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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저임금 올리며 업계 타격 줄이는 방법
[사회교양특강] 최배근 건국대 교수
주제 ① 한국경제와 미국경제 톺아보기
2021년 08월 14일 (토) 21:40:30 김계범 임효진 이나경 기자 greennforest21@gmail.com

“우리나라 현재 경제 체제, 경제 구조는 ‘박정희 시스템’에서 비롯된 것입니다.”

최배근 건국대 경제학과 교수는 지난 4월 22일 세명대저널리즘스쿨 사회교양특강에서 ‘한국 경제와 미국경제 톺아보기: 일본화 또는 경제생태계 전환’을 주제로 강연했다. 최 교수는 “한국 경제를 제대로 이해하려면 한국 경제의 틀, 구조가 어디서 비롯되었는지 이해해야 한다”고 말했다. 그는 현재 강의와 칼럼 쓰기뿐 아니라 KBS 1라디오 <홍사훈의 경제쇼>에 고정 출연하는 등 다양한 플랫폼을 통해 활발하게 의견 개진을 하고 있다.

   
▲ 최배근 교수가 세명대 저널리즘스쿨에서 강연하고 있다. ⓒ 이나경

박정희 경제 시스템은 ‘식민지형 일본모델’ 

최 교수는 “박정희 경제 시스템을 구체적으로 얘기하면 저는 ‘식민지형 일본 모델’이라 표현한다”고 말했다. 박정희 경제 시스템은 일본 모델을 모방했다. 일본 모델은 정부가 주도적인 역할을 한다는 점에서 영미형 모델과 차이가 난다. 2차세계대전 이후 한국을 비롯한 일본, 독일 등 후발국가들은 ‘산업화’가 큰 과제였다. 산업화에서 가장 중요한 자원은 ‘자본’이다. 물적 자본을 동원하는 시스템에는 은행과 주식이나 채권시장 같은 자본시장이 있다. 둘 다 제대로 기반이 안 잡힌 상황에서 한국은 정부 주도로 은행을 통해 기업에 돈을 배분했다. 

한국 경제 모델은 일본 모델과는 몇 가지 차이가 있다. 그는 “우리는 짧은 시간 내에 쫓아가려다 보니까 소득을 높이기 위해서는 부가가치가 높은 산업을 해야 했다”고 말했다. 즉 농업보다는 제조업, 제조업에서도 경공업보다는 중화학공업을 중심으로 정부가 자본을 집중 투자했다. 그는 “우리나라는 외환위기 이전까지만 해도 은행 대부분을 정부가 통제하고 있었다”며 “사실상 정부가 은행 소유주라고 해도 큰 문제가 없을 정도였다”고 말했다. 

그는 한국은 일본과 달리 기업에 많은 자본을 지원해서 성장하는 과정에서 “손실은 사회화하고 이익은 사유화하는 불공정한 시스템이 자리잡았다”고 말했다. 이어 그는 불공정한 시스템은 분단이라는 상황 속에서 가능했고, 민주주의를 억압하다 보니 그에 따른 저항으로 민주화 운동이 전개됐다고 설명했다.

한국 정부가 자초한 외환위기 

“많은 우리나라 사회과학자들은 한국 경제의 분기점을 외환위기 전과 후로 나눕니다. 저는 아니라고 봅니다. 우리나라 경제 분기점은 1992년입니다. 외환위기는 변화에 잘못 대응한 결과입니다.”

그는 한국 경제의 분기점이 1992년도라는 점을 강조하며 여러 통계를 근거로 제시했다. 먼저 경제 성장률이 1991년까지 두 자릿수를 기록하다가 1992년 처음으로 6%로 떨어졌다. 당시 정부는 떨어진 성장률을 끌어올리기 위해 자본이 필요했고 해외 자본을 가져오기 위해 자본 시장을 개방한다. OCED 가입으로 상징되는 이른바 ‘자발적인 세계화’를 한 것이다. 자본 시장을 개방하면서 해외에서 차입을 늘리는데 훗날 돈을 갚지 못하게 되자 ‘외환위기’까지 초래하게 된 것이다.  

   
▲ 최 교수는 한국 경제의 분기점은 외환위기가 아니라 1992년으로 봐야한다고 강조했다. ⓒ 최배근

1992년은 한국이 중국과 수교를 시작한 해이기도 하다. 중국 수교는 한국과 중국의 경제 교류가 활발해지는 것을 뜻한다. ‘중국발 충격’으로 한국 제조업은 위기를 맞게 됐고 중소기업 파산이 속출한다. 1992년을 기점으로 자영업자와 임금근로자 사이 소득격차가 벌어지기 시작했고, 대기업 근로자와 중소기업 근로자 간 소득격차가 커지기 시작했다. 

1993년 출범한 김영삼정부는 공정성 복원 요구에 따라 재벌 개혁을 표방하며 ‘경제 민주화’를 내세웠다. 최 교수는 “문민정부가 등장한 시점에 우리나라는 근본적인 지각변동에 직면해 있었고 지금 산업계는 지각 변동이 진행된 지 20년이 넘었는데도 제대로 대응하지 못하고 있다”며 “그것이 근본적인 우리 경제위기의 원인이고 한마디로 말하면 탈공업화”라고 요약했다. 

탈공업화는 제조업에서 일자리가 줄어드는 현상을 말한다. 그 결과 중간임금 일자리가 줄어들고 일자리 양극화는 소득 양극화를 가져왔다. 그는 “소득 불평등은 외환위기 이후가 아니라 1992년도부터 전개됐다”면서 “내수가 취약해지면서 기업들이 수출에 눈을 돌리기 시작했다”고 말했다. 그는 문민정부가 당시 산업 생태계 변화를 전혀 인식하지 못했다고 지적했다.

굳어진 격차 사회

한국에서 임금 양극화는 1992년부터 진행됐다. 대기업과 중소기업 간 소득 차이는 1992년 전까지 78% 정도였다. 현재 중소기업 직원의 소득은 대기업 직원 절반도 안 된다. 자영업자와 임금근로자 소득 격차도 1992년도부터 벌어졌다. 제조업에서 줄어든 일자리는 자영업이 채웠다. 자영업의 부가가치는 제조업의 30%도 안 된다. 최 교수는 “자영업이 과당 경쟁을 하고 있는데 그걸 사람들이 모르고 진입하는 게 아니다”라며 “일자리가 많이 있으면 자영업을 하지 않았을 것”이라고 지적했다.

   
▲ 1993~2006년 일자리 10분위별 고용 비중 변동을 나타낸 그래프다. 하위 일자리와 상위 일자리는 증가한 반면 중위 일자리는 감소했다. © 전병유

격차 사회가 우리 사회 구조가 됐다. 최 교수는 ”소득 상위 10% 부모를 가진 자녀가 상위 10%가 될 확률과 소득 하위 10% 부모를 가진 자녀가 하위 10%로 살 확률 모두 90%”라고 설명했다. 신분이 대물림되는 것이다. 소득 양극화는 인구구조 악화로 이어진다. 사회 고령화는 전체 인구에서 65세 이상이 차지하는 비중으로 계산한다. 분모인 전체 인구가 줄어든다면 고령화는 빨라질 수밖에 없다. 저출산 문제는 곧 고령화 문제다. 최 교수는 가난해서 결혼을 못 하는 사람이 늘어나는 것을 저출산 원인 중 하나로 꼽았다.  

소득주도성장이 실패한 이유

서비스업 육성 정책 실패는 산업 체계 선진화보다 서비스업 일자리 증가에 치중한 결과다. 2000년대 이후 김대중정부는 서비스산업 육성을 정책으로 내걸었다. 최 교수는 “서비스산업 육성은 환상”이라고 말했다. 서비스산업은 주력산업이 될 수 없다. 탈공업화가 진행된 이후 서비스업 고용 비중은 1992년 50%에서 2018년 71%로 20%p 이상 증가했다. 그러나 같은 기간 서비스업 부가가치 비중 증가율은 6%p에 그쳤다. 서비스업 생산성은 제조업의 50%도 안 된다.

   
▲ 제조업 대비 서비스업 생산성은 꾸준히 감소했다. 2019년 기준 서비스업 생산성은 제조업의 49.3% 수준이다. © 정선영∙이솔빈

일자리 양극화는 공업화한 나라가 공통으로 겪는 현상이다. 그런데 왜 한국은 유독 다른 선진국보다 일자리 양극화가 심할까? 주요 선진국에서는 중간임금을 받던 노동자가 고임금 일자리로 상대적으로 많이 이동했다. 선진국 서비스산업은 고부가가치산업이다. 그 덕분에 제조업 일자리가 줄어도 고임금 서비스직으로 갈 수 있었다. 최 교수는 스마트폰 만드는 과정을 예로 들며 “스마트폰 반도체를 만들기 전에 설계가 필요한데 그게 다 서비스”라고 말했다. 

한국은 메모리반도체산업 경쟁력이 세계 최고 수준이지만, 설계기술이 필요한 비메모리반도체 부문은 취약하다. 비메모리반도체는 기술집약적이어서 소량 생산에도 이윤을 많이 남길 수 있는 고부가가치산업이다. 이러한 제품 설계는 애플, 인텔, 퀄컴 등 선진국 기업이 한다. 반면 삼성은 제조 부문만 담당한다. 최 교수는 양극화를 해결하려면 산업 재편이 필요하다고 말한다. 

“저는 문재인 정부가 마주한 상황을 이렇게 비유합니다. 우리가 사는 마을 둑이 무너졌어요. 물이 범람하면 사람이 물에 빠져 죽을 수도 있고, 침수될 수도 있잖아요. 정부가 해야 할 일이 뭐겠습니까? 사람을 먼저 구해야죠. 임시 주거시설도 제공해야 되고요. 근데 이건 근본 대책이 아니고 임시 대책입니다. 근본 대책은 둑 재건이죠.” 

문 정부는 소득주도성장과 산업 재편을 양극화 대책으로 내놓았다. 소득주도성장 정책 중 하나가 ‘2020년까지 최저임금 1만원’ 공약이다. 현 정부 들어 최저임금은 2018년 16.4%, 2019년 10.9% 인상됐다. 최저임금 인상은 현 정부 3년간 전체 가계소득이 증가하는 결과로 이어졌다. 그러나 소득분배도는 여전히 OECD 최하위권이다. ‘2020년 가계금융복지조사’에 따르면 가처분소득 기준 지니계수는 0.339로 1년 전보다 0.006 낮아졌다. OECD 36개 회원국 중 26위로 두 계단 상승했지만 하위권을 벗어나지는 못했다. 최 교수는 “이 정도 개선하고 지금 포기한 상태”라며 최저임금 공약이 중단된 이유를 설명했다.

“우리나라는 장시간 저임금 노동에 의존하는 저부가가치 사업장이 굉장히 많습니다. 10-20인 고용하는 사업장을 보면 지금도 일주일 평균 근로시간이 64시간이고, 그렇게 해서 280만원 안팎 월급을 챙깁니다. 그러니 임금 올리고 근로시간 줄이라고 하면 당연히 힘들다고 아우성치죠.”

최저임금 인상은 최저임금 인상으로 타격받는 사람들의 출구를 함께 마련해야 한다. 최 교수는 소득주도성장과 산업 재편은 함께 가야 한다며 스웨덴 모델을 제시했다. 스웨덴은 1930년대 전까지는 유럽에서 후발국이었다. 후발주자이다 보니 한국과 마찬가지로 저임금 저부가가치 산업이 주였다. 스웨덴은 영국, 독일 등 선진국을 따라잡기 위한 방법으로 임금 인상 대신 산업 재편을 선택했다. 노사간 협의를 이룬 살트쉐바덴 조약을 체결하고, 산업 재편 중에 발생하는 저소득층 피해는 소득 지원으로 해결했다.     


세명대 저널리즘스쿨 특강은 [인문교양특강I] [저널리즘특강] [인문교양특강II] [사회교양특강]으로 구성되고 매 학기 번갈아 가며 개설됩니다. 저널리즘스쿨이 인문사회학적 소양교육에 힘쓰는 이유는 그것이 언론인이 갖춰야 할 비판의식, 역사의식, 윤리의식의 토대가 되고, 인문사회학적 상상력의 원천이 된다고 생각하기 때문입니다. 2021년 1학기 [사회교양특강]은 전중환 정준희 김동춘 최배근 황민호 박태균 안병억 선생님이 맡았습니다. 학생들이 제출한 강연기사 쓰기 과제는 강연을 함께 듣는 지도교수의 데스크를 거쳐 방학 때 <단비뉴스>에 연재됩니다. (편집자)

편집 : 현경아 PD

[이나경 기자]
단비뉴스 디지털뉴스부, 청년부, 환경부 이나경입니다.
따뜻한 세상을 꿈꿉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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