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상사전] ‘밤길’
저녁 8시, 학교는 잠잠했다. 방학인 데다 코로나 탓에 대부분 건물이 문을 닫아 학생들이 거의 없었다. 늘 불이 켜져 있던 도서관마저 며칠 전 확진자가 출입한 것으로 드러나 불이 꺼졌다. 나는 학교 길고양이들에게 밥을 주려고 깜깜한 학교를 돌았다.
몇 군데 켜진 가로등 불빛마저 금방 어둠 속에 빨려 들어버렸다. ‘고양이 급식소’는 더욱 후미진 곳에 있어 거의 빛이 닿지 않았다. 양손에 물통과 사료통을 들고 있어 휴대폰 후레쉬도 켤 수 없었다. 체육관 위쪽 수풀에 있는 급식소는 미광조차 비치지 않았다. 울퉁불퉁하고 경사진 흙길. 헛디딜까 무서워 발이 쉽게 떨어지지 않았다. 캠퍼스를 반 바퀴 넘게 돌아 몸에서 땀이 나고 다리가 후들거렸다.
포기하고 집으로 돌아갈까? 마스크 안에 맺힌 물방울까지 목을 타고 흘러내리자 힘이 풀려 털썩 주저앉았다. 그때 기척이 느껴졌다. 내 눈앞에, 어둠 속에서 더욱 까만 구멍이 있었다. 설마 하는 마음으로 조심조심 다가가 손을 뻗자 아주 따뜻한 털뭉치가 느껴졌다. 고양이다! 고양이는 내가 쓰다듬는 대로 야옹 소리를 내며 응석을 부렸다. 배식을 마친 기분이 상큼했다.
어두운 밤길에 빛이 있으면 걷기 편하다. 하지만 빛이 없다 하여 걷지 못할 길은 없다. 어둠을 헤치고도 나아가야 할 때가 있다. 어둠은 가능성의 공간이다. 시대상황과 개인의 처지가 암울할지라도 우리가 걸어가야 하는 이유다.
보들레르가 ‘모든 능력들의 여왕'이라고 말한 상상력이 학문 수련 과정에서 감퇴하는 건 안타까운 일입니다. 저널리즘은 아카데미즘과 예술 사이에 있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생각을 옥죄는 논리의 틀이나 주장의 강박감도 벗어 던지고 마음대로 글을 쓸 수 있는 상상 공간이 바로 이곳입니다. 튜토리얼(Tutorial) 과정에서 제시어를 하나씩 정리하다 보면 여러분만의 ‘상상 사전’이 점점 두터워질 겁니다. (이봉수) |
* 이 칼럼은 세명대 저널리즘스쿨의 ‘22기 예비언론인 캠프’에 참여한 차송현 씨가 과제로 보내온 글을 첨삭한 것입니다. 그는 서강대 철학과에 재학중입니다. 글이 채택된 학생에게는 이봉수 교수의 미디어비평집 <중립에 기어를 넣고는 달릴 수 없다>를 드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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편집 : 이성현 PD