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비 추천 좋은 기사] 제396회 이달의 기자상 기획보도 신문·통신 부문 수상작 – 한국일보 '사라진 마을, 오버투어리즘의 습격'

스페인 바르셀로나, 일본 교토, 이탈리아 베네치아. 이 세 곳 모두 유명 관광지다. 하지만 최근 들어 독특한 정취를 잃고 있다. 소음, 쓰레기, 교통체증 등 관광으로 인해 발생한 문제 때문이다. 이런 현상을 '오버투어리즘'이라고 한다. 지나치게 많다는 뜻의 오버(over)와 관광을 뜻하는 투어리즘(tourism)의 합성어다. 수용 가능한 수준을 넘어서는 관광객으로 인해 지역 주민의 삶과 환경이 악화하는 현상을 의미한다.

서울 종로구 북촌 한옥마을의 낮과 밤. 해가 지고 나면 북촌 한옥마을 11길은 북적였던 낮과 다르게 텅 비어 있다.(오른쪽 사진) 한국일보 홈페이지 갈무리
서울 종로구 북촌 한옥마을의 낮과 밤. 해가 지고 나면 북촌 한옥마을 11길은 북적였던 낮과 다르게 텅 비어 있다.(오른쪽 사진) 한국일보 홈페이지 갈무리

외신에서 접하던 오버투어리즘은 더 이상 해외 유명 관광지만의 일이 아니다. <한국일보> 엑설런스랩 소속 유대근 기자는 한국의 과잉 관광 실태를 파헤쳤다. 취재는 작은 제보에서 시작됐다. 서울 종로구 북촌 한옥마을에 사는 한 주민의 호소였다. 외국인 관광객이 몰려들어 생활이 어려울 정도로 시끄러워졌다는 이야기였다.

마을형 관광지 11곳 실태조사

북촌만의 문제가 아니라는 전문가 조언을 들은 뒤, 취재 지역을 전국으로 넓혔다. 박준석·송주용 기자와 함께 지난해 7~8월 두 달간 국내 마을형 관광지 11곳에서 각각 사흘 이상 머물며 문제를 살폈다. 11곳은 △서울 북촌 한옥마을·서촌 세종마을·익선동 한옥거리·이화동 벽화마을 △부산 감천문화마을·흰여울문화마을 △인천 동화마을 △강원도 양양군 양리단길(현남면) △전북 전주 한옥마을 △경남 통영 동피랑벽화마을 △제주 우도읍 등이다. 이들 마을은 관광지로 특화한 지 10년 이상 됐고 한국관광공사 등이 가볼 만한 곳으로 선정한 곳이라는 공통점이 있다.

탐사보도와 디지털을 접목하여 새로운 기사를 보도하겠다는 취지로 만들어진 한국일보 엑설런스랩은 크롤링(데이터 추출) 기법을 통해 방대한 자료를 모으고 다듬었다. 우선, 여행객들이 한국의 마을형 관광지를 어떻게 평가하는지 파악했다. 마을이 관광지로 변하면서 주민 편의시설이 얼마나 줄었는지 알아보려고, 최근 10년 치 지방행정 인허가 데이터도 수집하여 분석했다. 류훈재 서울시립대 도시빅데이터융합학과 연구교수와 한 달간 협업해 강원도 양양의 양리단길과 서울 북촌마을, 부산 흰여울문화마을 등 세 곳의 소음을 주파대역별로 분석하기도 했다.

취재팀은 현장을 직접 살피는 발품 취재와 방대한 데이터에 대한 체계적 분석을 바탕으로 관광지 주민들이 서로 비슷한 패턴으로 마을을 떠난다는 사실을 확인했다. 입소문이 나면 마을에 관광객이 몰렸다. 뒤이어 임대료가 오르면서 마을 토착 음식점과 세탁소 등이 자취를 감췄다. 그 자리를 카페와 기념품 가게가 채웠다. 소음과 쓰레기, 교통체증 같은 문제가 덩달아 발생했다. 관광의 핵심이었던 마을의 독특한 정취도 그와 함께 사라졌다. 

한국일보의 보도는 이러한 문제 분석에 그치지 않았다. 전문가 7명과 주민 121명 인터뷰 내용을 정리하여, '상생을 위한 5대 해법'을 제시했다. 비슷한 문제를 겪은 해외 사례도 소개했다. 

'사라진 마을, 오버투어리즘의 습격' 기획보도 첫 편이 실린 한국일보의 지난해 8월 28일 지면. 한국일보 홈페이지 갈무리.
'사라진 마을, 오버투어리즘의 습격' 기획보도 첫 편이 실린 한국일보의 지난해 8월 28일 지면. 한국일보 홈페이지 갈무리.

그 내용을 담은 '사라진 마을, 오버투어리즘의 습격'은 다섯 편에 걸쳐 지난해 8월 28일부터 9월 1일까지 지면에 연속 보도됐다. 한 편당 7,000자 분량이다. 기사가 지면에만 실린 것은 아니다. 오버투어리즘의 대표적인 문제인 소음을 비롯한 각종 문제를 효과적으로 보여주기 위해 인터랙티브와 영상도 제작했다. 일련의 프로젝트에 취재 기자 4명과 영상 인력 6명, 전담 사진 기자 1명, 인터랙티브 콘텐츠 제작자 3명, 데이터 분석가 1명 등 총 15명이 투입됐다. 

주민의 피해를 숫자로 보여주다

이 기사는 한국기자협회의 제396회 이달의 기자상 기획보도 신문·통신 부문 수상작으로 선정됐다. 심사위원들은 "등기부 등본, 과거 부동산 관련 통계와 200여 명이 넘는 관계자 인터뷰, 해외 현지 취재와 국내 전문가를 대동한 현장 소음 측정 등 (방대한) 데이터를 축적했다"라고 평가했다. 관광객으로 인한 주민 피해를 보도한 전례가 많았지만, 한국일보처럼 '다각적인 심층 데이터'를 제시한 기사는 없었다는 것이다. 

1편 '마을형 관광지의 흥망사'에서는 마을이 관광지로 변하면서 원주민이 마을을 빠져나가는 '투어리스피티케이션'(touristification) 문제를 다뤘다. 투어리스피티케이션은 투어리즘(Tourism)과 주민들이 밀려나는 젠트리피케이션(Gentrification)을 합친 신조어다. 그 사례로 서울 북촌 한옥마을, 전주 한옥마을의 실태를 보도했다. 

2편 '비극은 캐리어 소리부터'는 오버투어리즘의 가장 흔한 피해 유형인 '소음'에 집중했다. 지역 개발이냐 보존이냐를 두고 갈라선 주민들의 입장도 담았다. 이주민은 대개 주거지 관광지화에 강하게 반발하지만, 상인들은 개발 확대를 요구하고 있는 현실을 보도했다. 넷플릭스 드라마 '오징어게임' 주요 촬영지인 서울 도봉구 백운시장의 암울한 현재도 다뤘다. 

저가 덤핑 관광 상품 흐름도. 한국일보 홈페이지 갈무리.
저가 덤핑 관광 상품 흐름도. 한국일보 홈페이지 갈무리.

3편 '저가 관광 손잡은 시장님'에서는 '싸구려 덤핑 관광'의 실태를 보도했다. 특히 베트남 단체 관광객 4박5일 일정을 추적했다. 왜 마을형 관광지에 외국인 관광객이 몰릴 수밖에 없는지 원인을 파악했다. 그 배경에는 검은 거래가 있었다. 베트남 현지 여행사가 한국 여행사의 염가 상품을 팔아주고 수수료를 챙긴다. 한국 여행사는 관광객에 들이는 돈을 아끼기 위해 입장료가 없거나 저렴한 곳을 찾는다. 관광객을 창고형 매장에서 쇼핑하게 하고 구매액 일부를 소비 명목으로 챙기는 것이다. 

4편 '다가오는 관광의 종말'에서는 오버투어리즘 해결에 나서고 있는 해외 사례를 다뤘다. 덴마크 코펜하겐, 일본 교토 등을 현지 취재하여, 관광의 질적 변화를 위한 구체 정책을 소개했다. 마지막 5편 '숫자보다 중요한 것들'에서는 지속가능한 관광을 위한 '5대 방안'을 제시했다. 적정 관광객 규모를 산출하고 저가 싸구려 관광을 탈피해야 하며, 지자체가 다양한 이해관계를 조율하는 적극적인 조정자가 돼야 한다는 내용을 담았다. 스페인 바르셀로나의 조르디 발스 부시장을 인터뷰하여, 관광 정책에 주민 의견을 반영하는 해외의 거버넌스도 소개했다. 

관광의 본질을 묻다

정부는 2027년까지 외국인 관광객 3,000만 명을 달성하겠다고 선포했다. 하지만 숫자에 매몰된 정책의 부작용은 이미 곳곳에서 드러나고 있다. 관광객 수만 늘리는 정책으로는 주민들이 삶의 터전을 떠나는 오버투어리즘 현상을 해결할 수 없다.

이 기사는 관광의 본질적인 목적을 묻는다. 유 기자는 지난해 10월 16일 <한국기자협회보>에 실린 이달의 기자상 후기에서 "관광 정책 역시 주민 행복이 궁극적인 목표여야 한다"라고 말했다. 주민의 삶을 높이는 관광 정책이 필요한 이유가 기사에 자세히 담겨있다. 

*기사 원문은 여기서 확인할 수 있다.

*인터랙티브는 여기서 확인할 수 있다.

세상에는 좋은 기사들이 있다. 저널리즘의 이상이 어디에 있는지 알려주는 기사다. 언론을 비난하는 목소리가 높아도 여전히 언론에 희망이 있음을 증명하는 기사이기도 하다. 기자는 그런 기사를 꿈꾸고, 독자는 그런 기사를 기다린다. <단비뉴스>는 2000년대 이후 국내외 주요 기자상 수상작을 중심으로 기자와 독자에게 두루 도움이 될 만한 좋은 기사를 골라 소개한다. (편집자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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