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길 너머 길이 있다
[상상사전] ‘길’
2021년 02월 27일 (토) 11:39:34 김태형 기자 mump5657@naver.com
   
▲ 김태형 기자

코로나 확산세가 주춤했던 지난해 5월, 대면수업을 위해 제천에 왔다. 초록으로 물든 캠퍼스를 보니 코로나에서 해방된 느낌이랄까? ‘자연 치유 도시 제천’이라는 구호 그대로 치유가 되는 기분이었다. 코로나는 수도권을 중심으로 다시 확산했다. 사람이 밀집한 곳은 바이러스에 취약할 수밖에 없다. 제천은 ‘김장 모임’ 때문에 한때 확진자가 급증했지만 다시 잠잠해졌다. 제천과 수도권 인구수를 비교해보면 제천은 평상시에도 의도하지 않았지만 거리두기가 이뤄졌던 셈이다. 사람들은 앞으로 인구수가 적은 지역을 선호하지 않을까 하는 생각이 들었다.

최근 통계를 보면 꼭 그럴 것 같지는 않다. 한국농촌경제연구원에서 발간한 연구보고서를 보면 우리나라 의사 절반은 수도권에 있고, 농어촌에 있는 의료기관은 도시의 12.9%에 불과하다. 의료 인력과 시설 차이는 건강불평등으로 이어졌다. 적절한 시기에 적절한 치료를 받았다면 예방 가능한 사망률을 의미하는 ‘치료가능사망률’을 시·군·구로 구분해보니, 서울 강남구는 인구 10만 명당 29.6명, 경북 영양군은 107.8명으로 격차가 무려 3.6배였다. 어디 사느냐가 생사를 결정하는 것이다.

코로나 같은 바이러스는 자주 발생하지는 않지만 주기적으로 찾아온다. 민간 병원이 대부분인 우리나라에서 코로나 환자를 위한 병상이 부족한 건 당연하다. 병원으로서는 언제 올지 모르는 환자를 위해 전문의를 고용하고 비싼 장비를 갖춰 놓기는 쉽지 않다. 심근경색이나 뇌졸중 같은 중증 응급질환도 마찬가지다. 사망률은 높으나 환자 수는 적으니 인구가 적은 지역에는 이들을 치료할 수 있는 의료기관과 의료진이 없다.

사회역학자 김승섭은 저서 <아픔이 길이 되려면>에서 공동체는 그 구성원들이 건강하게 살아갈 수 있도록 하는 책임을 지니고 있다고 말한다. 정부는 지역 의료 격차를 해소하려고 의대 정원 확대를 포함한 4가지 정책을 내놨지만 의사들은 파업하고 의대생은 국시를 거부했다.

   
▲ 공동체는 그 구성원들이 건강하게 살아갈 수 있도록 하는 책임을 지니고 있다. ⓒ pixabay

이들 모두 지역간 격차를 모르는 것이 아니다. 해소하는 방법을 둘러싼 이견이 빚은 결과다. 피해는 오롯이 국민 몫이다. 이번에는 중대 범죄를 저지른 의사의 면허 취소를 둘러싸고 또 정부와 대한의사협회가 충돌했다. 의료법 개정안은 일단 법사위에 계류됐지만 여당은 다음 위원회에서 처리를 강행할 듯하다. 의협의 과도한 조직이기주의가 여론의 비판을 받고 있다고 보기 때문이다. 이재명 지사는 오랜 현안인 수술실 CCTV 설치까지 들고나왔다.

시인 박노해는 ‘길이 끝나면 거기 새로운 길이 열린다’고 했다. 난관에 봉착한 의료정책도 새로운 길을 열어 가기를 고대한다, 수풀이 우거져 답답한 곳도 자꾸 다니다 보면 길이 나는 법이니까.


보들레르가 ‘모든 능력들의 여왕'이라고 말한 상상력이 학문 수련 과정에서 감퇴하는 건 안타까운 일입니다. 저널리즘은 아카데미즘과 예술 사이에 있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생각을 옥죄는 논리의 틀이나 주장의 강박감도 벗어 던지고 마음대로 글을 쓸 수 있는 상상 공간이 바로 이곳입니다. 튜토리얼(Tutorial) 과정에서 제시어를 하나씩 정리하다 보면 여러분만의 ‘상상 사전’이 점점 두터워질 겁니다. (이봉수)

편집 : 오동욱 PD

[김태형 기자]
단비뉴스 지역농촌부장 김태형입니다.
친절하게 쓰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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