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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TS·블랙핑크를 종일 얘기하는 직업
[단비인터뷰] 대중음악평론가 김윤하
2021년 03월 25일 (목) 21:51:28 김병준 PD dend0710@gmail.com

“좋아하는 것에 관한 이야기를 계속 할 수 있는 게 좋아요. 거기에 중독성이 있어서 하는 것도 있고요. 누구나 그렇게 할 수 있는 게 아니잖아요? 좋아하는 것을 일로 하면 힘들다고 하는 사람들이 있지만, 좋아하는 것을 일로 해서 좋은 점도 있어요.”

대중음악평론가 김윤하(40) 씨는 중학교 시절부터 음악이야기가 너무 하고 싶었다. 어느 날 친구가 온라인으로 음악이야기를 나눌 수 있는 피시(PC)통신 동호회를 소개해줬는데, 집에서 PC통신을 할 수 없어 그 친구에게 부탁해 글을 올렸다. 그렇게 글쓰기를 시작해서 인터넷 여기저기에 음악이야기를 올리다 보니 어느 새 대중음악평론가로 불리게 됐다. 음악방송 등에서 케이(K)팝을 해설하고 유재하 음악경연대회 등 다양한 행사에서 심사위원, 선정위원 등으로도 활동하는 그를 지난해 12월 3일 서울 동교동의 한 카페에서 만나고 25일 전화로 추가 인터뷰했다.

음악이야기 나누고파 PC통신 글 올리기부터 시작

   
▲ PC통신 글쓰기로 시작해 인터넷, 방송, 음악행사 등에서 대중문화평론가로 활동하는 김윤하 씨. ⓒ 김윤하

“음악 좋아하고요, 시키는 일 다 합니다.”

그는 다양한 매체에 글을 쓰고, 교육방송(EBS)의 ‘스페이스 공감’과 네이버의 ‘온스테이지’ 등 음악방송 기획에 참여하고, 인터넷 방송을 한다. 요즘은 방송에서 주로 K팝 이야기를 하는데, 그만큼 수요가 많아서라고 한다. 90년대에는 6,70년대 모타운이나 당시 유행하던 네오소울 등의 흑인음악가요를 좋아했고 2000년대는 한국의 인디(기업에 소속되지 않고 독립적인) 음악에 빠졌다가 2010년대부터 K팝으로 관심을 확장했다. 

2020년 미국 음악순위 ‘빌보드 차트’에서 한국 가수 방탄소년단(BTS)이 1등을 차지한 것을 포함, K팝의 열기는 세계적으로 뜨겁다. 그는 그러나 “25년 전 처음으로 한국에 에이치오티(H.O.T.)가 등장했던 때의 아이돌과 지금의 아이돌이 기본적 성질은 바뀌지 않았다고 생각한다”며 “시간이 가며 세포가 분열되고 커질 때, 구조와 형태는 발전하며 변하지만 디엔에이(DNA)와 성질은 같은 것과 비슷하다”고 말했다. 시장의 최신 조류에 맞는 음악을 만드는 노력, 화려한 퍼포먼스, 그룹 구성과 같은 K팝의 문법은 과거의 것과 동일하다는 게 그의 생각이다.

K팝, 촘촘한 콘텐츠 그물망으로 팬들을 포위하다

   
▲ 지난 해 국내 최초로 미국 빌보드 핫(HOT)100 차트 1위를 차지한 방탄소년단(BTS). ⓒ 빅히트 엔터테인먼트

과거 K팝이 넘볼 수 없었던 ‘빌보드 차트 1위’가 2020년에 가능했던 이유는 무엇일까. 김 평론가는 우선 두터워진 팬층을 지적했다. 1990년대 한국 가요계에 아이돌이 처음 등장했을 때는 10대만 열광했다. 하지만 당시 10대였던 사람들이 이제 기성세대가 되었고, 지금의 아이돌 문화는 10대뿐 아니라 기성세대와도 친밀한 콘텐츠가 되었다. 김 평론가는 “최근 문명특급(SBS디지털뉴스랩)의 숨듣명(숨어듣는 명곡)과 같은 콘텐츠가 사랑받고 레트로(복고) 성향의 문화콘텐츠가 판매되는 것을 보면 가시화되지 않고 묻혀있는 아이돌 소비층이 더 많을 것이라 생각한다”고 말했다.

김 평론가는 이와 함께 “K팝 콘텐츠는 촘촘한 그물망을 만드는 것 같다”고 말했다. 세련된 음악, 화려한 퍼포먼스, 잘 만든 자체제작 콘텐츠, 실시간 라이브 방송, 끊임없는 사회관계망서비스(SNS) 소통 등을 통해 한 번 들어온 팬을 빠져나가지 못하게 한다는 것이다. 콘텐츠 소비를 넘어서 연예인과 일대일로 채팅을 주고받는 팬 커뮤니티 애플리케이션도 인기가 높다. 24시간 내내 연예인과 팬이 떨어지지 않도록 만드는 시스템이다.

이런 K팝의 팬덤(열광하는 사람들)은 트로트 가수를 좋아하는 노년층 팬덤, 유튜버와 인플루언서의 팬덤, 정치인의 팬덤 등으로 복제된다. 김 평론가는 “누군가를 좋아하며 응원하는 것은 인간의 본성 중 하나라고 생각한다”며 “사람은 무엇에든 미치고 싶은 욕망이 있는 것 같다”고 말했다.

저항문화이자 응원가가 된 한국 노래들

김 평론가에 따르면 케이팝은 저항문화의 상징으로 떠오르기도 했다. 지난 2016년 이화여대생들이 미래라이프 대학 지원사업 철회를 요구하는 학내 시위에서 소녀시대의 ‘다시 만난 세계’를 불렀던 것이 대표적이다. 지난 2019년과 2020년의 홍콩 반정부 시위에서도 K팝이 등장했고 2020년 미국 대통령 선거에서 조 바이든 민주당 후보의 응원가로 트와이스 ‘Feel Special’이 쓰였다. 해외 성소수자들의 시위에도 K팝이 등장한다. 김 평론가는 “K팝 소비층 중에 젊은 사람들이 많다보니 이들 사이의 유행가가 쉽게 불려진다"며 "저항문화의 역할을 하는 듯하다”고 말했다. 이어 “K팝은 표면적으로 꿈과 희망을 노래하는 경우가 많은데 그것이 여러 어려운 상황에 일종의 희망가 역할을 하게 되는  같다고 덧붙였다.

패션잡지 <보그>는 지난해 신종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으로 어려운 시기를 겪는 전 세계 독자들을 위해 ‘호프(HOPE)’ 프로젝트를 진행했다. 세계 26개국 유명인들이 협업해 문화 콘텐츠를 공개했다. 우리나라 가수 보아는 ‘희망’을 주제로 직접 작사·작곡한 ‘리틀 버드(Little Bird)’를 발표했다. 노랫말에는 “모든 게 잘 될 거야, 다 괜찮을 거야(Everything’s gonna be alright, Everything’s gonna be okay)”라는 내용이 들어 있다. 보아는 보그 코리아 인터뷰에서 “우리 모두 역경을 거쳐 꿈을 이뤘으면 한다”고 말했다.

   
▲ 잡지 <보그>의 호프(HOPE) 프로젝트에 참여한 보아(BoA). ⓒ 보그

‘김추자부터 에스파까지’ 여성뮤지션 역사 준비 중 

김 평론가는 “지난해 많은 콘서트가 취소돼 아쉬움이 컸다”며 “올해는 K팝 가수들이 국내외에서 기량을 마음껏 펼칠 수 있도록 많은 무대가 마련되기를 바란다”고 말했다. 또 스스로 목숨을 끊거나 폭력에 노출된 가수들의 이야기는 듣기 힘들었다며, “2021년에는 가슴 아픈 소식들이 적었으면 좋겠다”고 덧붙였다.

   
▲ 네이버 실시간 방송 서비스 브이라이브(V live)의 ‘베스트 뉴 케이팝’에 출연한 김윤하 평론가(왼쪽). ⓒ 캐스퍼라디오

김 평론가는 대학에서 문예창작을 전공하며 글쓰기를 공부했다. 대중음악평론을 하며 불안정한 일자리와 경제적 어려움으로 고생도 했지만 ‘좋아하는 것에 관해 이야기하는 즐거움’이 더 컸다고 말했다. 자신이 소개한 가수와 곡을 ‘믿고 듣는다’는 독자들의 이야기에 가장 행복해진다고 털어 놓았다.

 평론가는 현재 국내 여성뮤지션의 발자취를 소개하는 콘텐츠를 준비중이라고 밝혔다. 대중가요사 초창기의 이난영과 김추자부터 블랙핑크와 에스파까지, 50여 명의 여성 가수 이야기로 EBS에서 오디오 콘텐츠를 만들 예정이라고 한다.


편집 : 유희태 PD

[김병준 PD]
단비뉴스 시사현안팀장, 미디어콘텐츠부 김병준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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