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논술 공모전] 우수작

최근 넷플릭스를 통해 방영되며 세계적인 인기를 끈 드라마 <지금 우리 학교는>은 좀비 바이러스가 퍼진 한 고등학교에서 살아남기 위해 사투를 벌이는 학생들의 이야기를 담고 있다. 드라마를 보며 난 <지금 우리 학교는>의 이야기가 마치 지방대를 다니는 나와 내 친구들의 이야기처럼 느껴졌다. 대학 생활을 시작하며 처음 한 생각은 바로 ‘나도 편입 준비를 해야 하나’였다. 분명 만족하며 온 학교였지만 편입을 준비하는 동기들, 편입으로 서울에 있는 소위 명문대에 간 선배들을 보며 알 수 없는 불안함을 느꼈기 때문이다. 그리고 4학년이 된 지금, 취업을 위해 학교를 옮겨 서울로 가는 친구들을 보면 나 역시 떠나지 않으면 안 될 것 같다는 초조함이 든다. 

▲ 지난해 12월, 고등학생들이 수능 점수를 확인하고 있다. ⓒ 연합뉴스

<어느 대학 출신이세요?>의 1부 2장 ‘불공정한 취업 전쟁’을 보면 고용 시장에서 지방대 학생들의 처지를 잘 알 수 있다. 채용공고의 80%가 수도권에 집중되어있고, 양질의 일자리와 취업 인프라도 수도권에 몰려 있다. 심지어 채용 과정에서 ‘학교 줄 세우기’가 공공연하게 자행된다. 이러한 불평등 구조 속에서 지방대 학생들은 취업 시장에서 좀비가 되지 않고 살아남기 위해 학교를 떠나고 있다. 그래서 ‘지금 우리 학교는’ 마치 좀비 바이러스가 퍼진 학교처럼 무너져 가고 있다. 

드라마 <지금 우리 학교는>에는 ‘대를 위해 소를 희생한다’며 학생들의 고통을 외면하는 무책임한 어른들이 나온다. 이런 무책임한 어른들은 현실에도 존재한다. ‘스카이(SKY)를 몰아주고 하위권을 버리는’ 학교, 기울어진 운동장에서 능력주의를 운운하며 상위권 대학에 지원금을 쏟아붓는 국가, 지방대 위기를 그저 바라만 보고 있는 정치인들. 그렇다면 지방대 학생들은 <지금 우리 학교는>에 나오는 주인공들처럼 자기 힘으로 피를 흘리며 살길을 찾아 나가야 할까? 아니면 지금이라도 어른들이 책임감을 느끼고 학생들을 보호해야 할까? 그 판단은 각자에게 맡기고, 이제 난 무너져 가는 ‘우리 학교들’을 살리기 위한 내 나름의 대안을 말하고자 한다.

우선 정치에서 ‘지방’과 ‘청년’의 대표성을 높여야 한다. ‘공영형 사립대’ ‘대학통합네트워크’ ‘지역거점 메가시티’ 등 지방대 위기를 해결하기 위한 혁신적인 방안들은 이미 많이 나오고 있다. 하지만 이런 방안들이 실현되기 위해서는 정치의 힘이 필요하다. 지방과 청년 대표성이 낮은 한국 정치에서 이런 혁신적 방안들은 그저 ‘생각’에 머물 수밖에 없다. 따라서 유권자인 우리가 정치권에 지방과 청년 대표성을 요구하고, 지방과 청년을 대표하는 정치인들에게 지지를 보내야 한다. 그래야 비로소 지방대 위기에 관한 정책적 논의가 가능해지고 위기를 해결하기 위한 방안들이 추진될 수 있다. 

다음으로 한국 교육의 패러다임을 바꿔야 한다. “지금의 한국 교육은 자유시장경제에 맞는 인적자원을 길러내는 것이 최고 목표이다.” 이는 내가 <어느 대학 출신이세요?>에서 가장 인상 깊게 본 구절이다. 우리나라 학생들은 학창 시절에는 좋은 대학을 가기 위해, 대학교에 와서는 좋은 회사를 가기 위해 끊임없이 경쟁하고 극단적인 이기주의자가 되는 교육을 받아 왔다. 이러한 상황에서 학생들이 능력주의에 따라 ‘지잡대’ 혐오에 빠지는 것은 어쩌면 당연한 걸지도 모른다. 이런 비극을 바로 잡으려면 이제부터라도 한국 교육은 ‘민주시민교육’ ‘사회정의교육’ 등을 통해 경쟁보다 연대를 강조하는 교육으로 변화해야 한다. 그래서 성숙하고 존엄한 인간을 길러내는 교육을 해야 한다. 

이렇게 정치와 교육이 변화하는 것보다 더 중요한 것이 있다. 바로 우리의 인식 속에 깊게 자리 잡고 있는 ‘능력 만능주의’를 없애는 것이다. 세명대 저널리즘연구소 곽영신 연구원이 <어느 대학 출신이세요?> 책 말미에 한 말이 있다. “개인이 전쟁터를 벗어나는 가장 확실하고 근본적인 방법은 바로 전쟁을 끝내는 것뿐이다.” 전쟁 같은 학력, 학벌, 일자리 경쟁을 끝내기 위해선 학력, 학벌, 일자리만이 유일한 능력이 아니며 현대 사회에서 오직 개인의 능력만으로 얻어지는 것은 없다는 걸 우리 모두가 깨달아야 한다. 그것만이 우리 사회에 퍼지고 있는 ‘지방대 혐오 바이러스’를 막을 유일한 해독제다.


세명대 저널리즘스쿨대학원과 저널리즘연구소가 한국 교육의 불공정 구조와 지방대 차별 문제를 공론화하기 위해 개최한 논술대회의 수상작을 3회에 걸쳐 연재합니다. <단비뉴스>가 펴낸 단행본 <어느 대학 출신이세요?>를 토대로 한 이번 논술대회에는 학생, 교사, 직장인, 주부 등 79명이 응모해 입시 위주 경쟁교육, 지방대 위기, 공정과 능력주의에 관한 성찰 등을 주제로 다채로운 의견을 개진했습니다. 엄정한 심사를 거친 3편의 당선작 중 최우수작, 우수작, 가작의 순서로 원고를 싣습니다. (편집자)

편집: 정승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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