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비발언대]

▲ 김성진 기자

문제 해결의 실마리는 예상치 못할 때 찾는 경우가 많다. 코로나19가 확산하고 물과 공기가 맑아진 지구는 환경이 정말 회복할 수 있다는 실증을 보여줬다. 정부가 국정 과제로 선정한 화석 연료 감축에 갑자기 희망이 더해진 듯하다. 우리 사람만 환경을 더럽히지 않으면 지구가 깨끗해진다는 사실을 전 세계인이 육안으로 목격했다. 탄소와 이산화질소를 줄이고 친환경 동력을 마련하면 앞으로는 마스크를 벗고도 이 신선한 공기를 마실 수 있다.

먼지 없는 봄 하늘이 저녁의 뉴스가 된다. 그만큼 한국의 봄철은 미세먼지가 오히려 일상이었다. 전통적인 ‘삼한사온’을 이젠 삼 일은 춥고 나머지 사 일은 미세먼지가 심각하다는 ‘삼한사미’로 바꿔 부를 정도니 말이다. 국내 화력 발전의 영향을 부정하기 힘들다. 비상저감조치를 발령하면 화력 발전부터 자제한다. 2기만 중단해도 초미세먼지를 많게는 18%까지 줄이는 효과가 있다. 선진국은 이미 석탄이 대기에 미치는 영향을 알고 이를 줄이기 위한 절차를 밟고 있었다. 벌써 20개국이 탈석탄 동맹을 결성했다. 영국과 이탈리아가 2025년, 프랑스는 2021년까지 석탄발전을 아예 퇴출할 계획이다. 한국은 아직 석탄 발전에 대한 의존도가 높다. 국토 면적 대비 석탄발전용량이 OECD 회원국 중 최고 수준이다. 탈석탄을 추진하려는 의지가 없는 것은 아니다. 9차 전력수급기본계획에 2034년까지 석탄발전 60기 중 절반을 폐지하자는 논의가 오가고 있다. 이마저도 전기요금 인상에 대한 우려하는 반대 여론 때문에 가시밭길이 예상된다.

▲ 서울에 미세먼지주의보가 발령된 지난 11일 오후 경기도 광주시 남한산성에서 바라본 서울 시내가 뿌옇다. ⓒ 연합뉴스

타성에 젖어 문제를 해결할 의지가 부족할 때 필요한 건 인식의 전환이다. 화석 연료 감축은 구체적인 해결책인 동시에 인식의 전환이다. 에너지는 많이 생산해서 싼값에 많이 쓰자는 게 지금 한국의 에너지 소비와 공급 철학이다. 화력 발전이 수반하는 대기 오염 문제를 고려하지 않았고 이는 에너지 과소비로 이어졌다. 한국의 주택용, 산업용 전기요금은 OECD 평균보다 저렴한데 에너지 효율은 OECD 34개국 중 30위로 낮다. 재생에너지 선진국인 덴마크, 독일은 주택용 전기요금이 한국의 2~3배에 달한다. 에너지의 수요를 자제했기 때문에 생산도 함께 낮출 수 있었다. 한국은 특히 화력 에너지 생산을 낮춰야 대기 오염을 줄일 수 있다. 전기는 싼값에 쓰는 게 아니란 인식을 한국 사람들이 받아들여야 한다.

대기오염은 고르디우스 매듭과 같다. 알렉산더 대왕이 손으로 풀지 못해 칼로 끊었다던 그 매듭이다. 복잡한 해결책은 시간과 비용을 들여도 눈에 보이는 성과를 내지 못하는 경우가 많았다. 지난해 1월 인공 강우 실험은 기다렸던 2시간 비가 내리지 않았다. 문제의 핵심을 짚어 화석연료를 감축하는 게 가장 확실한 해결책이다. 낮은 전기 요금을 정상화해서 에너지를 과소비하는 지금의 추세에서 벗어나야 한다. 코로나19가 장기화하면서 마스크를 항상 쓰다 보니 공기가 맑아졌다고 해도 실감하지 못하고 있다. 화석 연료 사용을 줄여 대기오염을 개선해야만 코로나19가 끝나고 비로소 마스크를 벗을 수 있다. 이건 코로나가 바람 속에 전해준 말이다.


편집 : 김현균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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