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데이터 분석] 주요 지표로 살펴본 가자 지구의 참상

2023년 10월 7일 팔레스타인의 무장정치조직 하마스가 이스라엘을 기습 공격하며 이스라엘-하마스 전쟁이 시작됐다. 이스라엘은 하마스 궤멸을 목표로 4개월 넘게 가자지구에서 보복 공격을 이어가고 있다. 이번 전쟁은 하마스가 가자지구에서 권력을 잡은 2006년 이후 벌어진 5번의 이스라엘-팔레스타인 전쟁 중 가장 치명적이고 파괴적인 전쟁이 되어가고 있다. <단비뉴스>는 이스라엘-하마스 전쟁과 관련해 가자지구 보건부, 유엔, 이스라엘 정부 등에서 발표하는 여러 통계를 분석해, 이번 전쟁의 여파와 현재 상황을 종합했다.

  

이스라엘과 팔레스타인은 1948년 이스라엘 건국 이후 끊임없이 영토분쟁을 벌여왔다. 가자지구를 사방으로 에워싸고 있는 이스라엘의 영토는 가자지구 면적의 60배 정도로 한국과 비교하면 경상북도와 대구, 그리고 경상남도 도시 3개를 합친 크기와 비슷하다.

지난해 10월 7일부터 전쟁이 벌어지고 있는 가자지구의 국토 면적은 365km²다. 이는 이스라엘 국토 면적의 약 17% 정도다. 하마스 관할 아래에 있는 가자지구는 사방이 봉쇄되어 ‘지상 최대의 지붕 없는 감옥’이라 불린다. 가자지구의 최대 길이는 41km에 불과한데, 이는 마라톤 코스의 거리(42.195km)와 비슷하다.

가자 지구의 면적을 한국과 비교하면 부산시 면적의 절반 정도다. 팔레스타인 본 영토인 가자지구와 요르단강 서안지구 면적을 합쳐도 전라남도 면적의 절반 정도밖에 되지 않는다.

2022년 기준 팔레스타인 총인구는 약 1430만 명이다. 하지만 팔레스타인 본 영토인 가자지구(약 230만 명)와 요르단강 서안지구(약 300만 명)에 살고 있는 이들은 약 530만 명에 불과하다. 나머지는 대부분 인근 아랍 국가들에 흩어져 살고 있다. 이스라엘에도 약 160만 명의 팔레스타인인이 거주하고 있는데, 이는 이스라엘 전체 인구의 약 20%를 차지한다.

이스라엘 영토에 살고 있는 인구는 2022년 기준 약 960만 명이다. 이중 팔레스타인 인구를 제외하면 약 800만 명이 이스라엘인이다. 요르단강 서안지구에는 약 50만 명이 이스라엘 군의 보호 아래 거주 중이다.

유엔팔레스타인난민구호기구(UNRWA)에 따르면, 팔레스타인 난민은 (유대인들이 팔레스타인 영토로 이주하기 시작한) 1946년 6월 1일부터 1948년 5월 15일 사이에 팔레스타인 땅에서 살다가, 1948년 전쟁의 결과로 집과 생계 수단을 모두 잃어 고국을 떠난 사람이다. 이러한 정의에 부합하는 사람은 1950년 75만 명이었지만 현재는 그들의 후손을 포함해 약 590만 명까지 늘어났다. 이들은 현재 팔레스타인 영토에 마련된 난민 캠프나 요르단, 레바논, 시리아 등 인근 아랍국가에 살고 있다. 팔레스타인 난민 590만 명 가운데 150만 명은 UNRWA가 인근 아랍 국가와 팔레스타인에서 운영하는 58개의 난민캠프에서 지내고 있다.

약 230만 명이 살고 있는 가자지구는 전 세계적으로 인구 과밀화가 가장 심각한 곳 중 하나다. 1km² 당 인구 수를 뜻하는 인구밀도가 5500명으로, 영국 런던의 인구밀도(5754명)와 비슷하다. 인구 밀도 433명인 이스라엘과 557명인 요르단강 서안지구와 비교하면 월등히 높다. 가자 지구의 높은 인구 밀도는 이번 전쟁에서 대규모 인명피해가 발생한 원인 중 하나로 꼽힌다.

2023년 10월 7일 팔레스타인의 무장정치조직 하마스가 이스라엘을 기습 공격했다. 하마스 대원들은 이스라엘 남부 사막지대에서 열린 음악 페스티벌 현장과 인근 마을을 공격하여 1139명을 살해하고 240여 명을 인질로 끌고 갔다. 10월 27일 이스라엘이 가자지구 북부에서 반격 공세를 시작하며 본격화된 이스라엘-하마스 전쟁은 4개월 넘게 이어지며 대규모 인명피해를 낳고 있다.

전쟁 발발 후 가자지구 내 사망자 수를 집계해 업데이트하고 있는 가자지구 보건부 데이터에 따르면, 전쟁 한 달 만에 가자지구에서만 1만 명 넘는 사망자가 나왔고, 지난 27일 기준으로는 사망자가 최소 3만 177명에 달한다. 가자지구 보건부가 발표하는 수치는 민간인과 하마스 대원을 따로 구분하고 있지 않다.

가자지구 뿐만 아니라 팔레스타인 자치정부(PA)의 관할 지역인 요르단강 서안지구에서도 무력충돌이 급증하고 있다. 전쟁 발발 이후, 요르단강 서안지구에서 사망한 팔레스타인인은 105명의 어린이를 포함해 최소 395명이다.

이스라엘 측에서는 하마스 침공 당시 31명의 어린이를 포함해 지금까지 1139명이 사망했다. 지상작전 개시 이후에는 최소 238명의 군인이 사망했다.

이스라엘과 팔레스타인 간의 크고 작은 충돌로 인해 2008년부터 한 해도 빼놓지 않고 매해 사망자가 발생했다. 유엔인도주의업무조정국과 이스라엘 외교부 데이터에 따르면 지난 15년 간의 전쟁으로 팔레스타인 측에서는 3만 5587명, 이스라엘 측에서는 1682명이 목숨을 잃었다. 두 사망자 수를 비교해 보면 이스라엘인이 1명 죽을 때, 팔레스타인인은 21명 죽은 셈이다.

이스라엘-하마스 전쟁으로 인한 사망자는 최근 다른 지역에서 벌어진 전쟁들에 비해서도 훨씬 많다. 국제구호단체 옥스팜(Oxfam)에 따르면 지난달 11일 기준 이스라엘-하마스 전쟁으로 가자지구에서 매일 평균 250명이 사망했다. 이는 시리아 내전(96.5명), 수단 내전(51.6명), 이라크전쟁(50.8명), 우크라이나 전쟁(43.9명), 아프가니스탄 전쟁(23.8명), 예멘 내전(15.8명)의 하루 평균 사망자 수를 훌쩍 뛰어넘는다.

이번 전쟁은 특히 여성과 어린이에게 치명적이다. 유엔인도조정업무국 통계에 따르면 팔레스타인 전체 사망자 가운데 70% 정도가 어린이(최소 1만 2408명)와 여성(최소 8400명)인 것으로 나타났다. 이스라엘-하마스 전쟁 기간을 기준으로 비교해 보면, 우크라이나 전쟁 초기 4개월 동안에는 총 4731명의 사망자가 발생했으며, 이중 어린이(최소 330명)와 여성(최고 1225명)의 비율은 32.9%였다. 같은 기간 이스라엘-하마스 전쟁의 전체 사망자 수는 우크라이나 전쟁의 6배가 넘고, 어린이·여성 사망자 수는 13배가 넘는 셈이다.

유엔인도주의업무조정국에 따르면 이스라엘의 공습으로 가자지구 내 거주지 10곳 중 6곳 이상(36만 세대)이 완전히 파괴되거나 거주가 불가능한 정도의 손상을 입었다. 집을 잃고 거리에 내몰린 가자지구 내 피란민은 170만 명 이상으로, 이는 가자지구 전체 인구의 70% 이상이다. 굶주림과 물 부족에 시달리고 있는 피란민들은 대피소를 찾아 몸을 피하고 있다. 유엔팔레스타인난민보호기구(UNRWA)는 가자지구에서 154개의 난민 대피소를 운영하며 100만 명 이상의 난민들을 수용하고 있는데, 대피소 대부분은 수용 가능 인원을 넘어 과밀화 문제에 시달리고 있다.

지난해 10월 7일 하마스는 어린이와 노인을 포함한 민간인 240여 명을 납치해 인질로 삼았다. 가자지구에 억류돼 있는 이들 중 대다수는 이중 국적자를 포함한 이스라엘 시민이며, 외국인 약 35명 중 대부분은 이스라엘에서 일하던 태국인이다.

이스라엘에는 약 7000명의 팔레스타인 사람이 구금되어 있다. 휴먼라이츠워치에 따르면 전쟁 발발 이전 5000명이었던 구금 인원은 하마스의 기습 공격 이후 급격히 늘어났다.

이스라엘과 하마스는 카타르의 중재로 지난해 11월 24일부터 12월 1일까지 일시 휴전 기간을 갖고 인질 석방 협상을 진행했다. 협상 결과, 하마스가 구금한 이스라엘 인질 110명이 이스라엘에 구금 중이던 팔레스타인 여성과 어린이 240명과 맞교환돼 풀려났다.

가자지구에 있는 병원들은 연일 계속되는 폭격과 연료 부족으로 줄줄이 문을 닫았다. 전력 공급이 중단돼 대부분의 의료 기기가 가동을 멈췄고, 식수까지 바닥나며 환자 치료는 중단됐다. 제 기능을 잃은 병원들은 난민 대피소로 사용되고 있다. 유엔인도주의업무조정국에 따르면 지난 27일 기준 가자지구 내 35곳의 병원 중 12곳만이 부분적으로 운영되고 있다.

또 이스라엘군의 공격으로 사망한 가자지구의 의료진은 340명에 달하고, 응급차 124대는 사용할 수 없게 됐다. 이런 상황에서 가자지구에는 치료를 필요로 하는 환자 수십만 명이 방치돼 있다. 유엔에 따르면 갓 태어난 신생아부터 임산부, 만성질환자 등 도움이 필요한 환자들이 40만 명이 넘는다.

이스라엘은 개전 이후 가자지구를 전면 봉쇄했다. 외부로부터 구호물자가 차단되며 가자지구 주민들은 극심한 식량 부족에 시달려야 했다. 전쟁이 시작된 지 14일이 지난 지난해 10월 21일에서야 가자지구에 국제사회의 인도주의적 구호품이 반입되기 시작했다. 국제적 협상 끝에 트럭 20대를 시작으로 구호물자가 가자지구 남부와 이집트를 잇는 라파 통행로를 통해 들어왔다.

별다른 산업 기반이 없는 가자지구는 전쟁 전에도 주민의 85%가 유엔과 국제적십자위원회(ICRC) 등의 구호품에 의존해 살았다. 평일 기준 500대 가량의 구호트럭이 매일 가자지구에 들어갔는데, 전쟁이 시작된 후 이 숫자는 뚝 떨어졌다. 지난해 10월 21일부터 지난 25일까지 연료를 포함한 물자를 싣고 가자지구에 들어간 구호트럭은 1만 2747대뿐이다. 평소대로라면 같은 기간 5만 대가 들어갔어야 한다. 곳곳에서 공습이 이어지고 있어, 이마저도 제대로 전달되지 못하고 있다.

고립된 가자지구 주민들은 음식과 식수를 찾아 매일 전쟁 중이다. 유엔인도주의업무조정국에 따르면 가자지구 주민들은 단수로 인해 평소 사용하던 물의 3%만으로 버티고 있다. 주민들이 하루에 사용하고 있는 물은 3L로, 세계보건기구가 기준으로 삼은 응급상황 시 1인당 물 최소 사용량의 절반에도 못 미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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