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비 추천 좋은 기사] 제397회 이달의 기자상 기획보도 신문·통신 부문 수상작 – 한국일보 ‘미씽, 사라진 당신을 찾아서’

2022년 기준, 실종된 치매 노인 신고 건수는 1만 4527건이다. 2013년의 7983건과 비교해 10년 만에 두 배로 늘었다. 매일 39.8명의 치매 노인이 길을 잃고 헤매고 있는 셈이다. 치매 노인을 찾기 위해 경찰이 발송하는 실종 경보 문자만 하루 평균 3.97차례에 이른다. 지난 7년간 길거리를 배회하다 숨진 치매 노인은 761명이다.

지난해 7월, 기획 아이템을 고민하던 <한국일보> 엑설런스랩 기자들의 휴대폰에도 실종 경보 문자가 울렸다. ‘서대문구에서 실종된 이○○ 씨(여, 91세)를 찾습니다. 147센티미터(cm), 40킬로그램(kg), 회색 계열 긴 팔 외투, 꽃무늬 바지, 분홍색 단화’라고 적혀 있었다. 뒤이어 ‘폭우에 대비하라’는 재난 문자가 왔다. 그날 서울 강수량은 58.3밀리미터(mm)였다. 작은 체구의 91세 노인은 세차게 내리는 빗속에서 길거리를 배회했을 것이다.

한국일보의 ‘미씽, 사라진 당신을 찾아서’(이하 미씽)는 그 문자에서 시작됐다. 강윤주 기자를 비롯한 14명의 엑설런스랩 기자들은 어르신이 어쩌다 길을 잃었는지, 가족 품으로 무사히 돌아갔을지 궁금했다.

취재팀은 치매 실종의 심각성을 알리고 대안을 찾기 위해 내러티브와 데이터, 영상, 인터랙티브 등 다양한 취재와 보도 방법을 모두 적용했다.

‘미씽, 사라진 당신을 찾아서’ 기획보도 첫 회가 실린 한국일보의 지난해 9월 18일 지면. 한국일보 홈페이지 갈무리
‘미씽, 사라진 당신을 찾아서’ 기획보도 첫 회가 실린 한국일보의 지난해 9월 18일 지면. 한국일보 홈페이지 갈무리

밀착 인터뷰와 얼굴인식 기술로 다시 쓴 ‘실종 보고서’

우선, 치매 실종자 가족 11명과 심층 인터뷰를 진행했다. 두 달 동안 경찰청 ‘안전드림’ 사이트에 올라온 정보를 토대로, 실종된 치매 노인 54명의 가족을 접촉해 인터뷰를 시도했다. 취재팀이 전국을 돌며 취재원을 만나기 위해 이동한 거리만 4461킬로미터(km)에 달했다. 경찰 담당자를 만나 취지를 설명하고, 가족들이 인터뷰에 응해줄 때까지 설득하고 이들을 직접 찾아 나서는 발품 취재를 마다하지 않았다.

강윤주 기자는 월간 ‘신문과 방송’ 12월호에 실린 취재기에서 “어렵게 만난 이들은 사라진 가족을 누구보다 찾고 싶어 하고 기억하고 싶은 마음이 가득했다. 그 간절함을 알기에 취재팀도 포기할 수 없었다”고 적었다.

취재팀은 치매 실종자들을 찾는 데 조금이나마 보탬이 되고자 했다. 얼굴인식 전문가인 한국과학기술연구원(KIST) AI·로봇연구소 김익재 소장의 도움을 받아, 실종 무렵에 촬영한 얼굴 사진에 ‘나이 변환 기술’을 적용해 현재 시점의 모습을 새롭게 구현했다.

한국일보 미씽 기획보도 첫 번째 인터랙티브 ‘사라진 엄마를 찾습니다 – 다시 쓰는 실종보고서’에 실린 실종자들의 현재 예상 모습. 한국일보 홈페이지 갈무리
한국일보 미씽 기획보도 첫 번째 인터랙티브 ‘사라진 엄마를 찾습니다 – 다시 쓰는 실종보고서’에 실린 실종자들의 현재 예상 모습. 한국일보 홈페이지 갈무리

치매 배회 동선을 최초로 분석하다

또한, 치매 노인의 손목에 착용한 위치 추적 장치 기록을 바탕으로 이들의 배회 동선도 분석했다. 치매 노인의 배회 특성을 파악해서 일정한 패턴을 찾는다면 실종자 수색에 도움이 될 거라 판단했기 때문이다. 이런 분석을 통해 치매 노인의 구체적 동선이 공개된 건 국내와 국외를 통틀어 처음이다.

취재팀은 지난해 8월 말부터 9월 중순까지 한양대학교 치매배회연구팀(류호경 한양대 기술경영전문대학원 교수, 최호진 한양대 의과대 신경과 교수)과 함께 치매 노인 32명이 부착한 배회 감지기(이른바 ‘행복 GPS’) 데이터 6개월 치를 확보해 분석했다. 그 가운데 특히 13명을 집중 분석하고, 가족 인터뷰도 진행했다. 이를 기획하고 분석하는 데 두 달이 걸렸다.

분석 결과, 도시에 사는 치매 노인은 10차례 외출하여 8번이나 길을 헤맸지만, 시골에 사는 노인은 2번만 배회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도시의 길이 시골보다 복잡하여 기억을 방해하는 자극 요소가 더 많기 때문이었다. 다만, 도시에 살더라도 자녀와 함께 거주하거나, 평소 외출을 많이 하는 치매 노인의 배회 확률은 그렇지 않은 경우보다 낮게 나타났다.

한국일보 엑설런스랩이 미씽 기획보도에서 분석한 도시 거주 치매 노인의 배회 패턴. 한국일보 홈페이지 갈무리
한국일보 엑설런스랩이 미씽 기획보도에서 분석한 도시 거주 치매 노인의 배회 패턴. 한국일보 홈페이지 갈무리

이해와 공감을 이끄는 영상과 인터랙티브

기사는 지난해 9월 18일부터 22일까지 5차례에 걸쳐 한국일보에 연재됐다. 기사가 연재되던 9월 21일은 마침 ‘치매극복의 날’이었다.

미씽 1화 ‘2만 7,013일의 기다림’은 치매 실종자 가족 11명과의 심층 인터뷰를 통해 실종 당시의 상황부터 현재의 기다림까지의 모든 과정을 보여줬다. 2화 ‘배회 미스터리를 풀다’는 손목에 장착된 위치 추적 장치의 기록을 바탕으로 치매 노인의 동선을 분석해 배회 패턴을 드러냈다. 3화 ‘가장 슬픈 외출’은 치매 노인이 배회할 때 겪게 되는 사고의 심각성과 실종자 수색이 어려운 이유를 분석했다. 치매 노인들의 사망 사례도 추적하여 담았다.

4화 ‘매일 길을 잃어도 괜찮아’는 일본과 덴마크의 ‘치매 친화 도시’ 사례를 보여줬다. 치매 발병 이전과 이후의 삶이 달라져야 할 이유가 없다는 ‘치매 선진국’의 철학을 효과적으로 전했다. 미씽 5화 ‘단 3초, 당신의 관심이 있다면’은 치매 환자에 대한 우리 사회의 인식을 살폈다.

취재팀은 취재 내용을 담은 영상과 인터랙티브 기사도 제작했다. 실종자 가족의 인터뷰를 담은 영상 ‘남편이 사라졌다’와 실종자들의 정보와 사연을 실은 인터랙티브 ‘사라진 엄마를 찾습니다’는 치매 실종이 주변에서 항상 일어나고 있는 문제라는 점을 독자에게 선명히 알려 줬다.

인터랙티브 ‘당신이 치매에 걸린다면’은 치매 노인의 외출을 따라가면서, 그들이 왜 길을 잃고 배회하게 되는지 독자가 간접 체험할 수 있게 했다. 실제 치매 환자의 산책 코스를 따라가며 그들의 눈높이에서 영상을 촬영했고, 의료진 자문을 거쳐 치매 환자들이 겪는 시각적 장애 요인을 효과로 넣었다.

한국일보 미씽 기획보도 두 번째 인터랙티브 ‘당신이 치매에 걸린다면’. 한국일보 홈페이지 갈무리
한국일보 미씽 기획보도 두 번째 인터랙티브 ‘당신이 치매에 걸린다면’. 한국일보 홈페이지 갈무리

치매 노인이 길을 잃어도 괜찮은 사회를 위해

기획보도를 마무리하며 취재팀은 치매 환자가 배회할 때 시민들이 반응하는지 관찰하기 위한 사회실험을 진행해 영상에 담았고, 치매 실종 노인들의 안전한 귀가를 바라는 마음으로 치매 인식개선 캠페인 ‘#기억해챌린지’를 시작했다. 손가락이나 불빛으로 무한대(∞)를 그리는 챌린지의 핵심 동작에는 ‘당신의 기억은 사라질지 모르지만, 우리는 영원히 당신을 기억하겠다’는 의미를 담았다. 기억해챌린지는 한덕수 국무총리, 이기일 보건복지부 제1차관 등 정치인과 보건 당국 인사들을 비롯해 문화 예술계 인사들도 동참하며 사회 캠페인으로 확산됐다.

한국일보 취재팀이 미씽 5화에서 시작한 #기억해챌린지에 참여한 인사들의 모습. 한국일보 홈페이지 갈무리
한국일보 취재팀이 미씽 5화에서 시작한 #기억해챌린지에 참여한 인사들의 모습. 한국일보 홈페이지 갈무리

그 성취를 인정받은 미씽은 지난해 10월 제397회 이달의 기자상 기획보도 신문·통신 부문 수상작으로 선정됐다. 국내 최초로 치매 환자의 배회 감지기 동선을 분석해 배회 특징을 구체적으로 풀어냈고, 치매 노인이 마주하는 세상을 간접 체험할 수 있는 인터랙티브를 제작한 점이 심사위원의 호평을 끌어냈다.

또한, 데이터저널리즘코리아가 주관하는 2023년 한국 데이터저널리즘어워드 ‘올해의 데이터 시각화 부문’, 관훈클럽이 주관하는 2023년 관훈언론상 ‘저널리즘 혁신 부문’도 수상했다.

지난해 미씽 기획보도 연재 이후 한국일보와의 인터뷰에서 이기일 보건복지부 1차관은 어리석을 치(痴)에 어리석을 매(呆) 자를 써 치매 환자에 관한 부정적 편견을 굳혀 온 치매라는 용어를 올해부터 바꾸겠다고 말했다. 이전부터 논의는 있었지만, 정부가 치매 용어 변경 시기를 구체화한 건 이번이 처음이다. 이 차관은 환자 수요에 맞는 ‘배회 감지기’ 공급을 늘리고, 실종 예방을 위해 옷에 부착하는 ‘배회 인식표’를 개선하겠다는 뜻도 밝혔다.

*한국일보의 ‘미씽, 사라진 당신을 찾아서’ 기획보도는 여기서 확인할 수 있다.

세상에는 좋은 기사들이 있다. 저널리즘의 이상이 어디에 있는지 알려주는 기사다. 언론을 비난하는 목소리가 높아도 여전히 언론에 희망이 있음을 증명하는 기사이기도 하다. 기자는 그런 기사를 꿈꾸고, 독자는 그런 기사를 기다린다. <단비뉴스>는 2000년대 이후 국내외 주요 기자상 수상작을 중심으로 기자와 독자에게 두루 도움이 될 만한 좋은 기사를 골라 소개한다. (편집자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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