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명대 저널리즘스쿨

로그인 회원가입
2020.1.24 금
> 뉴스 > 미디어
     
어떤 기자가 될 것인가?
세월호 보도 관련 '단비뉴스' 미디어팀 좌담회
2014년 06월 19일 (목) 18:54:40 정리 김혜영 기자 firstjournal@naver.com

세월호 침몰과 함께 한국 언론의 치부가 여지없이 드러났다. 확인과 검증 없는 받아쓰기, 무분별한 속보와 특종 경쟁, 땅에 떨어진 취재윤리 등은 한국 언론사(言論史)에 길이 남을 오보들을 양산했고, 희생자 가족들을 이중의 고통 속에 몰아넣었다. <단비뉴스> 미디어팀 기자들은 기성언론의 세월호 사건 보도 중 가장 최악이라고 생각하는 기사와 언론의 정도를 지킨 기사를 함께 짚어봤다. 그리고 언론인 지망생으로서 이른바 ‘기레기’라는 말을 낳은 세월호 참사 보도를 보며 느낀 생각을 서로 나눴다. (편집자)


사상 최악의 보도는 '전원구조' 오보

혜영(사회)
   
▲ 김혜영 기자

(MBN 최초 보도                                         

http://mbn.mk.co.kr/pages/news/newsView.php?category=mbn00009&news_seq_no=1754330)
세월호 사건 관련 최악의 보도로는 ‘안산 단원고 학생 전원구조’ 오보를 선정한 분들이 가장 많았습니다. MBN, MBC, TV조선, 채널A, 뉴스Y, SBS 등 많은 언론사들이 사건 당일 ‘전원구조’ 오보를 냈는데요. 제가 이 보도를 최악이라고 꼽는 이유는 잘못된 사실 관계 전달로 초기 구조에 차질을 빚은 ‘죄’를 지었다고도 볼 수 있기 때문입니다. ‘기레기’라는 말이 생기게 된 기사였다고 생각합니다.

재희
저도 이 보도는 한국 언론 역사에 길이 박제해놓고 욕먹고 반성해야 하는 최악의 보도라고 봅니다. 공식적으로 이 오보에 대한 사과도 없이 지나간 건 정말 문제죠.

   
▲ 박채린 기자
채린
(새정치민주연합 최민희의원의 MBC 최초 보도 공격에 반박.

http://imnews.imbc.com/replay/2014/nwdesk/article/3467099_13490.html )
‘전원 구조’ 오보 최초 보도 시점과 그 언론사가 어디인가를 두고 새정치민주연합 최민희 의원과 MBC가 현재 공방을 벌이고 있습니다. MBC는 최 의원의 지적이 자신들에 대한 악의적 공격이라고 보도하기도 했습니다. 그러나 누가 먼저냐의 문제가 아니라 이 오보를 통해 언론의 고질적인 받아쓰기 관행이 드러났다는 것에 주목해야 한다고 생각해요. ‘처음이 아니다’, ‘오보를 낸 곳만 잘못했다’고 넘어갈 문제는 아니라고 보는데, MBC의 반박은 정말 실망스럽습니다.     

혜영
사건 초기 실종자 수와 생사 여부도 제대로 파악이 되지 않은 상황에서 언론이 너무 이르게 보상금 관련 보도를 내서 희생자 가족과 국민의 마음에 상처를 줬다는 지적도 있었습니다.

   
▲ 김재희 기자
재희
(이데일리 4/16 [진도 여객선 침몰] 보상은 어떻게…사망시 1인당 최고 3억5000만원 지급
http://www.edaily.co.kr/news/NewsRead.edy?SCD=JA21&newsid=02174646606056776&DCD=A00102&OutLnkChk=Y )
침몰이 시작된 지 채 몇 시간 지나지 않았던 오전 11시에 위 보도가 나왔습니다. 현장 소식을 전하고 구조 대책 문제를 지적해도 모자란 시간에 실종자의 사망을 전제하고 보험금을 언급했다는 것 자체가 언론의 경박함을 보여주는 것이라고 봅니다. 또 ‘1인당 최고 3억 5천만 원’이란 표제도 목숨마저 최고가로 따지는 언론의 생명 경시 풍조를 반영한다는 생각이 듭니다.

봉기
(동아일보 4/17 침몰 선박 1인 최대 3억5000만원 배상보험
http://news.donga.com/3/all/20140417/62829436/1 )
위 매체처럼 속보나 클릭수를 중시하는 온라인 매체도 아닌 지면신문에서도 사건 발생 하루만에 보상금 기사가 나왔습니다. 물론 보상금 정보가 유가족에게 도움이 되는 정보일 수는 있겠지요. 그러나 참사 당일이나 그 다음날 바로 돈을 거론한 것은 참사에 대한 문제의식이 부족한 거라고 생각합니다.

병일
(MBC 4월 16일 <특집 이브닝뉴스>리포트 ‘"2달전 안전검사 이상 없었다"…추후 보상 계획은?’)
 -> 다시보기 불가능.
MBC도 유사한 보도를 사건 당일 했습니다. 이런 일련의 보도들은 언론사가 사건을 어떻게 바라보고 있는지 고백한 것과 같다고 보는데요. 1초를 다투는 구조현장 분위기를 감지하지 못했다는 생각입니다. 재난관리시스템 부재와 초기 대응 미비 등을 지적하는 보도를 하나라도 더 내보냈다면 문제점들이 아주 조금이라도 고쳐지지 않았을까 생각합니다. 데스크에 있는 사람들이 현장과 얼마나 괴리돼 있는지 알 수 있었어요.

   
▲ 실종자의 생사여부도 파악되지 않던 때에 언론의 사망금 보도는 신중하지 못했다는 지적이다. ⓒ <동아일보>

취재 윤리 바닥으로 떨어진 보도 많아

재희
(뉴시스 4/16 안산단원고 숨진 고교생 책상 사진기사) -> 현재 삭제.
희생된 학생의 책상 서랍을 뒤져 일기장을 강제 공개했다는 비판을 받은 기산데요. 이 기사를 비롯해서 망자에 대한 기본적인 예의가 무너진 기사들이 초기에 특히 많이 쏟아졌던 것 같습니다. 맥락 없이 자극만을 파는 기사들이 기자를 ‘쓰레기’ 집단으로 만들었다고 생각해요. 사건이 발생하자마자 학교로 달려가 희생된 학생의 자리를 뒤졌을 기자의 모습을 떠올리니 참담하다는 생각이 들었어요.

진우
(조선일보 4/18 "하나뿐인 내 새끼 살려주세요"… 대한민국 父母 모두 울었다
http://premium.chosun.com/site/data/html_dir/2014/04/18/2014041800142.html )
저는 대형 참사가 발생하면 언론은 ‘감정’을 자극하기 보다는 억누를 필요가 있다고 생각합니다. 위 기사는 제목부터 사진까지 모두 ‘감정 과잉’이라고 느껴졌어요. 유가족들이 애원하는 장면을 모자이크 처리도 없이 그대로 내보낸 점 또한 지나쳤다고 보고요.

혜영
세월호 참사가 전 국민적 슬픔을 낳은 큰 사건이다 보니 저는 이런 기사를 단순히 ‘감정 과잉’이라고 치부할 수는 없다고 생각해요. 이런 제목도 보도도 나올 수는 있다고 봅니다. 특히 배가 완전히 가라앉기 전인 사건 초기에는 아이들이 갇혀있는 배를 바라볼 수밖에 없는 부모의 심정과 상황을 담을 수밖에 없었고요. 문제는 이런 식의 보도들이 지나치게 쏟아져서 본질적 원인을 가린다는 겁니다. 정부와 사고에 연루된 공적기관 및 기업 등에 대해 책임을 묻는 것이 기자가 유가족의 슬픔에 진정으로 공감하는 방식이라고 생각합니다. 해야 할 보도를 하지 않으니, 필요한 보도도 ‘감정 과잉’이란 소리를 듣는 것이겠죠. 

   
▲ 수학여행을 가던 고등학생이 탑승객의 대다수였던 사고의 특성상 부모의 절규를 담은 기사가 많았다. ⓒ <조선일보>

   
▲ 박병일 기자
병일
(SBS <8뉴스> 4/16 [엄마·아빠 어디에…홀로 구조된 어린이]
http://w3.sbs.co.kr/news/newsEndPage.do?news_id=N1002348767&srm=livele )
7살 권 모 양은 가족과 함께 세월호에 탑승했지만 본인만 구조되고, 엄마는 시신으로 발견됐습니다. 아빠와 오빠는 현재까지도 실종된 안타까운 상태인데요. 권 양의 얼굴이 모자이크 없이 SBS 메인뉴스에 보도됐습니다. 한 번 보도되면 이후 해당 화면을 내리더라도 그 흔적이 캡쳐 등으로 남아 평생 따라다니는 경우가 많은데요. 혹시나 권양이 나중에 이 보도로 정신적인 상처를 입게 되지 않을지 걱정이 됩니다. 다음날 KBS는 이 사연을 보도하면서 모자이크로 권 양의 얼굴을 가렸습니다. 그러나 이미 한군데서 얼굴이 나왔는데 무슨 소용인가 싶더라고요.

정부 말은 무조건 받아쓰는 언론도 최악

창훈
(KBS <뉴스9>  4/ 18 박 대통령, 어젯밤 실종자 가족과 통화…“구조 최선”
http://news.kbs.co.kr/news/NewsView.do?SEARCH_NEWS_CODE=2848505&ref=A )
저는 언론이 박근혜 대통령에 대해 지나친 충정심을 발휘한 것을 지적하고 싶은데요. KBS는 18일 메인뉴스에서 실종자 가족들이 머물고 있는 진도 실내체육관에 방문한 박근혜 대통령 소식을 전했습니다. 위 리포트는 대통령 쪽 마이크는 켜두고, 유족 쪽은 꺼뒀다는 게 논란이 되기도 했죠. 유족의 거센 항의는 편집되고, 박수치는 부분만 방송에 나가 조작논란도 일었습니다.

채린
(KBS <뉴스9>  4/23 잠수병 및 수색구조 활발 
http://news.kbs.co.kr/news/NewsView.do?SEARCH_NEWS_CODE=2851541&ref=A )
KBS의 김시곤 전 보도국장이 세월호 사고 관련 망언 의혹으로 사퇴 하면서 청와대의 보도지침이 있었다고 밝혀 논란이 됐는데요. 이 보도는 그 지침을 받은 보도처럼 보입니다. 잠수병 관련보도를 4월 23일 메인뉴스의 3,4,5번째 꼭지로 연속 보도하면서 수색구조가 활발히 진행되고 있음을 강조한 보도인데요. (지침 지키지 못한 채 잠수…“매일 사선 넘어” - 목숨 건 수색에 잠수병 10여 명 치료 중 - 수중 작업 후 목숨 위협하는 ‘잠수병’) 물론 전혀 불필요한 보도라고 볼 수는 없지만 23일은 민간 잠수요원과 해경이 갈등을 빚느라 시간을 허비하고 있다는 등 현장의 혼선이 계속되던 상황이었습니다. 하지만 이와 관련한 보도는 전무한 채 잠수병 소식만 일방적으로 전했다는 게 문제라고 생각해요.

   
▲ 해경과 민간 잠수사의 갈등이 한창 논란이던 때 KBS는 메인뉴스의 3,4,5번째 꼭지로 활발한 수색구조 상황과 이로 인한 잠수병 우려를 보도했다. ⓒ KBS <뉴스9> 화면 갈무리

대통령만 빼고 물고 뜯는 언론 비판받아야 

한빛
(조선일보 4/19 '대한민국 政府에는 대통령 한 사람뿐인가')
이 기사는 제목부터 대통령 책임에 선을 긋는 느낌입니다. 해경의 부실했던 초동대처에는 정부재난관리시스템 부실의 영향이 없지 않죠. 정부의 수반이 대통령인데, 정부와 대통령을 분리하는 발상 자체가 이상하게 느껴집니다. 장관이라는 사람들이 대통령 말을 받아 적기 바쁜 것이 지금의 국무회의인데 관료 탓만 한다고 될까요? 애초에 대통령만 바라보게 만들었던 국정 기조 자체가 문제죠, 이 기사는 그 사실을 은폐하고 있다고 생각합니다.

봉기
(동아일보 4/23 ‘물벼락’ 총리 ‘엉터리보고’ 장관… 수습은커녕 분노만 키워
http://news.donga.com/3/all/20140423/62974445/1 )
이 기사에도 대통령 이야기는 한 마디도 없습니다. 세월호 참사와 관련해서 책임자들을 낱낱이 지적하는 기사에 왜 국정최고책임자인 대통령이 언급되지 않는지 이해할 수 없습니다.

진우
   
▲ 박진우 기자

(동아일보 5/7 朴대통령 “물욕에 눈 어두워… 살생의 업으로 돌아와”
http://news.donga.com/3/all/20140506/63288273/1 )
대통령의 책임을 지적하는 데는 소홀한 언론이 대통령의 사과가 진심이라는 데는 최선을 다하고 있는데요. 이 기사는 석가탄신일을 맞아 법요식에 참석한 박근혜 대통령 소식과 그 간의 사과 메시지를 잘 섞어 ‘사과의 진정성’을 이해시키기 위해 애쓰는 것처럼 보입니다.

 

   
▲ 관계부처와 관료들을 질타하는 언론보도가 대통령의 책임에는 선을 긋거나 사실상 두둔하는 모습을 보인다. ⓒ <조선일보>

한빛
(조선일보 4/21 [세월호 침몰 / 급선회·전복 원인] 外信들 "선장, 세월
號의 악마로 불려" "한국의 한계 보여줘"
http://news.chosun.com/site/data/html_dir/2014/04/21/2014042100142.html  )
선장 악마화에 일조하는 기삽니다. 외신들도 박근혜 대통령의 선장 비난 발언에 대해서 비판하는 기사를 많이 썼는데요, 이 기사는 마치 외국에서도 선장이 문제라고 주장하는 것처럼 말해 사실을 교묘하게 왜곡하고 있습니다. 선장의 잘못은 분명 크지만, 침몰원인과 참사원인을 구분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외신의 박근혜 대통령 비판과 정부책임 강조에는 눈감으면서 이런 소식만을 일방적으로 전하는 건 옳지 못하다고 봅니다.

혜영
(채널A 4/24 유병언 보도 중 직접 가본 유병언 프랑스 마을 ‘쿠르베피’
http://news.ichannela.com/society/3/03/20140424/63036023/2 )
유병언 회장의 전 세계 부동산을 짚어본다며 현지 특파원 까지 연결해서 보도한 기사입니다. 정부의 총체적 재난관리 시스템이 실종된 상태에서 일어난 대형 참사의 구조적 원인을 조목조목 짚어도 모자랄 판에, 종편채널은 선장과 선원들에 이어 사건 발생 일주일 후 정도부터 본격적으로 ‘유병언’ 죽이기에 나섰습니다. 뉴스를 온통 유병언과 일가 관련 소식으로 도배하면서, 구조적 책임을 물타기 하고 있는데요. 이 보도 바로 앞에서는 ‘세월호’라는 이름을 통해 유병언의 종교적 성향을 다뤘습니다. (세월은 세상 초월?…종교 색깔 강한 이름들
http://news.ichannela.com/society/3/03/20140424/63036011/2)

   
▲ 유병언의 전 세계 부동산 현황을 검증하는 뉴스에 사고의 실질적 책임이 있는 정부와 관계부처간의 시스템을 지적하는 보도는 찾아볼 수 없다. ⓒ 채널A <종합뉴스> 화면 갈무리

   
▲ 강명연 기자
명연
(동아일보 5/9 세월호를 ‘反정부 불쏘시개’ 삼는 사람들
http://news.donga.com/3/all/20140509/63344352/1)
저는 전 국민적인 세월호 참사 애도 분위기를 반정부 불법 시위로 몰아간 기사를 최악의 보도로 꼽았습니다. 세월호 사고는 원인의 상당 부분이 사회 구조적인 문제에 기인한 것이기 때문에 정권에 대한 불만과 시정을 촉구하는 국민적인 목소리는 당연하다고 봅니다. 시위라면 모두 정치적 선동으로 치부하는 기사는 민의를 왜곡하는 기사라고 생각합니다.

혜영
안산을 비롯한 전국에서 세월호 희생자를 추모하는 집회가 속속들이 열리면서, 집회와 시위에 대해 경계하고 정치적 선동으로 모는 기사들이 많이 보도됐습니다. 이런 보도들에 대해서는 어떻게 보시나요?

봉기
저는 그런 기사는 기본적으로 대중 전체를 우매하게 바라보는 시각이 깔려 있다고 생각합니다. 설령 그 시위가 반정부시위라고 하더라도, 정부가 하는 일이 마음에 들지 않아서 반대 하겠다면 그럴 수 있는 거죠. 그건 의견일 뿐입니다. 무조건 무시하고 억압하면 문제가 해결되나요? 언론도 국민의 움직임에 대해서는 왜 그런지를 파악하고 짚어주는 게 제 할 일이라고 생각합니다. 집회만 열리면 참가한 사람들의 성향을 규정짓고, 그 자체에 대해서 옳고 그름을 판단하는 건 잘못된 것 같아요.

혜영
한창 노란리본달기 열풍이 불 때, 단지 노란 색깔이라는 이유로 추모 리본 달기를 거부한 국회의원이 있었습니다. 저는 이런 행동이야말로 순수한 추모를 정치적으로 변질, 왜곡하는 불순한 행동이라고 생각합니다. 진도에 정치적 성향을 가진 집단이 찾아온다고 해서, 그들이 무조건 ‘선동’을 위해 온 것은 아닐 거라고 보는데요. 그런데 그들에 관한 기사는 ‘유족을 부추겼다’, ‘반정부 시위를 조장했다’ 따위로 밖에 보도되지 않죠. 대중은 누군가의 말 한마디로 쉽게 부화뇌동하고 움직이는 무지한 존재가 아닙니다. 

재희
추모 집회가 반정부 시위로 번질까봐 우려한 데는 6.4 지방선거가 얼마 남지 않은 영향도 컸던 것 같습니다. 분위기상 선거운동을 적극적으로 할 순 없었고 신문의 아젠다(의제)가 큰 영향을 미치는 시기였죠. 5월 지나서 부터 정부 책임문제가 눈에 띄게 들어가고, 대통령을 향한 충정심을 드러낸 보도가 많아진 데는 시기적으로 선거와 맞물린 탓이 큰 것 같아요.

   
▲ 세월호 추모집회를 반정부 불법 시위로 바라보는 언론 보도는 어김없이 존재했다. ⓒ <동아일보>


조급 운운하며 유가족 두 번 죽인 언론

혜영
(MBC 5/7 [함께 생각해 봅시다] 분노와 슬픔을 넘어서 - 박상후 전국부장
http://imnews.imbc.com/replay/2014/nwdesk/article/3459340_13490.html )
위 보도는 MBC 내부에서 ‘보도참사’란 평가를 받았습니다. 개인적으로 언론이 누구를 위해, 무엇을 해야 하는지에 대해 가장 큰 회의감이 들게 한 보도였습니다. ‘조급증’이란 배려 없는 단어로 유가족을 비하했고 그들의 슬픔에 공감한 많은 사람들에게 모욕감을 준 반인권적 보도였다고 생각해요. 하루아침에 자식을 잃은 부모가 냉정과 이성을 찾는다는 게 저는 더 이상하게 느껴집니다. 지진과 같은 자연재해와 인재(人災)였던 세월호 참사를 비교한 사례도 적절치 않고, 네티즌 반응을 인용한 일본의 한 인터넷 사이트도 문제가 있는 곳이라고 알고 있습니다.

채린
이런 생각을 가진 사람이 언론인으로 그것도 데스크로 존재한다는 사실이 놀라웠습니다. 그간 MBC 보도가 왜 그럴 수밖에 없었는지 알 것 같았어요. 유능하고 의식 있는 언론인들이 많이 빠져나간 MBC에 이제 이런 사람들이 남아서 중요 위치를 차지하고 있다는 게 너무 안타깝습니다. 회복하는데 많은 시간이 걸릴 것 같아요. 

   
▲ MBC는 심층리포트를 통해 쓰촨성 대지진 당시 중국 국민의 태도와 마우나리조트 사고 때 조문객을 위로한 유가족의 모습을 거론하며, 세월호 유가족을 '조급증'이라 비난했다. ⓒ MBC <뉴스데스크> 화면 갈무리
  
혜영
위 MBC 보도를 비롯해 분향소에 찾아온 언론사 간부들에게 항의한 유가족들, 또 방송사와 청와대 앞을 항의 방문한 유가족들을 향해 곱지 않은 시선을 보낸 보도들이 있었습니다. ‘미개’하고 성숙하지 못한 행동이라는 논조였는데요. 이런 기사에 대해서는 어떻게 보시나요?

재희
유가족이 왜 그런 행동을 하는지를 언론이 설명해주지 않기 때문입니다. 단순히 현상을 나열하는 보도에만 그쳤기 때문에 사람들이 그들을 미개하고 저열하게 보는데 기여한 셈이죠. 왜 저러는지에 대해서 설득하고 공감시키는 보도를 하지 못한 탓이 큽니다.

봉기
개인주의가 커지면서 가까운 사람을 타자화하는데 익숙해진 것 같습니다. 그런 생각이 사회 전체에 만연해 있으니 슬픔을 이해하려는 노력도 없게 된 거죠.

'비정규직' 등 사회이면 파헤치며 언론의 존재이유 드러내

혜영
실망스러운 기사들 속에서 나름대로 언론의 본분을 지킨 몇몇 기사들도 눈에 띄었습니다. 피상적 정보 나열이 아닌 전문가 인터뷰나 인포그래픽을 활용한 심층 보도, 이번 사태의 배경이 된 사회 구조적 문제를 지적한 기획 보도 등은 언론의 존재 이유를 되새기게 했습니다. 

재희
(SBS 4/19  <8뉴스> - 해운업체 이익단체가 선박 운항 안전 관리?
http://w3.sbs.co.kr/news/newsEndPage.do?news_id=N1002352991 )
저는 이번 세월호 보도에서 그나마 지상파 3사 중 눈에 띈 건 SBS였다고 생각하는데요. 다른 두 방송사가 비슷한 자료 화면을 반복해 내보내며 단순 스케치 위주로 보도하고 있을 때 SBS는 정부재난관리와 시스템 부실에 대해 초기부터 비교적 꾸준히 문제 제기를 했다고 봐요. 위 보도는 사건 발생 3일 후인 4월 19일자 <8뉴스>에 보도된 것입니다. 관피아 문제를 지적한 첫 기사입니다. MBC나 KBS 보도가 워낙 망가진 탓도 크지만 문제의 본질에 접근하려고 노력했다는 점에서 의미를 찾고 싶어요.

채린
(SBS 4/26 <그것이 알고싶다- 희망은 왜 가라앉았나-세월호 침몰의 불편한 진실'>
총 세 편의 세월호 관련 심층보도를 한 <그것이 알고싶다> 중 1편입니다. 사건의 진실과 배경에 목말라 있던 시청자들에게 큰 반향을 불러일으켰는데요. 재방송 요구가 빗발쳤고, 실제로 본방송보다 재방송 시청률이 1.8%p 높게 나오기도 했습니다. 도쿄대 교수, 전 해군 제독 등 다양한 전문가 인터뷰를 통한 심층 취재가 돋보였고,  ‘진도 VTS 교신 녹음파일 조작 의혹’을 제기하며 의문점을 끝까지 물고 늘어졌던 게 인상적이었습니다. 마지막 3편이 6.4 지방선거 후로 방영날짜가 밀리면서 외압논란이 일었던 점이 조금 아쉬웠죠. 

   
▲ 해운업체 이익단체가 선박의 운항과 안전을 관리하고 있다는 등의 지적과 함께 세월호 사건의 구조적 배경 중 하나로 '관피아'문제가 불거졌다. ⓒ SBS <8뉴스> 화면 갈무리

재희 
(중앙일보 5/2 차량 85대가 한도인데 148대 … 해경, 세월호 과적 승인해줬다
http://article.joins.com/news/article/article.asp?total_id=14586420&amp;cloc=olink|article|default )
저는 세월호의 차량 과적 상황을 이해하기 쉽게 보여준 중앙일보 기사를 꼽고 싶습니다. 자체 그래픽을 활용해서 선박의 문제점을 직관적으로 이해하기 쉽게 보여준 것이 좋았습니다.

병일
(한겨레 5/3 [커버스토리 - 커튼줄로 수십명 구한 김홍경씨 인터뷰] “아이들 끌어올릴 때 해경 구조대는 뒤에서 지켜만 봤다”
http://www.hani.co.kr/arti/society/society_general/635539.html )
현장의 목소리를 가공하지 않고 생생하게 전해들을 수 있어서 좋았습니다. 많은 이들을 구해냈으면서도 그가 더 많은 생명을 구하지 못해 힘들어 하는 상황을 기사로 접하면서 사건현장의 생존자나 어민, 민간잠수사 등이 어떤 심정인지를 조금이나마 공감할 수 있도록 이 기사가 도와줬다고 생각합니다.

혜영
저도 김홍경 씨가 제공한 사진 등을 통해서 이 기사가 생생하고 사실적으로 그 당시 상황을 전해 준 것을 인상적으로 봤는데요, 당시 해경이 얼마나 무능하고 나태했었는지를 다시 상기하게 됐습니다. 그런데 한편으로는 기사의 생생함이 희생자의 가족이나 지인이 본다면 상처가 될 수도 있겠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얼마나 고통스러웠을지, 어떻게 죽어갔을 지를 연상하게 되니까요. 상황을 자세히 복기하는 이런 기사들은 양면성이 있는 것 같아요. 그리고 공공의 적으로 지탄을 받던 선장과 선원들에 대한 비판이 조금씩 수그러들게 된 것은 그들의 고용 형태가 대부분 비정규직이라는 기사가 나오면서 부텁니다. 이어서 사회구조적 문제들을 지적하는 기사들도 나오기 시작했는데요. 

재희
(경향신문 4/19 ‘안전핵심’ 갑판·기관부 70% 비정규직… 위급상황 대응 취약
http://news.khan.co.kr/kh_news/khan_art_view.html?artid=201404190600035 )
배의 선원과 승무원들은 위급 시에 나름의 역할을 갖는다고 해요. 하지만 비정규직신분에 열악한 처우를 가진 이에게 100%의 책임감과 직업윤리를 요구한다는 건 조금 무리가 있다는 생각이 듭니다. 이 기사는 당시 승선한 직원들의 고용형태를 전수 조사해 세월호가 책임감을 가질 수 없는 ‘비정규직의 배’라는 걸 밝혀냈다는 의미가 있습니다.

혜영
그러나 ‘가만히 있으라’는 선장과 선원의 무책임함이 비정규직이란 신분하나로 탕감될 수는 없다고 생각합니다. 그건 인간이라면 지켜야 할 최소한의 도의를 저버린 행위니까요. 그러나 비정규직 선장을 배가 기우는 상황에서도 선원들에게 “Be British!(영국인답게 행동해라!)”라고 말한 타이타닉호의 선장과 수평비교 할 수 없는 것은 분명하죠. 우리 노동 현실에 비춰서 사고의 배경을 적절하게 지적하는 좋은 기사였다고 생각해요.

창훈
저도 세월호 사건에서 핵심적으로 짚어야 할 점은 우리 사회 전분야로 퍼져있는 비용효율성주의라고 생각합니다. 직업윤리차원에서 욕을 먹어 마땅한 선장 뒤에는 근본적으로 노동을 비용으로 보는 문화, 비정규직 노동구조가 자리 잡고 있다고 봅니다. 언론이라면 그걸 꼭 짚어야 하고요.

   
▲ 세월호가 '비정규직의 배'라는 사실을 지적한 보도는 우리 사회에 만연한 비용효율주의 등과 같은 사고의 구조적 배경을 주목하게 했다. ⓒ <경향신문>

명연
(한겨레 5/10 최신식 구조함 투입 못한 이유는 결국 ‘납품 비리’?
http://www.hani.co.kr/arti/society/society_general/636300.html )
구조함인 통영함이 세월호 사고 현장에 투입되지 못한 배경을 상세하게 전달하는 기사입니다. 발주조건을 명확하게 명시하지 않는 군의 납품 방식의 실상을 드러내고, 이로 인한 문제를 지적하고 있는데요. 군 부품 조달체계를 개혁해야 한다고 촉구했다는 점에서 의미 있다고 생각해요.

재희
통영함이 세월호 참사 현장에 투입되지 못한 것은 내부 인력에 대한 교육이 확실히 되지 않아서라고 하던데요. 군인들이 운용하는 배인 만큼 실제로 그들이 1년 반에서 길게는 3,4년까지 살면서 적응을 해야 한다고 하더군요. 그래서 지금 왜 못 쓰냐는 이야기를 하는 것은 군대 내부 상황을 모르는 사람의 이야기란 지적이 있었어요.

봉기
그런데 처음 보도자료를 내며 발표하던 당시보다 지금 더 기간이 걸리는 상황이긴 합니다. 처음부터 발표에 거품이 있었다는 거죠. 그때는 어마어마한 배인 것처럼 발표하고, 이제 와서 현실은 이러하니 이해해달라는 뉘앙스가 있어서 더 비판을 받는 것 같습니다.

창훈
(뉴스타파 - 여객선 1척 점검에 ‘13분’…청해진해운 선원연수비는 한해 고작 ‘54만원’
http://newstapa.com/news/20149947 )
저는 세월호 사고 다음날 나온 뉴스타파의 이 보도를 꼽고 싶습니다. 당시 많은 언론이 선장 단죄에 나설 때 뉴스타파는 청해진해운의 안전교육이 미비했다는 사실 등을 문제 삼으며 구조적 문제를 짚어냈죠.

공식 사과하며 변화 다짐하는 언론도 있어

진우
(PD저널 4/22 세월호 침몰, 2차 가해자 된 언론
http://www.pdjournal.com/news/articleView.html?idxno=51752 )
사상 초유의 오보와 비윤리적 취재 행태가 잇따랐던 만큼 PD저널을 비롯한 미디어 비평지에서 많은 비평 기사들을 내보냈습니다. 언론이 유언비어를 퍼뜨리고, 분풀이를 조장한다는 식의 문제를 사례별로 잘 정리했다고 봅니다.

창훈
(중앙일보 5/16 세월호 부정확한 보도 사과드립니다
http://article.joins.com/news/article/article.asp?total_id=14697010&cloc=olink|article|default )
비평지는 언론비평이 당연하지만 사실 주요 일간지가 자신들의 실수를 인정하고 사과하는 일은 좀처럼 드뭅니다. 중앙일보가 드물게 본지 2면에 대대적으로 세월호 사건 보도에 대해 사과하고 “참사 1년 뒤인 2015년 4월 16일 달라진 재난 안전 체계를 치밀하게 검증하고 고발하겠다”라는 다짐도 했다는 점에서 인상적이었습니다.

   
▲ '기레기'오명을 쓰게 된 최악의 세월호 언론 보도에 대해 <중앙일보>는 공식 사과를 발표했다. ⓒ <중앙일보>

혜영
이런 대참사가 발생하면 살아남은 사람은 안도감보다는 오히려 죄책감을 느끼게 된다고 합니다. 살아남은 사람들의 아픔과 상처를 걱정하고 위로한 기사들도 있었죠.

봉기
(동아일보 4/21 [세월호 침몰]“함께 뛰놀던 동네 친구들이… 이젠 샤워하기조차 겁나”
http://news.donga.com/3/all/20140421/62919890/1)
세월호 참사 이후 피해자 수, 피해 금액 등을 다룬 기사는 많았어요. 배 속에 갇혀 있는 실종자들에 대한 구조 현황을 다루는 게 가장 시급한 건 맞지만 언론이 상대적으로 살아남은 자들에게 무관심했던 것도 사실입니다. 위 기사는 외상 후 스트레스 증후군의 위험에 노출된 살아남은 자들의 이야기를 하고 있습니다. 장기적인 보살핌과 치료가 필요하다는 사실을 담고 있어요.

(동아일보 4/22 “남겨진 이들에게 손 내미세요… 그들이 자책하기 전에”
http://news.donga.com/3/all/20140422/62945165/1 )
다음날에는 2000년 부일외고 수학여행 참사 당시 생존했던 김은진 씨의 편지를 소개했습니다. 실제로 비슷한 경험을 한 사람의 위로와 당부이니만큼 와 닿는 바가 컸습니다.

혜영
세월호 사건 이후 다양한 기획보도들이 많이 나왔는데요. 경향신문의 ‘한국사회의 민낯- 세월호’ 기획시리즈를 의미있다고 생각한 분들이 많았습니다.

채린
(경향신문 5/14 [심층기획 - 한국사회의 민낯 ‘세월호’]‘안전줄 대신 넥타이 매라’는 기업
http://news.khan.co.kr/kh_news/khan_art_view.html?code=940702&artid=201405132156345 )
위 기사는 몇 만원하는 안전줄은 지급하지 않으면서 회사 이미지를 위한 구두, 넥타이는 철저히 검사하는 삼성 서비스 센터, 까다로운 복장 규정은 요구하면서 안전 교육에는 소홀한 KTX, 위급 상황시 불편한 치마 등을 강요하는 항공사 등의 사례를 통해 산업재해의 심각성과 안전은 뒷전이고 수익과 이미지 창출에만 급급한 기업들을 고발했습니다.

진우
(경향신문 5/11 [심층기획 - 한국사회의 민낯 ‘세월호’](1) 몸·마음·눈으로 세월호를 겪은 8인이 말하는 ‘안전’
http://news.khan.co.kr/kh_news/khan_art_view.html?artid=201405112151095&code=940202 )
저는 이 기획시리즈 중 이 기사가 가장 좋았습니다. 유가족을 제외하고 세월호 사건에 깊숙이 개입하고 현장에서 부딪힌 사람들의 말을 듣는다는 의미가 있었습니다. 인터뷰이도 다양하게 선정했고, ‘안전’에 대한 이들의 인터뷰 내용도 새겨들을만했습니다.

한빛
(경향신문 5/16 [심층기획 - 한국사회의 민낯 ‘세월호’]정부, 사고 하루 전에도 '선백 규제 완화 조치'…돈만 따졌다
http://news.khan.co.kr/kh_news/khan_art_view.html?artid=201405152202225&code=940202 )
저는 세월호 참사 하루 전에 무슨 일이 있었나를 꼬집은 이 기사가 좋았습니다. 말로는 '안전'을 강조하던 정부가 실제로는 무엇을 하고 있었는지 제대로 짚어줬다고 생각합니다. 세월 호 참사 발생에 있어 정부의 책임을 지속적으로 묻는 좋은 기사라고 봐요.

(경향신문 5/20 [심층기획 - 한국사회의 민낯 ‘세월호’]불안정한 고용, 직무 책임감 떨어뜨려… 육·해·공 모두 안전 위협
http://news.khan.co.kr/kh_news/khan_art_view.html?artid=201405202208155&code=940702 )
이 기사는 초반에 언급한 비정규직 기사처럼 세월호 참사를 계기로 드러난 대한민국의 노동현실을 적절하게 지적했다고 생각합니다. 신문기획은 아젠다를 설정하고 확장시키는 의미가 있다고 생각하는 데요. 우리 주변에 만연한 비정규직과 그로 인해 한국사회가 안전하지 않다는 문제가 잘 연결된 기사입니다.

   
▲ <경향신문>의 심층기획 시리즈는 세월호 사건의 구조적 배경 중 하나인 '규제완화 광풍'에 대해 지적했다. ⓒ <경향신문>

사고 잊히지 않도록 '기록하는 언론'도 의미있어

명연
(한겨레 5/18 “돌아와 깜짝 선물 준다던 아들이었는데...”
http://www.hani.co.kr/arti/society/society_general/637675.html )
희생자 가족을 20일간 동행취재한 포토 기사입니다. 자극적인 기사들이 난무하는 가운데 아이를 그리워하는 희생자 가족의 심정을 담담하게 전달해 더 안타깝고 슬펐습니다. 독자들에게 공감을 불러일으켰다고 봅니다. 글 기사가 전하지 못하는 감성을 사진이 전달한 덕도 있고요. 동행 취재에 동의했던 가족들의 바람처럼 이번 사고의 의미가 오랫동안 잊히지 않았으면 합니다.

재희
(중앙일보 5/9 인포그래픽-세월호 참사 23일의 통탄스런 기록)
베를리너 판을 채택하고 있는 중앙일보가 가운데 전면을 털어 세월호 침몰 당시 선적 현황을 인포그래픽를 활용해 보도했는데요. 막연히 생각했던 세월호 사고의 규모를 시각적으로 잘 보여준 기사라고 생각합니다. 2D 기반 인포그래픽이긴 했지만 많은 품이 들었다고 생각돼요. 이렇게 사건에 대해 객관적이고 심플하게 보여주는 기사도 꼭 필요하다고 봅니다.

혜영
(한겨레 6/1 ‘사월, 哀’: 세월호 최초 100시간의 기록 
http://www.hani.co.kr/interactive/sewol/ )
한겨레신문도 세월호 참사의 가장 치명적인 순간이었던 최초 100시간을 기록한 온라인판 인터랙티브 뉴스를 내보냈습니다. 11개 정부 기관 보고서, 녹취록 전문, 공소장과 브리핑 자료 등을 바탕으로 한 총체적 기록물이라고 합니다. 타임라인을 쭉 따라가다 보면 사건의 흐름을 이해하기 쉬운데요. 언뜻 봐도 많은 공력이 들었다고 느껴집니다. ‘기록하는 자’라는 기자의 소임을 다한 기록물이라고 생각해요.

   
▲ <한겨레>는 정부기관 보고서와 녹취록, 현장 메모 등을 모아 세월호 참사 최초 100시간을 타임라인으로 기록한 인터랙티브 뉴스를 발표했다. ⓒ <한겨레>

좋은 뉴스를 위한 고민 멈추지 않아야

혜영
이번 세월호 참사 보도를 계기로 선정적이고 자극적인 가십성 기사를 찍어내던 일부 기자들을 지칭하던 용어인 '기레기'가 기자와 언론집단 전체를 가리키는 고유명사처럼 되어 버렸습니다. 억울해하는 사람들도 있고, 마땅하다고 생각하는 사람들도 있는 것 같습니다. ‘기레기’사태는 언론인을 지망하고 있는 우리와 무관하지 않은 문젠데요. 어떻게 생각하시나요?

채린
저는 이번 ‘기레기’사태는 길환영 전 KBS사장이나 김시곤 전 보도국장 같은 언론사 간부들  못지않게 일선의 현장기자들 책임도 크다고 생각합니다. 5월 23일 현업 언론인 시국선언에 참가한 언론인이 총 5593명이었습니다. 적지 않은 숫자입니다. 현실적인 어려움이 있었다곤 하지만 이들 중 다수가 자기 이름을 달고 기사도 썼고 리포팅도 했어요. 이미 일은 벌어졌는데 반성한다고 성명서내고 제작거부하고 울고 하면 뭐하나싶습니다. 정말 그게 최선이었는지 그들에게 아쉬움과 원망이 남는 건 어쩔 수 없는 것 같습니다. 저 역시 현직에 가더라도, 지금의 뒤늦은 반성을 떠올리며, 제대로 된 보도를 하기 위해 현장에서 싸우는 한이 있더라도 최선을 다해야 할 것 같아요.

명연
당시 기사들을 다시 모니터링 한다는 것 자체가 버겁고 회의가 들었습니다. 저 상황에서 나는 어떻게 했을까? ‘기레기’가 되지 않을 수 있을까? 확신할 수 없었어요. 그나마 몇 가지 의미 있는 기사들, 언론사들 덕분에 작은 희망을 발견했습니다. 또 다시 이런 보도 행태가 일어나지 않을 거라고 낙관할 순 없지만, 이번 일을 계기로 언론 내부에서도 작은 변화가 일어나지 않을까 기대해 봅니다.

   
▲ 세월호 참사를 계기로 언론은 스스로의 역할을 고민하고 각성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다. ⓒ 전국언론노동조합

재희
저는 좋은 기사, 나쁜 기사들을 꼽아보면서 나름의 특징을 발견했습니다. 나쁜 기사들은 대부분 ‘고민’ 없이 썼던 기사들이었다고 생각합니다. 아무 생각 없이 고민 없이 기계적으로 쓴 기사들로 유가족을 비롯한 국민들에게 씻을 수 없는 상처를 준 사람들이 ‘기레기’라는 오명에 억울해하는 건 바람직하지 않은 것 같아요. 왜 ‘기레기’가 됐는지 뼈저리게 반성해야 합니다. 왜 기자가 됐고, 왜 현장에 있는지를 고민해야 할 것이고 저도 그런 고민을 잃지 않는 기자가 되고 싶습니다.

혜영
아무리 열악하고 부득이한 상황 핑계를 대보아도 기자가 기본적인 사실관계 확인에 소홀히 했다는 것은 어떤 식으로도 면죄 받을 수 없다고 생각합니다. 지금보다 나은 세상을 만드는데 기여하고 싶어서 기자가 되고 싶었는데, 요즘은 오히려 기자와 언론이 세상을 더 해롭게 하고 있다는 회의감이 많이 들었습니다. 권력의 감시견, 사회의 목탁 같은 말들이 사치스럽게 느껴지기도 해요. 그래도 결론은 열심히 해야 한다는 생각입니다. 결국 ‘어떤’ 기자가 될 것인가의 문제라고 생각해요.

   
▲ 김봉기 기자
봉기

저는 기자 시험 준비를 시작한지 얼마 되지 않아 이 사건을 접했습니다. 내가 지금 열심히 공부해서 되고자 하는 미래가 저기인가? 나는 저기서 과연 다를 수 있을까? 저들은 원래 ‘기레기’였을까? 아니면 기자가 된 후 변한 것일까? 여러 가지 생각이 들었습니다. 미래가 답답했고, 나는 과연 ‘기자다운 기자’가 될 수 있을까 고민과 자극을 많이 받게 됐습니다. 확신을 가지고 제대로 된 기자가 되기 위해 열심히 준비해야겠다는 생각입니다. 

진우
이번 보도 행태들을 보면서 이것을 내 업으로 삼는 게 맞는가에 대한 근본적 회의감마저 들었습니다. 기자든 피디든 어차피 '돈'을 쫓는 신문방송기업에 속한 노동자에 불과한 것인가. '나라면 어떻게 했을까?'에 대해 많이 생각했습니다. 최소한 '기레기'는 면해야겠다, 체제에 썩는 기자가 되지는 말자고 다짐했어요.

한빛
   
▲ 조한빛 기자

언론이 보여준 행태는 기자 개개인의 문제보다는 시스템의 문제일 텐데, 시스템이 이렇게 개판인 상황에서 뭘 할 수 있을까 싶었어요. 마음이 심란해서 미드 뉴스룸 시즌1을 다시 돌려봤습니다. '좋은 뉴스'를 만들기 위해 노력하는 사람들을 보는 게 그나마 위안이 되더라고요. 실제로 사건 초기에 SNS에 떠돌던 뉴스룸 영상이 있었습니다. “사망선고는 의사가 하는 것이지, 뉴스가 하는 게 아니다”라는 대사가 기억에 많이 남아요. 좋은 뉴스를 만들고자 하는 사람은 적지만 분명히 존재한다고 생각합니다. 그들을 믿고 나도 열심히 해야겠다는 생각입니다. 작은 뜻들이 모여 어떤 변화를 만들어 낼 거라고 믿으면서요.

   
▲ 속보와 특종 경쟁에 모든 언론이 매몰 돼있던 세월호 사건 초기, 미국 드라마 '뉴스룸'의 에피소드가 SNS상에서 회자됐다. ⓒ <뉴스룸> 화면 갈무리

창훈
이번 사건으로 정부가 가장 많은 욕을 먹었지만, 언론 탓도 정말 크다고 생각해요. 초기 구조 상황에 대해 언론이 제대로 감시해서 보도했다면 상황은 달라졌을 거라고 봅니다. 결국 ‘기레기’는 언론이 본연의 역할인 정부 견제와 감시를 소홀했기 때문에 떠안게 된 오명 같습니다. 저는 진도 현장을 방문해봤는데요, 열악한 환경에서 기어코 취재하는 기자들이 솔직히 부럽기도 했습니다. 말 한마디 못 붙이는 제가 부끄럽기도 했어요. 그런데 생각해보면 그들은 시스템안의 괴물이 된 것이고 저도 그 안에 있다면 당연히 그렇게 행동했겠죠. ‘생각 좀 하고 살아야겠다’라는 생각이 들더라고요. 


* 이 기사가 유익했다면 아래 손가락을 눌러 주세요. (로그인 불필요)
 

[김혜영 기자]
단비뉴스 미디어팀장
좋은 기자는 좋은 사람이다.
     관련기사
· 세월호 취재기자는 왜 ‘기레기’가 됐나
· ‘기레기’ 대신 진실 다가간 ‘비주류’ 언론
· ‘섹시한 기사’ 집착, 정보갈증 해소 못해
정리 김혜영 기자의 다른기사 보기  
ⓒ 단비뉴스(http://www.danbinews.com) 무단전재 및 재배포금지 | 저작권문의  

     
의견나누기(0개)
      자동등록방지용 코드를 입력하세요!   
 
 * [운영원칙] 욕설, 반말, 인신공격, 저주 등 기본적인 예의를 지키지 않은 글과 같은 내용을 반복해서 올린 글은 통보 없이 삭제합니다.
  
Follow danbi_news on Twitter

단비뉴스소개기사제보개인정보취급방침청소년보호정책이메일무단수집거부  
(27136)충청북도 제천시 세명로 65(신월동 579) 세명대학교 저널리즘스쿨대학원 413호|Tel 043)649-1557
인터넷신문등록번호: 충북 아 00192|등록일 : 2017-11-27|발행인: 이봉수|편집인: 김문환|개인정보관리책임자 : 김문환 | 청소년보호책임자 : 김문환
Copyright 2009 단비뉴스. All rights reserved. mail to danbi@danbinews.com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