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후위기시대] ㉖ 20대 대통령 후보 기후정책 비교

‘기후위기 대응’이 지구적 과제로 부상했지만, 내년 3월 대선을 목표로 한 국내 정당의 선거운동에서 기후정책은 아직 핵심 쟁점이 되지 못하고 있다. 특히 정의당과 녹색당을 제외한 주요 정당은 기후관련 공약을 아직 세부적으로 내놓지 못하고 있다. <단비뉴스>가 더불어민주당, 국민의힘, 정의당, 국민의당, 녹색당에서 입수한 자료와 관계자 인터뷰 등을 19일 종합한 결과 이재명 민주당 후보와 심상정 정의당 후보는 2030년 탄소배출 감축목표를 정부안보다 높이는 등 적극적인 기후위기 대응을 약속했다. 반면 윤석열 국민의힘 후보는 산업계의 목소리를 반영해 2030 감축목표를 재조정해야 한다고 주장하는 등 소극적인 자세였다. 안철수 국민의당 후보는 구체적 정책발표를 유보한 가운데 재생에너지와 원자력발전의 상호보완을 강조했다. <단비뉴스>는 4개 정당 후보의 기후정책을 현재 수준에서 정리하고, 가장 적극적인 녹색당의 기후위기 당론을 함께 비교했다. 

2030 탄소배출감축 목표, 민주·정의·녹색당 ‘상향 제시’ 

▲ 주요 정당 후보들과 녹색당의 기후위기 공약 비교. ⓒ 정승현

이재명 후보는 지난달 16일 청년기후활동가들과 만난 자리에서 연간 탄소배출량을 2030년까지 2018년 대비 50% 감축하겠다고 밝혔다. 이는 문재인 정부가 설정한 40% 감축안에 비해 진전된 것이다. 이 후보의 기후에너지특보인 양이원영 의원실 관계자는 “이 후보가 기후위기 공약을 앞으로 하나 둘 공개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심상정 후보는 지난달 6일 기후정의 세계공동행동의날 기자회견에서 탄소배출량을 2030년까지 2010년(6억 5630만 톤) 대비 50% 감축하겠다고 약속했다. 이는 2030년 탄소배출량을 3억 2815만 톤(t) 수준으로 낮추겠다는 뜻으로, 이재명 후보의 3억 6380만t보다 3000만t가량 더 줄여야 하는 양이다. 특히 심 후보는 현재 가동 중인 석탄발전소를 멈추고 경유차 운행을 금지하면 목표치의 79.2%인 약 2.6억t 가량의 온실가스 배출을 줄일 수 있다고 강조했다. 심 후보 정책본부 관계자는 심 후보 공약집을 이달 말 당 홈페이지에 공개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윤석열 후보는 지난달 8일 <조선일보> 인터뷰에서 문재인 정부가 탄소감축 목표를 26%에서 40%로 강화한 것이 산업계와 논의되지 않은 내용이라고 비판했다. 그는 이런 목표가 산업계에 엄청난 부담이 된다고 지적, 하향 조정이 필요하다는 뜻을 시사했다. 윤 후보 캠프도 기후관련 공약을 정리하고 있다고 밝혔다.

안철수 후보는 탄소중립 실현이 필요하다고 밝혔으나 구체적인 감축 목표는 공개하지 않았다. 국민의당 관계자는 현재 청년 공약을 먼저 내고 있으며, 환경 공약은 앞으로 하나 둘 발표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한편 녹색당은 2018년 배출량 대비 50~70%를 2030년 감축목표로 제시했다.

이재명 ‘에너지 고속도로’ ‘햇빛 연금’ 개념 제시 

태양광, 풍력 등 재생에너지 확대 목표를 가장 구체적으로 제시한 후보는 심상정 후보다. 심 후보는 “2030년까지 전력의 50%를 재생에너지로 생산하고, (20대 대통령) 임기가 끝나는 2027년 6월까지 재생에너지 설비 규모를 현재 20기가와트(GW) 내외에서 100GW 이상으로 확대하겠다”고 밝혔다.

이재명 후보는 2030년까지 연평균 20GW 규모로 재생에너지를 확대하겠다고 밝혔다. 또 '에너지 고속도로'라는 이름으로 분산형 에너지 생산체계를 마련하겠다고 말했다. 에너지 고속도로는 일반 가정을 포함해 누구나 어디서든 신재생에너지로 전력을 생산하고, 이를 다른 사람 또는 지역이 구매할 수 있는 체계다. 이 후보는 특히 농어촌 주민들이 발전 사업에 참여하며, ‘햇빛 연금’ ‘바람 연금’ 등 재생에너지 수익으로 연금을 받을 수 있게 하겠다는 구상을 밝혔다.

▲ 지난달 16일 서울 신촌에서 청소년·청년 기후활동가들을 만난 이재명 민주당 대통령 후보가 자신의 기후정책을 설명하고 있다. ⓒ <SBS>

윤석열 후보도 재생에너지 산업을 육성하겠다고 밝혔다. 윤 후보는 지난달 18일 <SBS 디포럼>(SDF)에서 “재생에너지 특구를 신설하고, 스마트 그리드와 차세대 배터리를 비롯한 미래 청정에너지 산업이 꽃피울 수 있도록 규제개혁과 시장 확대에도 힘쓰겠다”고 밝혔다.

안철수 후보는 재생에너지 발전이 필요하다고 발언했지만, 구체적으로 재생에너지를 어떻게 확대할지 밝히지 않았다. 특히 재생에너지를 안정적으로 공급하기 어렵기 때문에 소형원자로(SMR) 등 보완책이 중요하다는 점을 강조했다.

녹색당은 재생에너지 확충도 중요하지만, 에너지 소비량을 줄이는 것이 근본적인 해결책이라고 밝혔다. 재생에너지를 확대하는 데서 그치지 않고 2030년까지 에너지 소비량을 50% 줄이겠다는 목표를 제시했다. 이를 위해 생산 단가보다 저렴한 수준인 현재의 전기료 등 에너지 가격구조를 개편하고 에너지 효율화를 추진하는 것이 필요하다고 설명했다.

윤석열·안철수, “탈원전-탄소중립 양립 불가”

윤 후보와 안 후보는 원자력 발전과 관련해 의견이 일치했다. 안 후보는 “원전 없이 신재생 에너지만으로 탄소중립을 이루는 것은 불가능하다”며 ‘원전과 재생에너지 믹스’가 필수라고 강조했다. 대선 출마 선언 후 첫 행보로 지난 7월 탈원전 반대 목소리를 청취했던 윤 후보는 지난달 8일 <조선일보> 인터뷰에서 “탈원전을 하며 탄소중립를 외치는 건 앞뒤가 맞지 않는 이야기”라고 말했다. 지난달 18일 SDF에서는 문재인 정부의 탈원전 정책을 ‘포퓰리즘(대중영합주의)’으로 규정하고 “보다 안전하고 스마트한 미래형 원전을 개발해 경제적 부담을 최소화하고 탄소중립 실현 가능성을 높여야 한다”고 밝혔다.

원전을 지지하는 윤 후보가 원전의 안전성에 관한 인식은 부족하다는 논란도 있었다. 윤 후보는 지난 8월 4일 <부산일보> 인터뷰에서 “일본에서도 후쿠시마 원전이 폭발한 것은 아니다”며 “그러니까 방사능 유출은 기본적으로 안 됐다”고 말했다. 그러나 후쿠시마 원전은 노심용융(meltdown)에 이은 수소폭발이 일어나 일본 전역에 방사성 물질이 확산됐고, 지금도 원전에서 하루 수백t의 방사능 오염수가 생성되고 있다.

▲ 윤석열 국민의힘 대통령 후보가 지난달 29일 대전 유성구에서 열린 원자력 발전 간담회에서 "문재인 정권의 탈원전은 망하러 가자는 것"이라고 비판하고 있다. ⓒ <연합뉴스>

이재명 후보와 심상정 후보는 탈원전이 필요하다고 밝혔다. 이 후보는 대선 예비후보였던 지난 7월 21일 <문화일보> 인터뷰에서 “탈원전 기조를 유지하겠다”며 “위험성과 비용 때문에 원전은 결코 싼 에너지가 아니다”고 강조했다. 그는 “다만 있는 걸 다 없앨 수는 없고 가동 가능한 기간에는 충분히 활용해야 한다”고 덧붙였다. 이는 오는 2080년대 초반 국내 원전의 수명이 다할 때까지 가동한다는 문재인 정부의 정책과 일치하는 것이다. 이 후보는 그러나 최근 ‘국민 의견’을 전제로 현 정부는 짓지 않기로 한 신한울 3·4호기 원전 건설 재검토를 시사하는 등 모호한 태도를 보이기도 했다.

심 후보는 “핵발전이 아니라 재생에너지에 미래가 있다”고 일관되게 주장하고 있다. 그는 지난 1일 울산 지역 순회 유세에서 “시민 안전과 기후위기 대응을 위해 탈원전 정책을 중단 없이 진행하겠다”고 강조했다.

심상정, ‘탈석탄’과 ‘정의로운 전환’ 강조

석탄발전소를 퇴출해야 한다는 주장엔 이재명, 윤석열, 심상정 후보가 동의했다. 국내 탈석탄 연대 '석탄을 넘어서'가 공개한 답변 결과에 따르면, 심 후보는 2030년까지 탈석탄을 실현하고, 신규 석탄발전소 건설을 중단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이 후보와 윤 후보도 탈석탄이 필요하다는 데 공감했다. 그러나 두 후보는 구체적인 탈석탄 계획은 밝히지 않았다.

안철수 후보는 탈석탄에 관한 입장을 아직 내놓지 않았다. 다만 지난 19대 대선에서는 신규 석탄발전소를 더 이상 짓지 않겠다고 공약했다. 녹색당은 탈원전, 탈석탄이 시급하다고 주장한다. 특히 2030년까지 핵발전소와 석탄발전소를 모두 폐지하겠다는 공약을 냈다.

기후위기 대응과 관련해 ‘정의로운 전환’(Just Transition)을 거론한 대선후보는 아직까지 심상정 후보가 유일하다. 심 후보는 지난달 6일 기후정의 세계공동행동의 날 기자회견에서 “기후위기 극복의 과정은 그 자체로 불평등과 차별을 근본적으로 해결해나가는 ‘정의로운 전환’의 과정이 되어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단비뉴스> 인터뷰에서 “탈탄소 사회로 전환하면서 석탄화력 발전과 자동차 산업이 피해를 가장 많이 볼 것”이라고 전망했다. 특히 비정규직과 협력업체 노동자, 중소기업들의 정의로운 전환을 위해 사회보장과 일자리 전환, 지역 녹색산업을 지원해야 한다고 말했다.

▲ 심상정 정의당 대통령 후보가 지난달 6일 서울 대학로 마로니에 공원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기후정의 정부가 되겠다”고 선언했다. ⓒ <KBS>

녹색당도 탈탄소 사회로 전환하며 생길 실업자에게 지역 돌봄과 연계해 일자리를 보장하는 제도를 구상하고 있다고 밝혔다. 또 전환 과정에서 안전망으로 ‘전환기 기본소득’을 도입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기후헌법 제정’ ‘기후정의 정부’ 공약도 

이재명 후보는 기후헌법 제정과 기후에너지부 신설을 약속했다. 지난달 16일 청소년·청년 기후활동가 간담회에서 이 후보는 “기후위기를 헌법 전문에 넣는 개헌을 하고 싶다”고 밝혔다. 또 출마 선언 초기인 7월 18일 온라인 정책 발표 자리에서 “탄소중립 달성을 위해 부처 간 업무를 조율, 통합하는 부처가 필요하다”며 기후에너지부 신설을 거론했다.

이 후보는 또 탄소세를 신설해 탄소중립 달성을 촉진하고 기본소득 지급에 필요한 재원을 조달하겠다는 구상을 밝혔다. 그는 지난달 26일 <동아일보> 인터뷰에서 “탄소세를 신설해 t당 5만∼8만 원을 부과하면 30조∼64조 원 규모의 재원을 마련해 기본소득을 추진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 안철수 후보가 국민의당 20대 대통령 후보로 선출된 후 첫 선거대책위원회에 참석해 발언하고 있다. ⓒ <KBS>

심상정 후보는 ‘기후정의 정부’를 강조하며 “경제활동과 산업, 일상 등 모든 것이 지구 생태적 한계 안에서 재구성돼야 할 때”라고 말했다. 그는 “거대 양당 정치권이 기후위기를 강 건너 불 보듯 하고 있다”고 꼬집었다.

윤석열 후보는 신흥안보위원회를 국무총리 산하에 두고, 미래 전략 차원에서 기후위기 의제를 다루겠다고 밝혔다. 안철수 후보는 국가 기후위기위원회를 설치해 탄소중립을 추진하겠다고 말했다.


편집: 현경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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