 © 단비뉴스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