방영 2회 만에 시선 모은 ‘더 지니어스’, 만화 표절 논란도
[TV를 보니: 4.29~5.5]

지난달 26일 첫 선을 보인 티비엔(tvN)의 새 프로그램 <더 지니어스: 게임의 법칙>의 인기몰이가 심상치 않다. 방송 1회 만에 20대 남녀 시청률 1위를 기록한 데 이어 인터넷에 ‘더 지니어스 서열도’ 등 패러디물도 등장하고 있다. 첫 방송에서 강력한 우승 후보로 거론되던 ‘하버드 엄친아’ 이준석(29)이 탈락하는 등 거듭되는 반전에 열광하는 시청층이 늘고 있다. 

<지니어스>는 ‘세상에 없던 프로그램의 등장’을 내걸고 시사회를 갖는 등 적극적인 홍보와 함께 등장했다. 우선 출연진이 화려하다. SBS 드라마 <올인>의 모델로 알려진 전설의 포커플레이어 차민수(63), 방송계 독설꾼으로 유명한 김구라(44), 그룹 룰라 출신의 연예기획자 이상민(41), ‘당구여제’ 차유람(27), ‘천재들의 클럽’인 멘사 회원 최정문(22), KBS아나운서 출신 프리랜서 김경란(37)과 기상캐스터 박은지(31) 등 13명은 저마다 강력한 ‘기’를 발산한다. 이들은 한 회마다 한 명씩 탈락한다. 마지막까지 살아남은 최후의 1인은 게임머니인 가넷(개당 1백만원 가치)을 실제 돈으로 바꿀 수 있다. 불꽃 튀는 두뇌게임과 서양추리소설 속 대저택을 연상케 하는 이색적 무대, 현란하고 빠른 편집으로 보여주는 출연자들의 심리전이 시청자들을 사로잡고 있다.

우승 후보였던 이준석 가장 먼저 탈락 

▲ 아쉽게 첫 회에서 탈락한 이준석 씨. ⓒ티비엔 화면 갈무리

지난 3일 방송된 <지니어스> 2회는 출연자 중 누구든 대통령 후보로 출마해 가장 많은 표를 얻는 사람이 우승자가 되는 ‘대선게임’이었다. 후보는 참가자들로부터 가장 많은 표를 얻어야 당선될 수 있고, 후보로 나섰다가 떨어지면 게임에서 탈락할 가능성이 높아진다. 후보로 나가지 않고 수동적인 유권자로서 지켜볼 수도 있지만 그럴 경우 선거에서 패배한 후보와 최종 탈락자를 가리는 ‘데스매치(죽음의 대결)’에 걸릴 수 있다. 대신 적극적인 유권자로서 대통령을 만드는데 크게 기여하면 탈락면제권을 얻어 생존할 수도 있다.

이 ‘대선 게임’은 실제로 상당히 복잡하게 전개됐다. 단순히 유권자들의 마음을 얻는다고 쉽게 대통령이 되는 게 아니다. 남은 12명이 각자의 생존을 위해 음모와 배신 등 모든 수단을 동원하기 때문이다. ‘대통령 뽑기’라는 단순한 과제에 고도의 심리전과 처세법을 버무려 넣은 것이다. 이 과정에서 나타난 극적 반전이 프로그램의 묘미였다. 앞서 1회에서 선보인 게임도 카드를 두 장 내고 숫자가 큰 편이 이기는 ‘1, 2, 3 게임’으로 단순한 것이었지만, 생존의 관건은 다른 출연자와의 연합과 배신이었다. 당시 극적인 상황에서 탈락한 출연자가 바로 가장 강력한 우승 후보로 꼽히던 이준석이었다.

스타크래프트의 스타 홍진호 ‘합종연횡’의 진수 보여줘  

▲ 필승을 위해 다른 사람들을 설득하는 홍진호 씨. ⓒ 티비엔 화면 갈무리

2회 방송에서 가장 크게 주목받은 출연자는 프로게이머 출신 홍진호(32)였다. ‘스타크래프트’가 한창 인기를 모으던 2004년 전후 가장 유명한 프로게이머 중 하나이던 그는 당시 빼어난 실력과 공격적 스타일로 많은 팬을 거느렸다. 번번이 우승의 문턱에서 무너져 ‘2등의 아이콘’이 되었음에도 그것을 유머의 소재로 활용하는 밝은 성격을 팬들은 좋아했다.

홍진호는 <지니어스> 대선게임에서 중국의 춘추전국시대 소진(蘇秦)과 장의(張儀)를 연상시키는 합종연횡책을 구사하며 동분서주했다. 과거 생방송 게임을 하면서도 재치 있는 입담을 보여주던 그의 진가가 드러나는 순간이었다. 그는 특유의 승부사적 기질을 발휘, 참가자 9명을 차유람의 동맹군으로 끌어 모았다. 한 두 명이 배신하더라도 승리가 눈앞에 보이는 상황.  그러나 반전이 있었다. 방송 내내 침묵을 지켰던 김구라가 홍진호가 움직이기 이전에 이미 연기자 최창엽(25)을 대통령으로 만들기 위한 동맹을 완성시켜 놓았던 것이다. 결국 최창엽이 대통령이 됨으로써 홍진호의 노력은 좌절됐다.

성공적인 출발에 표절 논란은 오점  

▲ <더 지니어스 : 게임의 법칙>이 표절했다는 <라이어 게임>. ⓒ 후지 티비

아직 2회 방송에 불과한 케이블TV 프로그램이 초반부터 인기를 모은 이유는 무엇일까. 시청자들은 어렵지 않은 게임 규칙과 친절한 설명에 우선 편안함을 느꼈다. 제작진은 다양한 애니메이션과 ‘세줄 요약’을 통해 내용을 쉽게 전달하려 애썼다. 방송 초반엔 필승 전략도 공개해 시청자의 이해를 도왔다. 출연진이 게임 과정에서 보여주는 인간적인 모습도 인기의 요인으로 꼽힌다. 출연자들은 서로 연합하다 어느 순간 배신하며, 탈락을 피하기 위해 가넷을 미끼로 활용하고 친분과 인정에 호소하기도 한다. 시청자는 이들의 기발한 작전에 감탄하고 빤히 보이는 배신에 안달하기도 한다. 결론이 드디어 보인다고 생각하는 순간 펼쳐지는 반전도 흥미롭다. 긴장감이 고조되면서 프로그램에 대한 몰입도가 커진다.

1회에서 인기 아이돌그룹 인피니트의 김성규(25)가 배신의 아이콘, 아나운서 김경란이 배후의 인물이 된데 이어 2회에서는 김구라의 치밀한 계획 아래 경매사 김민서(31)가 배신의 아이콘이 됐다. 김민서는 결국 데스매치에 나가 탈락했다. 누구도 영원한 아군이나 적군이 될 수 없는 상황에서 인간관계의 명암이 적나라하게 드러난다. 각자 최후의 1인으로 살아남기 위해 자기 편을 무참하게 배신하는 순간 <지니어스>의 매력이 극대화하는 셈이다. 경쟁자에게도 선의를 베푸는 음악오디션(경연) 프로그램이나, 서로 도와 과제를 완수하는 MBC의 프로그램 <아빠 어디가>에서는 볼 수 없는 인간 군상의 솔직한 면모가 드러난다.

아쉬운 것은 첫 방송이 나간 직후 표절의혹이 불거졌다는 점이다. 일부 시청자로부터 일본 만화 ‘라이어 게임’이나 ‘도박묵시록 카이지’와 진행 설정과 게임 형식이 비슷하다는 지적이 나왔다. 제작진은 “일부 콘텐츠를 참고한 것은 사실이나 <지니어스>에 등장하는 게임은 제작진이 자체 기획했다”고 해명했다. 새로운 예능 프로그램에 기대를 가졌던 사람들에게 이런 표절논란은 실망스러울 수 있다. <지니어스>가 이런 논란을 벗어나려면 더욱 신선한 게임, 완성도 높은 방송으로 시청자를 찾는 치열한 노력이 이어져야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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