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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좌초자산 석탄발전에 공적금융 웬 말”
[단비현장] 환경단체, 두산중공업 지원한 국책은행 감사 청구
2020년 05월 08일 (금) 01:44:57 김은초 방재혁 기자 quaestio1566@naver.com

“전 세계 금융기관이 석탄발전 투자를 피하고 있습니다. 석탄발전 사업의 미래를 믿고 2조4000억 원을 대출해준다고 두산중공업이 살아나지 않습니다.”

그린피스, 기후솔루션 등 4개 환경단체가 6일 오전 10시 서울 삼청동 감사원 정문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두산중공업에 대규모 금융지원을 결정한 산업은행과 수출입은행에 관해 공적감사를 청구한다고 밝혔다. 이들은 기후위기의 원흉 중 하나로 꼽히는 석탄산업이 세계적으로 사양화하고 있는데 석탄발전소 투자 비중이 높은 두산중공업에 공적금융을 지원한 이유가 무엇인지 조사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매출의 70%가량이 석탄발전인 두산중공업은 최근 수년간 연속 적자를 내면서 (연결재무제표 기준) 약 18조6000억 원의 금융부채를 기록하고 있는데, 두 국책은행은 지난 3월부터 세 차례 약 2조4000억 원을 대출 등으로 제공했다.

매출 70%가 석탄, 세계 시장 사양화로 경영위기

   
▲ 6일 오전 서울 삼청동 감사원 정문 앞에서 열린 기자회견에서 그린피스, 기후솔루션, 경남환경운동연합, 마창진환경운동연합 등 환경단체 활동가들이 공적감사 청구 배경을 설명하고 있다. ⓒ 김은초

사단법인 기후솔루션 김주진 대표는 이날 기자회견에서 “전 세계적으로 탈석탄 흐름이 가속화하면서 석탄화력 건설이 급감하자 두산중공업이 타격을 입었다”며 “(그런데도) 경영진이 자구책이나 사업조정 없이 정부의 에너지전환 정책에만 책임을 돌리고 있다”고 지적했다. 최근 일부 보수 언론과 재계 등에서 두산중공업의 경영위기가 정부의 ‘탈원전’ 정책 탓인 것처럼 주장한 것을 꼬집은 발언이다.

지난 3월 그린피스 등이 발간한 ‘붐앤버스트(Boom and Bust) 2020’ 보고서에 따르면, 전 세계 석탄발전 신규 설비용량은 파리기후변화협정이 체결된 2015년 이후 계속 감소하고 있다.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회원국만 보면 2011년 이후 계속 감소 추세다. 2000년부터 2019년까지 OECD 국가에서 121.7기가와트(GW)의 신규 석탄발전 설비가 운전을 시작한 반면 189.9GW가 폐쇄돼 전체적으로 68.2GW 감소했다. 지난해 전 세계 석탄발전소 평균 가동률은 51%로 사상 최저치였다.

유엔(UN) 기후변화에관한정부간협의체(IPCC)는 기후위기 대응을 위해 2030년까지 석탄발전량을 2010년 대비 80% 이상 감축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이에 따라 프랑스 이탈리아 등 유럽연합(EU) 14개국이 2030년까지, 독일은 2038년까지 탈석탄을 완료하겠다고 선언했다.

세계적 금융회사들도 석탄발전 등 화석연료산업에서 돈을 빼고 있다. 미국의 모건스탠리, 골드만삭스 등 1100여개 금융회사 및 연기금이 석탄 등 화석연료에 투자하지 않겠다는 ‘파슬 프리 캠페인(Fossil Free Campaign)’에 동참하고 있다. 이들의 자산운용 규모는 12조 달러(약 1경5000조 원)에 이른다.

‘탈석탄’ 서두르지 않으면 국민 혈세 낭비

   
▲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회원국에서 석탄발전량은 꾸준히 줄고 있다. ⓒ 그린피스 등, <붐앤버스트 2020>

환경단체들은 두산중공업이 석탄발전 중심의 사업구조를 바꾸지 않으면 결국 국민에게 부담이 전가될 것이라고 경고했다. 장마리 그린피스 활동가는 “두산중공업이 최근 5년간 약 2조원의 손실을 냈는데, 재무표에 따르면 손실의 대부분은 해외 석탄화력 사업에서 기인했다”며 두산중공업이 막대한 대출금을 갚지 못할 경우 (국민 세금으로) 산업은행·수출입은행에 공적자금이 투입돼야 한다고 설명했다. 마창진(마산·창원·진해)환경운동연합 박종권 운영위원도 “산업은행과 수출입은행의 오판으로 인한 부담은 국민들의 세금으로 메우게 될 것”이라고 우려했다. 기후솔루션 윤세종 변호사는 “두산중공업의 재무위기는 전 세계 시장의 흐름을 읽지 못한 경영진 책임”이라며 “산업은행과 수출입은행도 근본적 구조조정이 필요한 두산중공업 경영 상황을 제대로 진단하지 못하고 석탄금융을 제공한 책임이 있다”고 비판했다.

두산중공업은 해외 석탄발전 사업의 일환으로 인도네시아 자와 9·10호기를 수주해 2024년 완공 예정인데, 지난해 11월 한국개발연구원(KDI)은 사업예비타당성 평가를 통해 “저가 수주로 6천억 원 이상 추가 손실이 발생할 것”이라고 예측했다. 장마리 그린피스 활동가는 “두산중공업이 재무위기를 불러온 석탄화력 사업을 지속하기로 결정한 상황에서 산업은행과 수출입은행이 대출을 해 준 것은 정부를 재무적 위험에 노출시키는 행위”라고 지적했다. 환경단체들은 두산중공업이 석탄과 원전 대신 풍력 등 재생에너지에 투자를 집중해야 한다고 주장한다.

손실 불가피한 ‘좌초자산’ 늘리지 말아야

영국의 금융전문연구기관인 ‘카본 트래커 이니셔티브(Carbon Tracker Initiative)’는 지난해 3월 <저렴한 석탄, 위험한 착각(Brown is the new green, Will South Korea’s commitment to coal power undermine its low carbon strategy?)>이라는 보고서에서 한국의 에너지정책을 비판했다. 보고서는 한국이 석탄화력발전의 ‘좌초자산 위험’이 가장 큰 나라라고 지적했다. 좌초자산(stranded asset)이란 예상치 못한 조기 상각, 평가 절하 또는 부채 전환 등으로 인해 가치가 크게 떨어진 자산을 말한다. 보고서의 요지는 ‘앞으로 전 세계적 기후위기 대응 과정에서 석탄화력발전이 중단될 수밖에 없으므로 석탄화력에 매달리고 있는 한국 정부와 투자자들은 큰 손실을 입을 것’이라는 얘기다. 보고서는 “석탄에 매달릴 경우 한국은 저탄소 기술 경쟁에서 뒤처질 위험이 있다”며 “이 분야 신규투자를 중단하고 폐쇄 계획을 수립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 영국 연구기관 ‘카본 트래커 이니셔티브’의 분석 결과 한국은 석탄발전의 좌초자산 위험이 가장 높은 국가로 나타났다. ⓒ 카본 트래커 이니셔티브

김주진 기후솔루션 대표는 <단비뉴스> 전화 인터뷰에서 “석탄화력발전 사업은 대기오염과 기후변화에도 영향을 미치고 있지만, 재무적으로 봤을 때도 상당히 위험한 자산”이라며 “이미 대부분 주요 경제에서 재생에너지의 가격경쟁력이 석탄화력 발전을 추월했다”고 설명했다.

여전히 짓고 있는 석탄발전소, 2030년에도 발전 비중 36%

   
▲ 6일 오전 기자회견을 마친 환경단체 활동가들이 감사원 민원상담실에 공익감사 청구서를 제출하고 있다. 규정상 감사원은 한 달 안에 결과를 회신해야 한다. ⓒ 그린피스

국내외 금융기관, 연구기관, 환경단체 등이 ‘좌초자산’ 위험을 경고하고 있지만 정부 에너지계획 상 석탄화력은 앞으로도 국내에서 가장 비중이 높은 전력원으로 남는다. 정부는 석탄발전량 비중을 2017년 43.1%에서 2030년 36.1%까지 낮추겠다고 밝혔으나, 이는 2030년 재생에너지 비중 20%보다 훨씬 높은 수치다. 정부는 낡은 석탄화력발전소를 폐쇄하기로 했지만 현재 가동 중인 51기 외에 2022년까지 7기를 더 지어 총 7GW 규모의 석탄발전 용량을 추가할 예정이다.

장마리 활동가는 <단비> 전화 인터뷰에서 “우리나라는 2030년 (온실가스배출) 감축 목표도 불충분하고 우리 세금으로 해외 석탄발전소까지 짓고 있다”며 “국제사회가 한국을 ‘기후악당’으로 부르는 이유”라고 말했다. 그는 또 “국책은행들이 투자를 계속하고 있으니 민간은행도 석탄발전에 대한 금융 투자를 멈추지 않는 것”이라고 비판했다.


편집 : 방재혁 기자

[김은초 기자]
단비뉴스 시사현안팀장, 환경부 김은초입니다.
불편(不便)하고 불편(不偏)하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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