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풀뿌리 막걸리 소멸 보고서] 프롤로그 - 양조장 사장의 소망

 

2000년대 초반까지 전국 1400여 곳의 읍·면사무소 소재지 대부분에 막걸리 양조장이 있었다. 읍·면의 생산자가 만들어 읍·면의 소비자들이 마셨던 이 막걸리는 글자 그대로 ‘풀뿌리 막걸리’였다. 이른바 ‘프리미엄 막걸리’가 젊은 세대 또는 도시인을 중심으로 유행하고 있는 요즘, 정작 풀뿌리 막걸리는 시장에서 밀려나고 있다. 막걸리 시장이 요동치는 동안, 지역의 풀뿌리 막걸리 양조장이 얼마나 많이 사라졌는지, 운영 중인 곳은 어디인지, 이들이 어떤 문제를 겪고 있는지 알려주는 자료는 전혀 없다. 정부나 지자체 차원의 공식 조사가 한 번도 이뤄지지 않았기 때문이다.

지난 4월부터 9월까지 총 6개월에 걸쳐, 사라져가는 풀뿌리 막걸리의 실상을 직접 취재했다. 우선, 식품의약품안전처, 대한탁·약주제조중앙회, 농림축산식품부, 중소벤처기업부, 그리고 포털 주소·지도 검색 서비스의 자료를 확보하고 교차 분석하여, 읍·면 단위의 풀뿌리 막걸리 양조장 현황을 추산했다.

또한, 전국 102곳 풀뿌리 막걸리 양조장에 일일이 전화하여 현장 방문 및 인터뷰를 의뢰했다. 여러 차례 전화에도 응답하지 않는 곳, 사정이 어렵다며 취재를 거절한 곳이 많았으나, 설득 끝에 경북, 경남, 전북, 충남 지역에서 20년 이상 풀뿌리 막걸리를 만들어 온 양조장 13곳을 취재했다. 

정부와 단체의 공식 사이트 및 문서 외에도 <조선주조사> <술문화 조사 보고서> <전통주조 백년사> 등 단행본, 논문, 보고서 등 1000쪽 이상의 문헌을 참고했다. 또한, 관련된 과거 기사, 1949년 입법 이후 62차례 개정된 주세법의 연혁 등을 조사했다. 한국막걸리협회장, 한국전통민속주협회장, 한국지방행정연구원 연구자 등 6명의 전문가를 전화와 서면으로 인터뷰하여 지역 양조장의 실태와 미래를 물었다.

취재한 내용을 앞으로 2회에 걸쳐 보도한다. ‘1회-사라지는 지역 양조장’ 편은 2000년대부터 쇠락한 막걸리 양조장의 현재를 그렸다. 지역 소멸과 수도권 대형 막걸리 공세가 맞물리면서 지역의 양조장 주인들은 시장에서 완전히 밀려났다. ‘2회-그래도 살아남고 싶다’ 편에서는 활로를 찾는 지역 양조장을 살펴본다. 큰돈이 없으면 살아남을 수 없게 된 시장에서 양조장 사람들의 소망은 하나다. 계속 막걸리를 만들고 싶다는 바람이다. 양조장을 찾는 손님들에게 막걸리 한 잔 내주기를 바라는 그들의 소망을 보도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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