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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와 취재원 관계…밥값과 사례비 문제
[심석태 칼럼] 기자·언론사·취재원 모두의 노력과 이해 필요
2021년 07월 22일 (목) 11:58:05 심석태 교수 shimpro1@naver.com
‘언론윤리’가 구체적으로 어떤 것인지도 따지지 않고 그저 언론을 비판하기 위한 용도로만 거론하는 사람들도 있다. 하지만 언론윤리는 언론인들이 매일, 실제 언론 활동을 하기 위한 기본 인프라 같은 것이다. 그래서 ‘언론윤리는 사치재가 아니라 생존재’라는 말까지 하는 것이다. 이를 위해서 언론윤리 논의를 너무 추상적인 수준의 현학적 논의에서 매우 구체적인 현실의 문제로 가져올 필요가 있다. 이 글은 최근 현장 언론인들 사이에서 많이 쟁점이 되고 있는 기자와 취재원 사이의 관계에 대한 것이다. <언론중재> 여름호의 ‘Journalism & Ethics’ 코너에 실린 것인데, <언론중재>의 양해를 얻어 단비뉴스 독자를 위해 게재한다.

   
▲ 심석태 교수

기자에게 취재원과의 관계는 항상 고민거리다. 여러 가지 복합적인 쟁점이 있지만, 이번에는 좀 상반된 두 가지 경우를 생각해보자. 밥값과 사례비 얘기다. 흔히 언론인이 취재원으로부터 ‘공짜밥’을 얻어먹는 것이 문제라는 말을 많이 한다. 기자가 접대를 받는 문제다. 반대로 요즘은 취재에 응하는 대가를 달라고 하면 어떻게 할지도 쟁점이다. CCTV 영상도 구해야 하고, 이런저런 인터뷰도 해야 하는 현장 기자들의 고민이다. 

여기서 원칙은 무엇일까? 기자가 취재원으로부터 접대를 받는 것은 언론의 독립성, 공정성과 관련된 것이다. 반대로 취재원에게 사례비를 주는 것은 취재 방법의 공정성, 나아가 취재 내용의 진실성에 관련된 문제다. 기자가 취재원으로부터 뭔가를 받아도 문제가 되지만 취재원에게 뭔가를 주어도 문제가 될 수 있다. 기자들만이 아니라 취재원들도 이런 문제에 깔려있는 언론 윤리적 쟁점을 이해할 필요가 있다. 이 글을 쓰는 것도 그런 이유에서다. 취재원들도 이 글을 읽기를 바라면서.

사회의 여러 일들과 마찬가지로, 언론의 취재 행위도 그 언론이 존재하는 사회의 다양한 규범 체계 속에서 이루어진다. 그 사회의 전반적인 문화와 관행이라는 맥락을 배제하고 취재 행위의 적절성을 판단하기는 어렵다. 우리 사회는 서구에 비해 대단히 정(情)적인 사회다. 우리나라가 40개 OECD 회원국 가운데 공동체 지수가 꼴찌라는 조사 결과에도 불구하고 우리 사회가 정적이라는 사실이 바뀌지는 않는다. 여럿이 밥을 먹으면 칼같이 계산을 나눠서 하는 건 여전히 일반적이지 않다. 나이 많은 사람이 내거나, 직급이 높은 사람이 내거나, 먼저 밥을 먹자고 한 사람이 내는 경우가 아직도 많다.

   
▲ 코로나19 대응을 위한 새로운 사회적 거리두기가 비수도권에서 시행에 들어간 1일 강원 강릉시의 한 식당에서 8명이 함께 식사하고 있다. 강릉은 거리두기 1단계가 적용됐지만, 코로나19 확산을 막기 위해 사적 모임 가능 인원을 8명까지로 제한했다. ⓒ 연합뉴스

밥을 같이 먹는다는 것은 사람과 사람의 정적 관계를 형성하는 출발점이다. 사회적으로 누군가를 사귀는 행위의 시작이 같이 밥을 먹는 것이다. 차를 마시는 것과 밥을 먹는 것을 우리는 좀 다르게 생각한다. 밥을 자꾸 같이 먹다 보면 정이 든다. 이른바 ‘밥정’이다. 조직 안에서도 마찬가지여서 밥을 자주 같이 먹는 정도로 친소관계를 따지는 경우가 많다. 밥 먹고, 술 마시는 과정을 통해서 인간관계가 발전한다고 보는 게 상식인 사회다. 서구의 온갖 사교 행사도 결국은 먹고 마시는 걸 중심으로 구성되는 걸 보면 딱히 한국만 그런 것도 아닌 듯하다.

이런 관계는 기자와 취재원 사이에서도 그대로 작동한다. 취재원을 만나서 밥을 먹는 관계까지 발전시킨 건 좋은데, 밥값에서부터 문제가 생긴다. 그냥 각자 내면 깔끔한데, 그게 말처럼 쉽지는 않다. 얻어먹는 것은 물론 사는 것도 문제가 될 수 있다. 기자로서는 상대방의 기분도 맞춰야 하고, 한쪽으로는 기자와 취재원 관계에 관한 언론 윤리 규범도 생각해야 한다. ‘김영란법’이라고 불리는 청탁금지법이 생겼으니 밥값 문제는 윤리 문제를 넘어선 법적 문제이기도 하다.

한국기자협회 윤리강령 제3조는 ‘품위유지’라는 제목으로 “취재원으로부터 제공되는 사적인 특혜나 편의를 거절한다”고 명시하고 있다. 실천요강에서는 ‘일체의 금품, 특혜, 향응’을 금지하며 ‘무료여행, 접대골프’를 특별히 사례로 제시하고 있다. 이 조항들이 만들어진 것은 아주 오래 전이었지만 규범으로서의 효력은 별로 없었던 것 같다. 아무런 현실적인 고려나 지침 없이 ‘일체의 금품, 특혜, 향응’을 금지한다는 문구 자체가 보기에는 깔끔할지 모르지만 현실성은 고려하지 않은 선언적 표현으로 보이기 때문이다. 항상 그렇지만, 너무 훌륭한 말은 대체로 실천이 어렵다.

기자들은 이 규정이 아무런 실질적 지침을 주지 못하는 상황에서 취재를 위해 밥자리나 술자리를 열심히 찾아가야 하는 상황에 처해 있다. 취재원이 밥을 먹자거나 술자리에 불렀는데 선약이나 야근 같은 특별한 사정도 없이 사양하는 기자는 흔치 않다. 내 몫의 밥값이나 술값을 감당할 수 있는 자리만 찾아가겠다는 발상도 적용하기가 쉽지는 않다. 여기까지는 기자 쪽에서 본 스토리다.

   
▲ 가짜 수산업자 김 모 씨로부터 금품 등을 수수한 의혹을 받는 엄성섭 TV조선 앵커가 17일 청탁금지법 위반 피의자 신분으로 조사를 받고 서울 강력범죄수사대에서 나오고 있다. ⓒ 연합뉴스

취재원 쪽에서 보면 다른 장면이 될 수 있다. ‘기자의 갑질’ 버전이다. 기자들이 밥을 얻어먹는 것을 당연하게 생각할 뿐만 아니라, 더 진한 접대나 특혜를 요구한다는 식의 얘기를 심심찮게 들었다. 기자들이 출입하는 기관의 홍보 담당자들이 돌아가면서 식사 약속 없는 출입기자들 끼니를 챙기고, 기자들이 건네는 술잔은 몸이 불편해도 받아야 하고, 한참 젊은 기자들의 거친 말도 참아야 한다는 식의 얘기도 있다.

모순적으로 보이겠지만, 이 두 상반된 장면과 시각은 내가 알기에는 모두 어느 정도의 사실을 담고 있다. 기자로서는 보자고 해서 마지못해 갔다고 생각할 수 있지만 상대방은 좋아하는 것 같아서 어쩔 수 없이 접대를 했다고 생각할 수도 있다. 그만큼 상황은 복합적이다. 문제가 개인들의 결단만으로 쉽게 해결되기 어려운 것도 바로 이런 점 때문이다. 윤리 의식에 투철한 일부 기자가 전체 취재 관행을 바꿀 수는 없다. 취재원도 마찬가지다. 

필자는 이런 문제에 대해 젊은 기자나 예비 언론인들이 의견을 물어오면 대체로 청탁금지법을 기준으로 판단하라고 조언한다. 청탁금지법이 언론 취재의 윤리적 문제를 법적 문제로 바꿔버리는 것에 동의하지 않아 입법에 반대했었지만, 기왕에 법이 만들어진 지금은 적어도 접대를 둘러싼 문제에는 이런 일률적 기준이라도 적용하는 게 좋지 않을까 생각한다. 물론 이런 문제를 법으로 규정하는 형식이 이상적이지는 않지만 현실은 이상과 더 거리가 멀기 때문이다.

실제로 윤리적 원칙을 예민하게 고민하는 기자들은 취재원과의 일상적 접촉 과정에서 커피 한 잔을 대접받는 것에도 불편함을 느낀다. 취재원과 식사를 할 때 주저하지 않고 더치페이를 선언하는 기자들도 있다. 이런 기자에게는 식사 장소를 젊은 기자가 감당하기 어려운 비싼 식당으로 일방적으로 정하는 취재원이나 비싼 술자리나 골프로 기자와의 관계를 형성하려는 취재원이 불편하다. 어떤 의미에서는 이런 행위는 기자에 대한 갑질이다. 대놓고 기자가 윤리적, 법적 기준을 위반하게 만들면서 취재원과의 적절한 거리를 유지하지 못하게 하려는 일종의 길들이기로 볼 수도 있다. 심지어는 이렇게 일방적으로 기자를 부담스러운 접대의 장으로 끌어들여놓고, 돌아서서는 기자들에게 어쩔 수 없이 접대를 해야 한다는 식으로 얘기하는 사람들도 보았다.

이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서는 어디선가 실타래를 풀기 시작해야 한다. 결국은 기자 쪽에서 먼저 약간의 불편함을 감수하는 수밖에 없다. 나 혼자서 까탈스런 기자, 유별난 기자로 찍히는 것을 조금만 덜 두려워할 필요가 있겠다. 처음에는 이런 것으로 주목을 받는 게 불편하겠지만 결국은 어떤 기사를 쓰는지로 판단을 받게 될 것이라고 믿어야 한다. 도덕적, 윤리적 권고가 아니라 처벌을 전제로 한 법이라는 점에서 현재의 금액 기준이 적정하다고는 생각하지 않지만, 그래도 청탁금지법이 제시하는 기준이 ‘일체의 특혜나 향응’ 운운하는 기자협회 윤리강령에 비해서는 훨씬 현실적이기도 하다.

   
▲ 경찰은 지난 12일 수산업자를 사칭해 사기 행각을 벌인 김모 씨에게 금품을 받았다는 의혹이 있는 일간지 기자와 종합편성채널 기자 등 2명을 청탁금지법 위반 혐의로 추가 입건했다. 이로써 김모 씨 관련 청탁금지법 위반 혐의로 입건된 언론인은 이동훈 전 조선일보 논설위원, 엄성섭 TV조선 앵커를 포함해 총 4명이 됐다. ⓒ KBS

취재원들도 동참해야 한다. 기자들과 식사를 하면서 관계를 형성하고 현안 설명도 하는 건 좋다. 대신 자신이 만날 기자들이 윤리적, 법적 갈등 상황에 빠지지 않도록 배려하는 것이 필요하다. 청탁금지법은 그런 면에서 유용한 도구다. 그런 법 신경 쓰지 않고 비싼 곳으로 가자는 기자들이 있다면 그것이 쌍방이 모두 준수 의무가 있는 법이라는 걸 알려줄 필요가 있다. 그런 점을 얘기해도 전혀 신경 쓰지 않는 기자라면 굳이 만나서 설명을 해봐야 홍보에 별로 도움이 되지 않을 가능성을 진지하게 고려하는 게 좋겠다.

이제는 사례금 얘기로 가보자. 취재원에게 사례금을 절대로 주면 안되는 것으로 알고 있는 기자들도 있다. 하지만 생각해보라. 취재원이 자신의 필요에 따라 기자를 찾아와서 설명을 하는 경우도 있지만 오로지 기자의 요청으로 귀중한 시간을 내주는 사람도 있다. 자신이 애써 촬영한 영상이나 자료를 제공하기도 한다. 이런 경우 취재원이 들인 시간에 대한 최소한의 보상을 하는 것이 어떤 윤리적 기준에 위반될까? 절대로 취재원에게 사례를 해서는 안 된다는 윤리 규범을 갖고 있는 언론사가 있다는 말은 들어보지 못했다.

기자협회 언론윤리강령과 준칙은 ‘정당한 방법으로 정보를 취득하라’고 규정하고 있다. 기자는 공정하고 진실한 보도를 위해 취재에 최선을 다해야 한다. 하지만 아무리 진실 보도를 위해서라도 속임수나 강압적인 방법을 써서는 안 된다. 정당한 방법으로 정보를 취득하라는 말에는 취재원을 돈으로 매수하는 경우도 포함된다. 매수된 취재원이 제공한 자료라면 그 신빙성도 의심받을 것이다. 이것은 마치 수사나 재판에 나온 증인에게 교통비 같은 실제 경비를 보상하는 것을 넘어 별도로 증언의 대가를 주면 문제가 되는 것과 비슷하다.

재판에서 보도의 정당성을 판단할 때에도 정보 입수 과정의 정당성을 따진다. 이른바 ‘X파일 사건’ 재판에서도 도청 녹음 파일을 방송사가 입수하는 과정에서 방송사가 제보자에게 준 돈이 쟁점이 되었다. 당시 취재기자는 미국으로 건너가 취재 사례비로 1천 달러를 주고 앞으로 1만 달러를 더 주겠다고 말했는데, 대법원은 이 부분을 도청된 자료를 공개한 행위가 정당화되지 못하는 이유 중의 하나로 제시하였다. 소극적으로 제보된 내용을 보도하는 것이 아니라 기자가 그런 불법 자료의 제공에 적극적으로 개입하였다는 것이다(대법원 2011. 3. 17. 선고 2006도8839 판결).

   
▲ 보도의 정당성을 판단할 때 정보 입수 과정의 정당성을 따진다. 정보를 정당하지 않은 방법으로 입수하면 보도의 정당성이 훼손될 수 있다는 것이다. ⓒ 연합뉴스

X파일 사건은 그 자체가 도청의 결과물로서 그것을 공개하는 행위도 처벌 대상이었기에, 형법 제20조의 정당행위 조항을 적용해 보도를 한 언론의 책임을 면제할 수 있느냐가 쟁점이었다. 따라서 취재를 할 때 사례금을 주는 모든 경우가 문제라고 판단한 것은 아니다. 마치 이 판결이 취재원에게 사례금을 주는 것을 모두 불법이라 선언했다고 오해하면 안 된다.

해외 언론이 프리랜서나 일반 개인으로부터 중요한 영상이나 취재 자료를 입수하는 과정에서 상당히 큰 사례금을 주는 경우가 종종 화제가 되기도 한다. 미국에서는 전직 고위 관료 등을 인터뷰할 때는 통상 수백 달러 이상의 사례금을 준다. 한국에서 간 특파원들도 마찬가지다. 국내에서도 방송사들은 아예 인터뷰 사례금에 관한 규정을 두고 있다. 제보에 대해서도 일정한 보상을 하는 게 특이한 일이 아니다. 각종 사건, 사고 현장을 촬영한 사진이나 영상물을 제보해도 일정한 사례금을 준다. 방송에 출연하는 사람에게 출연료는 줘도 되고, 신문에 기고문을 실으면 원고료를 줘도 되는데 취재에 대한 사례는 안 된다고 볼 일은 아니다.

문제의 핵심은 취재원이 할애해준 시간이나 제공한 자료의 가치에 맞는 보상을 넘어서서 과도한 사례금을 주어서는 안 된다는 것이다. 나아가 제보자에게 도피 자금을 제공한다든가 하면 자칫 범죄가 될 수도 있다. 이럴 때는 공적 차원에서 적절한 지원을 하도록 해야 한다.

기자가 취재를 위해 취재원을 만날 때마다 밥값을 어떻게 내는 게 좋을지, 혹시라도 법을 위반하지는 않을지 걱정하는 건 바람직한 상황이 아니다. 언론사 차원에서 구체적인 기준을 만들고 교육도 해야 한다. 기자들도 평소에 정확한 행동 지침을 정해놓는 게 좋다. 반대로 기자를 상대해야 하는 사람들도 이런 문제로 기자들을 고민에 빠뜨리지 않았으면 싶다. 공연히 기자를 길들이려 하거나 줄세우기 한다는 오해를 받지 않는 게 좋을 테니까. 취재 사례금 문제도 마찬가지다. 언론사별로 규정을 확실하게 만들고, 지급 절차도 분명히 하는 게 좋다. 윤리 문제라는 것을 너무 거창하고 추상적인 것으로 생각하지 말고, 이렇게 하나씩이라도 명확하게 만들고 실천하는 게 필요하다. 기자와 언론사, 취재원 모두가 조금만 관심을 기울이면 된다. 


편집 : 오동욱 P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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