투잡·쓰리잡 대학생 ① 끼니도 못 챙겨요

치솟는 주거비와 생활물가는 비싼 등록금과 함께 가난한 대학생들을 괴롭힌다. 그래서 하고 싶은 공부도, 취업준비도, 대학생활의 낭만도 접어둔 채 한꺼번에 몇 개씩 아르바이트를 하는 학생들이 많다. '투잡족' '쓰리잡족'으로 불리는 이들의 고단하고 힘겨운 일상을 청년기자들이 따라가 봤다. (편집자)

"먹으면서 얘기해도 되죠? 이게 오늘 첫 끼라..."

지난달 17일 오후 6시, 서울의 한 사립대학 캠퍼스에서 만난 박영진(21‧가명)씨는 한 도시락체인점의 로고가 새겨진 봉투와 콜라를 들고 있었다. 종일 굶고 일하다 저녁 무렵에 첫 식사를 할 참이란다. 이 대학에서 정보통신학을 전공하는 그는 수업 7개를 들으며 아르바이트 2개를 병행하는 ‘투잡(two job) 대학생’이다. 평일 공강 시간, 즉 수업과 수업 사이에 남는 시간 대부분을 국가근로장학생으로 일하는 데 쓰기 때문에 끼니를 거르는 일이 잦다고 한다.

▲ '투잡족 대학생' 박영진 씨의 일주일 시간표. 7과목 수업과 2가지 아르바이트로 빼곡하게 채워져 있다. ⓒ 손지은

“밥 먹을 시간도 못 챙길 만큼 하루가 정신없이 흘러가니까 약속시간이나 수업 과제처럼  중요한 것들을 깜빡깜빡할 때가 많아요.”

숨 쉴 틈 없는 하루, 중요한 일도 자주 깜빡

영진씨는 그래서 요즘은 수업시간표와 과제, 처리해야 할 일 등을 휴대전화에 일일이 기록해 두고 자주 확인한다고 말했다. ‘한 달 수입이 얼마쯤 되느냐’는 물음에도 그는 휴대전화에 저장된 은행입출금 내역을 확인한 후에야 답을 했다.

▲ 수업과 아르바이트를 병행하느라 점심, 저녁을 제대로 챙기지 못하는 대학생들도 많다. 한 대학의 구내식당에서 식사 중인 학생들. ⓒ 박다영

지난해 봄 대학에 입학한 영진씨는 가정형편이 어려워 국가장학금과 교내장학금으로 등록금을 전액 지원받고 있다. 하지만 용돈은 혼자 힘으로 해결해야 할 처지여서 입학 후 계속 아르바이트를 했고, 지난해 2학기부터는 국가근로장학생으로 일하게 됐다. 교내 각 강의실의 컴퓨터와 빔프로젝터 등 전자장비에 이상이 생겼을 때 수리하는 업무다. 수업이 없는 시간에 전자계산소에 가서 자리를 지키고 있다가 장비에 문제가 생겼다는 연락을 받으면 점검을 하러 나간다. 주당 17시간씩 4주를 일하고 받는 장학금은 월 30만원 정도. 이 돈으로 서울 중계동에 있는 집에서 구로구에 있는 학교까지 오가는 데 드는 교통비와 식비, 통신비 등을 해결하려면 빠듯하다.

그래서 영진씨는 이번 학기부터 아르바이트를 하나 더 늘렸다. 월요일부터 목요일까지는 수업과 교내 근로장학생 일을 몰아서 하고, 금요일과 토요일에는 경기도 과천에 있는 경마장에서 일한다. 금요일은 오전 10시30분부터 오후 6시 30분까지, 토요일은 9시 30분부터 6시 30분까지 일주일에 17시간씩 마권발급기계의 오작동 등을 수리한다. 4주를 일해서 받는 돈은 월 50여만원. 이제는 책도 사 읽고, 일요일에 가끔 영화관도 찾을 만큼 경제적인 여유가 생겼지만 반대로 잃은 것도 많다. 

▲ 대학교 게시판마다 쉽게 볼 수 있는 아르바이트 구인 공고. ⓒ 손지은

왕복 3시간 통학까지...피로 누적에 수업 집중 어려워 

“제대로 쉴 시간이 없다보니 피로가 누적되더라고요. 수업시간에 집중이 잘 안돼요. 학점도 안 좋고요. 대학에 들어와서 늘 이렇게 생활한 셈이라 피로에 익숙하기도 하지만...가끔은 모든 걸 다 때려치우고 싶어요.”

거의 매일이 바쁘지만 특히 고단한 날은 월요일과 목요일이다. 월요일에는 오전 수업이 끝나면 곧바로 전자계산소로 이동해서 오후 9시까지 근무하고, 목요일에는 점심시간도 없이 오전 9시부터 오후 6시까지 수업과 근무에 종종걸음을 해야 한다. 이런 날은 지하철로 1시간 30분 거리에 있는 집이 더더욱 멀게 느껴진다. 왕복 3시간가량 걸리는 통학이 힘들어 자취를 할까 고민도 했지만, 보증금으로 500만원이나 되는 목돈을 마련할 길이 없어 포기했다. 지친 몸으로 지하철 안에서 보내야 하는 긴 시간을 영진씨는 자거나 음악을 들으며 견딘다고 말했다. (계속)


 * 이 기사는 KBS와 단비뉴스의 공동기획 '청년기자가 간다' 시리즈로 <KBS뉴스> 홈페이지와 <단비뉴스>에 동시 게재됩니다.

* 이 기사가 유익했다면 아래 손가락을 눌러주세요. (로그인 불필요)

저작권자 © 단비뉴스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