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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자도 군대 가라'는 말
[단비발언대]
2021년 08월 06일 (금) 10:55:31 박두호 기자 dooh5@naver.com
   
▲ 박두호 기자

절반의 여성은 군대 가기를 원한다. 최근에 나온 설문조사 결과다. 여자도 군대 가야한다는 국민 청원에 30만 명 가까운 사람이 동의하기도 했다. 여자는 이미 간부로 군대에 갈 수 있다. 병사로도 군 복무가 필요하다는 것이 논점이다. 여성 징병제는 신체 검사를 받고 군 복무에 무리가 없다고 판단된 모든 여성이 군대에 가는 제도다. 2025년부터 인구 절벽으로 병력 수급에 차질이 생긴다. 여성 징병제가 부족한 병력을 해결할 방안으로 논의되기도 한다. 

정치권에서 산발적으로 주장하는 여성 징병제는 부족한 병력을 보완하는 대책에서 나온 것이 아니다. 이들은 결국 모병제를 주장한다. 민주당 박용진 의원은 남녀 모두 기초 군사훈련을 받고 모병제로 전환하자고 주장한다. 국민의힘 하태경 의원도 남녀 모두 의무 복무를 하고 부족한 병력은 모병제로 보완하자는 입장이다. 정치권은 여성 징병제를 모병제로 가는 징검다리로 여긴다. 여성 징병제와 모병제는 다른 논의다. 모병제가 목적이라면, 지금 남성 징병 체제에서 바로 모병제로 바꿀 수 있다. 모병제로 전환하는 과정에 여성 징병제가 꼭 필요한 것은 아니다. 

   
▲ 병역 공약 발표하는 국민의힘 하태경 의원과 더불어민주당 박용진 의원. ⓒ 연합뉴스

여성 징병제는 양성 평등의 수단도 아니다. 병역 문제는 경제, 교육, 노동 시장 등 사회 전반에 영향을 미치기 때문에 양성 평등의 관점에서만 접근할 문제가 아니다. 병역 제도를 설계할 때는 국방 예산, 군 조직, 무기 체계 등을 고려해야 한다. 국방부는 북한을 비롯한 인접 국가와의 대치 상황을 고려해 군대를 유지하는데 어느 정도 병력이 필요한 지 먼저 밝혀야 한다. 이를 바탕으로 인구 절벽에 대응할 방안도 세워야 하고 여성 징병제, 모병제, 복무 기간 연장 등 다양한 방안의 이익과 비용을 공개해야 한다. 사회적 합의는 제대로 된 정보가 주어진 다음에 이뤄져야 한다. 국방부가 기준을 세워놓지 않으니 정치권에서 포퓰리즘 정책이 나온다. 안보 책임 부서는 국방부다. 사회적 합의도 국방부가 앞장서야 한다.

군 개혁을 논의할 때 징병제의 문제점을 함께 해결해야 한다. 병사들은 저임금으로 착취당하고 있다. 이사야 벌린에 따르면, 평등은 ‘이유 없는 차별’을 금지하는 것이다. 차별이 있다면 합당한 이유가 있어야 하며, 이유가 없다면 차별은 정당하지 않은 것이다. 징병제는 선택권이 없다. 국방의 의무를 거부하면 감옥에 가야한다. 징병제에서 병사들은 강제로 군 복무를 하지만 제대로 된 보상을 받지 못한다. 문재인 정부 전에는 병사 월급이 20만 원도 안 됐다. 지금은 병사 월급이 50만 원 안팎으로 올랐지만, 아직도 최저임금 9000원에 미치지 못한다. 모병제는 선택권을 주면서 급여도 많이 준다. 병사 전투 능력도 징병제보다 수준이 높다. 하지만 병사가 할 수 있는 임무 수행은 제한적이다. 징병제와 비교했을 때 전투 능력 수준 차이보다 월급 차이가 훨씬 크다. 전투 능력 수준만으로는 벌린이 말한 합당한 차별의 이유로 부족하다. 

군 복무는 희생이다. 하지만 희생에도 어느 정도 보상은 있어야 한다. 군 복무자는 웃음거리가 되고 무시까지 당하고 있다. 정치권에서 여성 징병제, 모병제 등을 이야기하며 높은 임금을 제시하지만 진정성이 없다. 지금 복무 중인 병사의 처우를 외면하고 있기 때문이다. 군 복무가 사회적으로 저평가된 상황에서 여성 징병제, 모병제 등의 복무 형태도 제대로 운영되기 어렵다. 군 개혁은 당장 복무 중인 병사들의 처우 개선에서부터 시작해야 한다.


편집 : 이강원 기자

[박두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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