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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8개국서 원전 51기 규모 땅속열 활용
[청정에너지 현장을 가다] 지열 ③ 각국 개발현황
2014년 03월 11일 (화) 22:26:13 유선희 기자 tjsgml881101@naver.com

연중 늘 일정한 온도를 유지하는 땅속열을 새로운 에너지원으로 활용하려는 각국의 움직임은 최근 들어 부쩍 활발해지고 있다. 에너지관리공단에 따르면 2010년 세계 78개국에서 공급된 지열에너지 용량은 총 51기가와트(GW:MW의 1000배)로 2005년 대비 약 80% 늘었다. 51GW는 1000메가와트(MW)급 원전 51기에 해당하는 규모다. 

지질자원연구원이 2010년 발표한 보고서에 따르면 세계적으로 지열설비용량이 많은 나라는 미국, 중국, 스웨덴, 노르웨이, 독일 순으로 이 5개국이 전체용량의 60%를 차지하고 있다. 전 세계 지열 설비용량의 약 70%에 해당하는 35GW가 지열원 열펌프로 냉난방시스템을 가동하는 설비다. 지열에너지 이용량이 많은 나라는 중국, 미국, 스웨덴, 터키, 일본 순이다. 

   
▲ 활용분야별 전 세계 지열 직접이용 설비용량 및 사용량을 나타낸 도표. 전 세계 총 78개 나라에서 지열 직접이용 설비를 갖추고 있다. 2010년 지열원 열펌프는 전체 설비의 약 70% 정도를 차지하고 있다. 설치용량에 비해 에너지 사용량 비율이 상대적으로 낮은 이유는 가동률이 상대적으로 낮기 때문이다. ⓒ 한국과학기술기획평가원

설비용량과 이용량에 차이가 나는 것은 지열원 열펌프가 가장 많이 보급돼 있는 미국의 경우 주로 냉방용으로, 독일과 스위스, 스웨덴 등 유럽지역에서는 주로 난방용으로 사용돼 연중 가동시간이 상대적으로 짧기 때문이다. 반면 우리나라는 뚜렷한 사계절의 기온차 때문에 여름철에는 냉방, 겨울철에는 난방에 사용할 수 있어 가동률이 높은 편이다. 

대도시 열섬효과 낮추는 대안 

지질자원연구원 송윤호 박사는 “냉난방에 활용하는 지열에너지는 열섬효과, 즉 여름에 도시 중심부 온도가 변두리 지역보다 높아지는 현상을 막는 대안이 될 수 있다”고 말했다. 대도시에 열섬효과가 생기는 것은 에어컨 실외기에서 60도 이상 되는 뜨거운 열이 나오는 탓이 큰데, 지열 냉난방시스템은 실외기를 땅속에 집어넣는 것과 마찬가지여서 과도한 기온상승을 막는다는 얘기다. 

   
▲ 2010년 지열 직접이용 설비용량 및 사용량을 나타낸 표. 전통적으로 지역난방, 온천 및 수영장, 온실 및 양어·양식이 큰 비중을 차지했으나 2000년 이후부터 지열원 열펌프가 폭발적으로 증가했다. ⓒ 한국과학기술기획평가원

지열에너지를 전력생산에 활용하는 지열발전도 1980년 이후 세계적으로 연간 10%이상 빠른 속도로 증가하고 있다. 2012년 세계 24개 국가가 약 11GW 용량으로 70테라와트시(TWh: GWh의 1000배)의 전력을 생산했다. 국가별 발전시설용량을 보면 미국(3187MW), 필리핀(1904MW), 인도네시아(1197MW), 멕시코(958MW), 이탈리아(873MW) 순이다. 이들 나라에 지열발전이 활성화한 이유는 국토에 화산지대가 많기 때문이다. 특히 필리핀의 경우 전체 전력사용량의 20%가 지열발전으로 생산되고 있다. 지질자원연구원에 따르면 국가 전체 발전량 중 지열발전이 차지하는 비중이 가장 높은 나라는 아이슬란드로 전력의 26%를 지열로 만들어내고 있다.

   
▲ 미국, 필리핀, 이도네시아, 멕시코 등 주로 화산지대에서 지열발전이 활발하게 이루어지고 있다. ⓒ 에너지관리공단

화산지대에서 지열발전을 하는 나라들은 지표면으로부터 2~3km 깊이에서 250℃의 높은 열을 끌어올리는 직접 발전방식을 택하고 있다. 그러나 우리나라와 독일, 프랑스 등 비화산지대 국가들이 지열발전을 활용하려면 지표면으로부터 3~5km이상 깊이에서 열을 끌어와야 한다. 이를 가능하게 하는 기술이 바로 지하 4km 이상에서 150℃ 이상의 열수(뜨거운 물)를 얻어 전력생산에 활용하는 이지에스(EGS·Enhanced Geothermal System) 방식이다.

비화산지대 국가들이 지열발전을 하는 데는 기술적 어려움이 많지만 호주, 독일, 프랑스 등에 이어 우리나라도 관련 기술개발에 적극적으로 나서고 있다. 이는 지열이 온실가스를 배출하지 않는 청정에너지원이면서 다른 신재생에너지에 비해 안정성이 높기 때문이다. 에너지·자원개발 전문기업 넥스지오의 윤운상 대표는 지난해 10월 17일 한국지열협회가 주최한 세미나에서 “해가 떠야 전력 생산이 가능한 태양광이나 바람이 불어야 효과가 나는 풍력과 달리 지열은 1년 365일 안정된 출력을 제공할 수 있어 우리나라 전체전력의 기저부하(연속 생산하는 최저발전량)를 담당할 수 있다”고 강조했다. 

   
▲ 지열발전은 태양광이나 풍력처럼 자신의 발전량을 키우기 위해 지표면적을 넓힐 필요가 없다. ⓒ 한국과학기술기획평가원

비화산지대에서도 지열발전 가속화 전망 

국제에너지지구(IEA)가 2011년 발표한 보고서에 따르면 오는 2050년까지 세계 지열발전 설비용량은 200GW에 이를 것으로 전망되고 있다. 그 중에서 약 절반정도가 비화산지대에서 EGS 기술을 이용해 지열발전을 하는 설비가 될 것이라는 분석이다. 독일은 화산지대가 아니면서도 지열발전 기술에서 최대 강국 중의 하나로 꼽히는데, 2010년 현재 6MW인 설비용량을 2020년에 600MW로 늘리겠다는 계획을 세워두고 있다.  

비화산지대에서 EGS 기술로 지열발전을 하는 경우 단가는 1kWh당 대략 350원 정도로 화산지대 지열 발전단가가 80원 정도인 것을 고려해보면 상당히 비싸다. 이 때문에 독일, 프랑스, 스위스, 일본 등에서는 보조금 지급 등 다양한 정책적 지원을 하고 있다. 독일의 경우 kW당 25유로센트(Euro cents/약360원)를 제공하고 있으며, EGS 기술을 적용했을 때 5유로센트를 추가로 지원해준다. 프랑스는 kW당 20유로센트(약290원)를 지원하고 있다. 

   
▲ 국가별 지열발전 시설 용량 현황(2010.1 현재 Bertani, 2010). 2012년 세계 24개 국가의 지열발전 설비용량은 약 11GW이다. ⓒ 한국과학기술기획평가원

우리나라는 기술부족으로 아직 지열발전을 시도하지 못하고 있다. 지표면에서 비교적 가까운 위치의 지열을 활용해 냉난방이나 온수공급을 하는 지열히트펌프시스템만 실용화하고 있다. 한국농어촌공사 전남지역본부 장서지사 최용호 과장은 “지열발전을 도입할 기술이 아직 부족하다”고 말했다. 지질자원연구원 송윤호 박사는 “지열발전에 필요한 EGS 기술이 2010년부터 2015년 말까지 산업통상자원부 신재생에너지기술개발 과제로 진행되고 있다”며 “원천기술개발, 지열발전을 뒷받침할 수 있는 법적기반 마련 등 기업들이 참여할 수 있는 조성책 등이 마련되어야 EGS 기술개발이 활발해질 것”이라고 말했다.  

지질자원연구원에 따르면 우리나라의 경상북도, 강원도, 전라도, 충청도, 경기도 북부 등은 지열발전에 좋은 여건을 가지고 있다. 2012년 IEA의 지열발전그룹인 지열실행분과(GIA·Geothermal Implementing Agreement)에서 승인한 지열발전 잠재량 계산에 따르면 우리나라 지열발전의 이론적 잠재량은 7000GW에 이른다. 그러나 실제 전력으로 생산할 수 있는 기술적 잠재량은 약 20GW로 나왔다. GIA는 2035년경에 이 20GW 모두 시장잠재량, 즉 경제적으로 활용할 수 있는 규모가 될 수 있다고 평가했는데, 이는 시추기술 발달로 EGS지열발전의 비용이 2012년 기준 30%이하로 떨어질 것이라고 기대되기 때문이다.  

지열발전 활성화 위해 RPS 포함 등 정책지원 필요 

   
▲ 전 세계 지열발전 및 직접이용 전망(IEA, 2010). IEA는 지열원 열펌프의 폭발적인 보급 증가에 힘입어 2050년까지 수십배 규모(815GWt)로 성장할 것이라고 전망하고 있다. ⓒ 한국과학기술기획평가원

현재 우리나라는 산업통상자원부에서 지원하는 MW급 지열발전 상용화 기술개발의 일환으로 포항에 지열발전소를 건설 중이다. 넥스지오가 주관하고 한국지질자원연구원, 한국건설기술연구원, 서울대학교, 포스코, 주식회사 이노지오테크놀로지가 참여하고 있다. 2010년 12월부터 시작한 1단계 사업은 지열발전이 가능한 자원을 찾는 것이었는데 2012년 11월 2km 깊이 땅속에서 100℃ 이상 온도를 찾음으로써 무사히 마무리됐다. 현재는 실제 지열발전소를 건설해서 2015년까지 전기를 생산하는 2단계 사업을 추진하고 있다. 그러나 앞으로 지열발전이 경제성을 갖기 위해서는 발전사업자에게 부과하는 신재생에너지의무공급(RPS) 대상에 지열을 포함시키는 등 정책적 지원이 필요하다고 전문가들은 지적하고 있다. 지질자원연구원 송 박사는 “올해 내로 RPS 제도 개선을 통해 지열발전이 포함될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한다”고 말했다. 

에너지관리공단은 2012년 현재 국내신재생에너지원 중 0.74%에 불과한 지열에너지 비중이 2030년에는 3.8%로 증가할 것이라고 전망했다. 이를 위해 2020년까지 지열주택 10만호 보급 등 주택의 지열설비를 지원하는 정책을 추진하고 있다. 공공기관이 신·증·개축하는 건축 연면적 1000㎡이상의 건물에 대해 에너지사용량의 10% 이상을 신재생에너지원에서 얻도록 한 공공기관 설치의무화 사업에서 지열보급도 강화하겠다고 밝혔다.

이유진 녹색연합정책위원은 “모든 기술이 초기단계부터 완벽하게 구현될 수는 없다”며 “지열을 포함해 신재생에너지기술이 아직 초기 단계인 만큼 꾸준히 애정을 갖고 정책을 펼치는 것이 중요하다”고 말했다. 이 위원은 “신재생에너지 정책을 조금 펼치다가 아닌 것 같으면 곧바로 포기하는 식으로는 계속 그 자리에 맴돌 것”이라며 “(신재생에너지 강국이 된) 독일은 끊임없이 기술투자를 하고 발생한 문제점을 보완하는 방법들을 발전시켰다”며 정부의 일관성 있는 정책 추진을 주문했다. 


석유, 천연가스 등 주요 에너지원을 대부분 수입해 쓰는 ‘자원빈국’이면서도 에너지소비 증가율은 세계에서 가장 높은 나라 중 하나인 한국. 심각해지는 기후변화와 후쿠시마 사고 같은 핵재난을 막으려면 화석연료와 원전 의존을 줄이고 신재생에너지 생산을 늘려야 하지만, 현실은 아직 거북이 걸음이다. 반면 독일 등 유럽 선진국에서는 햇빛, 바람, 지열 등 ‘토종 청정에너지원’을 이용한 전력생산이 이미 원전 비중을 넘어섰다. <단비뉴스>는 남보다 한발 앞서 신재생에너지를 도입한 국내의 현장들을 찾아 실태를 점검하면서, ‘깨끗하고 안전한 에너지’를 획기적으로 확산시키기 위해 해결해야 할 과제와 대안을 함께 모색한다.(편집자)

* 이 시리즈는 주한 영국대사관 기후변화 프로젝트의 취재지원을 받았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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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선희 기자]
단비뉴스 전 취재부장, 환경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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