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 시대의 콘텐츠] ② 안윤석 PD '나의 지역콘텐츠 이야기'

'PD'라는 단어를 들으면 대부분 김태호, 나영석 PD 같은 '대 PD'를 떠올린다. 그다음은 예능이나 유튜브에 나오는 저연차 PD다. 이들은 모두 KBS, MBC, SBS, JTBC 같은 중앙방송사에서 일한다. 달리 말하면 대중은 주로 중앙사에서 일하는 저명한 PD를 기억한다. 하지만 그들이 전부가 아니다. 대중이 주목하지 않는 PD 가운데 지역방송사에서 일하는 PD가 있다. 그동안 소외되어 온 지역의 의미를 다시 떠올리고, 이 시대에 지역 콘텐츠가 갖는 의미는 무엇인가. 우리가 지역 PD에 주목하는 이유다.

지난달 15일 안윤석 목포MBC PD는 '나의 지역콘텐츠 이야기'라는 제목으로 강의했다. 이 시대에 필요한 콘텐츠와 제작자를 만나는 '우리 시대의 콘텐츠' 두 번째 시간이었다. 입사 4년 차인 안 PD는 목포MBC에서 <어영차 바다野> <생방송 전국시대> 뉴미디어 콘텐츠 <지켜티비> 등을 연출했다. 강의는 화상회의 프로그램 줌(Zoom)을 활용하여 비대면으로 진행됐다.

▲ 지난달 15일 안윤석 목포MBC PD가 '나의 지역콘텐츠 이야기'라는 제목으로 강의했다. '우리 시대의 콘텐츠' 두 번째 강연이었다. 강의는 화상회의 프로그램 줌(Zoom)으로 진행됐다. ⓒ 신현우

지역 PD는 '일당백'의 세계에 산다

안 PD는 '일당백'이라는 단어로 지역방송사 PD로 살아가는 이야기를 시작했다. 지역 PD는 입사 초기부터 다양한 장르를 접한다. 지역방송사에 제작 인력이 부족하기 때문이다. 하지만 다양한 경험을 할 수 있다는 건 제작자 입장에서 장점이다. 안 PD는 "입사한 지 1년 만에 정규 프로그램부터 토론회, 가요쇼, 토크콘서트, 캠페인 제작까지 거의 모든 프로그램을 경험했다"며, 지역 PD의 특수성을 설명했다. 보통 KBS, MBC, SBS 같은 중앙방송사에 PD로 입사하면 특정 프로그램의 조연출로 일을 시작한다. 방송사의 사정과 개인의 역량에 따라 차이는 있지만, 직접 자신의 프로그램을 연출하려면 몇 년의 경험과 시간이 필요하다. 지역 PD는 특정 팀에 속하더라도, 음악제, 토론회 등 수많은 지역 행사의 상당 부분을 감당해야 한다.

▲ 지역 PD는 정규 프로그램 외에 토론회나 가요제 등 지역에서 벌어지는 다양한 행사 프로그램을 연출한다. 위에서부터 안 PD가 연출한 목포MBC 정규 프로그램인 <어영차 바다野>와 행사 프로그램 <도민과의 대화 장흥군편>(지난 4월 8일 방송), <2021 난영가요제>(지난 9월 3일 방송)의 장면. ⓒ 목포MBC

지역 PD는 입사 직후부터 다양한 프로그램을 연출하면서 일당백으로 거듭난다. 토론회나 가요제 등 지역 행사 등을 연출하려면 프로그램 기획부터, 세트 디자인, MC와 가수 섭외, 프로그램 구성, 중계를 위한 장비 운용 등 진행 전반을 PD가 기획해야 한다. 안 PD는 지난 4년간 다양한 프로그램 제작을 경험하면서 많은 연출 기회를 얻고 자신의 아이디어를 펼칠 수 있었다. 그는 중계차 연출 경험을 예로 들었다. 중계차 연출을 한 번 경험하면 다음 중계차 연출 기회를 잡았을 때 새로운 방식의 연출을 고민하고 실현할 수 있다.

안 PD는 지역방송사가 인력이나 예산, 조직에서 갖는 한계가 있지만 장점도 많다고 말했다. 그는 "(지역방송사에) PD 숫자가 적기 때문에 일을 빨리, 많이 시키는 거 아니냐고 물을 수 있지만, 더 많은 경험을 직접 할 수 있다는 메리트가 더 크다"며 자신의 경험을 들어 설명했다. 지역방송사에서 PD가 능력을 보이면 대부분 기회를 준다. 그는 수습 기간 3개월을 마친 뒤 바로 MBC 전국 16개사가 공동으로 제작하는 매거진 프로그램 <생방송 전국시대>를 연출했고, 입사 5개월 만에 가요쇼까지 연출하는 기회를 얻었다.

매거진 프로그램은 '영상 실험실'

지역 PD가 다양한 장르를 섭렵할 수 있는 마당은 '매거진 프로그램'이다. 매거진 프로그램은 KBS <6시 내고향> SBS <생방송 투데이>처럼 지역과 생활 정보를 전하는 교양 프로그램을 말한다. 목포MBC를 비롯한 MBC 지역사는 전국에 16개가 있는데, 이들은 공동으로 매거진 프로그램인 <생방송 전국시대>를 제작한다. 주목할 점은 공동 제작 방식이다. 지역사별로 10분짜리 매거진 프로그램을 만들면, 각 지역사는 이를 2~5개씩 묶어서 <생방송 전국시대>를 방영한다. 지역사 담당 PD가 10분짜리 영상물을 만들고 서로 콘텐츠를 공유해서 종합매거진을 편성하는 방식이다.

각 지역사 PD는 연출에 제한을 받지 않는다. '톤앤매너(tone & manner, 전반적인 표현법과 콘셉트)'에서 자유롭다. 안 PD는 "매거진 프로그램은 형식이 자유롭기 때문에 제작자에게 실험적인 공간을 제공한다"고 설명했다. PD에게 주어진 10분 동안 자신이 상상한 모든 것을 자유롭게 연출할 수 있다. 중앙방송사 PD는 입사 초기에 이런 기회를 얻기 힘들다.

안 PD는 KBS <한국인의 밥상>을 예로 들며, "최불암 선생님 옆에 '밥굽남'(유튜브 크리에이터)을 등장시키는 건 톤앤매너가 깨져서 시도할 수 없다"고 설명했다. 시골에 사는 산적 콘셉트에 주걱을 이용해 식사하는 밥굽남이, 통일된 주제로 진행되는 <한국인의 밥상>에 출연하는 건 어울리지 않는다. 하지만 지역방송사에서 만드는 매거진 프로그램은 형식이 정해져 있지 않기 때문에 자유로운 시도가 가능하다. 안 PD는 유튜브 크리에이터와 협업하거나 유행하는 콘텐츠를 패러디하는 등 다양한 시도를 해왔는데, 이를 회사도 좋아한다고 설명했다.

▲ 정제된 다큐멘터리인 <한국인의 밥상>(위)과 ‘날것’을 보여주는 유튜브 크리에이터 밥굽남(아래)은 어울리지 않는다. 안 PD는 '톤앤매너'라는 개념으로 자신이 해 온 실험을 설명했다. ⓒ KBS, 산적TV 밥굽남

PD는 매거진 프로그램에서 자신이 실험했던 프로그램 연출방식을 소개했다. 지난 6<생방송 전국시대>에서 방영한 '미국가재 퇴치 대작전'은 유튜브 크리에이터 '작약꽃'을 출연시켰다. 오프닝에서는 레터박스(화면을 가로로 길게 하기 위해 화면 상하에 위치시킨 검은색 띠)를 활용하여 화면 비율을 일반 TV 비율보다 가로로 길게 바꾸어 영화 느낌을 연출했다. '조선을 품은 강진 - 강진 사의재 조만간 프로젝트'는 사극 형식을 도입했다. 진행자가 조선시대 복장을 입고 출연했고, 그 당시 말을 활용한 콩트도 연출했다.

'할매들은 시방'은 휴먼 다큐멘터리 형식을 활용했다. 주인공 할머니들의 손글씨를 자막으로 활용했다. 정세현 목포MBC 아나운서를 출연시켜 'SHOW ME THE 영암'이라는 뮤직비디오를 연출하기도 했다. 당시 유행하던 Mnet <SHOW ME THE MONEY 시리즈>를 패러디하여 힙합 뮤직비디오를 구성했고, 영상에 영암의 명소와 지역민을 등장시켰다. 안 PD는 장르를 넘나드는 다양한 연출 경험을 통해 20~30분이 넘는 영상을 구성하는 힘을 기를 수 있었다고 설명했다.

▲ 지역사에서는 매거진 프로그램을 통해 다양한 실험으로 자신의 색깔을 드러낼 기회가 많다. 위에서부터 안 PD가 <생방송 전국시대>에서 연출한 '미국가재 퇴치 대작전' '할매들은 시방' 'SHOW ME THE 영암'의 장면. ⓒ 목포MBC

안 PD는 자신이 실험했던 프로그램을 예로 들며, PD를 꿈꾸는 이들에게 "어떤 영상을 만들고 싶은지, 어떤 영상을 따라 하고 싶은지 많은 아이디어를 미리 생각하라"고 조언했다. 그는 자신이 입사 전에 생각을 메모해 놓은 것이 큰 도움이 되었다고 덧붙였다. 평소 프로그램을 보면서 방법을 궁리했던 기록은, 현장에서 새로운 것을 시도하는 바탕이 된다. 지역 특산물이나 관광 명소를 다룰 때, 같은 소재를 다루더라도 풀어내는 방법이 다르면 전혀 다른 독창적인 결과물이 나온다. 그는 "새롭고, 다른 창작물을 만들려면 다양한 영상물을 많이 봐야 한다"며, "(아이디어는) 내가 본 영상에서 나올 수밖에 없다"고 모니터링의 중요성을 강조했다.

입사 때부터 들은 "어려워"

지역방송사의 재정이 넉넉지 못한 건 지역 PD가 견뎌내야 할 어려움이다. 지난 6월 18일 <PD 저널>은 '고사 위기 지역방송, 어디서 활로 찾나'에서 지난해 지역 민영방송 10곳과 지역 MBC 16곳 가운데 18곳이 적자였다고 보도했다. 광고 재원이 계속 줄어들고, 신종 코로나바이러스로 지역 행사까지 취소된 결과다. 안 PD는 입사 때부터 "어려워"라는 말을 들었다. 지역방송사의 재정난은 프로그램 제작비에 직결된다. 지역에서 예능이나 드라마를 할 수 없는 이유다.

지역방송사는 MBC 본사의 <PD수첩>이나 JTBC <이규연의 스포트라이트> 같은 시사 프로그램을 제작하기도 힘들다. 제작비와 더불어 인력이 부족하기 때문이다. 안 PD는 "<이규연의 스포트라이트> 같은 경우 한 팀이 6주에 하나를 만든다고 알고 있다"며, "제작인력이 충분하지 않은 지역사가 무리하게 탐사 프로그램을 만들면, 검증이 부족하거나 잘못된 정보를 내보내는 등 문제가 생길 수 있다"고 설명했다. 그렇다고 지역방송사가 손을 놓고 있는 건 아니다. 지역방송사는 대안으로 1년에 한두 개씩 특집 프로그램을 제작한다. 지역 PD는 재원과 제작인력이 부족한 한계를 극복하기 위해 틈날 때마다 시간을 내어 취재하고 촬영한다. 이를 통해 호흡이 긴, 수준 높은 프로그램을 내놓는 것이다.

안 PD는 지역방송사가 열악한 환경을 이겨내고 만든 특집 프로그램들을 소개했다. 목포MBC가 만든 <위대한 발견>은 국내 최초 수중 발굴 난파선 '신안선'을 다룬 다큐멘터리이다. 신안선이 갖는 역사적인 의미를 재조명하고 수중 문화재 발굴을 다뤘다. 전 세계 삭힌 음식을 다룬 다큐멘터리 <삭힘의 미학>도 목포MBC의 특집 프로그램이다. 안 PD는 이어서 산업재해 등 제철소에서 발생한 문제를 다룬 포항MBC <그 쇳물 쓰지 마라>, 지역 청년들이 자신이 사는 도시를 소개하는 3부작 다큐멘터리 <친애하는 나의 도시>(광주MBC, 여수MBC, MBC경남 공동 제작)를 소개했다. 그는 지역사에서 만든 특집 프로그램을 소개하며, "(지역사가) 제작 능력이 결코 뒤지지 않는다"고 힘주어 말했다.

▲ (위에서부터) 목포MBC <위대한 발견> <삭힘의 미학>, 포항MBC <그 쇳물 쓰지 마라>는 지역방송사의 제작 능력이 결코 중앙방송사에 뒤지지 않는다는 걸 보여준다. ⓒ 목포MBC, 포항MBC

피칭과 공동 제작으로 이룬 성과

안 PD는 지역방송사가 제작비가 부족한 상황을 극복하는 두 가지 방법을 소개했다. 첫 번째는 피칭(pitching)을 통해 제작비를 확보하는 방법이다. '공을 던지다'는 뜻을 가진 피칭은 콘텐츠 산업에서 '아이디어를 시장에 던지는(내놓는) 것'을 말한다. 한국전파진흥협회(RAPA), 한국방송통신전파진흥원(KCA), 한국콘텐츠진흥원(KOCCA), 방송문화진흥회 등 여러 기관은 주기적으로 콘텐츠 지원 사업 대상을 공모한다. 이 공모에서 서류 심사에 통과한 기획안은 프레젠테이션을 거치는데, 이 과정이 피칭이다. 지역방송사는 피칭을 통과하면 억 단위의 지원금을 받을 수 있다.

안 PD가 소개한 지역방송사의 특집 프로그램은 모두 공모 지원을 받아 제작됐다. 목포MBC가 만든 <위대한 발견> <삭힘의 미학>과 광주MBC, 여수MBC, MBC경남이 함께 만든 <친애하는 나의 도시>는 방송통신위원회 방송통신발전기금을 지원받았다. 포항MBC가 만든 <그 쇳물 쓰지 마라>는 방송문화진흥회 콘텐츠제작지원을 받았다. 안 PD는 콘텐츠가 우수한 경우 제작지원을 넘어 해외 판매 등 유통까지 도와준다고 덧붙였다. 지역방송사는 이러한 지원 사업을 통해 좋은 프로그램을 꾸준히 내놓을 수 있다.

▲ 지난 1월 한국전파진흥협회가 공고한 프로그램 제작지원 사업 공고문(위). 이 제작지원 사업에 선정된 춘천MBC <나이야가라>(아래)는 지난 4월 제33회 한국PD대상 지역정규TV부문 작품상을 받았다. 시니어 예능 프로그램 <나이야가라>는 네 번째 시즌을 이어가는 장수 프로그램이기도 하다. ⓒ 한국전파진흥협회, 춘천MBC

두 번째는 지역방송사 간 이뤄지는 공동 제작이다. 광주, 순천, 진주에 거주하는 청년 3명이 게스트와 함께 지역을 여행하며 소개하는 다큐멘터리 <친애하는 나의 도시>가 대표적인 사례다. 광주MBC, 여수MBC, MBC경남이 <친애하는 나의 도시>를 공동으로 제작했다. 이 공동 제작 방식은 매거진 프로그램의 공동 제작과 다르다. 매거진 프로그램의 공동 제작 과정이 "각 사가 따로따로 만드는 방식"이라면, <친애하는 나의 도시>는 다큐멘터리 제작에 참여한 세 지역방송사 PD가 모여 한 제작사가 기획하는 것처럼 프로그램을 만들었다. 안 PD는 "3사가 연합하면 제작비가 늘어나고 제작인력난 문제도 해결돼, 그만큼 결과물의 질도 높아진다"고 설명했다.

피칭과 공동 제작으로 만들어진 프로그램의 완성도와 지역방송사의 제작 능력은 수상 실적이 증명한다. 목포MBC <위대한 발견>은 2018년 제51회 휴스턴국제영화제에서 TV다큐멘터리 부문 금상을 수상했다. <삭힘의 미학>은 올해 제54회 휴스턴국제영화제에서 백금상을 받았고, 포항MBC <그 쇳물 쓰지 마라>는 지난 9월 제48회 한국방송대상에서 대상을 받았다. <친애하는 나의 도시>는 지난 4월 한국PD연합회가 시상하는 제33회 한국PD대상에서 지역특집부문 작품상 수상작으로 선정됐다.

지역의 뉴미디어 실험

안 PD는 강의 마지막으로 디지털모바일 시대에 지역방송사가 풀어나가야 할 뉴미디어 실현 방법에 대한 고민을 이야기했다. 목포MBC는 '목포MBC' '목포MBC 가요센터' '대한민국 섬 Korea Island' 등 유튜브 채널을 6개 갖고 있다. 가장 구독자가 많은 건 '목포MBC 가요센터'다. 2021년 10월 5일 현재 53만 명이 넘는 구독자를 보유하고 있다. 안 PD는 "('목포MBC 가요채널'은) TV조선 프로그램 <미스트롯>과 <미스터트롯> 덕분에 인기를 확보한 채널이라고 생각하면 된다"고 말하며, '목포MBC 가요채널'을 비롯한 목포MBC 유튜브 채널이 최근 들어서 수익과 조회 수가 떨어진다고 설명했다.

TV 프로그램을 잘라서 올리는 클립 영상도 높은 조회 수를 기록하기 힘들다. 안 PD는 유튜브에 올라간 TV 프로그램 클립 영상은 결국 유튜브에 올린 TV 프로그램일 뿐이라며, 각 플랫폼에 적합한 내용과 형식을 갖춘 콘텐츠가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지역방송사도 유튜브 채널 '14F'나 '스브스뉴스'처럼 뉴미디어 콘텐츠를 만들면 되지 않냐고 반문할 수 있다. 문제는 TV 프로그램 제작과 마찬가지로 비용과 인력이다. 중앙방송사가 유튜브에 내놓는 콘텐츠만큼 꾸준히 수준 있는 결과물을 내려면, 새로운 플랫폼에 적합한 콘텐츠를 만들 비용과 지원인력이 필요하다. 안 PD는 지역방송사가 가진 한계 속에서도 뉴미디어에서 살아남을 방법을 찾고 있다며, 그 가운데 하나를 소개했다.

▲ 안동MBC가 네이버와 함께 만든 '더오래마켓'. 안동MBC는 지역을 기록하고, 지역민은 지역 특산물을 판매할 수 있는 채널이다. ⓒ 더오래마켓

안 PD는 "'뉴미디어는 유튜브'라는 옛날 인식은 이제는 아닌 것 같다"며 '더오래마켓'을 소개했다. 더오래마켓은 안동MBC가 네이버와 함께 만든 채널이다. 안동MBC는 사라지는 지역의 전통과 문화를 기록하면서 이 기록이 상거래까지 이어지게 했다. 거제 지역 해녀를 영상으로 기록하면서 그들이 채취한 해산물을 판매하는 식이다. 지역방송사는 지역 현장과 삶을 기록하고, 지역민은 농산물 판매 활로를 찾는다. 안 PD는 더오래마켓을 소개하며 "기획 단계부터 콘텐츠를 만들고 이것이 판매와 유통과 어떻게 이어지는지 종합적으로 생각해서 만든다는 점이 특징"이라고 설명했다. 그는 안동MBC가 더오래마켓에서 제작한 세로형 영상처럼 뉴미디어 플랫폼 이용자의 소비 형태에 알맞은 콘텐츠 형식이 중요하다고 덧붙였다.

안 PD는 강의를 마무리하며 다양한 실험이 가능한 지역방송사의 메리트를 한 번 더 강조했다. 프로그램의 기본은 '새롭게, 다르게'다. 모든 제작자가 새롭게, 다르게 만들기 위해 밤을 새워 고민한다. 다양한 실험은 새로운 콘텐츠를 만들기 위한 기초 작업이다. 그는 "자율성이 높다"는 지역방송사의 장점이 무궁무진한 가능성으로 이어진다고 강조한다. 지역방송사의 콘텐츠는 지역민만을 위한 것이 아니다. 이 땅을 살아가는 우리 모두의 소중한 재산이다.

안 PD는 지난 4년 지역이 가진 한계에 주눅들거나 좌절하기보다, 자신과 싸워가며 자신이 할 수 있는 모든 방법을 동원해 프로그램을 만들어 왔다. 그는 "자기 의지와 생각만 있으면 피칭이나 국내외 방송사와의 공동 제작을 통해 좋은 콘텐츠를 만들 수 있다"고 설명하며 "잘 만들어지면 해외 영화제 진출이나 OTT 등 다양한 플랫폼을 통한 해외 유통도 가능하다"고 말했다. 그는 오늘도 자신의 꿈을 실현할 방법을 찾는 천상 지역 PD다. 그는 오늘도 전국을 누비는 중이다.


디지털모바일 시대다. 다양한 플랫폼에서 새로운 형식과 내용의 콘텐츠가 생산되고 유통되며 소비된다. 레거시미디어는 생존 기로에 서 있다. 이 시대에 콘텐츠는 무엇인가. 제작자는 무엇을 고민하며, 어떤 기술과 실험으로 세상을 그려내는가. 콘텐츠는 시대정신을 담는다. 제작자는 시대를 읽는다. 오늘을 대표하는 콘텐츠와 제작자를 초청해 진행하는 <방송제작세미나> 강의를 10회에 걸쳐 연재한다. (편집자 주)

1. 지금은 다큐시대 – 장해랑 세명대 저널리즘스쿨대학원 교수

2. 나의 지역콘텐츠 이야기 – 안윤석 목포MBC PD

편집 : 유지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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