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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식용 개’ 잔혹한 학대 해결이 가장 시급
[단비인터뷰] 동물보호활동가 박선화 씨
2020년 11월 19일 (목) 23:57:22 김정민 기자 akimmin37@naver.com

"가장 해결이 시급한 것은 개를 식용으로 키우는 문제예요. 개 식용은 동물 학대의 온상입니다. 혹서·혹한에도 '뜬장'에서 기르면서 음식물 쓰레기를 먹이고 항생제를 다량 투여해서 가장 값싸게 기른 후 가장 잔혹하게 죽입니다. 키우는 환경부터 죽이는 방법까지 모두 학대죠."

동물자유연대에서 선임활동가로 일해 온 박선화(33·현 환경정의재단 캠페이너) 씨는 지난 7월 3일 서울 성동구 동물자유연대 사무실에서 가진 인터뷰에서 이렇게 말했다. <단비뉴스>는 지난달 16일 그와 전화로 추가 인터뷰했다. 그가 말한 ‘뜬장’은 분뇨 처리를 위해 바닥을 철망으로 만들고 땅에서 띄워 설치한 사육장이다. 이런 곳에서 자란 식용 개는 도살장에서 ‘전기도살법’으로 죽이는데, 의식을 완전히 잃지 않은 상태에서 털을 뽑고 도축하기 때문에 고통이 심하다는 게 그의 설명이다. 

음식 쓰레기와 항생제 먹인 개, 의식 상태에서 도축 

   
▲ 동물보호운동을 해 온 박선화 활동가가 국내에서 식용으로 개를 키우며 학대하는 문제의 심각성을 설명하고 있다. ⓒ 김정민

그는 돼지나 소 도축과 달리 규모가 작은 개 농장의 경우는 확실하게 의식 소실이 되는 장비를 갖추는 게 어렵다고 설명했다. 최근 대법원에서 전기 도살로 개를 죽이는 행위를 유죄로 판결했지만, 안 보이는 곳에서 암암리에 도축이 이뤄지기 때문에 잡아내는 일은 어렵다. 박 활동가는 경기도 성남의 모란시장과 태평동 도살장의 개 도살이 금지된 것과 작년 7월에 부산의 구포 개시장이 문을 닫은 것을 기념비적 사건으로 꼽았으나 아직 전국 3개 개시장 중 대구 칠성 개시장이 폐쇄가 안 된 것이 남은 과제라고 지적했다. 

박 활동가는 이와 함께 경기도 화성의 길고양이 ‘시껌스’ 등 두 마리를 죽인 학대범을 언급하며 “동물학대 전과를 조회하고 추적해 재입양을 막을 수 있게 만들어야 한다”고 말했다. 화성 학대범이 불구속 상태에서 재판을 받는 중에도 길고양이를 또 입양했다는 것이다. 화성 학대범은 1심에서 징역 4개월을 선고받고 법정구속 됐다가 최근에 출소했는데, 그가 또 동물을 데려다 키워도 사실상 막을 방법이 없다. 그는 학대가 계속 반복된다는 점을 지적하며 “동물 학대 전과가 제대로 조회되지도 추적되지도 않는다면 학대를 방조하는 거나 마찬가지”라고 비판했다. 

대학에서 일본학을 전공하고 대학원에서 국제개발분야를 공부한 박 활동가는 아동권리보호단체인 ‘세이브더칠드런’에서 4년 정도 일하다 2018년 동물자유연대에 합류했다. 초등학생 때 멋모르고 펫샵(동물가게)에서 강아지를 사서 길렀던 기억이 있는데다 2017년 쯤 유기견을 입양하면서 동물문제에 본격적인 관심을 갖게 됐다. 결혼하고 분가한 직후에는 어미가 버린 아픈 새끼 고양이를 ‘냥줍(고양이를 주워 기름)’하게 되면서 자연스럽게 길고양이 문제도 찾아보게 됐다. 

학대 제보 받고 현장 출동해서 구조 활동 

동물자유연대 활동가들은 매일같이 학대제보 게시판에 올라온 제보 글을 읽고 하루에도 수십 통씩 쉼 없이 울려대는 전화를 받는다. 개농장을 발견했다거나, 불법 번식장을 봤다거나, 도살장면을 목격했다거나, 길고양이 학대 장면을 봤다는 제보 등이다. 활동가들은 제보를 접수하는 것 외에 인스타그램 등 사회관계망서비스(SNS)를 통해서도 즉각적 대응이 필요한 현장이 있는지 살핀다. 

   
▲ 동물자유연대 학대제보게시판에는 위기에 처한 동물들과 관련한 제보 글이 꾸준히 올라온다. ⓒ 동물자유연대 홈페이지

구조팀인 위기동물대응팀에서는 두 명의 활동가가 일주일에 5~6일 이상 구조를 나간다. 에스비에스(SBS)의 <TV 동물농장>팀과 같이 정기적인 구조 활동을 펼치기도 한다. 사회변화팀은 시민들에게 구조 결과 등을 알리고 정책이나 법을 바꾸기 위해 여론에 호소한다. 박 활동가는 사회변화팀에 소속되어 있었지만 시민들에게 동물 학대 현실을 생생하게 알리기 위해 구조팀과 출동도 자주 했다. 그는 인터뷰 당일에도 구조팀과 함께 불법 번식장을 다녀왔다고 말했다.  

"구조가 끝이 아니라 사실은 거기서부터 시작입니다. 그 이후에 동물을 끝까지 책임지고 새 가족을 만날 수 있게 하기까지 굉장히 많은 에너지가 필요하고 온갖 현실적인 문제가 쏟아져요. 그런 책임을 질 각오를 하고 구조를 시작합니다." 

구조된 동물을 제보자가 치료하고 키우겠다고 할 경우 단체에서 치료비를 지원한다. 혹은 단체에서 치료까지 마치고 경기도 남양주시에 있는 보호센터에 입소시키는 경우도 있다. 단체의 입양 절차는 다른 사설보호소와 달리 까다롭고 꼼꼼하다. 전화 상담을 하고, 대면 상담도 하고, 입양희망자가 반려할 동물을 직접 만나보고, 입양이 결정되면 보호센터의 활동가들이 반려동물을 직접 전국 방방곳곳에 있는 입양처로 데려간다. 마지막으로 입양자가 누구랑 사는지, 동물을 잘 키울 수 있는 환경인지 점검하는 과정을 거친다. 시간이 오래 걸리는 대신 동물이 파양당하는 경우는 거의 없다. 

신분위장, 잠입, 등산 등 ‘스파이’ 못지않은 활동가들

동물자유연대는 올해도 펫샵 실태 보고서를 냈다. 활동가들이 언니·동생이나 부부 등으로 위장해 2인 1조로 다녔다. 한 명은 주인과 이야기하고, 다른 한 명은 계약서 고지 의무, 계약서 견본, 동물판매업자 등록증 등을 살펴보는 식이다. ‘고프로’ 등의 초소형 카메라를 장착하고 현장을 둘러본다. 박 활동가는 “펫샵 같이 오픈된 공간은 오히려 조사하기 쉬운데, 까다로운 건 개농장이나 생산업장”이라고 설명했다.  

   
▲ 서울 충무로 애견거리 펫샵에 전시되어 있는 강아지와 고양이들. 유리장 한 면의 크기가 30cm가 채 안 되는 경우도 있다. 직원이 분뇨처리 등을 제때 해주지 못해 지저분한 환경에 있거나 좁은 유리상자 안에서 벽에 부닥치고 낑낑거리는 등 불안 행동을 보이는 동물이 많았다. ⓒ 김정민

활동가들은 영화 '007' 시리즈 속 스파이 제임스 본드를 방불케 하는 잠입활동을 펼친다. 불법 번식장 실태를 확인하기 위해 맞은편 산까지 올라가서 사진을 찍기도 한다. 대부분의 번식장은 꽁꽁 숨겨져 있어 불법 여부를 알기 어려운 경우가 많다. 이럴 때는 내부고발자의 제보에 의존할 수밖에 없다. 활동가들이 개인 소유의 업장에 들어갈 권한은 없기 때문에 근처까지 가서 불법을 확인하면 해당 구청이나 시청 등 지방자치단체에 신고한다. 지자체는 업장을 확인하고 점검할 권한이 있기 때문에 단체에서 현장 확인을 요청하면 출동한다. 불법 요소를 확인하면 지자체가 번식장을 폐쇄하는 등의 조처를 취할 수 있다.

"최근 구조팀이랑 (경북) 구미 번식장에 다녀왔는데, 거긴 굉장히 충격적인 형태로 운영되고 있었어요. 안에 사체가 마구 쌓여 있고 애들(동물들)은 쓰레기장에 방치하고. 이런 곳은 시골에 있으니까 이렇게 마구잡이로 키우다가 분양하는 경우가 빈번합니다. 불법 요소가 많아서 저희가 가서 현장 확인을 하고 그 자리에서 구미 시청 관계자를 불렀죠.

구조 현장에서 끔찍한 모습에 눈물 터뜨리기도   

박 활동가는 동물들이 끔찍한 환경에서 구조된 후 새 가족을 만났을 때 보람을 느낀다고 말했다. 또 사회변화팀에서 활동하면서 그들이 드러내고 알리지 않았으면 아무도 몰랐을 열악한 번식장의 실태 등 동물들의 고통에 사람들이 공감하고 응원과 격려의 메시지를 보내줬을 때 기운이 났다고 덧붙였다. 

그러나 활동가들에게도 힘든 순간이 있다. 동물을 사랑해서 구조에 나서는 것인데, 학대와 폭력을 당한 후 다치거나 상처 입은 동물들을 봐야 할 때다. 이런 문제 때문에 일을 그만둔 동료도 있다. 박 활동가도 첫 구조 현장을 잊을 수 없다고 말했다. 끔찍한 현장을 접한 활동가들은 현장에서 울음을 터뜨리기도 한다. 그도 잔상이 많이 남는 편이라 괴로움이 컸다고 한다. 활동가들끼리는 대규모 번식장을 대상으로 구조활동을 할 때 외상후스트레스장애(PTSD) 등 심리 치료 프로그램이 필요하다는 얘기를 나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그들은 또 현장에 들어간다. 

"정말 눈물이 나고, 화가 나고, 끔찍하고, 잔상이 남을지언정 쟤(학대받는 동물)를 구조하기 위해서는, 혹은 이 문제를 드러내기 위해서는 들어가서 봐야죠. 끔찍하죠, 네." 

   
▲ 박선화 활동가가 경기도 안산에서 유기됐던 기니피그들을 돌보고 있다. 임시보호 중이던 8~9 마리의 기니피그 중 3마리만 남기고 모두 입양이 됐다고 한다. ⓒ김정민

학대가 분명하지만 법적 소유권 때문에 구조하지 못하는 경우에도 활동가들은 괴로워 한다. 아직 동물은 우리 법체계에서 개인이 소유하는 ‘물건’으로 규정된다. 경기도 고양시의 불법번식장에서 구조한 동물이 있었는데, 학대가 계속될 것이 뻔했지만 업자 소유이기 때문에 돌려줘야 했던 일이 있다. 

박 활동가는 동물들이 스스로 목소리를 내지 못하는 특수한 위치의 사회적 약자라는 점을 강조했다. ‘사람이 동물보다 먼저’라고 말하는 사람들이 있지만, 가장 취약한 존재인 동물이 보호받지 못하는 사회에서는 사람도 제대로 보호받기 어려울 것이라는 게 그의 생각이다. 

그는 “그래도 반려동물 같은 경우는 지나가다 동물학대임을 인지하고 신고하시는 분들이 예전보다 훨씬 늘어났다”며 “앞으로는 내 식탁에 올라오는 농장 동물, 내가 그냥 놀러가는 동물원에 있는 동물 등으로 점점 (관심이) 확장되면 좋겠다”고 말했다.


편집 : 조한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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