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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0.6.7 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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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후위기 시대 ‘마지막 비상구’를 열자
[KBS 인터뷰] 제정임 세명대 저널리즘스쿨대학원장
2020년 02월 02일 (일) 00:59:10 정재원 이나경 기자 elinoone55@gmail.com

“(기후위기와 원전재난을 막을) 대안이 뭐냐고 했을 때 하나는 재생에너지라는 말씀을 드렸고, 또 하나는 수요관리입니다. 에너지를 덜 쓰고 효율적으로 써야 해요. 우리가 지금처럼 전기를 포함한 에너지를 펑펑 쓰면서 ‘신재생에너지를 더 만들자’ 이건 가능하지도 않고 가망 없는 방법입니다...산업용 전기료를 현실화해야 하고, 에너지를 펑펑 쓰는 쪽에는 탄소세 같은 것을 물려 덜 쓰게 하고, (건축물·공장·교통 등) 에너지 효율화를 위해 노력하는 데는 보조금을 주어야 합니다. 이런 정책을, 왔다 갔다 하지 말고 일관되게 추진해야 합니다.”

세명대 저널리즘스쿨대학원 제정임 원장이 지난달 29일 한국방송(KBS) 라디오 '정관용의 지금 이 사람'에 출연해 최근 출간한 책 <마지막 비상구>에 대해 이야기를 나눴다. 이날 인터뷰에서 제 원장은 우리 사회가 기후붕괴와 미세먼지, 원전재난 위험에 대응하기 위해 태양광 등 재생에너지를 크게 늘려야 하며 산업현장 에너지 효율화 등 수요관리에 박차를 가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다음은 일문일답.

‘재생에너지’와 ‘소비 효율화’ 두 바퀴로 가야

정관용 국민대 특임교수(이하 정): 여러분 안녕하십니까, 정관용입니다. 기후변화, 미세먼지, 원자력발전, 석탄발전소, 친환경. 이런 단어들이 대통령 신년사에 등장할 정도로 환경이 참 중요해진 세상. 환경이 깨끗해야 우리의 건강도, 안전도 보장받을 수 있기 때문이죠. 그래서 지난해 영국 옥스퍼드 사전이 2019년의 단어로 '기후 비상(climate emergency)'을 선정했다고 합니다. 이 단어의 사용 빈도가 1년 사이 무려 100배 이상 늘었다고 하고요. 세명대학교에 저널리즘스쿨대학원이 있는데, 여기 제정임 원장은 제자들과 함께 탐사보도팀을 꾸려서 바로 이 기후위기와 미세먼지, 원전재난 등을 심층 취재해 <마지막 비상구>라는 제목의 책을 펴냈네요. 오늘 ‘정관용의 지금 이 사람’에서 제정임 원장을 만나봅니다.

제정임 교수는 서울대학교에서 사회학을 전공했고, 같은 대학교 대학원 경영학과에서 국제재무전공으로 박사학위를 받았습니다. 경향신문과 국민일보에서 15년간 기자로 활동했습니다. 2000년부터는 언론매체에 칼럼을 연재하고, 방송에서 경제해설을 하면서 독립 언론인으로 활동했습니다. 2008년에 세명대학교 저널리즘스쿨대학원 교수로 부임하면서 기자와 프로듀서(PD)를 길러내는 교육자로, 방송 인터뷰어로 활동 중입니다. 2010년에는 대학원생들과 함께 비영리 대안매체 <단비뉴스>를 창간했습니다. 대학원생들을 중심으로 탐사보도팀을 꾸려서 경제, 사회, 환경문제를 심층 취재해왔고 그 결과물을 책으로 펴냈습니다. 대표작으로는 <벼랑에 선 사람들> <황혼길 서러워라>가 있고 최근에 <마지막 비상구>를 출간했습니다. 현재 SBSCNBC <제정임의 문답쇼 힘>을 진행하고 있습니다.

   
▲ 기후위기와 미세먼지, 원전재난의 위협과 대안을 다룬 책 <마지막 비상구>. 세명대 저널리즘스쿨대학원 제정임 원장과 대학원생들이 <단비뉴스>에 연재한 탐사보도물을 지난해 12월 출판했다. ⓒ 오월의봄

정: 어서 오십시오. <단비뉴스>라는 이름의 매체를 가지고 있는 거죠?

제정임 원장(이하 제): 네, 대학원생들과 교수진이 함께 만듭니다. 대학원생들은 기자나 PD로서 기사를 쓰고, 영상 프로그램도 만들고요, 교수진은 데스크 역할을 하는 겁니다. 

정: 인쇄해서 종이로 펴내나요?

제: 온라인 매체입니다. <단비뉴스> 사이트에서 볼 수 있고, <네이버> 등과 검색 제휴가 되어 있어 포털에서도 볼 수 있습니다.

정: 저널리즘스쿨대학원은 기자 지망생, PD 지망생들이 들어오는 대학원이죠? 그 친구들에게 실무교육을 시키는 거군요. 기자는 글로 기사 써라, PD는 영상을 제작해라.

제: 네, 우리나라 기자나 PD들이 사실 지금까지는 언론인의 사명, 윤리 등에 대해 제대로 배울 기회가 없이 입사했다가 도제식으로 좋은 선배 만나면 잘 배우고, 안 그러면 잘못 배우고 하면서 ‘기레기’ 논란까지 일으키고 있죠. 저희 대학원은 언론인의 사명과 윤리부터 취재 보도 실무에 이르기까지 제대로 배워서 일하게 하자는 취지로 만든 학교입니다.

비영리 대안언론 ‘단비뉴스’가 조명한 불평등과 기후위기

정: 그래서 실습 삼아 써낸 기사나 이런 것들이 묶여서 <벼랑에 선 사람들> <황혼길 서러워라> 등이 나왔군요. <황혼길 서러워라>는 노인 문제를 다뤘을 것이고.

제: 우리나라 노인의 빈곤과 소외 문제를 다뤘습니다.

   
▲ 세명대 저널리즘스쿨이 만드는 비영리 대안매체 <단비뉴스>는 우리사회의 불평등, 빈곤과 소외 문제를 드러내고 대안을 제시하는 탐사보도를 이어가고 있다. 사진은 노인문제를 다룬 시리즈를 묶어 <황혼길 서러워라>를 펴낸 취재팀. ⓒ 단비뉴스

정: <벼랑에 선 사람들>은 어떤 내용이었죠?

제: 그건 ‘가난한 한국인의 5대 불안’이라는 이름으로 연재가 됐던 시리즈인데요. 우리나라의 빈곤 문제, 불평등과 소외 문제를 다뤘습니다.

정: 빈곤과 노인 문제, 그러다 이번에 <마지막 비상구>는 환경 문제네요?

제: 그렇습니다.

정: 이렇게 포커싱(초점 맞추기)을 한 이유가 뭡니까?

제: 기자, PD를 지망하는 친구들하고 국내외 현안들을 공부하면서 나름대로 내린 결론이 우리 시대가 부닥친 가장 중대한 도전 두 가지가 ‘불평등’과 ‘기후위기’라는 것입니다. 저도 개인적으로 그 문제에 관심이 많고요. 그래서 <벼랑에 선 사람들>과 <황혼길 서러워라>를 통해 불평등의 그늘을 살폈고요, 이번엔 기후위기 문제를 제대로 다뤄보자 해서 <마지막 비상구>가 나오게 된 겁니다.

   
▲ 세명대 저널리즘스쿨의 단비뉴스가 펴낸 <벼랑에 선 사람들>. 2012년 출간 후 ‘올해의 인권책’ ‘문화관광부 우수교양도서’ 등에 선정됐으며 지금까지 13쇄를 찍은 스테디셀러로 꾸준히 읽히고 있다. ⓒ 오월의봄

가라앉는 섬나라 등 인류 ‘대멸종’ 가시화

정: 제목을 <마지막 비상구>라고 한 이유는 무엇입니까?

제: 지금 ‘대멸종’이라는 이야기가 나올 정도로 기후위기가 엄청난 위협으로 다가오고 있는데, 그 기후위기와 우리가 심각하게 겪고 있는 미세먼지, 원전의 잠재적인 재앙, 이런 것들에서 벗어날 수 있는 마지막 비상구가 여기 있다는 뜻입니다. 그 마지막 비상구는 이러이러한 로드맵을 따라가는 것이라는 걸 이 책에서 제시하고 있어요. 우리가 굉장히 절박한 상황에 처해있지만 ‘그래도 비상구는 있어’ 하는 얘기를 이 책을 통해서 하고 싶었습니다.

정: 그냥 어떤 위기 실태에 대한 고발뿐만 아니라 대안까지 제시하고자 했다?

제: 그렇습니다. 지난번 <벼랑에 선 사람들>도 빈곤과 소외의 실상만 드러낸 게 아니라 ‘그래서 이런 복지적인 처방이 필요하다’ 하는 대안을 제시했고, 그런 것들이 이후 선거 국면 등에서 어느 정도 반영되었다고 저희는 나름의 자부심을 가지고 있습니다.

정: 그런데 대멸종이라고 하면 지구 50억년 역사 속에 몇 번의 멸종이 있었다는 거고, 이번에는 인간에 의해 만들어진, 여섯 번째 멸종이라는 건가요?

제: 맞습니다. 과학자들의 이야기를 들어보면 우리가 ‘공룡이 사라졌네’ 하는 것을 포함해 다섯 번의 대멸종이 있었다고 해요. 그런데 그것은 수만 년에서 수백만 년 동안 천천히 이루어진 자연의 변화에 따라 멸종이 된 것이고. 지금은 산업혁명 이후 불과 100년, 200년 동안 인류가 화석연료를 지나치게 써서 일어난 기후변화 때문에 지구상의 생명체들이 멸종하고 있는 상황이라는 것입니다. 이를 여섯 번째 대멸종이라고 과학자들은 이야기하고 있습니다.

정: 기후변화로 인해서 이미 많은 종이 멸종했다는 거잖아요?

제: 맞습니다. 굉장히 많이 멸종했고, 제가 기억하기로는 지금도 하루에 200종씩 계속해서 멸종하고 있다고 합니다.

정: 인류까지도 멸종할 거라고 본다? 그런데 아직 사람들이 거기까지는 실감을 못하는 것 같아요.

제: 네, 그러니까 ‘설마 그런 일이’ 하는 거죠. 우리가 미세먼지가 뿌연 창밖을 보고, 또 방송에서 오늘 미세먼지 좋다 나쁘다 하니까 그거는 조금 실감을 하는데, 기후위기로 멸종 운운하는 것은 실감을 못하는 거죠. 특히나 우리같이 온대지방에 사는 나라들은 그게(기후위기) 빨리 오지 않습니다. 하지만 투발루 등 남태평양의 적도에 가까운 나라들은 이미 해수면 상승으로 가라앉고 있어요. 그래서 그 사람들은 호주하고 뉴질랜드에 ‘우리 좀 이민으로 받아줘’ 하고 저쪽은 ‘안 돼’ 이런 이야기를 하고 있고요. (대형 산불을 겪고 있는) 호주 아시잖아요. 호주나 투발루에 있는 사람들은 멸종이 이렇게 오는구나를 실감하고 있을 거고요. 우리도 그런 것을 느끼게 될 시기가 얼마 안 남았다는 거예요.

   
▲ 제정임 원장은 이날 인터뷰에서 기후위기의 심각성을 설명하고 긴박한 대처를 촉구했다. ⓒ 단비뉴스 자료사진 

원전은 ‘또 하나의 위험한 에너지’일 뿐, 대안 아니다

정: 그런 기후변화는 주로 화석연료 때문에 온실가스가 많아져서 생기잖아요. 그런데 이 책은 상당 부분을 원자력발전 문제에 할애하고 있어요. 그게 일반적으로 기후위기를 지적하는 책과의 차이점이라고 보는데, 원자력발전에 강한 문제의식을 갖고 많이 취재한 이유는 뭡니까?

제: 그러니까 지금 기후위기 이야기가 나오면 ‘자, 화석연료가 문제니까 대안은 원자력이야’라고 이야기하는 분들이 있어요. 원자력은 탄소배출이 없거나 적은 에너지니까 원자력으로 가자고 하는 거죠. 그러나 저희가 공들여서 열심히 현장과 데이터를 뒤져서 취재를 한 결론은 ‘원전은 대안이 될 수 없다’ ‘원전은 또 하나의 위험한 에너지일 뿐이다’입니다. 우리가 하나의 위험을 피하기 위해 다른 위험에 뛰어들 수는 없다는 이야기를 한 겁니다.

정: 알겠습니다. 우리 청취자분들도 화석연료, 석탄, 석유 이거 문제다, 지구온난화 이런 것들 다 알아요 거기까지는. 그런데 여전히 ‘아니, 원전이 제일 안전하고 값싼 거 아니야?’라는 인식을 가진 분들이 한 절반 가까이 있을 겁니다. 한마디로 원전이 왜 대안이 안 됩니까?

제: 네, 말씀하신 것처럼 우리나라 많은 분들이 ‘원전은 일단 경제적이잖아’ ‘탄소배출 없으니까 깨끗하잖아’ 그리고 '우리나라 원전은 기술적으로 완벽하다'고 주장하니까.

정: 뭐 수출한다고 그러고.

제: 안전하다고 하는데 그래서 정말 꿈의 에너지처럼 생각했던 적이 있었어요. 사실 후쿠시마 참사가 일어나기 전까지만 해도 전 세계적으로 기후위기와 연결해서 ‘원전 르네상스’라는 말이 있었습니다. 그러나 후쿠시마 참사를 보고 ‘어, 안전하다더니 아니구나’를 깨닫게 됐죠. 그거를 계기로 독일 같은 나라는 각계각층이 토론해서 ‘탈원전’을 결정했고 지금 진행하고 있죠. 저희 취재팀도 ‘과연 원전이 안전하고 깨끗하고 정말 경제적인 에너지인가’를 현장과 데이터를 통해 뒤져봤더니 그렇지 않다는 결론에 이르렀어요.

경제적이지 않다는 이유는 뭐냐면요, 예를 들면 핵폐기물이 있지 않습니까. 사용후핵연료, 핵쓰레기, 이거는 십만 년 이상 땅속에 잘 파묻어놔야 하는 독극물 같은 것인데 이것을 근본적으로 관리할 대안이 없어요. 과학자들이 하는 이야기입니다.

정: 잠깐만요, 그게 흔히 말하는 폐연료봉이라는 거잖아요?

제: 네, 사용후핵연료, 고준위핵폐기물이라는 겁니다.

정: 그러니까 플루토늄, 우라늄 뭐가 됐건 그게 서로 반응을 일으켜서 열이 발생하면서 발전하는 건데, 어느 정도 다 쓰면 그게 이제 못쓴다는 거잖아요. 그런데 여전히 뜨겁다면서요.

제: 여전히 뜨겁고, 방사성 물질이 엄청나게 방출이 되는 상태죠.

정: 거기 가까이 간다는 것은 상상이 안 되는 거죠?

제: 가까이 가면 ‘즉사’죠.

정: 그게 지금 각 원자력 발전소, 발전기 하나하나마다 쓰고 남은 게 있을 거 아니에요.

제:쓰고 남은 것들을 임시저장소에서 물에 담가서 열을 식히는 거예요.

정: 임시저장소가 어디예요?

제: 원전 인근에 있습니다. 원전 안에 있거나 원전 옆에.

정: 원전 옆으로는 그거를 어떻게 옮겨요?

제: 그것도 굉장히 조심해서 어떤 기법에 따라서 옮기고 있겠죠. 기계로 해서. 그 근처에 사는 주민들은 굉장히 공포에 떨고 있어요. 원전은 그 안에 격납고니, 뭐니 해서 몇 층으로 두껍게 안전장치를 하고 있지만, 임시저장소는 그렇게까지는 안전장치를 못 해놓고 있거든요. 그렇게 주민을 떨게 하는 그 사용후핵폐기물, 이것을 영구처분하려면 10만 년 이상을 안전하게 보관할 수 있는 땅속 저장고를 찾아야 해요. 그런데 전 세계 어느 나라에서도 영구처분장을 마련한 곳은 없고, 유일하게 핀란드가 수백 미터 암벽 밑에 ‘온칼로’라는 것을 짓고 있어요.

‘10만년 이상 관리해야 할 핵폐기물’ 어떻게 처리하나

   
▲ 진행자 정관용 교수는 핵폐기물 처분 문제 등에 대해 날카로운 질문을 던졌다. ⓒ KBS라디오

정: 그럼 다른 나라는 어디에 지어요?

제: 예를 들어 독일 같은 경우에는 산속에 동굴 같은 걸 만들어서 임시저장을 해놓는 거예요.

정: 영구저장장소는요? 독일, 미국, 일본 모두 못했어요?

제: 영구저장장소는 아직 발견 못 한 거죠. 핀란드 하나만 짓고 있어요. 미국 같은 경우도 사막지대 어디를 땅 파서 하려고 했는데 지역주민 반발로 벽에 부딪혀있어요.

정: 최소한 10만 년 이상이 지나야, 방사능의 반감기라 하나요?

제: 그래야 반감기가 어느 정도 안심할 만큼 지난다는 거죠.

정: 근데 지구상에 인류가 나타난 게 10만 년 전이거든요. 앞으로 10만 년 이상 안전할 곳을 우리가 어떻게 아나요?

제: 그래서 핀란드에서 고민하고 있는 것이 뭐냐 하면 미래세대를 위해, 1000년 2000년 후 세대를 위해 ‘여기엔 위험한 물질이 묻혀있으니 열지 마시오’ 하는 표시를 도대체 어떻게 해야 하냐예요. 영어로 써야 하는 거냐, 뭉크의 ‘절규’ 그림을 그려야 하나, 해골 표시를 그려야 하는 거냐. 언어학자들이 이런 고민을 하고 있어요. 그런 엄청난 문제를 안고 있는 핵폐기물을 대책 없이 계속 생산하는 것이 원전이라는 거예요.

▲ 핀란드 남서부 발트해역의 올킬루오토(Olkiluoto) 섬에 건설되고 있는 핵폐기물 처분장 '온칼로(Onkalo)'를 다룬 다큐 <영원한 봉인>. 핀란드는 세계에서 유일하게 핵폐기물 영구처분장 부지를 확보해 공사를 진행하고 있는 나라다. 지난 2004년 첫 삽을 떴고, 2020년까지 지하 100층 규모의 시설을 지은 뒤 100년간 9000톤(t) 가량의 사용후핵연료를 저장할 계획이다.

정: 그냥 발전소 안에 계속 두면 안 돼요?

제: 그러면 예를 들어 태풍, 지진이 올 수도 있고 테러나 전쟁 가능성도 없다고 할 수 없는데 만약 그런 일이 벌어져서 핵폐기물이 대기 중에 노출되면 그땐 끝이죠.

정: 하긴 후쿠시마가 바다에 지진이 생겨서 해일 닥쳐서 전기가 끊어져서 물 공급이 끊어지니까 그 뜨거운 것을 견디지 못해서 터져버린 거잖아요. 그리고 근처에 못 가는 거 아니에요, 한마디로.

제: 체르노빌, 후쿠시마.. 사실은 러시아가 한때는 과학을 선도했던 나라고 일본도 과학기술과 안전관리에서 세계 최고였던 나라인데.

정: 안전하면 또 일본 그랬죠.

제: 안전의 일본, 기술의 러시아였는데 그런 나라에서 터졌습니다.

정: 지금도 대책이 없는 거잖아요.

제: 대책이 없어요. 미국이 세계기술을 선도하는 나라인데 미국에서도 스리마일 사건이 났어요. 과연 우리나라 원전은 어떻게 (절대) 안전하다고 하다고 할 수 있는지, 그 핵폐기물을 가지고 어떻게 (원전이) 깨끗하다고 할 수 있는지.

우리나라 거대 언론이 원전을 옹호하는 이유는

정: 그리고 그 비용 생각하면 싼 것도 아니죠.

제: 아니죠. 핵폐기물 비용 외에 원전은 30~40년 쓰고 폐로를 해야 하는데, 수십 년 걸리고 수조 원 듭니다. 그 폐로 비용 등등을 감안하면 그것을 통합한 생산단가는 지금 재생에너지 가격이나 LNG(액화천연가스) 가격보다 훨씬 비싸다고 이미 미국과 유럽에는 나와 있어요. 전혀 싸지가 않습니다.

정: 그럼에도 불구하고 다른 것에 비해서 이건 안전하고 경제적이다, 게다가 원전 수출한다고 대통령까지 자랑하면서 왜 우리 정부만 탈원전하냐고 비판하는 언론들이 있잖아요. 그런 비판을 하는 언론들은 그게 위험하다는 생각은 안 하나요? 10만 년 뒤는?

제: 제가 묻고 싶어요. 왜 현실을 직시하지 않는지. 과학자들한테, 원전 전공자들한테 물어보면 처음 원전을 짓기 시작할 때는 과학기술 발전이 장차 (핵폐기물에 대한) 해법도 줄 거라고 생각했다고 해요. 그러나 그렇게 수많은 전문가들이 엄청난 예산을 들여서 연구했는데 해법이 나오지 않았고 영구히 묻을 땅도 어느 나라에서도 발견하기 어려운 상황입니다. 그래서 원전을 비판하는 사람들은 ‘원전은 화장실 없는 맨션’이라고 합니다. 멋진 맨션을 지었는데 화장실이 없으면 어떻게 되겠습니까. (분뇨가) 쌓이면 그곳은 사람이 살 수 없는 곳이 되는 거죠.

정: 사실 멀리 갈 것도 없이 핵잠수함 있잖아요. 처음 핵잠수함을 만들 때는 안전장치를 제대로 안 하고 만들었대요. 그래서 핵잠수함에 근무한 병사들이 엄청나게 죽어 나갔답니다. 이런 것을 다 비밀에 부쳤대요. 이게 얼마나 무책임한 행동입니까? 근데 원자력발전은 처음 시작할 때는 세월이 가면 해법을 후대 과학자가 찾을 거야 했다가 아직 못 찾았다. 이거죠?

제: 없습니다. 아직.

정: 그런데 (원자력발전을) 계속해야 한다고 주장하는 언론은 왜 그런 건가요?

제: 단정적으로 얘기하긴 어렵습니다만, 기후위기를 우리 언론이 제대로 다루지 못하는 것이나 원전 문제를 진실 되게 보도하지 못하는 이유는 첫째 이 문제에 대해 기자 개인이나 언론사의 문제의식 부족이라고 볼 수도 있겠고요. 또 하나는 화석원료로 먹고사는 기업들 있잖아요. 석탄, 석유, 자동차 등등. 그런 기업들, 그리고 원전기업들과 거기에 연관된 이해관계자들. 이런 산업체들이 언론의 거대광고주예요. 저희 책에 보면 그런 원전과 관련한 기업, 한국수력원자력을 포함한 원전 관련 공기업과 단체들이 예산을 별도로 조성해서, 그중엔 우리가 전기료로 낸 것도 있는데, 홍보비를 매년 수백억, 전체적으로는 수천억 원 써왔어요. 그중에 많은 돈이 언론사의 광고비로 나가고 사업협찬비로 나가고 취재지원비로 나가서 원전의 진실, 기후위기 진실을 보도하는 게 아니라 원전을 옹호하고 홍보하고 원전 안전성을 강변하는 그런 기사나 프로그램을 제작하는 데 쓰였다는 것이 이미 고발이 됐어요. 저희 <마지막 비상구> 책에도 저희가 정보공개 청구한 자료와 함께 그런 내용들이 제시 돼 있습니다.

‘후쿠시마’ 후 8년, 독일 발전비중 1위 된 재생에너지

정: 마지막 비상구는 어딥니까?

제: 하나는 재생에너지입니다. 공급 쪽에서는. 우리가 무엇으로 에너지를 만들 것인가. 태양광, 태양열, 풍력, 바이오매스 등이 있습니다. 지열 같은 것도 있고요. 재생에너지의 가능성은 무궁무진해요. 그야말로 기술개발을 기대할 수 있는 영역이죠. 지금까지 재생에너지 단가가 비싸다, 안정성이 없다, 대량공급이 안 된다, 이런 지적들이 있었는데, 지금 다 해결됐습니다. 선진국에서는 다 해결됐어요. 지금 그런 주장을 하는 분들은 재생에너지를 막고 원전을 어떻게든 유지해 보려고 하는 건데, 저희가 열심히 취재해본 결과 독일이나 스웨덴, 덴마크, 미국 등 선진국에서는 재생에너지 경제성이 이미 원전을 넘어섰고 실제로 대량공급이 이뤄지고 있어요. 독일 같은 나라는 지금 재생에너지의 발전 비중, 즉 전기발전량 중 재생에너지 비중이 이미 35%로 1위가 됐어요. 2011년 후쿠시마 참사 전까지만 해도 원전보다 미미했는데, 탈원전하면서 재생에너지에 일관되게 투자해서 태양광 (풍력) 등으로 35%, 1위를 기록했어요.

정: 10년도 안 됐지 않나요.

제: 10년도 안 됐죠. 2011년부터 8년 됐으니까. 더 놀라운 것은 독일은 우리나라보다 위도가 높아서 날씨가 더 나쁩니다. 독일 가보신 분들은 아시겠지만 꾸물꾸물한(흐린) 날이 많은데, 우리나라보다 태양광 힘이 약한데도 태양광으로 많이 (전력생산)하고 있어요.

   
▲ 2018년 5월 21일 독일은 재생에너지만으로 나라 전체의 전력수요량을 100% 충당하는 기록을 세웠다. 낮에 태양광 발전량(노랑)이 급증하면서 낮 12시부터 2시간여 동안 재생에너지 발전량이 전력수요(빨간색 실선)를 초과했다. 맨 아래부터 위쪽으로 바이오매스(초록), 수력(하늘색), 해상풍력(파랑), 육상풍력(짙은 청색), 태양광(노랑), 양수발전(검정) 전력량이다. 재생에너지 설비가 늘면서 이런 기록이 증가하는 추세다. ⓒ 독일 연방통신청(BNetzA)

정: 책에 보면 독일의 경험이 상, 중, 하 3편 있고 스웨덴의 경험, 덴마크의 경험, 스페인의 경험이 있네요. 스웨덴, 덴마크는 독일하고 비슷한 옆에 있는 나라고, 스페인은 뭡니까?

제: 앞의 세 나라는 아주 모범적인, 우리가 배울만한 나라고, 스페인은 잘 나가다가 정책의 일관성을 잃어서 망할 뻔한 나라입니다. 우리가 반면교사로 삼자는 의미에서 스페인을 취재했어요.

정: 잘 나가다 어떻게 했는데요?

제: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 때문에 정권이 바뀌면서 재생에너지로 가던 정권이 다른 정당으로 바뀌고 오히려 재생에너지에 페널티(불이익)를 주면서 스페인의 재생에너지 기업이 많이 망했어요. 그래서 그렇게 일관성 없이 가면 안 된다는 의미에서 스페인 취재를 했어요.

그리고 아까 대안이 뭐냐고 했을 때 하나는 재생에너지라는 말씀을 드렸고요, 또 하나는 수요관리입니다. 에너지를 덜 쓰고 효율적으로 써야 해요. 우리가 지금처럼 전기 포함한 에너지를 펑펑 쓰면서 ‘신재생에너지를 더 만들자’ 이건 가능하지도 않고 가망 없는 방법입니다. 지금 우리나라가 에너지 효율성 수준에서, 기업이 천 원짜리 물건 하나 만드는데 다른 선진국에 비해서 1.5배 내지 2배의 전기를 쓰고 있어요. 우리나라 기업들의 에너지 효율성이 너무 떨어집니다.

산업용 전기료 현실화가 수요관리 첫걸음

정: 이 대목에서, 수요관리에서 저도 몇 가지 통계를 보니까, 국민 1인이 가정용으로 쓰는 전기량은 우리나라가 미국이나 이런 곳보다 훨씬 적더라고요.

제: 가정은 그렇습니다.

정: 근데 국가적으로는 많다는 이야기는 우리 국민들 책임이 아니에요. 100% 기업의 책임이고 기업들이 펑펑 쓰게 만든 정책 잘못 아니에요?

제: 물론입니다. 정확한 지적을 해주셨는데, 지금 우리나라 전기료 얘기하면 집에 계시는 주부들이 떨어요. 우리 이미 많이 내고 있는데. 우리나라 가정은 엄청나게 절약하고 있고, 전기료도 충분히 많이 내고 있어요. 그런데 산업용 전기료는 너무 싼 거예요. 어떤 경우에는 원가보다 싸요. 야간전력, 심야전력을 싸게 공급하죠. 원전을 많이 만들어서, 원전은 24시간 돌아가야 하니까, 그 전력을 소비해야 하니까 야간전력을 싸게 해주죠. 그 싼 전기를 이용해서 생산을 하다 보니까 기업들은 에너지 효율화로 생산비 절감을 할 동기가 없는 거예요. 그래서 전기를 낭비하면서 물건을 만들고 있는데, 그 결과는 우리나라 주부들이 (가정용 전기료를 비싸게 내서) 대기업들의 전기료를 보조해주고 있는 상황이 된 거죠.

정: ‘일회용 비닐봉투 함부로 쓰지 맙시다’ 이런 것도 중요하고 ‘자동차보다는 대중교통 많이 이용합시다’도 중요합니다. 우리 시민들 함께 해야 할 것이 많습니다. 그러나 더 큰 것은 대한민국 통계와 숫자로 보면 기업이 제대로 바뀌어야 하고, 바뀔 수 있도록 정책이 변화해야 하고, 탈원전이라는 일관된 정책으로 가야 되고 재생에너지에 대한 지원이 커져야 하고.

제: 지금 정확한 방향을 지적해주셨는데요. 그래서 우리 기업들이 에너지를 효율적으로 쓰기 위해서는 산업용 전기요금을 현실화해야 하고, 기업들이 뭔가 에너지를 펑펑 쓰는 쪽에는 탄소세 같은 것을 물려서 덜 쓰게 하고, 에너지 효율화를 위해 노력하는 부분에는 보조금을 주어야 합니다. 주택이 단열을 한다든지 하면 지원을 해주는 쪽으로 정책이 바뀌어야 하고, 이런 정책은 왔다 갔다 하지 말고 일관되게 나아가야 합니다.

정: 스페인처럼 가면 안 된다 이거고. 마지막 비상구에 타야 할 쪽은 딱 있어요. 정부, 정치권, 기업들, 이쪽이 타면 됩니다.

제: 외면하지 않았으면 좋겠습니다.

정: 좋은 문제제기와 대안까지 제시해주신 세명대학교 저널리즘스쿨대학원의 제정임 교수였습니다.


편집 : 최유진 기자

[정재원 기자]
단비뉴스 환경부 정재원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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