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상사전] ‘밤길’

▲ 차송현

저녁 8시, 학교는 잠잠했다. 방학인 데다 코로나 탓에 대부분 건물이 문을 닫아 학생들이 거의 없었다. 늘 불이 켜져 있던 도서관마저 며칠 전 확진자가 출입한 것으로 드러나 불이 꺼졌다. 나는 학교 길고양이들에게 밥을 주려고 깜깜한 학교를 돌았다.

몇 군데 켜진 가로등 불빛마저 금방 어둠 속에 빨려 들어버렸다. ‘고양이 급식소’는 더욱 후미진 곳에 있어 거의 빛이 닿지 않았다. 양손에 물통과 사료통을 들고 있어 휴대폰 후레쉬도 켤 수 없었다. 체육관 위쪽 수풀에 있는 급식소는 미광조차 비치지 않았다. 울퉁불퉁하고 경사진 흙길. 헛디딜까 무서워 발이 쉽게 떨어지지 않았다. 캠퍼스를 반 바퀴 넘게 돌아 몸에서 땀이 나고 다리가 후들거렸다.

포기하고 집으로 돌아갈까? 마스크 안에 맺힌 물방울까지 목을 타고 흘러내리자 힘이 풀려 털썩 주저앉았다. 그때 기척이 느껴졌다. 내 눈앞에, 어둠 속에서 더욱 까만 구멍이 있었다. 설마 하는 마음으로 조심조심 다가가 손을 뻗자 아주 따뜻한 털뭉치가 느껴졌다. 고양이다! 고양이는 내가 쓰다듬는 대로 야옹 소리를 내며 응석을 부렸다. 배식을 마친 기분이 상큼했다.

▲ 어둠 속에서, 설마 하는 마음으로 조심조심 다가가 손을 뻗자 아주 따뜻한 털뭉치가 느껴졌다. 고양이다! ⓒ Pixabay

어두운 밤길에 빛이 있으면 걷기 편하다. 하지만 빛이 없다 하여 걷지 못할 길은 없다. 어둠을 헤치고도 나아가야 할 때가 있다. 어둠은 가능성의 공간이다. 시대상황과 개인의 처지가 암울할지라도 우리가 걸어가야 하는 이유다.


보들레르가 ‘모든 능력들의 여왕'이라고 말한 상상력이 학문 수련 과정에서 감퇴하는 건 안타까운 일입니다. 저널리즘은 아카데미즘과 예술 사이에 있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생각을 옥죄는 논리의 틀이나 주장의 강박감도 벗어 던지고 마음대로 글을 쓸 수 있는 상상 공간이 바로 이곳입니다. 튜토리얼(Tutorial) 과정에서 제시어를 하나씩 정리하다 보면 여러분만의 ‘상상 사전’이 점점 두터워질 겁니다. (이봉수)

* 이 칼럼은 세명대 저널리즘스쿨의 ‘22기 예비언론인 캠프’에 참여한 차송현 씨가 과제로 보내온 글을 첨삭한 것입니다. 그는 서강대 철학과에 재학중입니다. 글이 채택된 학생에게는 이봉수 교수의 미디어비평집 <중립에 기어를 넣고는 달릴 수 없다>를 드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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편집 : 이성현 P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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