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뷰] <미친 등록금의 나라> 공동저자 이수연

“여러분, 지금 여러분의 등록금이 터지고 있습니다.”

대학 축제에 초청받은 한 개그맨은 폭죽이 터지자 탄성을 지르며 말했다. 동료 개그맨이 무대로 올라오자 “지금 여러분의 등록금이 올라오고 있다”며 ‘높은 등록금’을 화두로 개그를 이어갔다.

관심은 높아졌는데 투쟁은 미온적

▲<미친 등록금의 나라>의 공동저자 이수연 씨. ⓒ이준석

등록금에 대한 사회적 관심이 뜨겁다. 매년 봄 개나리가 필 때까지 투쟁을 하다 만다고 해서 붙여진 이름인 ‘개나리 투쟁’에 대한 언론의 관심도 높아졌다. 배우 김여진도 반값 등록금 실현을 위해 목소리를 보탰다. 학부모 50여명은 ‘등록금과 교육비를 걱정하는 학부모 모임’을 만들어 등록금 문제에 동참했다.

때마침 발간된 <미친 등록금의 나라>도 등록금에 대한 문제의식을 일깨웠다. 책은 등록금의 심각성을 알리는 데 그치지 않고, 등록금 인상을 주장하는 논리들을 조목조목 비판하고 있다. 등록금 문제의 해결 방안과 제언도 담겨있다.

저술에 참여한 한국대학교육연구소 이수연 연구원은 등록금이 사회적 문제가 된 상황을 어떻게 생각할까?

“등록금은 모든 연령대가 함께 풀어야 하는 문제죠. 등록금 문제는 어제오늘의 일이 아니지만, 여기에 문제의식을 갖고 해결하려는 움직임이 나타난 것은 최근입니다. ‘등록금이 높다’는 문제의식을 넘어 행동으로 옮겨지고 있는 현상은 상당히 고무적입니다.”

국립대와 사립대의 등록금은 2005년에 각각 330만원과 608만원이었다. 그러나 2010년에는 444만원과 753만원으로 늘어, 10년간 국립대는 201만원(82.7%), 사립대는 274만원(57.1%)이 올랐다.

이수연 연구원은 대학생들의 등록금 투쟁이 대해 “확실히 예전보다 민감하게 반응하고 있다”면서도 “사회적으로 관심이 집중되고 있는데도 막상 당사자들은 그렇게 활발히 움직이는 것 같지는 않다”고 말했다. 그러다 보니 정부도 대학생들의 부담을 덜어주는 방향보다는 물가문제를 해결하는 식으로 접근하고 있다는 것이다. 

국가가 책임져야 할 교육을 개인부담으로?

▲등록금에 대한 문제의식을 일깨우고 있는 책 <미친 등록금의 나라>.
“등록금이 너무 높다는 사실엔 모두가 폭넓게 공감하는 것 같아요. 지켜지진 않았지만 정부마저 ‘반값 등록금’을 운운한 정도니까요. 문제는 정부가 계속 ‘고등록금’ 정책방향을 유지하는 점과 사립학교를 강제할 법망이 허술하다는 점입니다.”

<미친 등록금의 나라>에 따르면 ‘고등록금 정책’은 높은 등록금을 정부가 직접 해결하지 않고, 간접적으로 일어나는 문제에 해결책을 내놓는 방식이다. 학자금 지원제, 대학별 차등제, 등록금 후불제, 기부금 입학제 등이 그것이다.

학자금 지원제는 대출을 통해 당장 필요한 돈은 해결할 수 있지만 근본대책이 될 수는 없다. 수도권 대학들이 주로 주장하고 있는 대학별 차등제는 학벌주의를 고착화하고 저소득층 자녀들이 상위권 대학에 진학할 기회를 빼앗는 제도라고 한다. 등록금 후불제란 정부가 대신 등록금을 내주고 졸업 뒤 취직을 해 소득이 생기면 갚는 제도다. 기부 입학제 역시 입시 과정에서 부유층에게 혜택을 주는 결과를 낳는다. 이들 제도는 공통적으로 교육에 있어 ‘수익자 부담 원칙’을 취한다.

이렇게 등록금을 낮추는 방안 없이 ‘변죽만 울리는’ 정책이 계속된 결과, 등록금 자체가 낮아져야 한다는 생각을 할 수 없게 됐다. 국가가 책임져야 할 교육문제를 전적으로 개인이 부담해야 하는 문제로 여기게 된 것이다. 이수연 연구원은 “현재 논의되고 있는 ‘보편적 복지’도 국가 역할에 대한 근본적인 문제제기”라고 말했다.

예산 늘려 잡은 뒤 적립금 늘려

대학 쪽 문제로는 사립대학의 예산 부풀리기와 국립대학의 지나친 기성회비 책정 등이 지적됐다.

사립학교는 ‘학교법인’이 운영하는 대학이지만, 고등교육법이나 사립학교법과 같은 공적 법체계에 따라 운영된다. 연금ㆍ의료보험 관련 법령에는 학교 법인이 교직원 후생복리를 위한 연금ㆍ의료보험 등 각종 법정부담금을 해결해야 한다. 그러나 대부분 사립대학 법인은 이를 제대로 지키지 않고 있다. 이렇게 되면 대학수입의 2/3를 차지하고 있는 등록금에 대한 의존율이 높아질 수 밖에 없다.

<미친 등록금의 나라>에 따르면 사립대학은 원칙적으로 토지ㆍ건물을 매입하거나 건물을 신ㆍ증ㆍ개축할 때 소요되는 비용은 학교법인이 부담해야 한다. 그러나 하위 법령 에서는 ‘학교 교육에 직접 필요한 시설ㆍ설비를 위한 경비’를 등록금에서 충당할 수 있도록 규정하고 있다. 실제로 서울의 주요 사립대들은 매년 예산을 400억에서 600억원 정도로 늘려 잡고, 이를 토대로 등록금을 인상한 것으로 나타났다. 예산을 늘려 잡은 뒤 남는 예산을 학생들에게 돌려주지 않고 적립했다. 전국 4년제 사립대 누적 적립금은 2009년 결산 기준으로 총 6조9493억원에 이른다.

국립대학도 대부분 재정은 국가가 부담하지만, 그 외 비용은 기성회비를 통해 마련한다. 기성회비는 총장ㆍ부총장과 학부모대표로 이사회를 구성해 자율적으로 쓰는 돈이다. 학생들의 교육 여건 개선을 위한 시설투자 등에 쓰일 수 있고, 주로 등록금에서 자금을 확충한다. 1992년에 기성회비 부분을 자율화하면서 금액이 증가했고, 2002년에 국립대 법인화 논의가 시작되면서 2010년 기준 국립대 연평균 등록금중 기성회비가 444만원 중 363만원에 이르게 됐다. 서울대 법인화란 인사ㆍ예산권을 대학에 주되 재정지원을 줄이고 공무원신분도 회수해 국립대를 사립대 법인처럼 만드는 것이다.

▲지난 4월 2일 있었던 '4.2 반값등록금 실현을 위한 시민·대학생 대회'에서 민주당 천정배, 김상희, 안민석 의원, 김영춘 최고위원, 노회찬 진보신당 전 대표 등 참가자들이 정부의 반값 등록금 공약 이행을 촉구하고 있다.

여당도 말하는 ‘반값 등록금’, 진짜인지 알려면

이제 실질적으로 등록금 액수를 낮추는 ‘저등록금’ 정책이 필요한 시점이다. 반값 등록금이 그 사례가 될 수 있다. 현재는 여야 모두 반값 등록금에 입을 모은 상태다. 그러나 이수연 연구원은 반값 등록금을 말하는 맥락을 유심히 살펴야 한다고 귀띔했다.

“이주호 장관이 등록금을 낮추는 방안으로 기부금 유치를 확대해야 한다고 말했죠. 이는 대학재정 확충 방안이지 실제 등록금 부담을 덜어주겠다는 의도가 아닙니다.”

현재 반값 등록금의 구체적 방안은 주로 야당이 활발하게 내놓고 있다. 민주당은 1월 13일 빈곤계층 자녀에 대한 대학등록금을 전액 또는 반액 지원하고, 취업 후 학자금 상환제(ICL)에 적용되는 대출금리를 3%대로 낮추는 ‘반값 등록금’ 정책을 당론으로 채택했다. 지난 13일에는 감세 철회와 대학생 반값 등록금 실현을 위한 여야 협의체 구성을 제안했다. 

한나라당은 2006년에 처음 ‘반값 등록금’을 공약으로 내걸었지만, 여당이 된 뒤 “등록금액이 아니라 부담을 절반으로 덜어주겠다는 의미”라고 번복한 바 있다. 그러다 4․27 재보선 뒤 황우여 의원을 중심으로 ‘반값 등록금’이 실현돼야 한다는 주장이 제기되고 있다. 소득 구간 하위 50%까지 대학 등록금을 지원하겠다는 것이 골자다.

정부책임형 사립대학으로 투명성 강화해야

▲ 한국대학교육 연구소는 1993년 설립돼 대학교육의 문제에 대해 지속적으로 연구해 왔다. ⓒ이준석
<미친 등록금의 나라>에서는 등록금 문제 해결방안을 어떻게 제시하고 있나? 중ㆍ장기적으로 고등교육 예산을 늘려 사립대학 재정의 50% 이상을 정부가 지원하는 방향으로 가야 한다고 주장한다.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국가의 대학처럼 ‘정부책임형 사립대학’을 실현하자는 것이다. 정부의 재정 지원을 확대하면 국가의 감독 권한이 강화돼 방만한 대학 운영을 감시할 수 있다는 설명이다.

예산확보에 있어서는 민주당과 한나라당이 발의한 ‘고등교육재정교부금법’을 주춧돌 삼을 수 있다. 현행 고등교육법에 따르면 국가 재정 상황이나 정부 의지에 따라 예산 확보 여부가 크게 달라진다. 이러한 교부금 비율을 초ㆍ중교육과 같이 법률로 정해놓자는 것이다. 한나라당은 내국세의 8%를 고등교육기관에 교부하고, 민주당은 2011년 6%에서 2015년 8.4%까지 단계적으로 늘릴 것을 주문했다.

아울러 사립학교법을 개정하고 대학에서 자체적으로 수익구조를 만들 것을 해결책으로 제시했다. 또 등록금으로 호화 시설을 짓거나, 땅을 매입하는 등 무리한 자산 늘리기를 지양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과도한 적립금 축적도 사라져야 한다. 예산을 합리적으로 편성해 불필요한 지출을 줄이고, 등록금심의위원회를 민주적으로 운영하는 것도 과제다.

이수연 연구원은 내년 총선과 대선에서 등록금 문제 해결을 둘러싼 공방이 뜨거워질 것으로 예상했다.

“각 당은 내년 총선ㆍ대선을 앞두고 정책에 많은 변화가 있을 겁니다. 유사한 정책도 많겠죠. 차이를 알려면 각 당이 어떤 기조와 맥락에서 정책을 내놓고 있는지를 파악해야 합니다. 결국 정부는 고등교육에 대한 총체적인 비전을 제시해야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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