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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염되는 하품처럼 공감한다면
[상상사전] '공감능력'
2021년 01월 06일 (수) 20:43:51 이예슬 기자 yeslowly@gmail.com
   
▲ 이예슬 기자

개 35마리가 실험실에 모였다. 연구자들이 개와 열심히 놀아준 뒤, 개 이름을 불러 집중시키고 눈앞에서 늘어지게 하품을 했다. 그중 25마리가 연구자들을 따라 하품하며 입을 벌렸다. 생후 7개월부터 개월 수가 많은 강아지일수록 하품을 따라하는 경향이 더 많이 나타났다. 개는 생후 7개월부터 감정 상태를 파악할 수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스웨덴 룬드대학교의 실험이다.

갓난아기도 마찬가지다. 태어난 지 몇 시간 안 되는 아기라도 마주보는 사람의 얼굴 모양을 따라할 수 있다. 눈을 크게 뜨면 아기도 따라 뜨고, 입을 벌리면 아기도 똑같이 입을 벌린다. 일종의 의사소통 과정인데, 아기는 이런 모방을 통해 주변 사람들과 관계를 발전시켜 나간다. 가장 가까운 부모와도 이렇게 관계가 시작된다.

포유류의 뇌 속에 있는 ‘거울 뉴런’이 개나 아기가 다른 이를 모방할 수 있게 한다. 거울 뉴런은 다른 행위자가 한 행동을 관찰하기만 해도 자신이 그 행위를 하는 것과 같은 활성을 내는 신경세포다. 거울 뉴런에 의한 모방은 누군가의 행동을 따라 하는 것에 그치지 않는다. 길 가다 넘어진 사람을 보고 내가 넘어진 것처럼 아픔을 느끼거나 슬픈 영화를 보며 눈물을 흘리는 것도 거울 뉴런이 작동한 결과다. 모방을 넘어 공감까지 가능하게 하는 것이다. 

   
▲ 포유류의 뇌 속에 있는 ‘거울 뉴런’이 다른 이를 모방할 수 있게 한다. 남의 아픔과 슬픔에 공감하는 것도 거울 뉴런이 작동한 결과다. © Pixabay

지난해 11월 30일, 24년 만에 다시 전두환 씨에게 유죄 판결이 내려졌다. 1980년 5·18 민주화운동 당시 계엄군의 헬기사격을 목격했다고 증언한 조비오 신부의 명예를 훼손한 혐의로 재판에 넘겨진 전 씨가 징역 8개월에 집행유예 2년을 선고받았다. 그러나 전 씨는 반성의 기미 없이 뻔뻔한 태도로 일관했다. 법정에서 꾸벅꾸벅 조는가 하면, 광주로 출발하기 전 서울 집 앞에 모여 항의하는 시민에게 “말 조심해, 이놈아”라며 막말을 일삼았다. 재판이 진행되는 기간, 12·12 군사반란 가담자들과 함께 비싼 중국음식을 먹는 모습이나, 골프장에서 골프를 친 사실 등이 밝혀져 공분을 사기도 했다. ·

문재인 대통령이 지난달 11일 공공임대 아파트를 방문해 발언한 것도 논란이다. 문 대통령은 이날 13평 복층형 아파트를 둘러보면서 ‘신혼부부에 아이 1명이 표준인데, 어린아이일 경우 2명도 살 수 있지만 아이가 크고 재산이 형성되면 더 높은 수준의 주거를 원할 수 있으니 중형 아파트로 옮겨갈 수 있는 주거 사다리를 만들어야 한다’는 맥락으로 이야기했다.

그러나 야권과 일부 언론은 문 대통령이 ‘4인 가족이 살기에도 충분한 13평 아파트’라고 말한 것처럼 왜곡했다. 대통령이 국민에게 ‘아무도 살고 싶어하지 않는 공공임대’에 살라고 했다는 것이다. 전용면적 13평, 공급면적 20평인 이 임대 아파트를 두고 일부 정치인과 네티즌은 ‘그렇게 비좁은 집에서 4명이 어떻게 사냐’며 공격하고 나섰다. 실은 전국 아파트 거주 가구 다섯 중 하나가 20평 이하에서 살고, 그보다 좁은 곳에서 더 많은 가족이 함께 살기도 한다. 학교에서 아이들끼리 ‘임대 거지’라고 놀려댄다는 얘기를 이 어른들 이야기를 통해 확신했다.

80년 5월의 잘못을 여전히 인정하지 않는 전두환과, 공공임대 아파트를 비하하는 사람들 모두 원초적 본능에 충실한 하품을 하고 있는 듯하다. 그건 마주보는 이를 보고 따라하며 그 감정에 공감하는 게 아닌, 그저 남의 고통은 남의 것에 불과하다는 마음에서 나오는 무관심과 지루함의 증거가 아닐까? 언젠가부터 사람들 공감 능력이 줄어들고 있다. 감정을 못 느껴 범죄를 일삼는 사이코패스만 해당하는 이야기가 아니다. 하품이 전염되듯이 서로 얼굴을 마주보며 표정을 따라하는 시간이 모두에게 필요한 시점이다.


보들레르가 '모든 능력들의 여왕'이라고 말한 상상력이 학문 수련 과정에서 감퇴하는 건 안타까운 일입니다. 저널리즘은 아카데미즘과 예술 사이에 있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생각을 옥죄는 논리의 틀이나 주장의 강박감도 벗어 던지고 마음대로 글을 쓸 수 있는 상상 공간이 바로 이곳입니다. 튜토리얼(Tutorial) 과정에서 제시어를 하나씩 정리하다 보면 여러분만의 '상상사전'이 점점 두터워질 겁니다.(이봉수)

편집: 오동욱 PD 

[이예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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