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비현장] 대통령도 나선 개고기 문제, 불법성 팩트체크해 보니

개고기 먹는 건 불법일까? 결론부터 말하면 개고기는 ‘판매’가 불법이다. 식품위생법은 개고기를 팔거나, 팔기 위해 조리하는 행위 모두 금지하고 있다. 처벌 규정도 있다. 이렇게 상업적인 개고기 유통은 이미 불법이지만 지난달 문재인 대통령은 “개 식용 금지를 신중히 검토할 때가 되지 않았느냐”며 정부에 대책 마련을 주문했다. 자세한 지침까지 밝히지는 않았지만, 개고기 ‘먹는 행위’를 금지하는 법안들이 발의돼 있어, 판매를 넘어 식용으로 소비하는 것도 금지하는 것을 검토하라는 뜻으로 볼 수도 있다. 

하지만 개고기를 유통하는 것부터 불법이라면, 식용도 진작 근절됐어야 하는 일. 하지만 실제로는 개고기 판매를 단속한 사례는 찾기 어렵다. 개고기 유통은 합법이라는 육견농가단체의 강한 반발 때문에, 정부는 지금까지 사태를 관망했다. 개고기 판매가 합법이라거나, 합법도 불법도 아닌 사각지대에 있어 제재할 수 없다는 주장은 어떻게 나왔을까? 정확한 법적 쟁점을 짚어본다.

개도 가축이지만 먹어도 된다는 뜻은 아냐

논쟁의 출발점은 축산법이다. 개 농장을 운영하는 육견 농가들은 개가 축산법에 가축으로 규정돼 있어, 고기가 될 수 있다고 주장한다. 하지만 농림축산식품부에서 축산법 해석을 담당하는 관계자는 “축산법은 식용을 목적으로 하는 가축을 규정하는 법이 아니”라며 “축산법상 가축 규정이 식용을 전제로 한다는 것은 오해”라고 강하게 말했다. 

축산법상 가축으로 고시된 동물은 현재 49종이다. 사람들이 흔히 먹는 소와 돼지는 물론 염소, 양, 오리, 닭 등과 함께 개가 포함돼 있다. 하지만 명백히 먹지 못하는 동물도 상당수 들어 있다. 앵무새나 카나리아 같은 관상용 조류가 15종, 넓적사슴벌레와 장수풍뎅이처럼 반려 목적으로도 기르는 곤충 15종도 가축이다. 심지어 낚시에 쓰이는 지렁이도 가축으로 지정돼 있다. 축산법은 ‘사육이 가능하고 농가의 소득증대에 기여할 수 있는 동물’이라면 식용이 아니더라도 가축으로 지정해 산업을 육성하는 것을 목적으로 하고 있기 때문이다.

▲ 가축의 종류를 규정한 농림축산식품부 고시. 3년마다 가축 종류를 새로 규정하도록 돼 있다. 지난 2004년 처음 고시된 이후 법으로 정한 가축은 계속 늘어났다. 개는 시행령에 가축으로 규정돼 있다. ⓒ 법제처

개도 마찬가지다. 농림부 관계자는 “개도 사육 목적이 다양하다”며 “진돗개처럼 보호, 육성할 개도 있고, 경비견을 전문적으로 생산하는 업체도 있다. 반려견을 생산하는 업종도 필요하다”고 말했다. 또 “축산법은 포괄적인 법”이라며 “이런 업자들을 모두 농업인으로 인정하고 산업을 진흥하는 게 법의 목적”이라고 지적했다. 이 관계자는 “식품을 규제하는 것은 가축법이 아니라 축산물위생관리법과 식품위생법”이라고 잘라 말했다. 

그럼 축산물위생관리법은 어떻게 돼 있을까. 축산물위생관리법은 도살부터 가공과 유통 과정까지 위생검사를 받아야 하는 가축을 규정한다. 소와 돼지, 염소, 양, 닭, 오리를 비롯해 말, 거위, 메추리, 꿩, 칠면조, 사슴, 토끼, 그리고 당나귀도 포함돼 있다. 이 법에 사슴이 포함돼 있기 때문에 축산물로서 녹용을 소비할 수 있고, 당나귀고기도 일부 전문음식점에서 판매되고 있다. 법은 사육 멧돼지까지 축산물로 생산할 수 있다고 규정하고 있다. 타조와 오소리의 경우 규제를 완화해 털이나 가죽이 아니라 고기 생산이 목적일 때만 위생검사를 받도록 하고 있다. 이를 모두 포함하면, 국내에서 합법적으로 사서 먹을 수 있는 고기 종류는 어류를 제외하고 17종이다. 개는 포함돼 있지 않다. 

수입이 허용된 캥거루와 악어고기를 더하더라도 먹을 수 있는 고기의 가짓수는 크게 늘지 않는다. 시중에서 기러기 고기라고 팔리는 것도 정확한 품종은 사향오리다. 축산물위생관리법상 오리로 분류돼 합법적으로 유통할 수 있다. 개고기는 아무리 찾아도 합법적으로 유통할 근거가 없다. 다만 이 법이 허용하지 않은 동물을 도축해 고기로 유통한다고 해서 처벌하는 근거까지 마련돼 있지는 않기 때문에 개고기 유통이 법적 사각지대에 있다는 주장이 나왔다. 하지만 허용되지 않은 고기를 유통했을 때 처벌하는 법은 따로 있다. 식품위생법이다. 

개고기 통조림처럼 보신탕, 개소주 판매도 불법

식품위생법에 따라 개고기는 유통할 수 없고, 이를 어기면 처벌할 수 있다. 식품위생법 제7조는 ‘식품 또는 식품첨가물에 관한 기준 및 규격’을 식품의약안전처가 고시하도록 하고 있다. 이에 따라 식약처가 식품 원료마다 제조, 가공, 사용, 조리, 보존 방법 등을 세세하게 규정한 고시가 ‘식품공전’이다. 

식품공전에서 규정한 ‘식품에 사용할 수 있는 원료’ 목록은 A4용지 365쪽 분량이다. 소와 돼지 등 축산물위생관리법에서 규정한 가축들이 모두 포함돼 있지만 역시 개는 없다. 개고기를 가공한 공산품인 개고기통조림 따위를 만들 수 없는 근거법이다. 중국에서는 개고기를 원료로 쓴 개고기라면이 유통되지만 이 또한 국내에서는 생산할 수 없다. 개소주와 보신탕도 마찬가지다.

식약처는 지난 2015년 보도자료를 내고, 식품공전은 명시적으로 규정한 원료만 사용을 허용하고 나머지는 일괄적으로 금지하는 이른바 ‘포지티브’ 규정이라고 설명했다. 식품공전에 없는 원료를 판매하면 5년 이하 징역이나 5천만 원 이하 벌금에 처할 수 있다. 실제 판매를 하지 못했더라도 판매할 목적으로 허용되지 않은 원료를 가공하거나 이를 사용해 음식을 조리해도 똑같이 처벌된다. 운반이나 보존, 진열행위도 금지다.

▲ 중국에서 판매되는 개고기라면. ⓒ 네이버 블로그 갈무리

그렇다면 식약처는 지금 어떤 생각일까. 식약처는 축산물위생관리법에 따라 안전하게 도축하지 않은 고기는 식품으로 인정할 수 없다는 입장이다. 하지만 지난해 6월 식약처는 개고기 유통의 불법성을 질의한 동물자유연대 민원에 “식품으로서 건전성에 대한 합의가 이루어지지 않아 ‘식품의 기준 및 규격’에서 식품원료로 인정하고 있지 않”는다면서도 “식품으로서 건전성에 대한 국민적 합의가 부족한 현 상황을 감안할 때 이(개 식용)를 법으로 금지하는 것은 현실적으로 어려운 실정”이라고 답했다. 

지난달 27일, 문재인 대통령이 총리와 주례회동에서 개 식용 금지를 검토해보라고 주문한 뒤 ‘법은 있지만, 합의가 필요하다’는 기존 입장이 달라졌느냐는 질문에, 식약처 대변인실 최규철 주무관은 “아직 동일한 입장”이라며 “대통령 지시 이행방안은 검토 중이고 세부 내용은 밝히기 어렵다”고 말했다.

식약처의 이런 모호한 입장 때문에 개고기 유통 단속지침도 만들어지지 않았다. 실제 단속을 담당해야 하는 지방자치단체는 답답함을 호소한다. 제천시 관계자는 “식품위생법 내용은 알고 있다”면서도 “이미 충청북도 등에 여러 차례 정확한 지침을 요구했지만, 확답을 받은 적이 없다”고 말했다. 

▲ 동물자유연대가 지난해 6월 26일 식품의약안전처로부터 받은 개고기 불법성 판단에 대한 민원 답변. 개고기는 식품원료로 쓸 수 없다고 나와 있다. ⓒ 동물자유연대

개 식용 금지, 정부는 여전히 “검토 중”

대통령 지시 이후 한 달이 됐지만, 정부의 개 식용 금지방안 검토는 아직 지지부진하다. 농림부에서 동물복지업무를 담당하는 관계자는 “실태조사부터 해야 하지만 이마저도 어떻게 해야 할지 고민하고 있다”고 말했다. 농림부가 실태조사를 통해 파악하려는 것은 현재 육견 농가의 업종변환 지원에 드는 비용이다. 

지난 2017년 이정미 정의당 의원과 동물보호단체 카라는 전국 2천 800여 농가에서 78만 마리를 기르고 있다는 조사 결과를 내놨다. 2019년 대한육견협회는 전국 5천여 농가에서 식용견 200만 마리를 사육해, 연간 개고기 7만 톤을 생산하는 것으로 추산했다. 실태조사는 언제까지 마칠 계획이냐는 질문에 이 관계자는 “국민의견도 수렴해야 해 갈 길이 멀다”며 “아직 아무것도 안 정해졌다고 보면 된다”고 답했다. 

동물보호단체는 현재 법체계에서도 개고기 판매와 유통은 불법이지만, 명확한 개 식용 금지를 위해서 개를 먹는 행위 자체도 금지해야 한다고 주장한다. 한재언 동물자유연대 법률지원센터 변호사는 “홍콩은 고기를 얻기 위해 개나 고양이를 죽이지 못한다는 법이 있다”며 “도축 현장을 적발하지 못해도 개나 고양이 고기를 가지고 있거나 먹기만 해도 처벌한다”고 말했다. 홍콩에서는 이를 어기면 6개월 이하 징역이나 5천 홍콩달러(한화 약 75만 원) 이하 벌금에 처한다. 

국내에서는 개고기 판매가 아닌 먹는 행위 자체는 법에 저촉되지 않는다. 개인은 멸종위기종이 아닌 이상 도축을 허가받지 않은 어떤 고기라도 먹을 수 있다. 다만 야생생물보호법에 따라 구렁이와 살모사, 자라 등 파충류 6종과 토종개구리를 포함한 양서류 3종을 식용으로 쓰면 1년 이하 징역이나 500만 원 이하 벌금에 처한다. 동물보호단체가 적합하다고 주장하는 법안은 개와 고양이 같은 반려동물을 야생생물보호종처럼 절대적으로 보호하도록 명시하는 방안이다. 

똑같은 동물인데 특별히 개만 보호하자는 것이냐는 지적에 대해 한재언 변호사는 “장기적으로는 먹을 수 있는 생물종의 가짓수를 최소화해야 한다”며 “개와 고양이라도 먼저 식용을 금지하자는 취지”라고 설명했다. 반려동물은 인간과 동물을 잇는 가교역할을 하기 때문에 가장 먼저 보호하고 다음 단계로 동물 전체를 보호하는 방향으로 생명존중문화를 확대해나가야 한다는 주장이다.

동물보호단체의 이런 취지는 지난 2018년 표창원 전 의원이 발의한 ‘임의도살금지법’과 비슷하다. 축산물위생관리법과 가축전염병예방법에서 규정한 예외적인 경우에만 도살을 허용하고 다른 모든 경우의 도살을 금지하는 법안이다. 이 법안은 20대 국회가 끝나면서 자동으로 폐기됐다. 현재는 개나 고양이 도살과 식용판매를 금지하자며 더불어민주당 한정애 의원이 지난해 발의한 동물보호법 개정안만 국회에 계류 중이다. 


편집: 김계범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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