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V를 보니] ‘맨발의 친구들 - 집밥 프로젝트’, 먹방은 통할까

‘먹거리’는 방송의 단골 소재 중 하나다. 지금도 <찾아라 맛있는 TV>, <잘 먹고 잘 사는 법>, <먹거리 X파일> 등 방송사 편성표엔 먹거리 프로그램들이 즐비하다. <해피 투게더>나 <VJ특공대>처럼 내용 속에 음식 코너를 넣어 시청자를 잡으려는 프로그램도 많다. 방송가에는 ‘식욕을 자극하면 시청률이 오른다’는 통설이 있다고 한다. 그러고 보니 드라마 <대장금>도 먹거리를 소재로 삼았기 때문에 그만한 인기를 누리지 않았나 싶다.

▲ 프로그램 취지와 달리 먹거리가 주를 이루는 <맨발의 친구들>. ⓒ SBS 화면 갈무리

먹방 이후 시청률은 두 배나 올라

지난 4월 21일 시작한 에스비에스(SBS)의 <일요일이 좋다 - 맨발의 친구들>(연출 장혁재)도 먹거리를 소재로 삼고 있다. 8월 4일부터 새로 시작한 ‘집밥 프로젝트’는 이른바 ‘먹방’(자신의 먹는 모습을 '아프리카TV'와 같은 개인방송을 통해 공개적으로 보여 주는 것에서 유래한 신조어) 프로그램이다. 뭐든지 잘 먹을 것 같은 강호동과 ‘초딩 입맛’인 은지원, 예쁜데 먹기도 잘 하는 유이, ‘B급감성’의 진행자 윤종신 등이 유명 연예인의 집을 찾아가 그들의 특별한 요리를 먹는 과정을 보여주는 게 주요 내용이다.

시청률의 추이가 재미 있다. 지난 주(10월 6일) 시청률은 6.6%(이하 닐슨 코리아, 전국 기준)였다. 같은 시간대 문화방송(MBC) <일밤 -아빠 어디가>의 16.4%에 비하면 거의 3분의 1 수준으로 저조하다. 그렇지만 먹방을 시작한 직후 2주일 연속 3.4%였던 데 비하면 거의 두 배 가까이 상승했다. 전체 시청률은 저조하지만 그래도 먹거리 소재가 통한다는 말은 어느 정도 입증된 셈이다.

▲ <맨발의 친구들>은 패널들의 다채로운 먹방이 프로그램의 주를 이루고 있다. ⓒSBS 화면 갈무리

시청률 부진에 최초 기획의도 휘둘려

<맨발의 친구들>는 당초 “고생아 덤벼라!”를 구호로 ‘생활 밀착형 생(生)고생 버라이어티’라는 컨셉트로 출발한 프로그램이다. 첫 회부터 6회까지는 베트남과 인도네시아에서 현지인처럼 먹고 자고 돈을 버는 생존 체험을 내보냈다. 그런데 시청률이 2.9%까지 곤두박질 치기도 했다. 이후 지리산 M.T특집과 수영 다이빙 특집을 거쳐 지금의 먹방으로 방향을 바꿨다.

<맨발의 친구들> 홈페이지를 살펴보자. 프로그램 소개 코너에는 지금도 “한 번도 해 본 적 없지만 살면서 꼭 한 번 해 보고 싶은 일! 친구들과 해보고 싶은 첫 경험들을 맨발의 친구들이 함께 합니다.”라는 문구가 그대로 남아 있다. 요즘 유명 연예인의 집을 찾아가 그 집 고유의 음식을 맛보는 내용과는 걸맞지 않는 내용이다. 시청률 부진 때문에 억지로 소재를 바꿨다고 볼 수 밖에 없다.

▲ 급기야 프로그램에 전문 요리사가 등장한다. ⓒSBS 화면 갈무리

정체성 상실에 시청자 반응도 싸늘

애초의 기획의도가 이렇게 쉽게 변하면 그에 따른 문제도 많이 불거진다. <맨발의 친구들>이 도대체 뭘 하는 프로그램인지 불분명해 진 것이다. 시청자 게시판에는 “맨친 요즘 뭐 하는 거에요? 처음에 베트남 다니면서 정말 멋지게 시작했네요. 하지만 지금은 맨친이 먹친으로 변해 있네요.”(고대성)라는 의견 등 모호해진 프로그램의 정체성을 비난하는 댓글이 많이 올라와 있다. 내용이나 구성의 완성도에 의문을 제기하는 경우도 많다. 포털 네티즌 평점에 올라온 의견을 보자. “내용 없는, 그냥 어떤 음식 잘하는 연예인 홍보? 아니면 나 많이 먹는다고 자랑하는 그런 프로? 강호동씨 프로그램 방향 잘 잡으셔서 좋은 방송으로 다시 봅시다. 진팬으로 쓴소리 해봤습니다.”(목연)

손쉽게 ‘먹거리’ 코드를 들여와 시청자를 잡겠다는 안이한 발상은 시청자의 눈에도 곱게 비칠 리 없다. 음식 정보와 먹는 장면이 최소한의 시청률을 보장한다고 믿었을지 모르지만 그것만으로는 부족하다. 시청자를 사로잡으려면 음식을 만들고 먹는 과정에 갈등과 경쟁구도를 도입하거나, 인과관계가 분명하고 설득력 있는 스토리텔링이  받춰줘야 한다. 그런데 시간이 없어 보인다. 먹방이 벌써 10회를 넘겼다. 지금의 단조로운 구성에서 벗어나 <맨발의 친구들>이 시청자의 사랑을 받을 수 있을지 지켜볼 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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