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비 현장] 서울 성동구 스마트 흡연부스 운영 1년 점검


[앵커]

길거리에서 담배 연기 때문에 괴로웠던 기억 있으시죠. 하지만 그렇다고 흡연자에게 금연을 강요할 수도 없는 노릇입니다. 

흡연자와 비흡연자의 공존을 위한 대책 마련에 각 지자체가 고심하고 있습니다. 담배 연기가 밖으로 새어 나가지 않는 ‘스마트 흡연부스’는 그중 하나입니다. 

지수현 기자가 현장을 취재했습니다.

[기자]

서울 광진구 동서울터미널 앞에 있는 흡연실은 올해로 6년째 운영되고 있습니다.

원래 이 근처는 금연 구역인데, 흡연자를 위한 공간을 마련해 둔 겁니다.

하지만 흡연실 안 가득한 담배 연기를 피해 아예 밖으로 나와서 담배를 피우는 사람도 많습니다.

흡연실 안에서만 담배를 피우라는 안내문이 있지만 소용이 없습니다.

흡연실 안에서 담배를 피워도 사방이 뚫려있어 냄새가 주변으로 퍼지고, 바닥에는 담배꽁초가 아무렇게나 버려져 있습니다.

[장OO (25) / 청주시 서원구]

"길바닥에 꽁초가 버려져 있는 모습이나 침 같은 게 뱉어져 있는 걸 보면서 조금 관리가 잘 안되어 있지 않나…."

[기자]

이런 문제를 해결하기 위한, 이른바 ‘스마트 흡연부스’가 있습니다. 

서울 성동구는 지난해 11월, 유동인구가 많은 서울숲 역 근처에 스마트 흡연부스를 마련했습니다. 

스마트 흡연부스라 불리는 건 담배 냄새가 밖으로 나가지 않도록 하는 음압 설비 때문입니다.

흡연부스 안의 기압을 낮게 유지해 담배 연기가 밖으로 흘러 나가지 않게 차단하는 겁니다.

대신 내부엔 공기 정화 장치가 있어 흡연실 안 공기도 쾌적하게 관리합니다.

[스탠딩]

지금 제가 서 있는 이 흡연부스 밖으로는 냄새가 새어 나오지 않습니다. 이렇게 문을 열고 안으로 들어가도 연기가 자욱하게 퍼지지 않습니다.

[기자]

흡연자와 비흡연자 모두 스마트 흡연부스에 대체로 만족한다는 반응을 보이고 있습니다. 

[이예원 (22) / 비흡연자]

"안 좋은 냄새가 나지 않아서 깔끔하고 좋은 것 같고 흡연자 입장에선 구역을 따로 정해줘서 들어가서 흡연을 할 수 있는 게 괜찮지 않나 싶습니다."

[김대환 (40) / 흡연자]

"생각보다 쾌적하고요. 이런 유원지 옆에 있으니까 너무 좋은 것 같아요. 유원지에는 애들도 많이 오고 가족 간에 많이 오는데, 아기들이 흡연(담배) 냄새 맡으면 안 좋잖아요."

[기자]

흡연으로 인한 민원도 눈에 띄게 줄었습니다. 

부스 설치 전 2년 동안 이 자리에서 300건 넘는 민원이 접수됐지만, 스마트 흡연부스를 설치한 뒤로는 1년 동안 민원이 한 건도 들어오지 않았습니다.

스마트 흡연부스가 하나뿐이고, 그나마 공간이 좁은 건 한계입니다.

수용할 수 있는 인원은 최대 14명인데, 이용률이 높은 시간대에는 부스 안이 꽉 찹니다.

성동구는 부스 두 대를 추가로 설치할 계획인데 비용이 만만치 않습니다.

스마트 흡연부스 한 대 설치 비용은 약 1억 원으로, 3천만 원 정도인 일반적인 흡연부스와 비교하면 높은 금액입니다.

흡연부스를 설치하는 건 거리 미관을 해치고, 금연 정책에도 부합하지 않는다는 부정적인 시선도 극복해야 합니다.

[장은경 / 성동구청 스마트도시과]

"흡연자랑 비흡연자랑 같이 공존은 하고 있으니까 그런 두 부류를 보호해 주고 존중해 드리기 위해서 설치를 한 곳이에요."

[기자]

아직 이런 스마트 흡연부스가 설치된 곳은 성동구 한 곳뿐입니다.

흡연자와 비흡연자의 갈등 해결도 중요하지만 흡연 시설에 어느 정도나 예산을 투입해야 할지, 지자체들의 고민이 깊습니다.

단비뉴스 지수현입니다.

(편집 : 지수현 기자 / 촬영 : 이선재 기자 / 앵커 : 최은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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