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장 취재] ‘사물인터넷’ 고독사 대응 실태점검

 

 

[앵커]

2020년 기준 우리나라 1인 가구 비중이 전체 가구의 31.7%로 늘면서 홀로 살다가 돌발적인 질병 등으로 사망하는 고독사에 어떻게 대처할 것인지 사회적 이슈가 되고 있습니다.

전국의 여러 지방자치단체는 각종 기기 사용 정보를 인터넷으로 확인하는 이른바 사물인터넷을 활용한 고독사 대응책을 도입했는데 어느 정도나 실효성이 있을까요?

최은솔 기자가 현장 취재했습니다.

[기자]

지난 2월, 홀로 충북 제천시 교동에 사는 79살 장 모 씨 집에 사물인터넷 기기가 설치됐습니다.

이 기기는 방 내부 온도와 산소 포화도를 측정해 실시간으로 관리기관에 전달합니다.

장 씨가 오래 집을 비우거나, 한 자리에서 계속 움직이지 않으면 사회복지사가 보는 현황판에 ‘위험’이라는 문구가 뜹니다.

화면에 위험 문구가 뜨면 사회복지사는 관리 대상에게 전화를 걸고, 안 받으면 직접 현장을 방문해 상태를 확인합니다.

사회복지사는 사물인터넷이 설치된 노인의 상태를 휴대전화로도 확인할 수 있습니다.

[장성욱 사회복지사 / 제천시종합복지관]

“제가 핸드폰에 넣어두고 보니까 (가끔씩 어르신에게 문제가 생겨서) 따로 연락드리는 거는 그렇게 어려운 일이 아닙니다.”

역시 홀로 생활하는 장 모 씨도 사물인터넷이 설치된 뒤로는 든든히 챙겨주는 느낌이 들어 만족스럽다고 합니다.

[장 모(79) 씨 / 제천시 교동 / IoT 설치 가구]

“이걸(장비가) 설치해주니까 내 마음이 더 든든해지고, 누구 말마따나 자식보다도 더 나를 든든하게 해주는 거 같고, 참 위안이 되더라고요.”

제천시는 지난 6월부터 장 씨가 이용하는 것과 같은 사물인터넷 서비스 대상자를 50명에서 70명으로 늘리기로 하고 읍면 지역 신청자를 받았습니다.

기존에는 제천시 중심지인 동 지역에만 서비스가 제공됐는데, 현재는 면 지역에 사는 다섯 세대가 서비스 대상에 추가됐습니다.

충북 제천, 충남 서산 등 일부 기초지방자치단체는 물론 대전, 인천, 서울 등 광역지자체에서는 이렇게 사물인터넷과 인공지능을 활용한 고독사 방지 서비스를 운영하고 있습니다.

서울시는 사물인터넷 대상 가구를 현재 2709가구에서 올해 안에 4700가구 이상으로 늘리기로 했고, 인천시도 지난해 979가구에 사물인터넷 기기를 설치했는데, 올해 1천 가구에 더 설치할 계획입니다.

사물인터넷 외에도 전국 지자체에서는 독거노인 가정에 화재감지기, 활동량 감지기, 응급호출기 등 장비를 설치해 응급상황에 대처하는 ‘응급안전안심서비스’도 제공해 고독사 대응의 빈틈을 메우고 있습니다.

정보통신기술을 통한 이 서비스들이 제 기능을 발휘하기 위해서는 관리인력을 늘리고 기기의 성능을 개선해야 한다는 과제도 있습니다.

지난해 12월 서울 종로구 충신동에서 고독사한 60대 남성은 자택에 설치된 사물인터넷 기기가 위험신호를 보냈지만 주민센터 직원이 미처 파악하지 못해 안타까운 죽음을 맞았습니다.

충북 제천에서도 고독사 대응을 위한 응급안전안심서비스 대상은 올해 889명이지만, 관리하는 인력은 2명에 불과한 상황입니다.

담당자 1명당 200명을 관리한다는 지침대로라면 최소 네 명 이상 배치해야 하는 겁니다.

[박종순 명락노인종합복지관 응급관리요원]

“지금 네 명이 배치가 돼야하는 상황인 거예요. ...(4명을 배치한다면) 좀 더 세밀하게 대상자 교육이라든가 이런 걸 여유 있게 할 수 있는 상황이 되겠죠.”

이 서비스를 관리하는 한국사회보장정보원은 대상자가 기기가 설치된 실내를 벗어나면 관리가 어려운 상태라며 실외에 있는 대상자를 관리할 수 있도록 기기 성능 개선이 필요하다고 밝혔습니다.

사물인터넷 등 기술을 통한 고독사 대응은 죽음 직전이나 사후 대처에 가까워 완벽한 예방책은 아니라는 한계도 있습니다.

서울 서초구에서는 홀로 사는 노인끼리 주 1회 이상 모임을 만드는 식으로 노인들이 관리 대상에 머무는 게 아니라 서로의 안전망이 돼주는 사업도 이어가고 있습니다.

[이연희 한국보건사회연구원 정보기술팀장]

“외로운 분들을 같은 주거 공간에서 생활할 수 있도록 공동생활 공간을 마련하고 있거든요. ... 노인이 노인을 돌보는 시대이기에 이웃에서의 관심이 많아져야 되지 않을까.”

첨단 기술을 활용한 관리를 확대하는 동시에, 이런 관리망 밖에서 일어나는 고독사를 막기 위한 다양한 노력이 필요해 보입니다.

단비뉴스 최은솔입니다.

(편집: 최은솔 기자 / 촬영: 정승현 기자, 나종인 PD / 앵커: 이정민 기자)

저작권자 © 단비뉴스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