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5~2009년 정부보증대출 이용자 고금리 부담 '눈덩이'

"지금까지 학자금 대출이자만 700만원을 냈어요. 지난 5년 동안 매달 11만5천원을 이자로 갚았거든요. 아르바이트로 이자와 생활비를 충당해왔는데, 작년 3월부터는 원금을 함께 갚아 나가야 해요. 경제적으로 너무 부담스러워요. 이자만 없어도 토익시험을 한 번 더 칠 텐데..."

취업준비생 김유정(28·여·가명)씨의 하소연이다. 김씨는 대학을 다니면서 국민은행으로부터 총 6번 학자금 대출을 받았다. 원금만 1900만원이다. 5년의 거치기간 동안 매달 10만원 수준의 이자를 갚았다. 5년이면 졸업하고 취업도 할 수 있을 것 같았다. 하지만 2011년 2월 대학 졸업 후에도 직장을 잡지 못했고, 지난해 3월부터는 원금과 이자를 합쳐 매달 30만원씩 갚고 있지만 아직 원금 1800만원이 남아있다.

▲ 취업준비생 김유정 씨가 카페에서 일을 하는 모습이다. 작년 3월부터 거치기간(이자만 내는 기간)이 끝나 매달 30만원씩의 원리금을 상환하고 있다. 아직 갚아야 할 대출 잔액만 1천8백만 원이다. ⓒ 김다솜

김씨는 "지난달엔 건강이 나빠져 카페 아르바이트 일을 한 달 쉬었더니 이번 달 갚을 돈이 모자란다"고 말했다. 한달 수입은 50~60만 원 정도. 부모님께 손을 벌릴 형편이 아니어서 3년 전부터 5만원씩 꾸준히 부어온 적금을 깰 생각도 했지만 아까운 마음에 적금을 담보로 은행에서 소액대출을 받아 해결할 작정을 하고 있다.

'띠링~' 문자소리가 날 때마다 두렵다는 정지훈(29·가명)씨. 대학원에서 사회학을 공부하는 그는 지난 3월 한달 동안 학자금 이자연체를 알리는 8개의 독촉문자를 받았다. 1~2월에 갚아야 할 이자 20만원을 못 냈기 때문이다. 게다가 3월부터는 거치기간이 끝나고 30만원 가량의 원리금 상환이 시작됐다. 정씨는 "지금까지 이자를 갚는데도 허덕였는데, 2800만원의 원금을 언제 다 갚을지 모르겠다“며 ”앞길이 막막하다"고 한탄했다. 정씨가 빚을 다 갚으려면 앞으로 약 93개월, 7년하고도 7개월을 꼬박 매달 30만원씩 내야 한다.

학자금 이자율 2005년 6.6%, 2009년 2.9%

▲ 정 씨가 제공한 정부학자금 대출내역을 정리한 표1(2013년 2월 기준). 2006년부터 2008년 사이에 받은 정부보증학자금 대출 이자율은 6~7% 수준이다. 2009년 2학기부터 서서히 이자율이 낮아져 지금은 2.9%로 정착했다. ⓒ 구소라

정씨는 2006년 1학기에 빌린 대출 한 건에 대해 지난 8년 동안 이자만 189만원을 갚았다. 그는 학부에서 8건, 대학원에서 4건 등 총 12건의 학자금 빚을 졌다. 지금까지 내온 이자만 거의 800만원에 이른다. 이 중 80%를 차지하는 650만원이 2005년 2학기부터 2009년 1학기까지 실시됐던 정부보증학자금 대출의 이자로, 연 6.66~7.8%가 적용됐다. 2009년 2학기부터는 학자금대출의 이자율이 낮아지고(현재 연 2.9%) 정부이자지원도 이뤄지면서 부담이 많이 줄어든 편이다.

한 대학부설기관 연구소에서 계약직으로 일하는 박민호(27·가명)씨는 정부보증학자금대출과 한국장학재단 일반상환학자금 대출을 모두 써봤다. 아직도 300만원 정도의 대출잔액이 남아 있다는 박씨는 "요즘엔 2.9% 저리에다 취업 후 상환하는 든든학자금제도(ICL)가 있는 것으로 안다“며 ”조금 일찍 태어난 게 죄는 아닌데 비싼 이자로 대출을 받고 수백만원의 이자를 내야 하니 억울한 부분도 있다"고 말했다.

시민단체에서 활동하는 김민지(29·여·가명)씨는 지난 2007년에 한 학기 등록금 270만원을 정부보증학자금 대출로 납부했다. 초기엔 한달 이자로 2만원씩을 냈고, 지금은 분할 상환을 신청해 매월 10만원씩 원리금을 갚아나가는 중이다. 김씨는 “한 달 월급이 70만 원인데 10만원 씩 나가니 경제적으로 부담스럽다”고 말했다. 빚을 안 지려고 3년을 휴학해 돈을 벌고 다시 복학했었다는 김씨는 “(학자금을) 한 번 빌려도 이 정도로 힘든데 2번 이상 빌렸다면 이자만 6-7만원이니 더욱 힘들었을 것”이라고 말했다.

대출은 쉽게하고 상환은 '나 몰라라'하는 정부

이들은 당시 정부가 물가상승률의 2배 이상 급상승한 등록금 액수 자체를 줄여준 게 아니라 정부보증학자금 제도를 통해 금융권대출을 쉽게 해주는 미봉책을 썼다는 점을 성토했다. 정부가 공적보증을 서고 은행은 대출절차를 간소화해 많은 학생들이 보다 쉽게 학자금 대출을 받게 한 것인데, 높은 이자율이 적용된 탓에 상환부담이 컸고 연체자수도 급격히 늘었다.

▲ 정진후 통합진보당 의원이 제출한 보고서 '대학생 학자금 대출 현황 및 개선상황(2013.03)'에서 추린 자료를 정리한 표2. ⓒ 구소라

2012년 12월 기준으로 학자금대출이 6개월 이상 연체된 ‘신용유의자’ 4만3000여 명 중 절반을 넘는 2만7000여명이 정부보증학자금 대출을 연체한 사람들이다. 2009년 2학기부터 한국장학재단이 설립돼 직접 대출을 하게 되면서 정부보증학자금제도는 사라졌지만 당시 받은 대출금을 계속 갚아야 하는 청년들은 취업난 속에서 이중고를 겪고 있다. 현재 한국장학재단은 각각 2009년과 2010년부터 시행된 일반상환학자금과 든든학자금 생활비 대출자에 대해 저금리의 전환대출과 유예대출 등으로 부담을 줄여주고 있다. 그러나 2005년 2학기에서 2009년 1학기에 학자금대출을 받은 사람들은 이런 혜택을 받지 못한다.

이자 지원 필요하지만 근본적으로 비싼 등록금 낮춰야

김희정 새누리당 의원은 과거 고금리학자금 대출을 현재의 저금리 든든학자금(ICL)이나 일반상환학자금 등으로 전환할 수 있도록 하는 '취업후 학자금상환 특별법 개정안'을 지난해 8월 발의했다. 계류 중인 이 법안이 통과되면 기존 6~7%대의 고금리 대출을 받은 대학생들이 2% 수준의 저금리 대출로 바꿀 수 있게 된다. 수혜대상은 2005년 2학기부터 2009년 1학기에 시행된 정부보증학자금 대출자 62만 명이다.

하지만 2014년도 예산안에 배정된 관련 재원이 부족해 법안이 통과되더라도 전환대출의 혜택을 받을 수 있는 인원은 전체 채무자의 10% 가량인 6만명 정도에 불과할 것으로 추산되고 있다. 지원대상도 ‘35세 이하의 재학생’으로 제한했다. 당시 정부보증학자금 대출자 중 상당수가 대학을 졸업한 상황에서 매우 미흡한 대책이라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비슷한 내용의 법안을 발의한 유기홍 새정치민주연합 의원은 “저금리 전환대출을 가능케 한 김희정 의원의 법률개정안 입법취지에 공감한다”며 “전환대출이나 이자감면 등이 힘들다면 작년 한해 54억 원에 달하는 연체이자 문제를 조속히 개선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신용유의자 대학생에게 연 10~12%를 적용하는 연체금리를 하향조정하는 것부터 시작해야 한다는 것이다.

반면 대학생들은 정부의 학자금지원 대책이 이자경감 등 금융지원으로 편중되는 것을 우려하며 근본대책을 촉구했다. 전진희 서울지역대학생연합집행위원장(28·서울여대)은 “이자지원도 필요하지만 근본적으로 등록금 액수를 낮추려는 노력이 필요하다"며 ”학자금 연체로 인한 신용유의자를 양산하는 근본적 원인은 빚을 지도록 유도하는 고액의 등록금“이라고 꼬집었다. 시민단체인 참여연대에 따르면 2013년을 기준으로 우리나라 사립대의 평균 등록금은 연간 735만원, 국립대는 407만원인 것으로 조사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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