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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이러스가 바꾸지 못한 우리의 일상
[상상사전] ‘불안’과 ‘불신’
2020년 05월 05일 (화) 11:40:25 이동민 기자 dongmin1535@gmail.com

3월 12일 

   
▲ 이동민 기자

유난히 맑은 아침이다. 어딘가 불편한 몸을 일으키며 아침을 맞이한다. 가슴이 먹먹하다. 열은 나지 않고 기침도 나오지 않는다. 그런데도 불안한 이 마음은 무엇일까? 확진자와 겹친 동선도 전무한데. 그래도 내 몸이 어떤지 알고 싶어 집을 나선다. 평소엔 놓칠 법한 작은 증상에도 예민해지고 굳이 짬 내서 병원을 찾아가는 나. 내 몸을 철저히 검사하는 모습의 이면엔 불안감이 도사리고 있다. 이런 불안과 불신은 나뿐 아니라 온 국민이 비슷하게 느낄 거다. 횡단보도를 건너며 호기롭게 마스크를 벗고 다니는 이들을 보면 따가운 눈총을 던진다. 

동네 내과에 도착해 검진을 기다리는 내내 맘이 불안하다. 2시간 가까이 엑스레이, 심전도, 혈액 검사를 받았다. 폐렴 증상은 보이지 않는다. 다행이다. 다만 심장박동수가 남들보다 조금 빠른 정도.

병원을 나서며 이어폰을 귀에 꼽고 팟캐스트를 튼다. CBS 라디오 '김현정의 뉴스쇼'가 흘러나온다. 주제는 ‘신천지에 빠진 아내, 육적인 가족은 사치라며 떠났다.

코로나가 발생하기 전, 게스트로 나온 피해자는 자신이 신천지 교인과 겪었던 사연을 전한다. 아내가 신천지를 믿는다는 사실은 출장 뒤 이른 복귀를 해서 알게 되었다고 말한다. 신천지교인과 연애 9년, 결혼생활 10년을 만났다고 하는 피해자는 각서 요구를 받고 결국 이해관계가 맞지 않아 이혼했다고 한다.

   
▲ 코로나로 드러난 불신은 가정의 와해를 낳았다. ⓒ Pixabay

이혼 후 코로나가 퍼지고서 이와 같은 사례가 곳곳에서 나오고 있다는 게 피해자가 말하는 요지다. 덧붙여 가장 큰 피해자는 이런 가정에서 자라온 아이들이라고. 신천지 교인이던 전처는 “육적인 가족은 사치라 말하고 영적으로 신천지를 믿는 가족만이 진정한 가족”이라 말했단다. 라디오를 들으며 그들이 말하는 진정한 믿음은 무엇인지 갸우뚱한다. 이윽고 불신이 존재하는 가정은 존재할 수 없다는 교훈을 스스로에게 고한다. 

집으로 들어오니 가족들의 눈은 텔레비전을 향하고 있다. 온통 뉴스속보다. 우리가 일상을 제쳐 두고 뉴스를 바라보는 이유는 불안하기 때문이다. 하지만 뉴스를 본다고 나아지는 건 없다. 나쁜 소식을 먼저 전해야 하는 언론이라 그런 걸까? 오늘도 아버지는 한숨을 쉰다. 어머니는 맘 놓고 장도 보지 못한다고 한탄한다. 간호학과에 재학중인 여동생은 앞으로 실습일정은 어떻게 되는지 스스로 되뇐다. 

컴퓨터를 켜고 웹사이트에 들어가 기사를 보면 늘 그렇듯 서로를 비방하는 글들이 보인다. '○○번 확진자는 왜 예방수칙을 지키지 않고 돌아다녔냐?', '정부에선 뭐하는 거냐', '신천지 망해라'라는 식이다. 

코로나가 퍼진 뒤 스스로를 향한 의심, 가정 불화, 불안한 가족들, 끊임없이 들리는 코로나 소식, 서로를 욕하는 끊임없는 댓글잔치. 이런 현상은 전염병만으로 바라볼 수는 없다. 의학적 전염병만 퍼지는 게 아니라 정신적 전염병이 퍼지는 것이다. 병명은 ‘의심병’ 또는 ‘의심증후군’.

5월 5일 

45일간 지속된 ‘사회적 거리두기’가 내일부터 ‘생활 속 거리두기’로 완화된다. 미증유의 코로나 사태를 겪으면서 우리사회는 무엇이 달라졌을까? 100만원 재난지원금 지급에 합의한 것? 그것도 작은 변화는 아니다. 여당의 총선 압승? 그것도 코로나의 영향이 컸다고들 평가한다. 

그러나 세상이 많이 변할 것 같지는 않다. ‘불신’은 김정은 사망설에서 보는 것처럼 가짜뉴스가 먹히는 풍토를 만들고, 불만세력들은 선거 결과에도 승복하지 않는다. 민주당도 정강정책을 보면 보수정당에 가까워 협치가 강조된다. 취약계층의 목소리는 여전히 소외지대를 맴돌 것으로 보여 그들의 불안은 가시지 않는다. 고군분투한 의료진과 자원봉사자 등의 미담은 그 자체로 아름답지만, 세상을 바꾸는 동력이 되지는 못한다. 오늘도 날씨는 맑은데 마음은 흐리다. 


보들레르가 ‘모든 능력들의 여왕'이라고 말한 상상력이 학문 수련 과정에서 감퇴하는 건 안타까운 일입니다. 저널리즘은 아카데미즘과 예술 사이에 있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생각을 옥죄는 논리의 틀이나 주장의 강박감도 벗어 던지고 마음대로 글을 쓸 수 있는 상상 공간이 바로 이곳입니다. 튜토리얼(Tutorial) 과정에서 제시어를 하나씩 정리하다 보면 여러분만의 ‘상상 사전’이 점점 두터워질 겁니다. (이봉수)

편집 : 박두호 기자 

[이동민 기자]
단비뉴스 시사현안팀장, 지역농촌부, 청년부, 환경부 이동민입니다.
막 쓰지 않겠습니다. 좀 알고 쓰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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