병원에서 병 얻는 사람들 ② 감염증가 원인

지난 8월 5일, 부산의 한 산부인과 신생아실을 거쳐 간 아기들이 무더기로 결핵 양성반응을  보인 사실이 알려져 큰 파문을 낳았다. 해당 병원은 22개의 병상을 갖춘 산부인과 전문병원으로 산부인과 전문의 8명과 마취통증의학과 전문의 2명이 일하고 있었다. 이 병원의 40대 간호조무사가 결핵에 걸린 것을 모른 채 신생아들을 돌봤던 사실이 뒤늦게 밝혀졌다. 결핵에 걸린 시점은 개인정보라는 이유로 공개되지 않고 있어 신생아들이 얼마동안 해당 간호조무사와 접촉했는지는 알려지지 않았다.

결핵 걸린 간호조무사가 마스크 없이 신생아 돌봐

▲ 결핵에 걸린 간호조무사가 신생아실에서 근무해 논란이 됐던 부산의 모 산부인과. 신생아실 간호조무사 대부분이 마스크를 착용하고 있지 않았다. ⓒ 최동규
부산시와 질병관리본부에 따르면 조무사가 휴직한 7월 9일에서 3개월 전인 4월 9일 사이에 입원했던 영아 319명중 189명에 대해 결핵 피부반응 검사를 한 결과 47명이 양성반응을 보였다. 국가결핵관리지침은 결핵환자가 확진을 받은 날부터 3개월 이전까지 접촉한 사람을 역학조사 대상자로 정하고 있다.

신생아보호자 모임의 대표를 맡고 있는 이승진(31)씨는 “SNS(사회관계망서비스)를 통해 제보를 받고 있는데, (피해부모들의 공통된 진술이) 신생아실 조무사 3명이 마스크를 안 쓰고 있었다는 것”이라며 병원 측의 감염예방조치가 미흡했음을 지적했다.

차산부인과 차인환 전문의는 “병원, 특히 신생아실에서는 더욱 (마스크를) 써주는 게 필요하다”며 마스크 사용이 신생아실 근무자의 기본의무임을 강조했다. 신생아는 면역력이 매우 약하기 때문에 감기 등 질병에 걸린 의료진은 신생아실 출입을 삼가야 하고 병원의 다른 과보다 관련 물품과 집기의 소독 등 위생이 엄격해야 한다고 전문가들은 입을 모으고 있다. 

인구 고령화와 내성균 증가 등으로 감염 위험 상승

의료관련감염은 인구의 고령화 추세, 장기간의 항생제 사용으로 인한 항생제 내성균 증가, 각종 인체 내 삽입기구 시술의 확대, 병원의 대형화 추세와 함께 그 위험성이 점점 커지는 추세다. 여기에 의사, 간호사, 의료기사 등 의료진의 부주의와 실수, 태만 같은 인적 요인이 더해져 치명적인 결과로 이어지기도 한다.

질병관리본부는 다제내성균 6종에 대해 국내 100개 병원을 대상으로 감염현황을 집계하고 있다. 서울대병원 등 상급종합병원 44곳, 강동성심병원 등 종합병원 56곳이 대상이다. <단비뉴스>가 정보공개청구를 통해 입수한 자료에 따르면 질병관리본부가 신고를 받기 시작한 2011년 1월부터 신고방식이 바뀐 2012년 9월까지 총 발생건수가 5만896건이었다. 중간에 집계기관수가 달라져 연도별 증감추이를 비교하긴 어렵지만 2011년 2만2928건, 2012년 1월부터 9월까지 2만7968건으로 국내 대형병원에서만 연간 수만 건씩 크고 작은 의료감염이 발생하는 것을 알 수 있다.  

▲ 2011년부터 2012년 9월 29일까지 질병관리본부에 보고된 의료관련감염 신고수. 상급종합병원 44곳에서 2011년 7월 30일 이후부터는 100곳으로 확대됐다. 괄호 안의 숫자가 한 기관당 의료관렴감염을 신고한 수이다. ⓒ 질병관리본부

관련 분쟁을 조정하는 한국소비자원에 따르면 지난 2006년부터 2011년 8월까지 접수된 의료관련감염피해 분쟁은 총 221건으로, 가장 감염사례가 많은 균은 메티실린내성황색포도상구균(MRSA: 51.6%), 녹농균(4.5%), 포도상구균(4.1%) 등의 순이었다. 주요 감염경로는 수술상처(63.8%), 주사부위(11.8%), 카테터(인체에 삽입하는 가느다란 관 모양의 수술재료: 7.7%) 순으로 나타났다.

피해내용은 재수술이 86건(38.9%)으로 가장 많았고, 상태악화가 74건(33.5%), 사망도 19건(8.6%)이 있었다. 피해구제 처리결과는 배상‧환급이 91건(41.2%)으로 가장 많았는데 액수는 주로 100만원 이상 500만원 미만(48.4%)이었고, 1000만원 이상 고액 배상은 18.7%로 나타났다. (계속)

▲ 2006년부터 2011년 8월까지 한국소비자원에 접수된 의료관련감염 관련 피해 내역. ⓒ 한국소비자원


병을 고치러 간 병원에서 다른 병을 얻어 고생하거나 목숨까지 잃는 환자가 한 해 수만 명에 이르지만 국내 병원의 감염관리 시스템은 매우 부실한 것으로 나타났다. 특히 고령화로 면역력이 약한 환자가 늘고 내시경 등 체내에 삽입하는 의료도구 사용도 증가하는 가운데 부실한 소독 등 의료진의 부주의, 실수, 태만 등으로 피해를 입는 환자가 늘어 사회적 감시와 대책 마련이 시급한 것으로 지적되고 있다. 세명대 저널리즘스쿨대학원의 청년기자들이 그 실태를 취재하고 대안을 모색했다.(편집자)
 

* 이 기사는 KBS와 단비뉴스의 공동기획 '청년기자가 간다' 시리즈로 <KBS뉴스> 홈페이지와 <단비뉴스>에 동시 게재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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