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비현장] 25일 한국 등 190여 나라에서 ‘어스아워’ 행사

지난 25일 저녁 8시 30분, 국내 대표 야경 명소 중 하나인 서울 용산구 남산공원길 엔(N)서울타워에서 파란색 조명등이 일제히 꺼졌다. 지상 8층 높이 타워의 불빛이 꺼진 한 시간 동안 남산 일대의 어둠은 짙어졌다. 같은 시간, 서울타워에서 약 3킬로미터(km) 거리에 있는 서울시청 건물에서도 평소 색색으로 켜두었던 조명이 모두 꺼졌다. 기후위기의 심각성을 되새기고 생태 보호를 위한 긴급 행동에 나서자는 세계자연기금(WWF)의 ‘어스아워’(Earth Hour) 행사에 동참한 것이었다.

기후위기 대응, 생태 보호 다짐하며 1시간 소등

25일 저녁 서울의 N서울타워, 낙산공원, 한강대교와 경주의 경주타워에서 ‘2023 어스아워’에 맞춰 조명이 꺼지기 전과 의 모습. N서울타워 정호원 PD, 나머지 WWF 제공
25일 저녁 서울의 N서울타워, 낙산공원, 한강대교와 경주의 경주타워에서 ‘2023 어스아워’에 맞춰 조명이 꺼지기 전과 후의 모습. N서울타워 정호원 PD, 나머지 WWF 제공

어스아워는 2007년 호주 시드니에서 처음 시작돼 올해 17번째를 맞았다. 매년 3월 마지막 주 토요일 (한국시간 기준) 오후 8시 30분부터 1시간 동안 조명을 끔으로써 ‘사람과 자연의 공존’을 추구하는 의지와 연대를 보여주는 행사로 자리 잡았다. WWF코리아에 따르면 올해도 190여 나라에서 시민들이 불 끄기 행사에 동참했다. 프랑스 파리의 에펠탑, 호주 시드니의 오페라하우스 등 각국 명소의 불빛이 꺼지면서 참가자들은 ‘지구를 위한 연대’를 되새겼다. 지난해 어스아워 행사에는 역대 가장 많은 192개 나라가 동참했고, 1만 8000여 곳 주요 관광지가 소등했으며, 소셜미디어에서 ‘어스아워’가 101억 건 넘게 언급된 것으로 추산됐다.

WWF는 이 행사가 기후위기 대응의 시급성을 일깨우고 탄소중립 노력을 가속하는 계기가 되기를 희망한다고 밝혔다. WWF코리아 홍지예 팀장은 <단비뉴스> 전자우편 인터뷰에서 “파리협정이 정한 (산업화 이전 대비 지구 평균온도 상승 억제) 1.5도 목표를 달성하기 위해서는 IPCC(기후변화에관한정부간협의체)에서 권고하듯 2050년 탄소중립을 반드시 이루어야 한다”며 “재생에너지 확대는 반드시 가야 할 길”이라고 말했다. 그는 “2016년 기준 한국에서는 어스아워를 통해 692만 7000킬로와트(kW)의 전력과 3131톤(t)의 온실가스 감축, 112만 7000그루의 어린 소나무를 심는 효과를 얻을 수 있었다”고 설명했다.

WWF는 2022년 펴낸 <지구 생명 보고서> 등을 통해 지구 온도 상승과 개발 등으로 멸종하는 동식물 실태를 고발하고 육지, 해안, 해양 등의 생태계 보전과 관리를 통해 생물 다양성을 지켜야 한다고 강조했다. WWF는 어스아워를 통해 세계 시민의 목소리를 한데 모음으로써 각국 정부와 기업이 긴급 대응에 나서도록 촉구하려는 것이 행사 취지라고 설명했다.

편의점 1천여 매장도 ‘5분간 간판 소등’ 동참

올해 한국 어스아워 행사에서는 편의점 중 처음으로 지에스이십오(GS25)의 직영점 등 1천여 매장이 간판을 5분간 소등하는 방식으로 참여했다. ‘24시간 불이 꺼지지 않는 곳’이라는 인식이 있는 편의점을 참여시킴으로써 시민들의 관심을 끌기 위해 WWF 측이 기획했다고 한다. 홍 팀장은 “많은 사람에게 ‘어? 왜 편의점이 불을 끄지?’ ‘어스아워 캠페인이 뭐지?’ 하는 호기심을 불러일으키는 효과를 편의점이라는 상징적인 장소를 통해 끌어내고자 했다”고 말했다.

편의점 체인인 지에스이십오(GS25)의 서울 연대2점, 월드컵광장점, 역삼흥인점 등이 25일 어스아워에 동참해 5분 동안 간판의 불을 껐다. WWF 제공
편의점 체인인 지에스이십오(GS25)의 서울 연대2점, 월드컵광장점, 역삼흥인점 등이 25일 어스아워에 동참해 5분 동안 간판의 불을 껐다. WWF 제공

어스아워 시작 10분 전인 8시 20분부터는 인스타그램을 통해 유명인들의 연속 인터뷰가 70분간 진행됐다. 방송인 안현모 씨가 WWF코리아 홍정욱 이사장과 슈퍼주니어 멤버 최시원, 웹툰 작가 구희, 배우 수현 씨와 이야기를 나눴다. 올해 WWF를 맡은 홍 이사장은 “가장 중요한 건 소비자이자 시민으로서, 탄소중립을 거부하거나 탄소중립에 적극 대응하지 않는 정치인과 기업들을 심판하고 반면 잘하고 있는 기업이나 리더들은 적극 성원해 주는 등 집단행동의 힘을 보여주는 것”이라고 강조했다.

유니세프(UNICEF · 유엔아동기금) 특별대표이기도 한 최시원 씨는 “예전에는 보호받았던 입장이라면 이제는 보호해야 하는 입장에서 (앞으로 미래를 살아갈 어린이들을 위해) 고민하고 있다”며 “다 같이 함께한다면 지금보다는 더 나은 미래를 만들 수 있을 것”이라고 어스아워 동참을 권했다. <기후위기 인간> 웹툰을 그린 구희 작가는 “기후 우울증에 관한 에피소드를 올린 적 있다”며 ”완벽해질 자신이 없어서 (기후위기 대응 행동을) 실천하기 어려워하는 것 같은데 조금씩 실천하는 것이 좋다”고 말했다. 수현 씨는 “매일매일 소소하지만 할 수 있는 실천을 하려고 한다”며 “촬영 의상은 모든 걸 새로 만들기보다 빈티지(중고품)를 활용한다든지, 입었던 걸 재활용하려고 한다”고 밝혔다. 이날 라이브 방송의 동시 접속자 수는 4200여 명에 달했다.

어스아워 행사를 맞아 인스타 라이브 ‘당신이 불 끈 사이’에 참여한 슈퍼주니어 최시원 씨가 진행자 안현모 씨와 이야기를 나누고 있다. 인스타그램 갈무리
어스아워 행사를 맞아 인스타 라이브 ‘당신이 불 끈 사이’에 참여한 슈퍼주니어 최시원 씨가 진행자 안현모 씨와 이야기를 나누고 있다. 인스타그램 갈무리

부산지역 대학생 환경동아리 ‘어스아워 추진단’ 활동도

부산지역 6개 대학 환경동아리 연합인 그린연합회는 ‘어스아워 부산 대학생 추진위원단’을 꾸려 활동했다. <단비뉴스>는 지난 23일 화상회의로 단장인 동아대 김태랑(23) 씨 등 4명을 인터뷰했다. 김 씨는 부산 어스아워 행사 때 6개 대학 학생이 소등 행사와 탄소 줄이기 실천 연설 대회 등을 연다고 소개했다. 부경대 박광윤(26) 씨는 “어스아워 행사를 통해 (기후위기 상황을) 바꿀 수 있다는 희망의 메시지를 전하고 싶다”고 말했다.

‘어스아워 부산 대학생 추진위원단’으로 활동한 정지현, 양서윤, 김태랑, 박광윤 씨(오른쪽 위부터 시계 반대 방향)가 단비뉴스 정호원 PD와 인터뷰하고 있다. 줌 화면 갈무리
‘어스아워 부산 대학생 추진위원단’으로 활동한 정지현, 양서윤, 김태랑, 박광윤 씨(오른쪽 위부터 시계 반대 방향)가 단비뉴스 정호원 PD와 인터뷰하고 있다. 줌 화면 갈무리

해양대 양서윤(21) 씨는 “홍수나 가뭄 등 육상에서만 기후위기의 징후들이 나타나는 것 같지만, 해수면 온도 상승 등 해양에서도 기후위기 문제가 나타나기에 경각심을 가져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부산대 정지현(22) 씨는 “초등학생 때부터 개인적으로 집에서 매년 어스아워 행사 때마다 불필요한 불을 끄며 참여해왔다”며 “대학생 연합과 같은 활동이 부산시 전체로 퍼져나가서 부산 시민 전체가 동참하는 행사로 거듭났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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