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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0.11.30 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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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린뉴딜’ 외치며 화석연료 대거 지원
[환경] 한국, G20 국가 중 공적금융 투입 3위
2020년 11월 12일 (목) 22:35:05 김정민 기자 akimmin37@naver.com

화석연료를 벗어나 재생에너지 중심으로 전환하겠다고 ‘그린뉴딜’을 선언한 문재인 정부가 지난 3년간 주요 20개국(G20) 중 세 번째로 많은 공적금융을 화석연료산업에 투입했으며, 최근에도 코로나19 경기침체를 이유로 관련 산업 지원을 늘린 것으로 나타났다. 

12일 국제지속가능개발연구소(IISD), 해외개발연구소(ODI), 오일체인지인터내셔널(OCI) 등 3개 국제연구기관·환경단체가 G20의 화석연료 관련 공적금융 현황을 조사한 <뒷걸음질 치는 세계: 화석연료 금융지원에 관한 G20 성적표>에 따르면 한국은 화석연료에 지원하는 공적금융 규모가 터키(1위), 일본(2위)에 이어 영국과 공동 3위로 많았다. 또 자금 집행의 투명성, 석탄·석유·천연가스 대상 공적금융 축소 추이 등 총 7가지 지표를 바탕으로 순위를 매긴 결과 G20에 속한 11개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회원국 중 바람직한 에너지전환 속도 순위에서 한국은 8위에 그쳤다. 

두산중공업 등 석탄발전 투자기업에 수조 원 

한국은 화석연료 관련 사업 지원의 투명성 부문에서는 OECD 11개국 중 가장 나쁜 점수를 받았다. 올해 초 KDB산업은행과 수출입은행이 석탄발전사업을 지속하는 두산중공업에 2조4천억 원 규모의 공적금융을 지원한 사실이 투명성을 낮춘 주된 이유로 꼽혔다. 대출 조건에 투입된 공적금융이 어떻게 쓰여야 할지 명시되지 않았기 때문이다. 

국제환경단체인 그린피스에서 발간한 <2020 한국 석탄금융 백서>에 따르면 2009년부터 2020년 6월 말까지 한국 금융기관이 석탄발전에 제공한 전체 금융 규모는 약 60조 원에 달한다. 그중 공적 금융기관의 투자가 22.2조 원으로 30% 이상을 차지한다. 최근 한국전력공사와 삼성물산, 두산중공업 등이 22억 달러(약 2조6000억 원) 규모의 베트남 붕앙2 석탄발전사업에 참여하기로 결정해 환경단체들의 비판을 받았다. 

   
▲ 문재인 정부가 ‘탈 화석연료’를 핵심으로 하는 ‘그린뉴딜’을 선언했지만 석탄발전소는 여전히 전국 곳곳에서 건설되고 있다. 삼척블루파워 석탄화력발전 중단을 요구하는 환경·시민단체 회원들이 지난 11일 오전 서울 청와대 분수대 앞에서 공사 중단을 요구하는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 연합뉴스

3개 기관의 보고서에 따르면 G20에 속하는 OECD 국가 중에서는 화석연료 공적금융 지원을 줄여가고 있는 독일이 청정에너지 전환 평가에서 1위를 했고, 석유·가스·석탄발전이 주력산업인 멕시코, 세제혜택 등을 통해 석탄 등 화석연료 사용을 장려하는 터키, 공적자금 지원의 투명성이 결여된 영국이 공동 최하위를 차지했다. OECD 국가가 아닌 G20 회원국 중에서는 화석연료 발전에 공적 지원 규모가 작고 지원을 줄여가는 추세인 브라질이 최고점을 받았고, 국영기업을 통해 석유·가스·석탄발전에 지속적으로 투자하면서 에너지 가격을 낮게 유지하고 있는 사우디아라비아가 최하위를 차지했다. 

연구진은 평가 대상 국가 대부분이 지난 3년간 탈 화석연료 노력에서 ‘부족’ 혹은 ‘매우 부족’했다고 지적했다. 파리기후협정의 목표에 부합하는 ‘긍정적 변화’를 이룬 국가는 하나도 없었다는 평가다. 전 세계적으로 공적자금의 화석연료 지원 규모가 줄어들다가, 코로나19로 인해 다시 화석연료 투자를 늘리면서 흐름이 역전됐다는 분석이다. 이번 연구에 참여한 오일체인지인터내셔널의 브론웬 터커는 “한국을 비롯한 G20 회원국들은 코로나19로 인한 경기침체를 극복하기 위해 일찍이 볼 수 없었던 규모의 공적 자금을 쏟아붓고 있는데, 기후변화라는 또 다른 위기를 덮어선 안 된다”며 “보다 지속가능한 미래를 위해 투자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코로나19 여파로 각국 에너지전환 흐름 역행 

각국의 에너지 정책을 추적 감시하는 기구인 에너지폴리시트래커(Energy Policy Tracker)는 G20 회원국들이 코로나19 대유행 이후 에너지발전, 건축 등 화석연료산업에 최소 2330억 달러(약 260조 원)를 추가로 지원했다고 밝혔다. 한국은 두산중공업과 대한항공·아시아나항공 등에 지원한 공적금융을 포함, 최소 49억 달러(약 5조 4700억 원) 이상을 지원한 것으로 나타났다. 

   
▲ 정부는 경영난을 겪고 있는 아시아나항공과 대한항공에 채권단을 통해 수조 원의 자금을 지원했다. 기름을 많이 쓰는 항공업은 대표적인 화석연료산업이다. ⓒ 연합뉴스

이와 관련, 기후솔루션 윤세종 이사는 한국이 G20 회원국 중 세 번째로 많은 공적금융을 화석연료에 지원한다는 사실은 그린뉴딜 정책과 최근 문재인 대통령의 ‘2050 탄소중립’ 약속에 배치된다고 지적했다. 윤 이사는 “특히 한국의 공적자금 지원으로 인해 발생하게 될 온실가스 배출량은 정부가 발표한 그린뉴딜 계획에 따른 온실가스 감축량을 왜소하게 보이게 한다”고 비판했다. 그는 “정부는 전력시장에서 석탄과 가스에 대한 과도한 보상을 끊고, 공공 금융기관이 화석연료에 대한 모든 재정 지원을 중단하도록 유도해 에너지 및 금융 정책의 궤를 2050 탄소중립 목표와 일치시킬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지난 10일 오전 서울시 종로구 환경운동연합 회화나무 마당에서는 삼성생명과 삼성화재의 석탄사업 투자 중단과 철회를 요구하는 기자회견이 열렸다. 고객의 돈뭉치를 받은 보험사 직원이 석탄발전소 모형의 설치물에 돈뭉치를 던져 넣고, 석탄발전소 근처에서는 환자들이 고통을 호소하며 다시 보험에 가입하는 ‘악순환’을 꼬집는 퍼포먼스도 있었다. 

환경운동연합은 두 보험사가 투자한 국내 40기의 석탄발전소에서 대기오염 물질 배출로 연간 600~1000여 명의 조기 사망자가 발생할 수 있고, 평균 가동기간인 31년 동안 최대 3만3000명이 조기 사망할 것이라는 모델링 분석 결과를 발표했다. 해당 분석은 <2020 한국 석탄금융 백서>를 기초로 에너지청정대기연구센터(CERA)가 진행한 것이다. 분석 결과에 따르면 삼성생명과 삼성화재가 투자한 40기의 석탄발전소가 가동기간 동안 배출하는 이산화탄소 양은 약 60억 톤(t)으로 예상된다. 이는 유럽연합(EU) 28개 회원국이 2017년에 배출한 전체 온실가스 규모보다 크며, 한국이 2018년 한해 배출한 온실가스의 8배에 달하는 수치다. 두 보험사는 지난 12년 동안 석탄산업에 최대 15조 원의 투자를 한 것으로 알려졌다.

‘좌초산업’ 화석연료, 재무적 관점에서도 탈출 필요 

   
▲ 환경운동연합 소속 활동가들이 지난 10일 서울 종로구 환경운동연합 회화나무 마당에서 삼성생명과 삼성화재의 석탄금융 중단을 촉구하는 퍼포먼스를 하고 있다. ⓒ 기후미디어허브/환경운동연합

전문가들은 세계적으로 석탄발전에 대한 수요가 줄고, 수익성이 악화하고 있어서 ‘좌초자산(시장환경 변화로 가치가 급락하는 자산)’에서 탈출하려는 투자기관이 늘고 있다고 지적한다. 이미 알리안츠, 홍콩상하이은행(HSBC) 등 글로벌 금융기업이 석탄투자 철회를 선언했고, 국내에서도 지난해 DB손해보험 등 5개 금융기관이 석탄금융 중단을 공언했다. 

한편 삼성생명, 삼성화재 등 5개 삼성계열 금융사는 12일 신규 석탄발전 사업에 더 이상 투자하지 않겠다고 밝혔다. 그러나 현재 건설 중인 석탄발전소에 대한 기존 투자는 지속할 것으로 전망되고 있다. 환경운동연합은 삼성계열 금융사가 건설 중인 석탄발전소 및 석탄 채굴사업의 기존 투자를 어떻게 중단하고 회수할지 구체적 이행 계획을 마련해야 한다고 논평했다. 기후미디어허브 김혜린(34) 활동가는 “이미 석탄산업은 좌초산업이 되어가고 있는데 국내 금융사들이 언제 터질지 모르는 폭탄을 안고 폭탄 돌리기를 하고 있다”며 두 보험사뿐 아니라 국내 금융사들이 건강비용과 환경비용 등을 모두 고려해 탈석탄 움직임에 동참해야 한다고 말했다. 


편집 : 민지희 기자

[김정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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