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꽃보다 할배'를 재밌게 하는 양념들
[TV를 보니: 9.9~15]

‘놀토’ 앞엔 역시 ‘불금’이 제격이다. 다들 호기롭게 술집에 모여 웃고 떠들며 보내야 하는 것 아닌가? 그런데 요즘 TV는 다른 의미에서 뜨거운 금요일 밤이다. 에스비에스(SBS)는 <정글의 법칙>, 문화방송(MBC)은 <나혼자 산다>, 엠넷(Mnet)은 <슈퍼스타 K5>로 각각 시청자 잡기에 안간힘이다. tvN의 <꽃보다 할배>도 그 대열에 끼여 있다. 케이블 채널임에도 시청률이 6%(2013.09.06, 닐슨코리아 제공)에 이르고, 1회 방송부터 장안의 화제로 떠올랐다. 고령화 사회의 흐름에 적절히 올라탔다든가, 근엄한 원로 남자 연예인들의 숨겨진 캐릭터를 잘 찾아냈다는 등의 분석이 나오고 있는 가운데 <꽃보다 할배>를 더 재밌게 만드는 ‘양념들’에 주목해 보았다. 

▲ <꽃보다 할배> 대만편 메인 포스터. ⓒ tvN 화면 갈무리

70분 방송 음악만 44개?

<꽃보다 할배>의 첫 번째 양념은 ‘음악’. 지난 13일 방송도 역시 시작과 함께 음악이 울려 퍼졌다. “버들잎 외로운 이정표 밑에~ 말을 매는 나그네야~...” 2003년에 발매된 조용필의 곡을 주현미가 ‘꽃보다 할배 버전’으로 다시 불렀다. 대개 예능에서는 기존 음악을 그대로 사용하는 게 일반적인데 따로 OST까지 만들었다. 새로운 시도다. 주시청자층이 대체로 젊은이들임을 감안할 때 ‘흘러간’ 노래에다 구세대(?) 트로트 가수 ‘주현미’를 선택한 것도 의외다.

<꽃보다 할배>는 확실히 음악에 신경을 쓰고 있다는 게 눈에 보인다. 지난 6일 방송분에서는 70분동안 무려 44개의 음악이 흘러나왔다. 삽입되는 음악도 다른 예능 프로그램에 비해 압도적으로 많다. 범위도 아주 다양하다. 13일 방송에는 배경음악으로 한용운의 시 ‘님의 침묵’이 깔리기도 했다. 대만여행에서 함께 한 소녀시대 멤버 써니를 그리워하는 탤런트 이서진의 모습이 더욱 애처로워 보이는 순간이었다.

▲ 소녀시대 써니를 그리워 하는 이서진 모습과 함께 한용운 <님의 침묵>이 낭송되는 장면. ⓒ tvN 화면 갈무리

H3(할배3)박근형과 나란히 선물가게에 들른 써니를 불만 섞인 표정으로 바라보는 H4(할배4) 백일섭을 모습이 나올 땐 “넌 대체 누굴보고 있는거야. 내가 지금 네 눈 앞에 있는데~”라는 가사의 노래가 나온다. 1992년 인기 드라마였던 ‘질투’의 OST다. 박근형이 전화를 받지 않는 아내에게 재차 연락을 할 때는 EXO의 ‘으르렁’이 배경음악으로 깔렸다. 문화방송 <무한도전>이 개성 있고 톡톡 튀는 ‘자막’의 전성시대를 열었다면 <꽃보다 할배>는 상황과 절묘하게 맞아떨어지면서도 세대와 장르를 넘나드는 ‘음악’으로 새로운 시대를 열 기세다.

카메라 앞으로 나온 제작진, 할배들 옆이라 더 편해보여

<꽃보다 할배>를 연출하고 있는 나영석 PD는 KBS <1박2일> 맡았을 때도 가끔 화면에 얼굴을 내밀곤 했었다. 그때는 양념처럼 종종 등장하더니 <꽃보다 할배>에서는 더 자주 등장한다. 탤런트 이서진에게 ‘아무 짝에도 쓸모없는 사람’이라 부르며 장난을 치기도 하고, 연극 관람료를 내달라는 할배들의 요구에 쩔쩔매기도 한다. 걸그룹과 함께 여행을 간다는 거짓말로 이서진을 데려올 땐 카메라 앞에 서지 않을 수 없는 상황이기도 했다.

▲ 이서진과 장난치는 나영석PD. ⓒ tvN 화면 갈무리

지난 9일 방송에서는 늦은 밤 H2(할배2) 신구가 자연스레 스태프들과 둘러앉아 결혼 못한 어느 작가에게 “콩깍지까 씌어 나한테 최고인 사람, 그거면 되는거야!”하고 친할아버지처럼 말해주는 장면이 나온다. 나PD를 포함한 여러 스태프들이 자연스럽게 카메라 앞에서 출연진들과 어울리고 스스럼없이 이야기를 나누는 장면은 분명 신선하고 재미있다. 빈번한 등장에 반감을 가지는 시청자도 있겠지만 대부분의 시청자를 <꽃보다 할배>에 잡아두는 요인임이 분명하다.
 
다양한 음악의 활용과 제작진의 화면 노출은 프로그램의 성공에 결정적 변수는 아니다. 하지만 <꽃보다 할배>에서는 웃음 포인트를 잡아주고, 컨셉트를 살리는 데 없어서는 안 될 요소다. 거기에다 자막, 음악, 홍보방법, 텔럽(스태프를 소개하는 자막)까지 개성이 듬뿍 묻어난다. 시청률 올리려는 애처로운 노력이겠지만, 방송 내내 쉴 틈 없이 쏟아지는 새롭고 신선한 아이디어는 보는 사람의 눈과 귀를 즐겁게 한다. <무한도전>은 자막, <꽃할배>는 음악. 다음 대세 예능은 어떤 양념을 들고 나올지 궁금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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