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따돌리는 젊은이, 주문 안 받는 종업원
[2013대한민국 노인보고서] 눈치 보는 노년의 여가와 성 <상>
2013년 11월 19일 (화) 22:46:52 양승희 박기석 기자 bysoul@nate.com

   
채재돈(75·서울 용산구)씨는 매일 새벽 5시 반이면 어김없이 눈을 뜬다. 배달된 신문을 잠깐 훑어본 뒤 아내(70)가 차려준 아침을 먹고 오전 8시쯤 집 부근의 효창공원으로 향한다. 공원에는 이미 노인 사오십 명이 삼삼오오 모여 서성이거나 바둑 둘 채비를 한다. 바둑에 흥미가 없는 채씨는 공원 주위를 걷기 시작한다. 규모가 작은 효창공원을 한두 바퀴 걷고 그늘에 앉아 쉬기를 몇 차례 반복하는 것이 그의 아침 일과다.

오전 11시 반쯤 집으로 돌아가 점심을 먹는다. 채씨의 아내는 손주 둘을 돌봐주고 있다. 이른바 ‘황혼 육아’다. 손주들에게 매여 밖으로 다닐 여유가 없는 아내에게 좀 미안하지만, 채씨는 식사를 마치고 다시 길을 나선다. 행선지는 서울 종로구 훈정동 종묘공원. 용산부터 종로까지 지하철을 무료로 이용할 수 있으니 부담이 없다.

“종로에 나가는 게 좋아. 사람구경도 할 수 있고, 노인들끼리 서로 얘기를 주고받다 보면 세상 돌아가는 물정도 알 수 있으니까.”

서울 종묘공원에는 채씨 같은 노인들이 하루 평균 2000여 명 가량 모인다. 이들은 공원 주위를 거닐거나 삼삼오오 모여 장기나 바둑을 둔다. 채씨는 이곳에서 오후 5시 무렵까지 시간을 보내다 집으로 돌아간다.

   
▲ 날씨가 추워지면서 노인들이 밖으로 나가지 못하고 지하철역 안에 모여 있다. 탑골공원과 종묘공원에서 가까운 종로3가역에는 노인들이 많다. ⓒ 박기석

취미도 없고 오라는 데도 없어 그냥 떠도는 하루

채씨는 예전에 동네 복지관이나 노인정에 몇 번 나가봤지만 재미가 없었다고 한다. 시키는 대로 노래도 부르고 화투도 쳐봤지만 이내 그만뒀다.

“복지관에서 하는 건 시간 때우기지 진심으로 신명나게 하는 사람은 아마 몇 안 될 거야. 나이 먹으니 계속 앉아서 화투 치고 장기 두는 것도 무릎이 아파. 운동 삼아 산책하는 게 제일 좋아.”

그는 젊었을 때 일하느라 바빠 이렇다 할 취미생활을 못 했고, 그러다 보니 나이 들어서도 딱히 마음이 가는 취미거리가 없다고 말했다. “오라는 데도 없고 가라는 데도 없으니 여기저기 떠돌아다니며 시간이나 때운다”고 쓸쓸하게 덧붙였다. 

지난 8월 10일 서울 종로2가 탑골공원에서 만난 고칠봉(71·서울 방학동)씨도 마땅히 갈 곳이 없어 이곳을 찾는다고 말했다.

“집에 있으면 눈치가 보여서 어디든 나오는 거야. 경제적 여유가 없으니 여기 멍청하니 앉아있는 거지. 주머니에 용돈이라도 있으면 소주라도 한잔 하는 거고, 없으면 자판기 커피 하나 뽑아 놓고 하루 종일 지나가는 사람들을 쳐다보는 거지.”

천 원짜리 하나로 하루 종일 놀 수 있는 곳

종묘나 탑골공원에는 바둑이나 장기를 두는 게 주목적인 노인들도 많다. 지난 8월 12일 오후 1시쯤 종묘공원을 찾았을 때는 대략 200~300명 정도가 장기나 바둑을 두고 있었다. 장기 두는 게 취미라는 신모(72·서울 성북동)씨는 “집 가까이에도 경로당과 노인복지센터가 있지만 장소가 좁고 이용자가 많아서 종묘공원으로 올 때가 많다”고 말했다.

신씨가 동네 복지시설을 잘 이용하지 않는 데는 다른 이유도 있다. 33년간 서울에서 공무원 생활을 했다는 그는 아는 사람이 있는 장소에는 가기 싫다고 털어놓았다.

“성북동에 있는 시설에는 안 가봤어. 집 근처니까 나를 아는 사람이 많을 거 아냐. 젊었을 때는 직함이 있던 사람도 나이 드니까 그냥 저렇게 사는구나 하는 소리가 듣기 싫은 거지.”

종묘공원에서 바둑판과 돗자리를 빌려주는 상인 김영호(85)씨는 바둑판 빌리는 사람이 하루에만 200쌍 정도라고 말했다. 종묘공원에는 바둑판이나 장기판을 빌려주는 사람이 김씨를 포함해 셋인데, 대략 하루에 600쌍, 1,200명 정도가 이곳에서 바둑이나 장기를 두는 것으로 추산할 수 있다. 바둑판과 돗자리 세트는 1,000원만 내면 하루 종일 사용할 수 있다. 김씨는 “할아버지들이 천원 가지고 하루 종일 놀 수 있는 데는 여기뿐”이라고 말했다.

   
▲ 단돈 천원만 내면 하루종일 이용할 수 있는 장기, 바둑판이 있어 노인들은 종묘공원을 찾는다. ⓒ 안형준
전국에 6만여 경로당, 인기가 없는 이유는 

통계청 집계를 보면 2011년 기준 전국에 6만 1,537개의 경로당이 있다. 경로당 설치를 의무화한 주택건설 관련 규정 등에 따라 시설은 충분히 확산돼 있는 편이다. 그러나 같은 해 보건복지부가 노인 1만여 명을 대상으로 실시한 실태조사에서 경로당을 이용하는 노인 비율은 전체의 3분의 1가량인 3,606명에 그쳤다. 경로당은 왜 인기가 없을까.

지난해 11월 9일 찾아간 충북 제천시의 명동경로당에는 10여 평(33㎡) 크기의 넓은 방에 노인 30여 명이 네다섯 명 씩 무리 지어 화투를 치거나 장기를 두고 있었다. 아무것도 하지 않은 채 멍하니 앉아 있거나 잠을 자고 있는 노인도 있었다. 경로당 한쪽 구석에는 실내용 자전거와 러닝머신이 각각 한 대씩 놓여있었지만, 오랫동안 사용하지 않았는지 방석이 높게 쌓여있었다.

경로당의 조용환(72)총무는 “노인들은 보통 점심을 먹고 정오쯤 경로당에 와서 이렇게 화투를 치는 게 대부분”이라며 “커피 내기도 하고 이야기도 하면서 화투를 치면 시간이 잘 간다”고 말했다. 1년 전쯤 제천시에서 명동경로당에 요가 강사를 보내줬지만 별 호응을 못 얻어 프로그램이 금방 폐지된 일도 있다고 한다. 여태껏 운동이나 문화 프로그램을 제대로 이용해본 적이 없기 때문에 매일 쳐온 화투가 아닌 다른 무언가를 새로 시작하는 일이 노인들에겐 꺼려지는 일이기도 하다고 그는 덧붙였다. 

그러나 다른 노인과 이야기를 나누고 있던 진일태(70·강원도 원주)씨는 조 총무의 이 말에 동의하지 않는 눈치였다. 이곳에 친구들이 많아 원주에서부터 제천까지 놀러 온다는 그는 “화투를 즐기지 않고 영화를 좋아하는 나 같은 사람들을 위해 경로당에서 영화를 볼 수 있게 여건을 만들어줬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제천시 남천동에 있는 제천시노인종합복지관에서 만난 이모(82·여·충북 제천시)씨도 화투를 좋아하지 않아 경로당에 안 간다고 말했다. 그는 “경로당에 모인 사람들은 하루 종일 화투만 쳐서 거기에 취미가 없는 나 같은 사람들은 달리 할 일이 없다”고 말했다. 그래서 이씨는 버스나 택시를 30분씩 타고 시내 복지관까지 나간다. 복지관에서는 노래, 악기, 춤, 운동 등을 배울 수 있기 때문이다.

거동 불편한 노인에겐 TV가 유일한 문화

경로당이나 복지관, 공원을 찾을 수 있는 노인들은 하루 종일 집에서만 시간을 보내는 노인들에 비해 사정이 나은 편이다. 부산에 사는 유점순(78·여)씨는 하루 종일 TV를 벗 삼아 시간을 보낸다. 버스로 20분 넘게 가야 하는 복지관은 다리가 아파 못 가고 경로당은 재미가 없어 안 간다는 유씨는 TV 뉴스나 연속극을 보는 게 유일한 낙이라고 말했다.

한국보건사회연구원의 2011년 노인실태조사에 따르면, 조사 대상인 65세 이상 노인 1만 442명 중 99%가 하루 1시간 이상 TV를 시청하고 있었고 평균 시청시간은 하루 3.82시간이었다. 특히 전체 응답자의 3분의 1 가량(29.8%)은 하루에 5시간 이상 TV를 본다고 응답했다. 

사회 전반의 문화와 여가시설이 청장년 위주여서 노인들이 소외감을 느끼게 되는 것도 문제다. 제천 명동경로당에서 만난 진일태씨는 외식․문화시설을 이용할 때 나이 든 사람으로서 종종 소외된 기분을 느낀다고 말했다. 한번은 동네 한식뷔페에 갔다가 빈자리가 없어 젊은 여성 옆에 앉았는데, 잠깐 물을 가지러 간 사이 여자가 일행인 남자와 자리를 맞바꿨더란다. 여자가 눈치를 살피며 자신을 경계하는 모습을 보고 그는 마음이 무척 상했다고 털어놓았다. 

“젊은 사람이 나를 피한다고 생각하니 왕따가 된 것 같은 기분이 들었어. 그런 대우를 또 받게 될까봐 젊은 사람이 몰리는 식당이나 카페, 영화관 같은 곳에는 잘 안 가게 되더라고.”

최모(69·경기도 파주시)씨는 친구와 종로1가에 있는 술집에 갔다가 주문도 못하고 그냥 나온 일이 있다고 말했다. 젊은 사람들이 많은 주점에서 주문을 하려고 종업원을 기다리는데 15분이 넘도록 아무도 그들의 테이블 쪽으로 오지 않았다는 것이다. '늙은이는 이곳에 오지 말라는 것인가' 하는 생각이 들어 최씨는 그냥 술집을 나왔다고 말했다. 

청장년 위주 외식·문화시설에서 소외감

채재돈씨도 비슷한 일을 겪었다. 그는 술을 좋아하고 술자리도 즐기지만 요즘에는 집에서만 먹는다고 한다. 채씨는 얼마 전 마포 공덕시장 부근 술집에서 친구들과 술잔을 기울이다가 조금 떠들게 됐는데, 젊은 손님들이 싫은 소리를 했는지 주인이 계속 눈치를 줬다.

“우리끼리 가만히 있어도 손님들이 괜히 흘끗 쳐다보는 일이 많아. 젊은 사람들이 있으면 눈치가 보여서 큰소리도 못 내지. 이런 대접에 우리 같은 노인이 할 수 있는 유일한 대항은 그 가게를 다시 안 가는 것뿐이야.” 

많은 상업시설이 구매력 있는 청장년층을 겨냥하고 있어 노인들이 편히 찾을 수 있는 곳은 흔치 않은 게 현실이다. 그나마 드물게 명맥이 유지돼 온 노인 전용시설을 없애는 경우도 있다. 지난해 7월 서울의 노인 전용극장인 서대문아트홀이 문을 닫은 게 대표적인 예다. 단돈 2,000원만 내면 추억의 영화를 볼 수 있었던 노인들의 문화공간이 호텔 개발 때문에 사라졌다. 일반 영화관도 경로우대를 적용해서 요금을 약간 깎아주긴 하지만 노인이 편하게 즐길 수 있는 영화 자체가 잘 상영되지 않는다. 김정섭(86·여·서울시 대방동)씨는 “잔잔한 로맨스 영화를 좋아하는데 요즘 영화 중에는 내가 공감할 만한 작품이 없어 극장을 잘 찾지 않는다”고 아쉬워했다. 

   
▲ 노인들의 문화공간이었던 서대문아트홀이 호텔 개발 때문에 지난해 7월 문을 닫았다. ⓒ 정재섭

종묘·탑골공원 주변에 ‘어르신 거리’ 조성 추진

이처럼 갈 곳이 마땅치 않은 노인들의 현실을 감안, 정부와 지방자치단체들이 대책을 마련하고 있지만 아직 갈 길이 멀다. 서울시와 보건복지부는 지난해 9월 종묘·탑골공원 주변을 대표적인 ‘어르신 거리’로 탈바꿈시키겠다고 발표했다. 물리적인 건설공사가 아니라 노인들의 욕구와 행동양식을 반영한 프로그램을 운영해서 거리 이용자들이 만족할 수 있는 시스템을 구축하겠다는 것이다. 어르신 거리의 모델은 연간 900만 명이 방문한다는 일본 도쿄의 ‘스가모(巣鴨) 거리’다.

스가모 거리는 일본의 대표적인 노인 지구로 도쿄 시가에서 전철로 20분 거리에 있는데, 1킬로미터(km) 길이의 도로를 중심으로 점포 200여개가 빼곡히 모여 있다. 점포 대부분은 50대 이상 중노년층이 직접 운영하고, 체력이 약한 노인고객들을 위해 상점마다 의자와 차를 제공하고 있다. 주머니 사정이 넉넉하지 않은 노인들을 위해 음식값도 저렴하게 받고 있다. 또 지하철 에스컬레이터의 속도를 늦추거나 노선안내도를 크게 확대해 거는 등 노인들을 배려한 맞춤시설들이 설치돼 있다.

서울시 디자인정책과 양훈 주무관은 “종묘·탑골공원은 유네스코 문화유산이면서 대한민국 3·1 운동의 역사가 흐르는 상징적인 곳이고 어르신들이 함께하는 복합적인 공간이기도 하다”며 “어르신들이 선호하고 세대친화가 이루어질 수 있는 공간으로 만들 계획”이라고 말했다.

시설 개선과 함께 프로그램 활성화 필요 

어르신 거리 같은 특정 지역 뿐 아니라 전국 곳곳에 분포한 경로당의 시설과 운영을 전반적으로 개선하는 게 시급하다는 지적도 있다. 경로당은 ‘장소’만 제공하는 데서 나아가 문화 공간의 역할을 할 수 있도록 세심한 프로그램을 개발해야 한다고 전문가들은 주장한다. 노인복지기관 어르신마을의 최정호 사회복지사는 “노인들이 실제 필요로 하는 프로그램을 제공하고 제대로 정착시킬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예를 들어 운동기구를 설치한 뒤 방치해 둔 경로당이 많은데 운동치료사가 순회하면서 건강 증진 프로그램을 직접 진행하는 식으로 노인들의 호응을 이끌어낼 필요가 있다는 것이다.

이런 맥락에서 사단법인 대한노인회가 각 시·도 및 시·군·구마다 ‘경로당 순회프로그램관리자’를 배치하고 있기도 하다. 하지만 충청북도의 한 대한노인회 지회의 경우 300여 개 경로당을 8명이 관리하는 등 인적투자가 충분치 못한 게 현실이다. 이 지회의 관계자는 “산간지역 등 외진 곳에 위치한 경로당은 방문하기가 힘들어 아예 관리를 못 한다”고 말했다. 전문가들은 노인복지를 담당하는 사회복지사의 수를 늘리고 처우를 개선하는 것도 중요한 과제로 지적하고 있다.

지자체별로 경로당 프로그램 개선에 성과를 보이는 곳도 있다. 충청북도의 경우 지난해 5월부터 사회복지사, 심리상담사 등 노인전문 강사로 구성된 ‘행복나누미’를 관내 경로당에 주 1회 정도 파견해 건강체조와 웃음치료 등의 서비스를 제공하고 있다. 인천시는 각 구의 노인복지관과 인근에 있는 경로당을 연계하는 ‘경로당 여가문화 보급 사업’을 통해 노래교실, 건강체조, 수지침, 요가, 영화상영 등의 서비스를 지역 경로당에 제공하고 있다.

   
▲ 노래교실, 건강체조, 영화상영, 쿠기만들기 등 프로그램을 통해 경로당 내 문화 활성화가 실현될 수 있다. ⓒ 남동구 노인복지관

하지만 이처럼 노인복지를 지자체별로 따로 맡으면서 생기는 문제점도 있다. 지자체의 재정자립도에 따라 노인복지 수준이 질적으로 차이가 나는 것이다. 세명대학교 사회복지학과 유용식 교수는 “서울, 경기 등 노인복지 지원에 여유가 있는 곳도 있지만, 관련 예산이 동결돼 운영이 쉽지 않은 지역도 있다”며 지역 편차를 보완할 대책이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전용시설 확충과 공적지원, 자원봉사 시스템도 필요

전체 인구 중 노인 비율이 앞으로 갈수록 높아질 것을 감안, 노인 전용시설을 적극적으로 증설하는 노력도 필요하다. 지난 2009년 1월 문을 연 노인 전용 실버영화관 ‘허리우드 극장’은 좋은 사례의 하나로 꼽힌다. 서울 종로구 낙원상가 4층에 있는 이 극장은 55세 이상 관람객이 2,000원만 내면 영화 한 편을 볼 수 있다. <사랑과 영혼>, <태양은 가득히>, <맨발의 청춘> 등 추억의 명화를 주로 상영하는데 노인세대의 호응도가 높다.

300석 규모의 객석은 하루 4번 상영 중 3번은 매진되며, 평균 객석 점유율은 58.8%에 달한다고 극장 측은 밝히고 있다. 2010년 12만 명이던 연간 관람객 수는 2011년 15만 명, 지난해 20만 명으로 늘 정도로 성장세가 뚜렷하다.

지난 8월 10일 극장을 찾았을 때 비가 오는 궂은 날씨임에도 많은 노인들로 북적이고 있었다. 옛날 영화 포스터로 꾸며진 로비에는 상영 한 시간 전부터 빈자리가 없을 정도였다. 이곳에서 3년 넘게 검표와 입장 안내 자원봉사를 해 온 김선순(68·여·서울 방배동)씨는 "관객이 많을 땐 하루 1,000명도 넘는다"며 "가격이 비싸지 않기 때문에 이 극장은 부담 없이 편하게 즐길 수 있는 어르신들의 천국"이라고 말했다.

이곳에서 처음 만나 친구가 됐다는 임금자(67·여·인천시 주안동)씨와 양순옥(71·여·서울시 성수동)씨는 일주일에 한 번 정도 영화를 보러 온다. 양씨는 “<사랑과 영혼>이나 <빠삐용> 같은 영화를 보면서 추억을 되돌아볼 수 있고, 친구를 만날 수 있는 장소이기 때문에 멀리서라도 온다”고 말했다. 임씨는 “종로3가역에서 나오면 바로 올 수 있으니까 무엇보다 교통이 편리해서 좋다”고 말했다.

허리우드극장의 김은주 대표는 경기도 안산시의 명화극장도 운영한다. 명화극장은 지난해 7월 호텔 건축 때문에 문을 닫은 서대문아트홀을 옮겨 지난해 11월 재개관한 곳으로 현재 경기도 유일의 실버극장이다. 200석 규모의 이 극장은 <아씨>, <서방님을 따라서>, <대부>, <닥터 지바고> 등 추억의 명화를 하루 4차례씩 상영하는데 일반 관객에게는 7,000원, 55세 이상에게는 2,000원의 관람료를 받고 있다.

   
▲ 2,000원만 내면 고전 영화를 관람할 수 있는 종로 허리우드 극장에는 하루 수백 명의 노인이 방문해 붐빈다. ⓒ 이보람

허리우드 극장과 명화극장은 각각 서울시와 안산시로부터 지원을 받고 있고, SK케미칼과 유한킴벌리, 하나은행 같은 기업도 후원하고 있다. 특히 무급이지만 자부심을 갖고 일하는 16명의 자원봉사자 덕분에 인건비 걱정 없이 세심한 서비스를 제공하고 있다. 자원봉사자 김선순 씨는 “친구들은 봉사 받을 나이에 웬 봉사활동이냐고 하지만, 나는 이 일이 좋고 행복하다”고 말했다. 노인을 위한 문화시설에 노인 스스로 자원봉사를 하는 일이 충분히 활성화할 수 있음을 보여주는 예라고 할 수 있다.

전문가들은 노인을 위한 문화시설을 늘리는 것도 필요하지만 노인복지관의 일부 공간을 영화관이나 갤러리로 활용하는 등 기존시설을 활용하는 방안도 적극적으로 모색할 필요가 있다고 지적한다. 이 같은 노력을 이미 보여주는 사례도 있다. 인천시 남동구 간석동에 있는 인천노인종합문화회관은 대강당에서 한 달에 두 번 영화를 상영하고, 시청각실에서는 누구나 디지털비디오(DVD) 등으로 드라마나 영화를 자유롭게 볼 수 있다. 광주광역시 구동에 있는 빛고을노인건강타운은 미술품, 공예품 등을 전시할 수 있는 갤러리를 마련해 미술, 공예, 서예 등 교육 프로그램에 참여한 노인들의 작품을 전시하고 있다.


‘준비되지 못한’ 노후를 맞이한 우리나라 노인은 절반 가까이가 빈곤층이다. 가난은 질병과 외로움 등 노년의 고통을 증폭시킨다. 불편한 몸으로 남의 밭일을 하는 농촌 노인이나 지하철택배로 생계를 유지하는 도시 노인 등 가난한 노년은 죽을 때까지 ‘밥벌이의 구차함’에서 놓여나지 못한다. 사설 요양병원에서 학대 받는 치매노인, 골방에서 혼자 숨을 거두는 고독사 등 비극적 현장도 소리 없이 늘고 있다. <단비뉴스>는 청년의 ‘가족’이자 ‘내일’인 노인의 삶에 주목했다. 그들의 현실을 생생히 드러내면서 ‘노인복지후진국’을 벗어나기 위한 과제를 점검하고, 독자와 함께 대안을 모색하고자 한다. (편집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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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hirley (188.XXX.XXX.27)
2016-05-13 05:16:26
No offence, but stop being so damn American if you want to have a global user base.Hell, I&#39;d rather see some Ecadour-ian comedy contests instea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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