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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장’만 난무하는 뉴미디어 언론
[단비발언대]
2020년 09월 12일 (토) 13:25:28 오동욱 PD odw0201@nate.com
   
▲ 오동욱 PD

성찰된 공론은 논란이 있는 사안에 관한 가장 설득력 있고 논리적으로 완결성을 지닌 한 쌍의 찬반 의견이다. 하버마스가 ‘공론장’을 통해 도출하고자 했던 결과다. 찬성과 반대라는 두 의견은 모순된다. 그런데도 하버마스는 공론장이 사회 통합에 기여한다고 말한다. 공론장은 특수한 조건이 전제되기 때문이다. 독립적으로 정보를 검증하고 시민의 합리적 의견들을 연결하는 ‘언론의 역할’이다. 시민들은 언론을 통해 검증된 정보를 얻고, 연결 속에서 설득하고 타협한다. 그 공론 참여 중에 ‘의견의 영향력’을 확인한다. 공론장이 형성된 공동체가 사회통합으로 나아가는 이유다. 언론이 해야 할 역할은 한순간도 변하지 않았다. 정보 검증과 의사소통의 매개는 언론의 역할이다.

뉴미디어의 영향력 확대는 공론장을 지탱하는 기성 언론의 영향력을 축소한다. 달리 말하면, 언론의 독립적인 정보 검증 기능과 시민들의 합리적 의사소통 교량 기능을 축소했다. 팩트체크하는 기사보다 ‘의견’만을 내는 뉴미디어 콘텐츠가 인기를 끌고, 집단과 집단을 잇는 프로그램보다 서로를 배척하는 콘텐츠가 많이 조회된 탓이다. 2019년 기자협회 기자상을 받은 취재물들의 유튜브 조회 수는 평균 고작 4천이지만, <신의 한수> <다스뵈이다>는 수십만을 훌쩍 넘는다. 한국이라는 공동체는 정보 검증보다 의견만이 주를 이루는 이상한 공론장을 갖게 된 것이다. 의사소통을 위해서는 최소한의 현실 인식을 공유해야 한다. 하지만 뉴미디어 속에서 시민들은 분산됐고, 현실 인식은 파편화했다.

더 큰 문제는 뉴미디어에 뛰어든 기성 언론도 뉴 미디어의 행태를 따라가고 있다는 것이다. 매체 경쟁에서 밀린 기성 언론은 뉴미디어 안에서라도 영향력 확보하기 급급하다. 영향력 다툼이라는 뉴미디어의 기본 구조도 이를 부추겼다. 조회수와 공감수가 영향력을 보여주는 척도라면, 영향력은 ‘강한 의견’과 ‘배척 논리’에 쉽게 올라간다. 뉴미디어에 뛰어든 기성언론도 그래서 강한 의견과 배척 논리에 따른다. <조선일보>는 유튜브에 ‘김태훈의 우파만파’, ‘김광일의 입’, <한겨레>는 ‘성한용의 일침’을 배치했다. 사실로 이뤄진 반박은 없고, 배척을 위한 주장만 강화하고 있다. 정보 검증의 기본은 사실과 비교하는 것이고, 현실 인식을 공유하기 위한 기본도 사실이다. 영향력을 제1 목적으로 삼은 언론은 앞장서서 공론장을 교란한다.

   
▲ 조지프 퓰리처는 1887년부터 발행한 황색신문 <이브닝 월드> 발행인으로 악명 높았으나, 이후 퓰리처상을 제정하는 등 올바른 저널리스트 양성과 저널리즘 발전을 위해 노력한 것으로 평가받는다. © wikimedia commons

뉴미디어에 뛰어든 기성언론이 놓치고 있는 것이 있다. 풍부하고 정확한 사실 보도는 언론이 마지막까지 영향력을 확보할 수 있는 원천이라는 점이다. 대중의 관심은 입맛에 맞는 정파성에 쏠릴지 몰라도, 대중의 신뢰는 풍부하고 정확한 보도에 기반하기 때문이다. 언론의 영향력 확보 방안의 기본이 ‘풍부하고 정확한 보도’인 이유다. 이는 정당의 자금 지원으로 정파지가 난립하던 20세기 미국에서 대중지가 정파지를 몰아낸 유서 깊은 방법이다. 우리나라도 사례가 있다. 멀리는 남북한의 전쟁 수행능력을 실증적으로 검토한 리영희 선생의 논문, 가까이는 태블릿 PC로 국정농단의 사실을 발굴한 JTBC의 보도다. 언론은 영향력 확보 그 자체보다, 풍부하고 정확한 보도를 위해 힘써야 한다.

종군기자인 로버트 카파는 사진이 안 나올 때는 한 발 더 가까이 다가가서 찍으라고 말했다. 영향력이 줄어든다면, 한국 언론도 사실에 ‘한 발 더 가까이’ 접근해야 한다. 탐사 저널리즘, 솔루션 저널리즘, 맥락 저널리즘 등 거론되는 서로 다른 해법들은 동일한 경향을 보인다. 그리고 이 경향은 한국 언론이 나아가야 할 지향을 보여준다. 더 정확하게 사실을 확인하고, 이면의 사실마저 깊이 있게 확인하자는 것이다. 공론장에 필요한 언론의 역할과 다르지 않다. 시민을 잇는 것은 서로에 관한 이해이고 정확한 정보이기 때문이다.


 편집 : 김은초 기자

[오동욱 PD]
단비뉴스 미디어콘텐츠부 오동욱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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