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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청소년은 미래세대 아닌 재난세대”
[단비현장] 2020 그린컨퍼런스 기후위기의 증인들
2020년 11월 05일 (목) 21:27:11 방재혁 김정민 기자 bjhb0514@naver.com

“청소년들을 미래세대라고 많이 부르시더라고요. 그런데 그렇게 부르시면 안 되는 게, 우리에게는 미래가 안 보여요. 오히려 재난세대, 태풍세대, 식량위기세대라고 부르는 게 더 맞는 표현이겠죠.” 

4일 오후 7시부터 열린 ‘2020 그린컨퍼런스 기후위기의 증인들’에서 ‘미래가 사라진 재난세대’를 주제로 발표한 박선영(16) 청소년기후행동 활동가가 이렇게 말했다. 녹색연합과 한-EU(유럽연합)기후행동이 주최하고 유럽연합과 카카오 다가치펀드가 지원한 이날 행사는 사전 참가 신청자를 대상으로 온라인 생중계됐다. 

“어른들은 편안함에 취해 환경파괴를 멈추지 않아”   

   
▲ 박선영 청소년기후행동 활동가가 ‘미래가 사라진 재난세대’를 주제로 발표하고 있다. ⓒ 녹색연합

박 활동가는 “기후문제라는 것이 알면 알수록 우리의 일상이 파괴되는 일이고, 우리의 미래가 사라지는 일이라는 걸 알게 됐다”며 “친구들하고 커서 무엇을 할지 얘기하다가도 20~30년 후에도 우리가 살아있을지 자문해보곤 한다”고 막막함을 털어놓았다. 그는 “이처럼 일상이 파괴되고 있는데도 어른들은 편안함에 취해 환경파괴를 멈추지 않고 있다”고 비판했다.

‘뜨거워지는 지구에서 농민으로 산다는 것’을 주제로 발표한 김정열(54) 비아캄페시나 국제조정위원은 “기후위기시대에 농민으로 계속 살아갈 수 있을지 의구심이 든다”고 말했다. 2018년의 폭염과 2019년의 태풍, 2020년의 기록적 폭우를 견디며 매번 변화하는 환경에서 농작물을 기르기가 몹시 힘들다는 것이다. 김 위원은 “원래 생강은 노지(지붕이 덮여있지 않은 땅)에서 길러도 가을에 충분히 수확이 가능했지만, 2018년에는 폭염 때문에 차광막을 일일이 설치해야 했고 2019년에는 태풍이 7개나 오는 바람에 농작물들이 모두 황폐화됐다”고 말했다. 그는 “올해 포도농가에서는 긴 장마로 포도가 다 터져버리고 일조량도 부족해서 예년의 30%밖에 수확하지 못했다”며 “특히 상주 감은 최근 20년 중에 가장 수확이 저조했다”고 덧붙였다.

   
▲ 김정열 비아캄페시나 국제조정위원은 기후위기가 작물 생산량을 줄이고 토양을 악화시키기 때문에 농민들의 ‘탈농’이 심해지면 우리 먹거리의 생산기반이 파괴되고 식량위기가 올 것이라고 경고했다. ⓒ 녹색연합

이어 그는 “전 세계 온실가스의 4분의 1이 농업에서 배출돼 기후위기를 심화시키는 만큼 농업도 새로운 생산방식을 고민해야 한다”며 “농업생산시스템을 전환해 탄소 배출을 줄이고 땅이 탄소를 흡수하는 방식을 사용해야 한다”고 제언했다. 

북극곰처럼 위태로운 아스팔트 위 노동자들 

‘빙하 위의 북극곰과 아스팔트 위의 노동자’를 주제로 발표한 박정훈(34) 라이더유니온 위원장은 “지구가 위험해지면 노동자들의 노동환경과 작업환경도 악화일로를 걷는다”고 말했다. 그는 2018년에 실제로 폭염 때문에 20대 이주노동자가 사망하기도 했다며 “정규직보다는 비정규직이, 비정규직 중에서도 야외노동자가, 야외노동자 중에서도 이주 야외노동자가 기후위기 앞에서 더 취약하다”고 말했다. 

   
▲ 배달노동자로 구성된 노조인 라이더유니온의 박정훈 위원장은 “플랫폼 노동자들은 태풍이나 폭우 등 재난상황에서도 일을 해야만 하는 경우가 부지기수”라며 “노동을 중단할 권리가 없는 것”이라고 말했다. ⓒ 녹색연합

박 위원장은 “24시간 생산하고 소비하는 체제가 정착하면서 환경오염은 심해지고 초 단위 노동으로 플랫폼 노동자들의 사고는 급증한다”고 말했다. 그는 “플랫폼 기업(정보기술시스템으로 거래를 매개하는 기업)들은 자기들은 중계만 한다면서 환경오염도 노동자의 안전도 책임지지 않으려고 한다”며 “노동자 개인이 재난을 오롯이 감당해야 하는 구조”라고 비판했다. 그는 “북극의 북극곰과 아스팔트 위에서 일하는 노동자들의 연대만이, 녹색과 노동의 연대만이 대안”이라며 “옆에 있는 노동자들의 노동 조건을 보호하지 못한다면 지구도 인간도 지킬 수 없다”고 말했다. 

신기호 푸른아시아 몽골지부장은 ‘몽골의 사막에 나무를 심는 이유’ 발표에서 몽골의 기후변화가 한국에 미치는 영향을 설명했다. 신 지부장은 “기후위기로 몽골의 기온상승과 사막화가 빠른 속도로 진행되고 있다”며 “한국에서는 먼 나라 이야기처럼 들리겠지만, 한국에서 발생하는 황사의 발원지는 대부분이 몽골”이라고 말했다. 그는 몽골의 사막화, 수도권 인구 집중, 기후난민 등을 들어 기후위기의 심각성을 강조하면서 ‘몽골 사막에 왜 나무를 심는지’ 답했다. 

   
▲ ‘몽골의 사막에 나무를 심는 이유’를 주제로 기후위기를 증언하고 있는 신기호 푸른아시아 몽골지부장. Ⓒ 녹색연합

“지속가능성은 절실함을 품은 사람으로부터 시작됩니다. 한사람, 한사람이 모여 숲을 만들고 스스로 숲이 되어갑니다. 우리가 만들고 싶은 숲은 보기 위한 숲이 아니라 살기 위한 숲입니다. 그런 숲을 만들기 위해 도망가지 않고 나무를 심습니다.”

“기후위기는 회복할 기회를 주지 않는다” 

클라우디아 퀴트만 독일 하이델베르크대학 국제건강연구소 연구원은 ‘기후변화가 인간건강에 미치는 영향’을 주제로 발언했다. 그는 “기후위기는 폭염과 새로운 알러지 유발, 대기오염으로 인한 피부병 등 인간건강에 악영향을 미친다”고 설명했다. 그러나 그는 기후위기를 막기 위해 기후친화적인 행동, 예를 들어 자동차 대신 걷거나 자전거를 타는 액티브 모빌리티, 채식 등을 하면 건강 위협을 피하는 것을 넘어 긍정적인 영향력이 생긴다고 덧붙였다. 

조천호 경희사이버대학 미래인간과학스쿨 특임교수는 마지막 순서인 ‘기후위기를 마주한 대기과학자의 증언’에 나섰다. 그는 “인간이 농업혁명, 산업혁명 등을 거치면서 인구가 폭발적으로 증가했고, 그만큼 생산량, 소비량, 쓰레기도 증가했다”며 “인간의 욕망은 무한하고, 우리 인간이 만든 세상이 너무 커져서 지구의 유한함에 부딪혔다”고 말했다. 

조 교수는 “우리는 이미 기후위기에 빠졌고, 여기서 더 진행되면 인류 스스로 회복할 수 없다”고 경고했다. 그는 이어 “이제까지 전쟁, 금융위기 등 다양한 위기가 있었지만, 이런 위기는 다 끝이 있었다”며 “기후위기는 우리한테 회복할 기회를 주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조 교수는 “에너지는 재생되고, 자원은 순환하는 지구환경을 만들기 위해 담대한 전환이 필요한 상황”이라고 강조했다.

   
▲ ‘기후위기를 마주한 대기과학자의 증언’을 주제로 발언하는 조천호 경희사이버대학 미래인간과학스쿨 특임교수. Ⓒ 녹색연합

윤정숙 녹색연합 공동대표는 행사 마무리 발언에서 “코로나와 이상기후가 없었으면 전기료 인상, 탄소배출 감축 등 사고의 전환이 없었을 것”이라며 “증언을 들으면서 고무적이었고, 이제 변화가 시작된다는 희망을 얻었다”고 말했다.


편집 : 유재인 기자

[방재혁 기자]
단비뉴스 환경부장, 기획탐사팀, 시사현안팀 방재혁입니다.
배는 항구에 있을때 가장 안전하지만, 그것이 배의 존재 이유는 아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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