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후위기시대] ㉗ 녹색당 김예원 공동대표 인터뷰

“내년 대선은 반드시 ‘기후대선’이 되어야 합니다. 기후를 빼놓고는 복지나 노동이나 돌봄이라든지 다른 주요 키워드를 얘기할 수 없다고 봅니다.”

지난 7월 녹색당의 ‘간판’으로 선출된 김예원(31) 공동대표가 20대 대선을 앞두고 이렇게 역설했다. 녹색당은 2011년 일본 후쿠시마 원자력발전소 폭발 사고를 계기로 창당된 우리나라 첫 환경정당이다. 김 대표는 “기후위기로 피해를 보는 경제적 약자와 탈탄소 전환 과정에서 실직할 노동자 등을 고려하는 ‘정의로운 전환’(Just Transition)을 추구하며 ‘탈성장 사회’로 나아가야 한다”고 말했다. <단비뉴스>는 지난 10월 25일 서울 옥인동 녹색당 당사에서 김 대표를 만나고, 26일 전화로 추가 인터뷰했다.

거대 양당 후보 기후위기 대응 의지 불투명 

▲ 김예원 녹색당 공동대표가 서울 옥인동 녹색당사에서 <단비뉴스>와 인터뷰하고 있다. 김 대표는 2022년 대선에서 기후위기 대응이 주요 의제가 되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 정승현

김 대표는 국가의 기후위기 대처가 헌법상의 의무라고 지적했다. 그는 "한국 헌법은 국가가 기후위기로부터 국민 기본권을 보호하도록 의무 규정을 둔다"고 말했다. 그 근거로 인간의 기본권과 존엄성을 추구하는 10조, 국가의 재해 예방 의무를 명시한 제34조 6항, 환경보전 노력을 요구한 35조 1항, 국민 보건을 지킬 의무를 둔 36조 3항을 들었다.

김 대표는 문재인 정부가 이런 헌법상의 의무를 다하지 못하고 있다고 비판했다. 정부가 국제사회에 제시한 탄소중립 목표는 ‘2030년까지 2018년 대비 탄소배출 40% 감축’인데, 여기엔 국외 감축분이 3510만 톤(t) 포함돼 '꼼수가 들어있는 수치'라는 게 그의 지적이다. 김 대표는 “이런 점을 고려하면 한국의 실제 탄소감축분은 30% 정도에 불과하다”고 말했다. 국외 감축은 개발도상국 등에서 온실가스를 줄인 실적을 인정하는 것으로, 진정한 감축이라고 보기 어렵다는 것이다. 녹색당은 지난 19일 정책대회에서 국가온실감축목표(NDC)를 ‘2030년까지 2018년 대비 탄소배출 70% 감축’으로 상향조정한다는 목표를 세웠다.

김 대표는 정부가 지난 9월 공포한 탄소중립녹색성장기본법도 비판했다. 온실가스 감축 목표가 낮을 뿐 아니라 법안 이름에 들어간 ‘녹색성장’이 여전히 국내총생산(GDP) 중심의 성장을 의미한다는 지적이다. 그는 “GDP 중심의 경제 성장을 추구하면서 온실가스 배출을 줄이는 것은 가능하지 않다”고 말했다. 녹색당은 지난 10월 정의당, 기후위기비상행동 등과 함께 ‘탄소중립녹색성장기본법이 실질적 탄소중립을 이룰 수 없어 위헌’이라는 취지로 헌법소원을 청구했다.

김 대표는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선후보와 윤석열 국민의힘 후보의 기후위기 공약에 관해 “생존권과 노동권 같은 인권과 연결됐다는 점을 두 후보가 간과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특히 윤 후보가 원자력발전을 계속해야 기후위기를 해결할 수 있다고 주장한 것과 관련, “핵발전소 밀집도가 높은 한국 현실에서 리스크를 고려하지 않은 주장”이라고 비판했다. 그는 윤 후보가 핵폐기물 처리 문제도 간과하고 있다고 덧붙였다. 현 정부안보다 NDC를 10% 높인 이재명 후보에 대해서는 “상향한 목표를 실천하기 위한 구체적 노력과 방안이 보이지 않는다”고 비판했다. 또 이 후보가 탈원전에 모호한 행보를 보이는 것을 두고 “(기후위기 극복 의지에) 신뢰가 잘 가지 않는다”고 꼬집었다.

핵발전소는 사회 정의와 양립 어려워 

김 대표는 윤 후보가 기후위기의 대안으로 제시한 핵발전(원전)이 사회 정의와 양립하기 어렵다고 지적했다. 그는 “(원전) 시설이 노후화하고 너무 밀집돼 있어 핵사고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고 강조했다. 이어 “발전소 지역 주민들한테 위험을 부담하게 하는 반면, 대도시 지역 주민들이 전력을 (주로) 사용해 (지역 간) 불평등을 초래한다"고 덧붙였다.

▲ 지난 10월 22일 기후위기비상행동이 주최한 <정의로운 2030감축목표 수립과 기후정의를 위한 선언대회>에 녹색당 김예원, 김찬휘 공동대표 등 당원들이 참가했다. ⓒ 녹색당 페이스북

인터뷰에 배석한 장윤석 녹색당 기후정의위원회 정책소위원장은 “에너지 수요를 줄이고 효율을 높이면 2030년까지 탈핵과 탈석탄을 동시에 달성할 수 있다”고 밝혔다. 그는 "(우리나라는) 월성원전에서 서울까지 전기를 끌어오기 위해 송전탑을 건설하는 등 중앙집중형 에너지구조를 가지고 있는데, 그 과정에서 (전기의) 절반 이상이 손실된다"며 “태양광과 풍력을 지역분산형으로 배치하면 에너지 효율을 끌어올릴 수 있다”고 말했다. 그는 국무총리를 위원장으로 한 원자력진흥위원회를 지목하며 “국가 차원에서 핵발전소 사용을 장려하고 있다”고 비판했다. 또 “다른 발전원과 달리 핵발전 원료인 우라늄에만 면세 혜택이 있다”며 “핵발전소의 경제성이 과장됐다”고 지적했다. 실제로 휘발유와 경유엔 유류세뿐 아니라 교육세, 수입부과금, 품질검사수수료, 안전관리부담금 등이 부과된다. 액화천연가스에도 관세, 개별소비세, 수입부과금, 부가가치세, 안전관리부담금 등 여러 세목이 붙는다. 반면 우라늄엔 이런 국세가 붙지 않고 지방세인 지역자원시설세와 원자력연구개발기금, 사용후핵연료관리부담금만 부과돼 생산단가를 상대적으로 낮추는 효과가 있다. 김 대표는 또 원전사고를 예방하는 데 필요한 안전비용과 폐기물 처리 비용 등이 제대로 반영되지 않는다는 점도 원전의 경제성을 과장하는 요인이라고 지적했다.

‘기후위기와 불평등’ 동시 대응 추진해야

김 대표는 경제 불평등, 노동 및 돌봄 문제와 팬데믹(전염병 대유행) 가운데 기후위기와 관련 없는 문제는 없다고 강조했다. 예를 들어 기후위기로 피해를 당하는 주거취약계층을 보호하기 위해 단열을 보강하고 에너지 소비를 줄인 친환경 녹색 주택을 공급하면 기후위기 대응과 불평등 해소에 모두 도움이 된다는 것이다. 김 대표는 현 정부의 그린뉴딜 정책은 불평등과 기후위기를 함께 해결하는 방식이 아니기 때문에 한계를 갖는다고 비판했다.

기후위기 목소리를 키우려면 지금의 양당 구도를 극복해야 한다는 취지에서 녹색당은 진보정당과 시민단체가 함께 하는 기후대선운동본부를 지난 10월 18일 결성했다. 기후대선운동본부는 ‘기후 후보’를 대선에 내는 것을 목표로 녹색당이 제안했다. 김 대표는 “정의당, 진보당, 미래당, 기본소득당 등 5개 정당과 시민단체 5곳이 (기후대선운동본부에) 화답했다”고 말했다. 기후대선운동본부는 지난 14일 출범 기자회견을 열었고, 현재 ‘기후강령’ 초안을 구성하고 있다. 김 대표는 “대통령 선거를 시작으로 지방선거 같은 정치사회적 일정에서 공동으로 대응할 것”이라고 밝혔다.

▲ 녹색당의 제안으로 진보정당과 기후단체들이 참여해 꾸려진 ‘기후대선운동본부’가 지난 14일 서울 여의도 국회 본청 앞에서 출범 기자회견을 열고 있다. ⓒ 녹색당

김 대표는 “기후정의는 텀블러나 손수건 사용하기 같이 작은 실천만으로 부족하다”며 “제도와 구조를 바꾸는 노력에 (시민들이) 동참해 주길 바란다”고 당부했다. 그는 “기후단체가 진행하는 집회에 참여해서 목소리를 내거나, 자기가 있는 곳에서 사람들과 함께 공부하고 배우면서 기후정의에 대한 목소리를 내야 한다”고 말했다. 그는 특히 자연환경과 생태를 이해하는 기본 소양을 뜻하는 ‘생태문해력’을 언급하며 “생태문해력을 갖추지 않으면 도태되는 사회가 왔다”고 덧붙였다.

경남 통영에서 자란 김 대표는 고등학생 때 환경동아리에 들어 해양폐기물 모니터링과 설악산 산양 지키기 등 활동을 했고, 해수면 상승으로 가라앉고 있는 남태평양의 섬나라 투발루를 방문해 기후변화의 심각성을 깨달았다고 한다. 그는 2014년 간호사로 직장 생활을 시작하며 녹색당에 가입했다가 ‘과도한 검사와 처방을 줄이고 치료에서 예방으로 방향을 전환하는 것이 필요하다고 느껴’ 2017년 당내 활동을 시작했다. 이어 2019년 청년녹색당 운영위원장과 전국위원을 맡았고, 지난 7월 공동대표로 당선됐다.


편집: 이현이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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