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후위기시대] ㉜ 제2회 연구산악대 디브리핑 컨퍼런스

“인류의 역사에서 수많은 고난이 있었을 때, 그 문제를 넘는 흐름에는 항상 연구자가 있었습니다. 빈곤이 개인의 문제가 아닌 사회적 책임이라는 사실을 밝혀낸 것이 지금의 복지 시스템을 만든 것처럼, 기후위기를 해결하기 위해 집요하게 분석하고 고민할 때 우리는 그 문제를 해결할 열쇠를 발견할 수 있을 거라 믿습니다.”

지난달 30일 오후 7시 30분, 제2회 연구산악대 디브리핑(임무보고) 컨퍼런스가 줌(Zoom) 화상회의로 열렸다. 운영진 가운데 한 명인 심보은(31·공공정책학 석사) 씨는 기후위기 해결을 위한 연구자의 역할을 강조하며 컨퍼런스의 문을 열었다. 지난해 10월 결성된 연구산악대는 사회문제의 근원을 연구하고 해결책을 모색하는 학자, 대학원생, 일반인 등이 일주일에 논문을 한 편씩 읽고 교류하는 공동체다. 이날 컨퍼런스는 2기 연구산악대 활동을 마친 대원들이 그동안 읽은 논문 중 일부를 도슨트(전시회 등에서 예술작품을 설명하는 사람)처럼 대중에게 소개하자는 취지로 마련됐다. 

기후위기 논문 읽고 ‘도슨트’처럼 대중에게 소개 

▲ 제2회 연구산악대 디브리핑 컨퍼런스에 참가한 연구자들. 줌 화상회의로 열린 이날 컨퍼런스에는 60여 명이 참여했다. ⓒ 김은송

연구산악대 기획운영을 총괄하는 하윤상(33) 나이오트(주) 대표는 2기 연구주제를 1기에 이어 기후위기로 정한 것과 관련, “사회문제들 중 가장 시급하게 해결이 필요한 주제이며 가장 많은 연구자들이 모일 수 있고 더 많은 연구가 필요한 주제이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2기에서는 연구자, 학생, 일반인 등 71명이 관련 논문 245편을 함께 살펴봤다고 하 대표는 밝혔다.  

컨퍼런스 첫 순서로 김다영(33·행정학 박사수료) 대원이 <기관투자가 포트폴리오의 탈탄소화>(2020) 논문을 소개했다. 2002년부터 2017년까지 기업의 비재무적요소(ESG) 지표가 공개된 5669개 기업 주식데이터를 분석한 이 논문은 2006년 이후 기관투자가들이 ‘탈탄소화’(화석연료 관련 기업 투자 회피) 경향을 뚜렷하게 보였다고 밝혔다. 반면 2016년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이 파리기후협정 탈퇴를 선언한 직후에는 이런 추세가 일시 둔화하는 경향을 보여, 정부 규제환경 변화에 기관투자가들이 반응함을 보여줬다고 논문은 지적했다. 

▲ 기관투자가들의 ‘탈탄소화 군집행동’ 그래프를 소개하고 있는 김다영 대원. ⓒ 김은송

이어 백송이(27·국제관계/공공외교학 석사) 대원은 <대체에너지 정책에서 지방정부와 비정부 기구(NGO)의 파트너십에 관한 연구>(2004)를 소개했다. 대구광역시와 광주광역시의 솔라시티 사업을 비교한 이 논문은 대구시의 솔라시티 사업이 과장 홍보로 행정 불신을 야기했으며 단기적 성과가 드러나는 사업에만 주력하면서 시민사회, 시의회 등의 합의를 이끌어 낼 기회를 잃었다고 지적했다. 논문은 이어 “기술과 정책 방향도 중요하지만 시민이 얼마나 공감하고 자치단체, 산업체, 연구소, 지역 비정부기구(NGO) 등이 얼마나 유기적 시스템을 구축하고 협력하느냐가 (사업 성공에) 더욱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기후위기와 인문학의 연결고리를 다룬 논문 <인류세를 복수화하라>(2019)를 소개한 손정아(35·미술이론 박사수료) 대원은 “기후위기의 영향은 계급, 젠더(성별), 인종, 지역 등에 따라 다르게 도달되며 이러한 불평등은 축적된다”며 “인문학은 이러한 부조리에 대해 비판적 태도와 실천을 요구한다”고 말했다. 

국내 130만 ‘에너지 빈곤가구’ 주거개선 등 시급 

이어진 세션에서는 '에너지 빈곤가구의 주택에너지 효율향상을 위한 디지털 혁신모델 개발'을 주제로 이종원 한국건설기술연구원 건축에너지연구소 수석연구원이 발표했다. 이 연구원은 2018년 7월 한 여성 노인이 무더위 속에 체온이 42도까지 올라 사망했다는 보도를 계기로 에너지 빈곤가구에 관한 연구를 시작했다고 밝혔다. 그는 에너지 빈곤가구를 ‘에너지에 쓰는 비용이 소득의 10%를 넘는 가구’로 정의하고, 전국적으로 약 130만 가구가 있다고 추정했다. 대부분 독거노인, 소년소녀가장, 장애인 등 사회적 약자라고 한다. 이 연구원은 “에너지 빈곤가구는 자연재해에 더 노출되지만 정치적으로 가장 영향력이 약해 도움이 필요한 취약계층”이라고 덧붙였다. 

▲ 기후위기에 가장 직접적으로 타격을 받는 에너지 빈곤계층의 실태에 관해 이종원 연구원이 설명하고 있다. ⓒ 김은송

이 연구원은 그동안 에너지 빈곤가구에 관한 체계적 조사와 통계가 미비했다며 ‘데이터’의 중요성을 강조했다. 그는 특히 주택 에너지효율 개선을 위해 가장 중요한 것이 창문이라며 그린 리모델링 사업에서도 창문이 가장 많은 공사 비중을 차지한다고 소개했다. 창문의 에너지 효율 개선 효과가 주택 전체의 30%를 차지한다는 것이다. 그는 창문 사진을 이용해 주거 상태를 진단하고 사각지대를 찾아내는 데이터 기반의 연구를 진행하고 있다고 밝혔다. 또 에너지 빈곤가구 실태조사 데이터를 활용해 전국 에너지 빈곤가구 지도를 구축했다고 덧붙였다. 

▲ 전국의 에너지 빈곤가구 지도를 소개하고 있는 이종원 대원. ⓒ 김은송

‘정의로운 전환’ 통해 불평등 줄여야 

홍덕화 충북대 교수는 ‘기후정의 담론의 확장과 체제전환’을 주제로 한 강연에서 “기후정의의 맥락에서 볼 때 선진 산업국이라고 불리는 국가들의 역사적인 책임을 고려해 탄소감축을 실행해야 한다”고 말했다. 그는 “한국의 경우는 이미 탄소 배출량이 많기 때문에 기후정의에 부합하는 방식으로 가려면 2050년이 아니라 2030년에 배출량을 0으로 만들어야 한다는 결론이 도출된다”고 지적했다. 

홍 교수는 “기후정의는 누가 피해에 많이 노출되느냐 하는 ‘취약성’의 문제만이 아니라 기후위기에 적응하고 대비할 수 있는 능력, 나아가 복구할 수 있는 능력의 편차까지 고려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그는 “정의로운 전환(Just Transition·퇴출산업 노동자 등에게도 대책을 마련해주는 것)이 좁게 보면 일자리 문제지만 넓게 보면 전환 과정에서 발생하는 다양한 비용을 누가 얼마나 어떻게 분담할 것인가의 문제”라며 “환경을 넘어 노동, 사회, 복지 정책을 통합해서 풀어나가야 한다”고 덧붙였다. 

▲ 기후정의의 요건에 관해 설명하는 홍덕화 충북대 교수. ⓒ 김은송

하윤상 대표는 컨퍼런스 마무리 발언에서 <파란하늘 빨간지구>의 저자 조천호 박사를 인용, “기후변화 지식은 축적될수록 위기의 순간에 사회적 합의를 이끌어 내고, 불확실한 미래를 헤쳐나갈 깊은 통찰력을 제공할 수 있다”며 “문제 해결에 기여하는 연구 생태계를 계속 구축해 나가겠다”고 다짐했다. 

[기후위기시대]

① 온실가스 주범 석탄발전소 ‘더 짓는 중’

② '기후우울' 떨치고 '어벤져스'로 나서다

③ 탄소세 부과로 ‘신호’ 줘야 기업 바뀐다

④ 노동·지역경제 배려 ‘정의로운 전환’을

⑤ "석탄발전소 짓는 한국, 리더 아닌 꼰대"

⑥ ‘그린워싱 대신 행동을’ 거센 녹색 함성

⑦ "SMR 등 원전은 기후위기 대안 못 돼"

⑧ “상용화 먼 핵융합, 탄소중립 도움 안 돼”

⑨ “기후위기 극복 의무를 헌법에 넣자”

⑩ 소형모듈원전(SMR) 상용화 가망 없다

⑪ “파이로프로세싱은 과학 아닌 소설”

⑫ 기후재난으로 원전 위험성 더 커진다

⑬ ‘기후 일자리’ ‘탄소국민배당’ 추진을

⑭ 고기 즐기는 너, 기후변화 공범 아니니

⑮ 청소년은 ‘미래’ 아닌 기후재난 ‘당사자’

⑯ 기후 미술관, ‘제로 웨이스트’로 가다

⑰ 쓰레기 줍다 보니 삶이 바뀌더라

⑱ “한국 공적금융이 에너지 전환 걸림돌”

⑲ ‘ESG 경영’ 뒤로 ‘기후행동 봉쇄 소송’

⑳ ‘국민이 처한 위험’ 알리려 당근 쏟았다

㉑ 나는 오늘 옷을 샀다, 기후위기를 샀다

㉒ 시민이 일어나 정부·기업을 움직이자

㉓ 탄소 줄이는 갯벌 메워 공항을 짓다니

㉔ 공장식 축산 줄이고 채식 늘려야 생존

㉕ 경작과 에너지 생산을 ‘하이브리드’로

㉖ 이재명 ‘재생에너지’, 윤석열 ‘원전’ 강조

㉗ 이재명·윤석열도 ‘기후대선’ 동참해야

㉘ ‘할머니가 지킬게, 초록지구’ 119 출동

㉙ 기후변화만큼 핵발전도 위험하다

㉚ ‘주차장 태양광’ 시급한데 조례로 막아

㉛ 채식 급식 확대, 환경교육과 병행 필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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