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지막 비상구’ 서평공모전] 3등 수상작

▲ 윤지윤

2011년 3월 11일 14시 46분경 일본 도호쿠 지역에서 진도 9.1의 대지진이 일어났다. 도쿄에 있었던 나는 죽음의 공포를 경험했다. 대지진은 초대형 쓰나미를 불러왔다. 10미터(m)의 쓰나미는 후쿠시마 원자력 발전소를 덮쳤다. 자연재해는 인간의 힘으로 어쩔 수 없다. 재앙의 시작은 ‘돈’이었다. 쓰나미로 발전소가 정전되고 전기를 끌어 올 수 없었을 때, 바닷물을 부어서라도 노심 온도를 낮춰야 했다. 그런데 바닷물을 부으면 원자로는 용도 폐기된다. 원자력 건설비용이 아까워 신속한 결정을 못한 것 등 복합적 사유로 ‘인재’가 일어났다.

▲ 동일본대지진 발생 16일째인 2011년 3월 27일 도쿄전력이 공개한 후쿠시마제1원전의 처참한 모습. 왼쪽이 1, 2호기(위쪽부터), 오른쪽이 3, 4호기다. ⓒ 도쿄전력

수돗물 방사능 오염, 마실 물은 떨어져 가고

3월 12일 후쿠시마 원자력 발전소 폭발로 전기가 부족하다고 하였다. 사용하지 않는 전기제품의 코드를 뽑고, 손전등을 꺼냈다. 며칠 뒤 지진으로 방사능이 유출되어 피폭 환자가 생겼다는 말을 들었다. 도쿄 수돗물에서 요오드가 기준치 이상이니 안전이 검증될 때까지 수돗물을 마시지 말라고 하였다. 급하게 편의점과 마트를 돌아다녔지만, 물은 없었다.

냉장고에는 맥주 외에 마실 수 있는 것은 무엇도 남아 있지 않았다. 집에 끓여둔 물과 음료수를 아끼면서 마셨다. 물 사용을 최대한 자제했다. 며칠이 지났다. 안전성이 확인되었으니 평소처럼 물 사용이 가능하다고 하였다. 단, 아이들이 수돗물을 마시는 것은 자제해 달라고 하였다. 아이들이 마실 수 없는 물인데 어른이라고 안전할 리 없다. 어디서도 물을 구할 수 없었다. ‘소용이 있을까’ 싶으면서도 할 수 없이 물을 끓여 마셨다. 식료품은 지역을 확인하고 샀다. 방사능에 관련한 온갖 소문이 돌았다. 불안한 생활에 지친 나는 일본 생활을 정리하고 2011년 5월 중순 귀국하였다.

나는 원자력 발전소가 ‘필요악’이라고 생각했다. 대체에너지가 개발될 때까지는 원전 사용을 계속해야 한다는 입장이었다. 후쿠시마현 후타바읍 중심가 입구 간판에 ‘원자력은 밝은 미래의 에너지(原子力は明るい未来のエネルギー)’라고 쓰인 구호를 믿었다. 관리만 잘하면 체르노빌과 같은 일은 일어나지 않는다고 생각했다. 하지만 후쿠시마 원자력 발전소 폭발 사건 때 일본 정부와 도쿄전력이 보인 행동은 ‘멸망의 길’이었다. 내가 틀렸다는 것을 알았다. 사람이 관리하기 때문에 문제가 생길 수 있다는 사실을 간과했던 것이다. 사람은 원자력을 통제하지 못했다.

원전 폭발 사고는 단순히 방사능 유출의 문제가 아니었다. 방사능에 오염된 물과 토지를 인간이 사용할 수 없게 만들었다. 후쿠시마 원자력 발전소 사고 이후 ‘원자력은 밝은 미래의 에너지’ 표어를 만들어 당선된 오누마 유우지는 간판이 걸린 장소에서 붉은 글씨로 ‘…가 아니었다’고 쓴 문구를 들고 사진을 찍었다. 완성된 문구는 ‘원자력은 밝은 미래…가 아니었다(原子力は明るい未来…じゃなかった)’였다.

▲ 오누마 유우지씨가 초등학교 6학년 때 만든 '원자력은 밝은 미래의 에너지'라는 표어는 후쿠시마현 후타바읍 중심가 입구에 있는 간판 구호로 당선됐다. 그는 25년 지난 2013년, 후쿠시마 원자력 발전소 사고의 참상을 직접 경험한 뒤부터 자신의 행동을 후회하며 '탈원전' 운동으로 태도를 바꿨다. 사진은 오누마 유우지씨가 자신이 만든 표어 간판 앞에서 방호복을 입은 채 붉은 글씨로 ‘원자력 밝은 미래…가 아니었다’는 문구를 든 모습이다. ⓒ 더위키

일본 참사에도 ‘한국 원전은 안전’ 기사가

그런데 한국에서는 ‘원자력 발전소가 안전하다’는 기사가 자주 나왔다. 이상하다고 생각했다. 후쿠시마 원자력 발전소 사고가 현재 진행 중일 때였다. 원전은 안전하지 않고 미래의 에너지도 아니었는데 말이다. <마지막 비상구>를 읽고 그 답을 찾았다. 원전마피아들이 광고와 협찬 등을 통해서 신문 지면과 방송 전파를 사실상 ‘구매’ 해서 친원전 기사를 낸 것이었다. 도쿄전력과 똑같다고 생각했다. 후쿠시마 원전 사고로 아무런 교훈을 얻지 못한 것 같았다.

우리가 원전을 포기할 수 없는 이유는 ‘에너지’ 때문이다. 내가 사는 경기도 김포시 마산동에는 에너지효율을 높이고 재생에너지로 전기를 만드는 ‘제로에너지 주택 로렌하우스’가 있다. 최근 거주자가 공개한 가스비와 전기료 명세를 보았다. 1년에 고작 12만2930원이었다. 문제점을 보완하고 아파트도 제로에너지를 시행할 수 있다면 신재생에너지 개발에 속도를 낼 수 있다는 생각이 들었다.

<마지막 비상구>는 원전의 위험을 드러내고 신재생에너지라는 대안을 제시했다. 석탄 등 화석연료의 문제도 고발했다. 코로나19로 지구가 정화되는 지금이 마지막 기회라고 생각한다. 인간이 활동을 줄이자 자연이 회복되고 있는 모습에서 무언가 느꼈을 것이다. 이제 우리가 어떤 미래로 나아갈 것인지 선택해야 하는 마지막 시간에 도달했다.

(*원 제목: 밝은 미래가 아니었다)


편집 : 이동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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