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언론윤리] 틀린 것 바로잡는 일이 신뢰도 제고 지름길

지난해 12월 6일, <동아일보>가 기획 보도한 기사의 인터뷰 내용 중 상당 부분이 조작됐다는 비판이 나왔다. 최저임금 인상에 관한 찬반을 다룬 부분에서 ‘최저임금 1만 원’ 인상에 찬성하는 사람으로 기사에 등장한 박청담 씨가 “실제 대화나 사실과는 전혀 무관한 내용을 기자가 창작해 보도했다”며 문제를 제기한 것이다. 박 씨는 다음날 언론중재위원회에 <동아일보>와 <동아닷컴>을 상대로 정정보도와 손해배상을 청구했다. 이틀이 지난 9일 <동아일보>는 온라인에서 기사를 내렸다. 인터뷰가 왜곡됐다는 박 씨의 주장에 어떤 답도 내놓지 않은 채, 경위 설명도 없이 해당 기사를 돌연 삭제한 것이다.

▲ 지난해 12월, <동아일보>는 최저임금 인상 찬반을 다룬 기사를 보도했다가 인터뷰이 중 한 명이 “실제 사실과 다른 내용을 기자가 창작했다”는 문제를 제기하자 돌연 기사를 삭제했다. ⓒ 동아일보 지면 PDF 갈무리

잘못된 보도를 했으면 이를 인정하고 반성하며, 분명한 책임을 지는 것이 신뢰받는 언론의 기본 자세다. 정정보도는 그래서 애초의 보도보다도 더 중요하다. 오보는 끊이지 않는다. <동아일보>의 이 기사가 논란을 빚은 지 얼마 지나지 않은 지난해 12월 14일에는 <뉴스1>과 <중앙일보> 등이 균열이 간 해외의 도로 사진을 제주 지진 피해 사진으로 보도하기도 했다. 기자도 사람인 이상 어쩔 수 없는 경우도 있겠지만 안타깝게도 조금만 주의하면 피할 수 있는 오보가 많다. 

그럼 잘못된 보도가 있을 경우 정정보도는 어떻게 청구하는 것인지, 처리는 어떻게 되는 것인지를 최근의 몇 가지 사례를 통해 알아보자.

“틀린 것 고쳐달라” 청구하려면

신문 지면을 넘기다 보면 ‘바로잡습니다’라는 제목으로 지난 기사에서 잘못 보도한 사실을 바르게 고쳐놓은 것을 볼 수 있다. 방송 뉴스나 온라인 기사에서도 마찬가지로 틀린 것을 바로잡는다. 이러한 정정보도는 정확한 보도를 지향하겠다는 각 언론사의 다짐을 보여주는 하나의 중요한 콘텐츠다. 잘못을 숨기지 않고 적극적으로 정정하는 언론이 뉴스 수용자의 신뢰를 얻는다.

▲ 신문 지면에서 ‘바로잡습니다’라는 제목으로 정정 보도한 것을 볼 수 있다. 방송 뉴스나 온라인 기사에서도 틀린 것을 바로잡는다. ⓒ 한겨레, 중앙일보 갈무리

사실적 주장에 관한 언론보도가 진실하지 않아서 피해를 입은 주체는 그 보도를 한 언론사에 바로 정정보도를 청구할 수 있다. 해당 언론보도를 안 날부터 3개월 이내, 해당 언론보도가 나간 뒤 6개월 이내에 청구해야 한다. 정정보도 청구는 언론사 대표자에게 해야 하며, 청구서에는 피해자의 인적사항을 기재하고 정정 대상인 보도의 내용과 정정을 구하는 이유, 보도해 달라고 청구하는 정정보도문을 첨부해야 한다.

정정보도 청구를 받은 언론사는 3일 이내에 그 청구를 수용할 것인지를 신속히 청구인에게 통지해야 한다. 언론사가 정정보도 청구를 수용할 때에는 피해자나 대리인과 정정보도의 내용, 크기 등에 관해 협의한 뒤 청구를 받은 날부터 7일 내에 정정보도문을 게재하거나 방송해야 한다. 이를 위반한 언론사에는 3천만 원 이하의 과태료가 부과된다. 정정보도의 내용, 크기 등에 관한 협의문에는 정정보도의 횟수와 위치 또는 방송순서가 포함돼야 한다.

언론사가 정정보도할 때는 원래의 보도내용을 바로잡는 사실적 진술, 그 진술의 내용을 대표할 수 있는 제목과 이를 충분히 전달하는 데 필요한 설명이나 해명을 포함해야 한다. 정정보도는 보도를 내보낸 곳과 같은 지면이나 채널에 동일한 효과를 낼 수 있는 방법으로 해야 하며, 방송의 정정보도문은 자막과 함께 통상적인 속도로 읽을 수 있게 해야 한다. 언론중재법에 이런 절차가 자세하게 규정되어 있다.

다만 언론사가 정정보도 청구를 거부할 수도 있다. 피해자가 정정보도 청구권을 행사할 정당한 이익이 없는 경우, 청구된 정정보도의 내용이 명백히 사실에 반하는 경우, 청구된 정정보도의 내용이 명백히 위법한 내용인 경우, 정정보도의 청구가 상업적 광고만을 목적으로 하는 경우, 청구된 정정보도의 내용이 국가·지방자치단체 또는 공공단체의 공개회의와 법원의 공개재판절차의 사실보도에 관한 것인 경우 등이 해당된다. 언론사가 정정보도 청구를 거부할 경우, 피해자는 언론중재위원회에 조정이나 중재를 신청하거나 법원에 정정보도 청구 소송을 제기할 수 있다. 물론 언론사에 정정을 청구하지 않고 바로 언론중재위나 법원으로 사건을 가져갈 수도 있다.

언론, 틀린 것은 바로잡는 것이 기본

글머리에서 언급한 <동아일보> 사례와 달리 적절하게 정정보도해 신뢰도를 높인 사례도 있다. 지난해 9월 <조선일보>는 “탈레반이 100조 원 규모의 미군 무기를 획득했다”는 내용의 기사에 관한 적극적인 정정보도로 독자권익위원회에서 긍정적인 평가를 받았다. <조선일보>의 독자권익보호위원회 9월 정례회의 내용을 보면 한 독자권익보호위원은 “[바로잡습니다] ‘탈레반이 美무기 100조 원 획득’ 본지 보도 사실과 달라” 기사를 언급하며 ‘바로잡습니다’ 코너의 효용을 잘 보여줬다고 평가했다. 그동안 오보에 관한 교정 작업은 있었지만 코너 크기나 사과 스타일은 건조한 편이었는데, 해당 정정보도는 오보를 하게 된 경위와 맥락을 자세히 설명해 돋보였다는 것이다. <연합뉴스> <매일경제> <경향신문> 등 다른 주요 언론도 같은 오보를 냈지만 별도로 정정보도를 내지는 않았다.

2014년 3월 4일 <뉴욕타임스>는 161년 전의 보도를 정정했다. ‘고침’란을 통해 어떤 사람의 이름 철자가 잘못 나갔다고 알린 것이다. <뉴욕타임스>는 1853년 당시 납치 사건의 주인공이었던 ‘NORTHUP’을 ‘NORTHRUP’, ‘NORTHROP’으로 보도했다. 오보 사실은 이 사건을 바탕으로 만든 영화 <노예 12년>이 아카데미 최우수작품상을 받으며 SNS를 통해 알려졌고, <뉴욕타임스>는 주저 없이 161년 지난 오보를 바로 잡았다. 당시 <뉴욕타임스>는 “실수가 있었지만 이번 일을 계기로 더 완벽하고 정확한 기록을 갖게 됐다”고 말했다. 자신의 보도 그 자체를 하나의 역사적 기록처럼 대한 것이다.

▲ 2014년, <뉴욕타임스>는 161년 전의 이름 철자 오기를 정정했다. 이 일은 당시 KBS의 미디어비평 프로그램인 ‘미디어인사이드’에도 소개되었다. ⓒ KBS

<뉴욕타임스>가 오래전의 사소한 실수를 바로 잡은 것에는 독자와 기자들을 향한 메시지가 담겨 있다. 독자들에게는 이렇게 작은 실수도 즉시 고치는 매체이니 신뢰해도 좋다는 이야기를 전했다. 내부의 기자들에게는 회사 차원에서 정확성을 이렇게 중요하게 생각하고 있으니 기사를 더욱 정확하게 쓰도록 노력하라는 메시지를 전했다.

이처럼 정정보도는 그 자체로 오보를 내지 않기 위해 더 철저히 검증하겠다는 언론사의 다짐이다. 신뢰도가 떨어질까 두려워 정정보도하지 않는 태도야말로 언론의 신뢰도를 떨어뜨리는 일이다. 오보를 했다면 적극적으로 밝히고 바로잡는 것이 기본이라는 자세가 모든 언론인에게 필요하다. 2018년 독일의 주간지 <슈피겔>은 자사가 보도한 분쟁지역 르포 기사가 상당수 날조됐다며 22쪽에 걸쳐 정정보도했다. 당시 표지 제목은 ‘말하라, 있는 그대로’(Sagen, Was ist)였다. 있는 그대로를 말하는 것, 틀렸으면 틀렸다고 인정하고 바로잡는 것이 언론의 사명이자 기본이다. 

머지않아 훌륭한 정정보도 사례로 해외 언론사가 아니라, 국내 언론의 좋은 사례를 더 많이 소개할 수 있게 되기를 바란다. 잘못을 깔끔하게 인정하고 바로잡는 것 자체가 언론의 실력이자 신뢰의 밑바탕이라는 점을 잊지 말았으면 좋겠다.


편집: 이현이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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