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총선2030] 예비언론인이 본 19대 국회의원 선거 보도

11일은 대한민국 유권자들이 나라의 주인임을 확인하는 날. 이번 19대 총선에서 각 당의 선거유세는 오는 12월의 대선과 맞물려 한층 치열했다. 그러면 언론은 유권자가 알아야 할 정보를 전달하고 후보를 검증하는 역할에 충실했을까? 직업 언론인을 지망하는 일곱 명의 단비뉴스기자들이 방송 3사와 주요 종합일간지들의 선거 보도를 살펴보고 토론했다. (편집자 주)

선정적 기사 넘치고 정책 검증은 부족했다

▲ 이승현 기자
이승현: 선거보도에서 가장 중요한 것 중 하나가 후보자들의 공약, 특히 정책을 분석해 주는 것일 텐데, 늘 그랬던 것처럼 신문ㆍ방송들은 후보들의 지지율이나 사건성, 가십성 보도에 집중했어. 또 거대정당들의 후보만 부각시켜서 군소정당의 경우 유권자에게 후보자들을 알릴 길이 없었어. 유권자들에게 다양한 선택권이 있다는 것을 알려주는 보도가 많이 아쉬웠어.

엄지원: 맞아. 두 거대정당에 기사가 집중되면서 계파갈등 같은 시시콜콜한 정당 내부 얘기까지 넘친 반면 기호 3~4위권을 벗어난 정당들에 대해선 거의 정보가 없었어. 또 보수언론의 해묵은 ‘색깔 공세’도 독자들이 선거의 핵심인 정책에 관심 갖는 걸 방해했다고 생각해. ‘경기동부연합’과 관련한 보도, ‘종북좌파가 진보를 끌고 간다’는 등의 사설이 그 예라고 할 수 있지. 진보성향 신문들은 이런 보수언론을 비판하며 대립각을 세우기도 했지.

▲ 양승희 기자
양승희: 나는 후보자의 인기나 인지도에 치우친 보도도 문제가 있다고 생각해. 일부 신문들은 박근령씨의 출마 사실을 비중 있게 보도했는데, 박씨가 박근혜 새누리당 비상대책위원장의 동생이 아니었어도 그렇게 했을까? 특히 해당 기사들은 출마 사실에만 집중하고 박씨의 공약이 뭔지, 후보자의 자질은 있는지 아무런 정보를 주지 않았어. 영화 <완득이>에 출연해서 유명해진 이자스민 새누리당 비례대표 후보에 대한 기사들도 마찬가지였어. 언론이 인지도 있는 후보들의 움직임을 보도하는 것은 당연할 수 있지만, 단순 중계에 그칠 게 아니라 그의 정책이 뭔지 알려줘야 한다고 생각해. ‘고소고발 국회의원’으로 유명한 강용석씨의 <슈퍼스타케이(K)4> 참여 소식을 정치사회면에서 다룬 것도 실망스러워. 어쨌든 이름이 자꾸 노출되면 투표장에서 단순히 ‘아는 이름’을 선택할 유권자도 있지 않을까. 강씨도 이 점을 노렸을지 모르는데, 언론이 이런 가십성 이벤트에 이용당해선 안 된다고 생각해.

지원: 나도 같은 생각이야. 중앙일보에서 박근혜 비대위원장의 손 통증에 대한 이야기를 한 면이나 할애해가며 자세히 묘사한 것도 같은 맥락이지. 이게 진짜 유권자에게 필요한 정보일까? 독자의 감정에 호소하고 동정을 일으키려는 보도가 아닌가 하는 의심이 들었어.

▲ 좌담회에 참석한 단비뉴스 기자들. ⓒ 이슬기

▲ 김태준 기자

김태준: 여론조사 결과도 그대로 믿기 힘들어. 선거철엔 대부분의 언론사들이 자체적으로 여론조사를 하는데 언론사마다 결과가 많이 다르잖아. 신뢰하기 힘든 여론조사를 집중적으로 크게 보도하는 것 자체도 문제가 있다고 봐. 밴드왜건 효과, 즉 군중심리의 영향으로 이길 가능성이 높은 후보에게 표가 쏠리는 결과가 나올 수도 있잖아. 이번 총선에는 특히 후보들의 지지율이 막상막하인 지역들이 많다고 하는데, 이럴수록 여론조사 보도는 더 조심스러워야 한다고 생각해. 여론조사 보도를 최소화하고 정책관련 보도를 늘리는 게 바람직하다고 봐.

이보람: 이번 총선에서 각 당의 정책에 뚜렷한 차별성이 부족했다는 점도 정책보도 부재의 원인이 되지 않았을까. 대부분의 정당들이 과거보다 ‘좌클릭’한 정책들, 즉 복지 확대와 청년애로 해소, 경제 민주화를 내세웠기 때문에 결국 ‘인물’ 중심의 선거로 간 것은 아닌가 하는 생각도 들어. 하지만 이런 측면이 있어도 언론사들의 보도가 안일했다는 점엔 동의해. 

편파 보도 심했던 방송사들

▲ 최정윤 기자
최정윤: 노조원들이 공정방송을 요구하며 파업 중인 가운데 나머지 인력으로 선거보도에 나선 방송사들은 여당인 새누리당에 일방적으로 유리한 편파보도로 많은 비판을 받았지. <문화방송(MBC)>과 <한국방송(KBS)>에서 이런 면이 두드러졌는데, 새누리당이 공천한 이봉화 보건복지정보개발원장이 쌀직불금 부정수령으로 논란이 됐는데도 <MBC>는 아예 언급하지 않았지. <KBS>에서도 이 얘기 대신 민주통합당의 공천 논란을 부각시켰어. <MBC>는 또 박근혜 비대위원장의 경남지역 방문소식을 방송 3사중 가장 상세하게 전하면서 교묘하게 새누리당의 공약을 홍보하기도 했지. <KBS>는 지난 3월 21일 여야 비례대표 분석 보도에서 “새누리당은 비례 1번을 비롯해 여성 몫인 홀수 앞자리를 모두 이공계가 차지했다”며 긍정적으로 평가했어. 그런데 새누리당 비례대표 1번인 민병주 씨는 원전전문가잖아? 일본 후쿠시마 원전 사고 이후 세계적으로 탈원전 움직임이 커지는 상황에서 원전전문가라니. 새누리당이 환경이나 원전 문제에 대한 인식이 부족하다는 것을 보여주는 대표적 사례인데도 이런 식으로 보도한 것은 잘못이었다고 봐.

태준: 맞아. <KBS>는 새누리당 문대성 후보의 박사학위논문 표절에 대해서는 보도하지 않으면서 민주통합당 김용민씨 막말 논란은 대대적으로 보도했잖아. <KBS>와 <MBC>는 또 파업으로 인력이 부족해서 그런지 단순 스케치성 보도가 많았어. 정당과 후보들에 대한 심층적 검증보도를 찾아보기 어려웠어. 반면 <SBS>는 이번에 상대적으로 균형 있는 보도를 했고 취재의 질도 비교적 높았다고 생각해. 문대성씨 논문표절 문제와 방송인 김제동씨에 대한 사찰 문제를 공중파 중 유일하게 보도했지.

유권자 목소리 담은 보도 등 일부 기사는 높은 점수 
 

▲ 이보람 기자
보람: 전반적으로 언론의 선거 보도에 문제가 많았지만 긍정적인 사례도 없진 않았어. 무엇보다 선거의 주인인 유권자들의 목소리를 담으려는 노력이 몇몇 신문사에서 보였거든. <한겨레>는 한겨레사회정책연구소와 함께한 ‘눈높이 정책검증’ 시리즈를 연재했어. 이 코너는 청년ㆍ경제ㆍ복지 분야의 당사자들이 좌담을 통해 각 정당의 정책을 평가하는 내용인데, 유권자의 생각이 잘 드러나서 좋았어. <경향신문>의 ‘총선이슈진단’ 코너와 <중앙일보>의 ‘2040세대의 표심은?’ 등의 기사들도 유권자에게 귀를 기울인 기획이었어. 저명인사들이 나서서 투표를 독려하는 기사들도 있었는데 <중앙일보>는 중앙선거관리위원회와 함께, <동아일보>는 ‘명사가 보는 총선’이라는 코너를 통해 선거독려 캠페인을 벌여 긍정적인 평가를 받았어. 

▲ 엄지원 기자
지원: 3월 31일 <한겨레> 토요판도 좋지 않았어? 7개 주요 당의 비례대표 1번들을 인터뷰해서 한눈에 들어오게 실었는데, 이를 통해 각 당의 가치와 정책을 잘 비교할 수 있었어. 인터뷰 내용도 재미있어서 쉽게 읽혔고. 

승희: 맞아, 작은 정당의 비례대표 1번들도 다뤄 줘서 잘 모르던 정당과 후보들에 대해서도 새롭게 알게 됐어. 이런 게 바로 균형 잡힌 보도가 아닐까? 비록 20여개의 정당 중 7개밖에 다루지 않은 것은 또 아쉽지만.

▲ 김혜인 기자
김혜인: 며칠 전 안철수 서울대교수가 강연에서 했다는 얘기가 생각나네. ‘과거보다는 미래를 이야기하는 후보자를 뽑아야 한다’고. 나는 이 말이 바로 언론사들이 반성할 부분을 지적한다고 생각해. 미래를 이야기한다는 것은 결국은 후보자들을 검증하고 이들이 내놓은 정책으로 사회가 어떻게 발전될 수 있을지 논한다는 거잖아? 언론의 역할은 이런 논의들이 활발하게 펼쳐질 수 있도록 멍석을 까는 것이고. 그런데 지금 대다수 언론들은 인물의 과거 이력이나 해묵은 계파갈등 따위를 집중 조명하잖아. 우리 사회가 좀 더 나아지려면 언론의 선거보도부터 확 달라져야 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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