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과학적이지 못한 과학기사의 횡포
[사회교양특강] 박태균 한국식품커뮤니케이션포럼 회장
주제 ① 과학과 저널리즘의 즐거운 만남
2021년 09월 11일 (토) 12:10:42 강찬구 이동민 김해솔 기자 김대호 PD daeho1218@semyung.ac.kr

2014년 미국 실리콘밸리의 의학 스타트업 기업인 테라노스(Theranos)가 아주 적은 혈액으로도 250여 종 질병을 진단할 수 있는 의학 키트를 개발했다고 발표했다. 테라노스는 이윽고 미국 최고의 의학 ‘유니콘 기업’, 곧 ‘기업 가치 1억 달러 이상 비상장 스타트업 기업’이 되고 CEO인 엘리자베스 홈즈는 포브스 선정 세계에서 가장 크게 자수성가한 여성으로 꼽히며 이름을 떨쳤다.

하지만 <월스트리트저널> 탐사보도 전문기자 존 캐리루가 테라노스를 정밀 취재한 결과 의학 키트의 성능은 상당 부분 과장된 것으로 드러났다. 이미 홈즈가 실리콘밸리의 투자자들을 상대로 조 단위 거대한 사기 행각을 벌인 뒤였다.

   
▲ 박태균 회장이 세명대 저널리즘스쿨에서 강연하고 있다. © 김대호

언론이 과학을 모르면

지난 5월 20일 세명대 저널리즘스쿨에서 ‘과학과 저널리즘의 즐거운 만남’을 주제로 특강을 한 박태균 한국식품커뮤니케이션포럼 회장은 언론이 이른바 ‘테라노스 스캔들’을 부추긴 부분이 있다고 말했다. 언론이 이 회사 가치를 부풀리고 사람들에게 환상을 심어 주는 데 결정적 구실을 했다는 것이다. <중앙일보> 식품의약품전문기자 출신인 박태균 회장은 이런 현상을 ‘미디어 하이프’(Media Hype)라 부른다고 했다. 

‘미디어 하이프’를 받은 인물에 의해 과학계에서 검증되지 않은, 가짜뉴스에 가까운 정보가 난무하는 사례는 많다. 최근에는 코로나19 바이러스의 우한연구소 기원설을 주장한 홍콩의 옌 리멍이 대표적이다. 박 회장은 최근 가장 문제적 인물인 일론 머스크를 향해서도 “화성, 자율주행, 비트코인 등 아주 다양한 얘기를 하는데 과학적으로 이해하기가 쉽지 않은 부분이 있다”며 “아직은 ‘미디어 하이프’라고 단정 지을 수는 없지만, 주시해야 한다”고 말했다.

박태균 회장은 이런 현상의 원인을 과학자가 더는 진실만을 위해 연구하지 않는다는 점에서 찾고 대다수 언론인이 과학을 잘 모르기 때문에 이를 견제할 수 없다고 말했다. 우리나라만 해도 과학기술정보통신부를 출입하는 기자들의 전공은 대개 이공계가 아니다. 자연과학을 전공한 기자 가운데서도 정치부, 사회부 기자가 되기를 원하는 이들이 많다. 박 회장은 “과학자가 제일 속이기 쉬운 사람이 언론인”이라며 “취재하는 분야를 충분히 알지 못하면 상대방한테 늘 휘둘릴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기자의 부실한 검증은 사회 전체가 ‘미디어 하이프’에 놀아나는 결과로 치닫는다.

‘중립 보도’가 과학계와 사회를 망친다

박태균 회장은 너무 중립적인 과학 보도가 이런 ‘미디어 하이프’를 조장하는 측면도 있다고 말했다. 과학 기사의 70%는 중립적인 보도다. 이때 중립적 보도란 객관적인 보도라기보다 피상적으로 두리뭉실하게 넘어가는 보도를 말한다. 기자가 특정 과학 이슈의 내막을 정확하게 알고 있다면 마냥 중립적인 태도를 견지하기보다 잘못한 것은 잘못했다고 꾸짖고 비판할 수 있어야 하는데 그런 기능이 살아나지 못한다는 것이다. 대중이 과학을 사회적 맥락에서 이해하는 것을 지금의 과학 저널리즘이 오히려 방해하고 있다는 지적이다. 

박 회장은 인공지능(AI), 4차산업혁명, 줄기세포 이슈 등을 예로 들면서 중요한 과학적 이슈를 사회적 맥락에서 다루는 것이 중요하다고 말했다. 이런 것들은 고도의 테크놀로지이면서 생명윤리 등과도 밀접한 관련이 있기 때문이다. 그는 “과학 저널리즘이 이런 이슈들을 과학과 사회적 관점에서 끊임없이 밀접하게 대중에게 상기시켜 줄 때, 대중이 지나친 과학 난관론을 경계하고 과학에 어느 정도 식견을 갖출 수 있다”고 말했다. 그는 “지적 호기심을 갖춘 시민을 만드는 데 공헌하는 것이 과학 저널리즘의 중요한 목표”라고 덧붙였다.

일러스트 사용한 지면의 효과

박 회장은 “사람들이 신문과 방송을 보고 듣는 이유는 스토리를 듣기 위한 것”이라며 “스토리가 길어지면 기사도 길어지는 단점을 피하려면 일러스트를 활용하는 방법이 있다”고 말했다. 그는 <뉴욕타임스> 과학면을 예로 들며, 전체 맥락이나 흐름을 설명해 주는 일러스트의 장점을 소개했다. 미국에서는 대학에서 <뉴욕타임스> 일러스트를 강의에 활용할 정도로 언론사 일러스트의 수준이 높은 데, 우리나라는 일러스트가 양적으로도 많이 부족하다”고 아쉬움을 내비쳤다.

   
▲ 2020년 10월 30일 <뉴욕타임스> 기사 ‘Masks Work. Really. We’ll Show You How’에 실린 일러스트. 면 마스크(위)와 FFP2 마스크(아래) 섬유의 크기, 배열과 입자의 침전도를 잘 드러내 주는 일러스트다. © <뉴욕타임스>
   
▲ 2021년 02월 26일 <뉴욕타임스> 기사 ‘Why Opening Windows Is a Key to Reopening Schools’에 실린 일러스트. 밀폐된 교실(위), 환풍기가 달린 창문과 공기청정기가 구비된 교실(아래)에 감염된 학생이 있을 때, 오염물질의 분산도를 시각화했다. 환기의 중요성을 시각적으로 잘 보여주는 일러스트다. © <뉴욕타임스>

식품 기사는 엄격히 자기검열을 해야

구독자들에게 인기가 많은 기사 중 하나는 리스티클(listicle)이나 문답형 기사 형식과 결합한 식품 기사다. 이른바 웰빙(well-being) 시대에 건강을 챙기려는 현대인들이 특히 많이 찾아보기 때문이다. 박 회장은 쓰레기 만두 파동과 기생충 김치 사건을 예로 들며 기자들이 식품 관련 기사를 쓸 때 엄격한 ‘자기검열’을 해야 한다고 말했다. 박 회장은 쓰레기 만두 파동으로 만두를 제조하는 수많은 기업들이 파산에 몰렸다고 말했다. 특히 식품 안전과 관련된 기사는 소비자에게 매우 민감해서 많은 검증 절차를 거쳐 써야 한다고 강조했다.

   
▲ 박태균 회장은 건강이나 식품 관련 기사는 인기가 많지만 엄격한 검증 절차를 거쳐 써야 한다고 강조했다. © <뉴욕타임스>

“쓰레기라는 말 자체가 너무 충격적이어서 ‘쓰레기 만두’ 같은 단어를 쓰면 소비자들이 쉽게 현혹될 수밖에 없어요. 기생충 김치 사건도 그 보도 여파로 한국이 ‘김치종주국’ 지위를 잃어버리는 일이 벌어졌죠.” 

박 회장은 기자들이 어떤 질병이 나타났을 때 적절한 단어로 비유해야 한다고 말했다. 2009년 신종플루가 유행했을 때 사람들은 처음에 언론 보도를 통해 ‘돼지플루’라 불렀다. 돼지를 통해 전염된다는 이유였다. 이 말이 나오자 마자 양돈업계의 거센 반발로 신종플루라는 명칭으로 변경되었다.

과학 저널리즘은 ‘정량의 세계’

“정성분석이 무엇이 있는지 없는지에 초점을 맞춘 것이라면 정량분석은 양이 얼마나 있는지 재는 것이죠. 한국 언론은 아직 정성분석에 머물러 있어요. ‘있다 또는 없다’에만 집중하는 거예요.”

박 회장은 과학은 정량의 세계인데 보도는 정성의 세계로 간다고 비판했다. 그는 일본의 과학 보도를 예로 들었다. 1976년 10월 일본의 보수 성향 <요미우리신문>이 생선구이에서 탄 부분에 돌연변이를 유발하는 발암성 물질이 포함돼 있다고 크게 보도했다. 수산물을 많이 소비하는 일본인들에게 충격적인 내용이었다. 실제 연구 결과 돌연변이는 극히 일부분에 불과했다. 

   
▲ 박 회장은 정량의 세계인 과학을 언론이 정성의 세계에서 보도한다고 지적했다. © 김대호

박 회장은 잘못이 없는 오보라도 미디어와 독자 사이에 간극이 생긴다고 말했다. <요미우리신문>이 실제 암을 유발하는 발암물질과 암을 유발할 것으로 추정되는 발암성 물질로 나눠서 팩트를 전달했는데도 독자들은 발암물질로 인식해 생선구이를 기피하는 일이 벌어진 것이다. 

정확성과 디테일이 기사의 핵심

박 회장은 이어서 과학과 식품 기사를 쓸 때 주의할 점들을 짚어 나갔다. 그는 남양유업의 요거트 제품 불가리스가 코로나19 바이러스 억제 효과가 있다는 보도로 논란이 된 사건을 언급했다. 불가리스 보도가 문제된 것은 언론이 연구 결과를 제대로 설명하지 않았기 때문이다. 

“남양유업이 보통 동물과 인간에까지 적용해 수년간 진행되는 의약품 임상실험을 거치지 않고 세포실험 단계에서 나온 불확실한 효과를 인체에 효과가 있는 것처럼 과장했는데, 언론이 이를 검증하지 않고 보도한 것입니다.” 

과학 기사는 정확해야 한다. 다루는 연구 결과의 신뢰성을 고려해야 하고, 좋다 나쁘다 식의 단순화를 지양해야 한다. 또 연구 결과의 완결 여부를 따져봐야 하고 지나친 일반화를 경계해야 한다. 연구 결과가 다른 연구자에게 검증됐는지도 확인해야 하고 연구의 한계와 취약점에 관해서도 기사에 명시해야 한다. 건설적인 비판과 반론을 포함시키는 것도 중요하다. 그러나 우리 언론의 과학 보도는 아직 그렇지 못하다는 게 박 회장의 설명이다.

“예전에 골뱅이통조림에서 포르말린이 검출돼 기사가 난 적이 있습니다. 어떤 업체가 방부제 용도로 포르말린을 넣은 것처럼 보도됐는데, 알고 보니 일부러 넣은 게 아니라 만든 뒤에 자연적으로 포르말린이 생성된 거였죠. 죄가 되려면 고의성이 있어야 하는데, 이런 부분을 제대로 따져보지 않은 것입니다.” 

식품 안전에 관한 보도도 따져볼 게 많다. 안전 규격 여부가 중요하고 검사 샘플의 수와 수거 과정, 검사기관의 신뢰성 등에 유의해야 한다. 특히 피해 환자 여부가 중요한데 ‘쓰레기 만두’ 사건의 경우 논란은 컸지만 만두로 식중독 등에 걸린 피해 사례는 없었다. 이는 식품에 관한 관심이 식품의 안전성 여부에 머무르지 않고, 식품이 적절한 재료로 만들어지는지 등의 적정성 문제까지 나아갔다는 뜻이라고 박 회장은 설명했다. 

마지막으로 박 회장은 과학 기사가 인기 없는 한국 언론 환경에서 전문성 없는 기자들이 과학 기사를 쓰고 있는 현실을 지적하며, 전문성을 갖춰 과학 기자에 투신하면 ‘블루 오션’이 될 수도 있다고 강조했다.

   
▲ 세명대 저널리즘스쿨 학생들이 박 회장의 강연을 듣고 있다. © 김대호

세명대 저널리즘스쿨 특강은 [인문교양특강I] [저널리즘특강] [인문교양특강II] [사회교양특강]으로 구성되고 매 학기 번갈아 가며 개설됩니다. 저널리즘스쿨이 인문사회학적 소양교육에 힘쓰는 이유는 그것이 언론인이 갖춰야 할 비판의식, 역사의식, 윤리의식의 토대가 되고, 인문사회학적 상상력의 원천이 된다고 생각하기 때문입니다. 2021년 1학기 [사회교양특강]은 전중환 정준희 김동춘 최배근 황민호 박태균 안병억 선생님이 맡았습니다. 학생들이 제출한 강연기사 쓰기 과제는 강연을 함께 듣는 지도교수의 데스크를 거쳐 방학 때 <단비뉴스>에 연재됩니다. (편집자)

편집 : 임효진 기자

[김대호 PD]
단비뉴스 미디어콘텐츠부, 유튜브브랜딩팀 김대호입니다.
不狂不及, 미치지 않으면 미지지 못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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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박태균 회장은 건강이나 식품 관련 기사는 인기가 많지만 엄격한 검증 절차를 거쳐 써야 한다고 강조했다. © 김대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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