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얼음 같은 방, 아홉 겹을 껴입고 누웠다
[2013대한민국 노인보고서] 독거노인과 고독사 <하>
2013년 11월 15일 (금) 04:39:08 임경호 박정헌 장경혜 기자 foxmulder7@naver.com

   

겨울추위가 매서웠던 지난 1월, 전남 순천시 주암면의 한 조립식 주택에서 박모(89·여)씨가 숨진 채 발견됐다. 30년 전 남편과 사별하고 자녀들과도 떨어져 혼자 살았던 박씨는 보일러가 꺼져 얼음장 같이 차가운 바닥에 누워있었고 숨진 지 사나흘 정도 지난 상태였다. 이웃 주민들에 따르면 박씨는 지방자치단체의 돌봄서비스도 거부한 채 월 9만5천원의 기초노령연금에 의지해 외롭게 살았다고 한다. 

지난 9월 부산 도심의 한 주택가 쪽방에서는 김모(67․여)씨가 숨진 지 5년 이상 지난 백골상태로 발견됐다. 옷을 아래위로 8~9겹이나 껴입고 목장갑을 낀 채 반듯하게 누워 있던 것으로 보아 난방이 되지 않는 방에서 굶주려 숨졌을 가능성이 큰 것으로 경찰은 추정했다. 김씨는 보증금 700만원, 월 10만원에 세를 살았는데 그동안 집주인이 김씨와 연락이 닿지 않아 보증금에서 월세를 깎다가 마침내 직접 찾아오면서 발견하게 됐다.

가난하고 외로운 삶, 죽음마저 고독

서울 노원소방서 상계119안전센터에 근무하는 김재종(28) 소방사는 가끔 이런 고독사 현장에 출동한다. 주민 등의 신고를 받고 나가 잠긴 방문을 열고 사망을 확인한 후 경찰에 인계하는 게 그의 일이다.

“지난해 9월 처음으로 고독사 현장을 목격했어요. 70대로 보이는 노인이 일곱 평 남짓한 반지하 방에서 숨져있었습니다. 시신 주변에 소주병과 라면 같은 게 널려있었고 역한 냄새가 많이 났어요. 그 모습을 보고 충격을 받았다기보다 뭐라고 표현하기 힘든 미묘한 감정을 느꼈어요. (가족이 있을 텐데) 어떻게 아버지를 저렇게 되도록 내버려 뒀을까 하는 생각도 들었고요.”

경제적으로 궁핍하고 사회적으로 고립된 생활을 하다가 이처럼 ‘고독한 죽음’을 맞는 노인들이 갈수록 늘어나고 있다. 지난 2012년 전국적으로 810건의 무연고 사망자 유해가 발견됐는데 공식 집계는 없지만 이 중 상당수가 65세 이상 노인 고독사로 추정되고 있다.

시신을 거둘 사람이 없는 무연고 사망자가 발견되면 관할 경찰서가 사인을 조사하고, 특별한 이상이 없을 경우 한 달 동안의 공고를 통해 유족을 찾는다. 유족이 나타나지 않을 경우 각 시도가 지정하는 대행업체가 장례와 화장을 맡는데, 서울의 경우 서울시립승화원에서 연평균 약 300건의 무연고 시신을 수습한다.

전국적으로 1인 가구가 늘어나면서 노인 고독사 뿐 아니라 청장년층의 고독사도 적지 않기 때문에 이들의 유품을 정리하는 사설업체도 우후죽순처럼 등장하고 있다. 사설유품정리업체인 바이오에코의 한 관계자는 “고독사 현장에서 유품을 정리하고 특수약품 등을 활용해 청소하는 일을 한다”며 “시신이 많이 부패해 벌레가 우글거리는 모습, 애완동물이 케이지(철망)안에서 굶주려 숨지거나 방치된 애완견이 시신을 훼손한 모습 등 참혹한 장면을 많이 본다”고 말했다.

   
▲ 서울시립승화원 건물 내 운구에 쓰이는 관이 덩그러니 놓여있다. ⓒ 임경호

사회적 단절 처한 ‘위기의 독거노인’ 9만 5000명 

한국보건사회연구원이 2011년 작성한 ‘독거노인의 생활실태 및 정책과제’ 보고서를 보면 우리나라의 65세 이상 노인 가운데 혼자 사는 인구 비율은 1994년 13.6%(약 35만명)에서 2009년 20.1%(약 105만명)로 늘었다. 통계청의 장래인구추계를 보면 독거노인이 2013년 현재 약 125만 명이고 2020년 174만, 2035년 343만명까지 늘어날 것으로 전망되고 있다. 

홀로 사는 노인 중에는 사회생활이 거의 없고 가족과도 잘 만나지 않아 고립된 사람이 많다. 보건복지부는 2011년 발표한 자료에서 독거노인 중 사회적 관계 단절로 일상생활 능력이 심하게 떨어지는 ‘위기가구’가 9만 5000명에 달하는 것으로 추정했다. 또 일부 사회적 교류는 있지만 일상생활에 제한이 많은 ‘취약가구’도 20만 5000명으로, 현재 약 30만 명의 국내 독거노인이 사회적 돌봄이 시급한 상태인 것으로 지적됐다.

정부와 지자체도 독거노인을 위한 대책을 마련하고 있다. 그러나 혜택을 받는 대상이 아직은 일부에 한정되고 지원도 충분하지 않은 게 현실이다. 각 지자체가 고용한 노인돌보미들이 주기적으로 전화해 안부를 묻거나 방문해서 건강을 확인하는 서비스, 민간 자원봉사자와 1:1결연을 맺는 제도가 있지만 이를 활용하는 노인 비율은 전체 독거노인의 17.4%에 불과한 것으로 집계되고 있다.

서울시립 은평노인종합복지관의 한 관계자는 “서울시 방침에 따라 노인돌보미를 주기적으로 파견해 독거노인을 돌보고 있지만 당사자가 도움을 거부해 돌봐드리지 못하는 경우도 있다”고 말했다. 일반적으로 노인돌보미는 만 65세 이하의 인력으로 구성되며 1인당 여러 명의 노인을 담당하면서 하루 5~6시간씩 주 닷새 일하고 월 65만원 가량의 급여를 받는다. 노인들의 주거실태나 안전여부를 전화나 방문을 통해 확인하고 말벗이 되어 준다. 그러나 독거노인이 주거등록을 정확히 하지 않거나 도움을 거부하면 관리 대상에서 제외될 수밖에 없다.

농촌에선 ‘공동거주제’로 해법 모색

노인인구가 많은 농촌에서는 고독사 예방을 위해 ‘공동거주제’를 적극적으로 도입하고 있다. 5명에서 10명의 노인들이 한 집에서 생활하며 서로 돌볼 수 있도록 하는 것이다. 전체 노인인구 1만여 명 중 약 40%가 단독가구인 경상남도 의령군은 공동거주제가 모범적으로  정착되고 있는 곳이다. 화정면, 칠곡면 등 의령군 내 49개 지역에서 적극적으로 공동거주를 도입하면서 최근 6년간 고독사가 한 건도 발생하지 않는 기록을 세웠다. 공식 통계는 없으나 이전에는 고독사가 매년 여러 건 발생했던 것으로 알려졌다. 

   
▲ 2007년부터 6년간 고독사 0명의 통계를 자랑하는 의령군은 전국 최초로 '독거노인 공동거주제'를 실시했다. 공동생활을 통해 서로 의지하며 안락한 노후를 보내는 의령군 독거노인들의 모습. ⓒ 의령군청
의령군의 공동거주제는 대개 마을회관을 방 두 개, 부엌 한 개, 거실 한 개 등으로 개조한 뒤 낮에는 경로당으로 쓰고 밤에는 독거노인들의 거주공간으로 쓰는 식이다. 낮에는 거실에서 윷놀이도 하고 텔레비전도 함께 시청하다가 밤이 되면 독거노인만 모여서 시간을 보내다가 잠자리에 든다. 한 회관에 5~10명 정도가 고정적으로 거주하고 있다. 공동거주시설 방 벽면에는 거주하는 노인들 명단과 자녀의 비상연락망을 붙여두어 만일의 사태에 대처하도록 하고 있다.

전라북도 고창군의 장두마을은 마을의 빈집을 20년간 장기임대해 홀몸노인들이 한 집에서 숙식을 함께 하도록 하고 있다. 이 마을도 겨울철 난방비를 아끼려고 노인들이 마을회관이나 경로당에 함께 모여 살던 것을 정책으로 체계화한 것이다. 이런 공동거주제는 전국적으로 확산돼 현재 51개 시군구 363곳에서 운영되고 있다.

농림축산식품부는 이를 좀 더 발전시켜 내년부터 ‘공동생활주택’을 적극 확충하기로 하고 2014년 예산에 913억원을 배정했다. 농림부 지역개발과 박헌춘 전문관은 “그동안 공동거주사업이 독거노인의 ‘동거’에 그쳤다면, 앞으로는 지자체의 많은 복지서비스를 공동거주시설 내에서 운영하고 소득창출의 기회도 제공하는 게 목적”이라고 설명했다.

   
▲ '카네이션 하우스'는 기존 청소년 공부방을 리모델링해서 독거노인이 공동생활할 수 있도록 개조한 시설이다. 이곳에서 생활하는 독거노인은 쇼핑백 제작 등 일자리 사업에 참여해 월 20만원 이상의 소득을 올린다. ⓒ 경기도청

경기도 안양시 안양9동에 있는 ‘카네이션하우스’는 일찌감치 이런 개념을 도입한 공동생활공간으로 주목받고 있다. 안양시가 노인종합복지관에 위탁해 운영하는 카네이션하우스는 청소년 공부방으로 쓰였던 단층 단독주택을 3개의 방과 주방, 거실, 마당이 있는 종합복지시설로 개조한 것이다. 여기에 20~25명의 지역 독거노인이 모여 쇼핑백에 부착하는 손잡이 등을 만들며 1인당 월 20만원 이상의 소득을 올리고 있다. 노인들은 이곳에서 함께 살진 않지만 건강관리 상담이나 요가, 웃음치료 등의 여가프로그램에 참여하고 무료로 제공되는 점심을 먹으며 서로 교류한다. 복지사가 상주하고 있고 보건소에서 파견도 나오는 등 노인들을 체계적으로 관리해 주는 것도 장점이다. 전문가들은 이런 모델이 전국 각 지역으로 더욱 확산될 필요가 있다고 지적한다.

일본에선 70년대부터 고독사가 사회문제로 부상 

   
▲ 유품정리업체 '바이오 에코' 직원들이 고독사 현장을 수습하고 있다. ⓒ 임경호
인구의 고령화가 우리보다 앞서 진행된 일본은 고독사 역시 우리보다 앞서 사회문제로 부상했다. 1970년대에 미야기현 센다이시에서 70대 노인이 숨진 지 9년 만에 발견되면서 사회에 큰 충격을 주었고 무연사(인간관계가 끊긴 상태에서 홀로 숨져 거두어줄 사람이 없는 죽음), 유품정리회사(고인의 사망 흔적 및 유품을 수습, 정리하는 회사), 무연묘(자손이나 유족 등 지켜줄 사람이 없는 무덤), 임종노트(자신의 사후처리를 미리 기록해 두는 것) 등이 신종유행어가 되기도 했다. 

그래서 일본에서는 쓰레기나 가스, 수도 사용량 확인을 통해 독거노인들의 안부를 확인하는 서비스 등 다양한 생활 속의 대안이 등장했다. 일본 도쿄가스는 독거노인의 가스 사용 여부를 자녀나 친지에게 메일이나 전화로 알려주는 서비스를 제공한다. 또 지자체는 지역주민들을 대상으로 워크숍을 열어 지역 내 독거노인을 대상으로 한 봉사활동의 기회를 제공하거나 응급시 대처할 수 있는 방안을 교육하기도 한다. 민간 비영리단체의 활동도 활발하다. 삶의 희망과 소속감을 잃은 사람들의 자립을 지원하는 청년 커뮤니티인 ‘사나기다치’(번데기들)는 독거노인을 돌보고 행려사망 위험군에 있는 사람들의 자립을 돕는 데 주력하고 있다.

비영리조직인 콜렉티브하우징 등이 주도하는 ‘콜렉티브하우스’(공동체주택) 운동도 주목받는 대안 중 하나다. 독거노인을 포함한 다양한 연령층의 독신, 혹은 편부모 가구 등이 임대주택단지에 모여 살며 주기적으로 식사를 함께 하는 등 적극적으로 교류하는 것이다. 외롭게 사는 사람들이 연대해서 고독감을 이겨내고 간병과 자녀양육 등의 돌봄서비스를 서로 제공해주는 새로운 마을공동체인데, 혈연관계가 아닌 사람들이 새로운 가족을 구성하는 개념으로 받아들여지고 있다. 박원순 시장 부임 이후 서울시도 ‘노인과 어린이가 함께 어울리는 열린 마을’을 지향하는 마을공동체사업을 역점 정책의 하나로 추진하고 있으나 아직은 시범사업 수준에 머물고 있다.

경제적 안정과 사회적 돌봄 결합한 노인복지 필요

세계 다섯 손가락 안에 드는 초고령 사회인 스웨덴은 일본에 비해 고독사 문제가 심각하지 않다. 치매 등 노인성 질환 치료를 목적으로 여러 노인들이 한 곳에서 생활하는 ‘그룹홈’ 등이 1970년대부터 발달한 덕이 크다. 보통 한 집에 4~6명이 살고 1인 1실을 기본으로 하는 그룹홈 시스템은 가정적인 분위기로 유대감을 형성하기 위해 성별이나 연령 등을 혼합하는 것을 원칙으로 하기도 한다. 여기에 모든 노인에게 기초적인 소득을 보장하는 스웨덴의 연금 시스템이 경제적 안정을 뒷받침하고 있어 대부분의 노인들이 소외되지 않고 안락한 노후를 보낼 수 있다.

미국의 경우 노인들이 다른 독거노인을 방문해 말벗을 해주거나 아플 때 간병을 해주는 ‘노노케어’가 활발한 편이다. ‘인비져블(보이지 않는) 실버타운’도 주목할 만한 제도다. 특정지역의 노인인구 비중이 20~30%를 넘으면 비영리단체가 ‘자연발생적 은퇴공동체(NORC)’를  구성해 비상전화나 이동지원 등의 돌봄 서비스를 제공한다. 

우리나라 독거노인의 경제적, 사회적 어려움을 해소하고 고독사를 예방하기 위해서는 선진국에서 검증된 제도를 적극 수용하고, 현재 부분적으로 시행되고 있는 공동거주제, 카네이션하우스, 마을공동체 등의 대안을 지역 사정에 맞춰 대폭 확대할 필요가 있다고 전문가들은 지적한다. 이와 함께 노령연금제도의 정비를 통해 노인세대의 기본소득을 보장하는 등 경제적 안정망을 확충해야 한다는 주장도 나오고 있다.
 
1인 가구 시대의 고독사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변호사들이 주축이 돼 만든 시민단체인 한국1인가구연합의 송영신(41)대표는 “고독사는 사회적 고려장이라고 할 수 있다”며 “국가와 지자체가 시행하는 정책들을 보다 세밀하게 만들고 보편적으로 확산시켜야 한다”고 주장했다. 송 대표는 또 “우리 사회 구성원들이 고독사를 내 부모, 내 형제의 문제로 공감하고 강력한 해결 의지를 모을 필요가 있다”고 덧붙였다.

   
▲ 홀로 죽은 이의 마지막은 몇 자루의 짐으로 정리된다. 한 유품정리현장에서 분류된 고인의 물건이 비닐에 담겨 다세대 주택의 복도 한편을 메우고 있다. ⓒ 임경호

경남의 한 종합사회복지관에서 일하는 20대의 사회복지사는 “빈곤이 생활고로 이어지고 생활고는 건강 악화와 정서적 위축으로 이어져 고독사로 연결된다”며 “(경제적 지원과 함께) 정서적으로도 독거노인을 돌볼 수 있는 사업을 활성화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그는 또  “담당 노인대비 복지사나 돌보미의 업무 부담이 과중하다”며 “돌보미 인력과 훈련기회를 확충하는 등 복지서비스의 양과 질을 확대하기 위해 (재정지원 외에) 기업의 사회공헌활동을 적극 연계하는 방안도 검토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준비되지 못한’ 노후를 맞이한 우리나라 노인은 절반 가까이가 빈곤층이다. 가난은 질병과 외로움 등 노년의 고통을 증폭시킨다. 불편한 몸으로 남의 밭일을 하는 농촌 노인이나 지하철택배로 생계를 유지하는 도시 노인 등 가난한 노년은 죽을 때까지 ‘밥벌이의 구차함’에서 놓여나지 못한다. 사설 요양병원에서 학대 받는 치매노인, 골방에서 혼자 숨을 거두는 고독사 등 비극적 현장도 소리 없이 늘고 있다. <단비뉴스>는 청년의 ‘가족’이자 ‘내일’인 노인의 삶에 주목했다. 그들의 현실을 생생히 드러내면서 ‘노인복지후진국’을 벗어나기 위한 과제를 점검하고, 독자와 함께 대안을 모색하고자 한다. (편집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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