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염병이 드러낸 한국사회 밑바닥] ⑧ 요양원∙요양병원

전쟁이나 재난, 경제위기가 발생하면, 우리 사회 약자들부터 전면적인 위험에 노출된다. 코로나19 사태가 벌어지자 하루 벌어 하루 먹고 사는 특수노동자와 자영업자, 취업준비생들이 가장 먼저 타격을 입었고, 전염병 자체도 정신병원 폐쇄병동 등을 중심으로 급속히 퍼져 나갔다. 같은 흐름 속에서 가장 많은 확진자와 사망자가 발생했고 지금도 전염병의 공격과 위협이 계속되고 있는 곳이 요양원과 요양병원이다.

요양원∙요양병원 4곳서 362명 집단감염

코로나19 사태가 시작된 뒤 대구 한사랑요양병원에서 128명, 대구 대실요양병원 100명, 봉화 푸른요양원 68명, 경산 서요양병원 66명 등 요양원과 요양병원 네 곳에서 모두 362명 확진자가 나왔다. 28일까지 전체 확진자 1만752명 중에서는 3.3%에 불과하지만, 요양원이나 요양병원 입원자들이 주로 70대 이상이란 점을 감안해 70세 이상 확진자 1194명과 비교하면 30% 가까운 비중을 차지한다. 신천지교회 관련 확진자(5212명)를 뺀 나머지 집단발병 확진자 2050명 중에서는 18%가 요양원과 요양병원에서 발생한 것이다. 이는 한 곳에서 평균 80명 이상이 감염된 높은 수치다.

▲ 3월 16일 첫 확진자가 나온 뒤 지금까지 모두 128명이 ‘코로나 19’에 집단감염된 대구 서구의 한사랑요양병원 전경(사진 위). 육군 2작전사령부 장병들이 3월 30일 한사랑요양병원 밖에서 방역작업을 하고 있다(사진 아래). © 연합뉴스

질병관리본부가 발병요인별로 사망자를 따로 집계하지 않아 요양원과 요양병원 입원자 중 사망자수는 알 수 없지만 사망자 상당수가 요양원이나 요양병원에서 나온 것으로 추정된다. 보건복지부가 28일 발표한 코로나19 사망자는 모두 243명이다. 이 가운데 70대 사망자는 72명으로 치명률이 10%, 80대 사망자는 116명으로 치명률이 24%다. 70대 이상 사망자 합계는 188명으로 전체의 77%에 이른다. 

사망자는 평균 2.5개 기저질환을 갖고 있었는데, 사망자의 77%가 고혈압, 뇌졸중 같은 순환기계 질환을 앓고, 49%가 당뇨병과 통풍, 44%가 치매 조현병 같은 정신질환을 갖고 있었다. 사망자가 어떤 요양원이나 요양병원에서 감염됐는지는 정보가 공개되지 않아 알 수 없지만, 기저질환 비율이나 사망자 연령대를 살펴보면 요양원과 요양병원에서 감염된 환자가 사망률이 높았을 것으로 짐작된다. 

우리나라만이 아니다. 세계보건기구(WHO) 한스 클루게 유럽 담당 국장은 지난 23일 “유럽 국가들 추산에 따르면 코로나 19 사망자 절반이 장기요양시설에서 나왔다”며 “상상할 수 없는 인간의 비극”이라고 말했다. 스페인 마드리드의 요양원에서는 수십명이 침대위에서 숨진 채 발견됐고, 이탈리아 밀라노의 요양원에서는 최근 한 달 동안 110명이 사망하는 일이 벌어졌다. 벨기에는 의심환자까지 포함해 코로나19 사망자를 집계하고 있는데 전체 사망자 6450명 중 절반 이상이 장기요양시설에서 나왔고, 독일에서도 코로나19 감염자 5천여명 중 3분의 1 가량이 요양시설에서 나왔다고 발표했다. 

코로나가 강타한 이후 나이가 많거나 기저질환을 앓고 있어 바이러스에 가장 취약한 사람들이 모여 있는 장기요양시설은 상대적으로 방치돼 왔다는 보도(워싱턴포스트)들이 나오고 있다. 나이가 들어 더 이상 스스로를 지탱할 수 없거나 자녀들이 부모를 부양할 수 없는 상황에 몰려 마지막으로 들어간 요양시설들이, 코로나19의 기습으로 사신(死神)의 그림자가 어른거리는 ‘죽음의 장소’으로 변한 것이다. 

전국 요양원 3390개, 10년 새 두배 늘어 

요양원이나 요양병원은 코로나19가 덮치기 전에도 갈 곳 없는 노인들이 마지막으로 들어가 거의 대부분 죽기 전에는 나올 수 없는 삶의 종착역 같은 곳이다. 베이비부머 세대의 은퇴로 고령층이 급증하면서 우리나라 요양원 수는 2009년 1642개에서 2018년 3390개로 10년 동안 2배 이상으로 늘어났다. 노인복지법 제34조에 따르면 요양시설은 치매 중풍 등 노인성 질환을 앓고 있는 노인에게 기본적인 의료서비스와 일상생활에 필요한 돌봄 서비스를 제공한다. 요양원은 노인장기요양보험 적용을 받는다.

▲ 보건복지부가 집계한 노인요양시설 현황. 고령층 인구가 급증하면서 요양시설도 가파르게 늘어나고 있다. ⓒ 이예슬

요양병원은 의료법 제3조에 근거해 의사 또는 한의사가 의료 행위를 하는 곳으로 환자 30명 이상을 수용할 시설과 골절, 수술 후 관리, 욕창, 치매 등 장기요양 목적도 있다. 요양병원은 건강보험 적용을 받는다. 요양병원은 병원기능과 요양기관 기능을 둘 다 갖춘 곳이지만 의료 서비스 수준이 떨어지는 곳도 많다. 요양병원은 2014년 이후부터는 치료 보다는 요양을 필요로 하는 환자 비율이 늘고 있다. 반대로 요양원에서는 치료가 필요한 중증환자 비율이 늘고 있는 등 두 시설의 구분이 모호해지고 있다. 

요양시설도 입원하는 이의 경제력이나 자녀들의 부담능력에 따라 양극화가 진행되고있다. 높은 입원비를 감당할 능력이 있는 이들은 요양병원에 들어 가고 그렇지 못한 이들은 대개 요양원으로 간다. 요양원은 월 70만원 안팎의 입원비를 내는데 요양원마다 다르지만 큰 차이는 없다. 반면 요양병원은 대개 월 80부터 200만원까지 편차가 크고 비싼 곳은 400만원까지 받는 곳도 있다. 요양원은 요양보호사가 있어 간병비가 따로 들지 않지만 요양병원은 간병인을 따로 써야 한다. 같은 요양병원에서도 간병인이 환자 1명을 맡는지 5명을 맡는지, 또 몇 인실에 입원하는지 등에 따라 비용이 달라진다.

▲ 요양원은 장기요양보험 등급에 따라 입원비가 다르다. 저소득계층은 최대 60%까지 추가 지원을 받을 수 있고, 기초생활수급자는 무료로 이용할 수 있다. ⓒ 박두호

‘현대판 고려장’ 버려진 노인들

“요양병원에 있는 어르신들은  ‘닭장 안의 닭’ ‘창살 없는 감옥 생활’이란 말들을 자주 합니다. 사실 나가 봐야 갈 곳도 없는데도 시설 안에 갇혀 있는 것을 무척 답답해하지요. 병원에서는 사고가 나거나 실종될 수도 있고 하니 못 나가게 하는 건데, 문제는 시설 내부 환경이 사람이 사는 공간이라 할 수 없다는 점이지요.”

부산광역시 한 요양병원 간호사 박성은(33·가명) 씨는 “말이 병원이지 노인들이 죽을 때까지 살아 가는 거주공간이나 마찬가지인데, 사람이 일상적인 생활을 하기에는 열악하기 짝이 없는 곳”이라고 말했다. 

▲ 경남 창원의 한 요양병원 입원실 내부. 환자들은 대부분 장기 거주하고 있는 것이나 마찬가지인데도 침대가 다닥다닥 붙어 있어 개인 사생활은 없다. ⓒ 윤성혜

“보통 병원들은 증상에 따라 정형외과 내과 산부인과 등으로 입원실이 나뉘고 그 중에 증세가 심한 환자는 중환자실로 가는 구조인데 요양병원은 전혀 다른 구조로 돼 있습니다. 요양병원은 환자 상태에 따라 서너 가지로 공간을 분리해 놓았어요. 혼자 움직일 수 있는 환자, 타인의 부축을 받아야 하는 환자, 건강 상태가 좋지 않아서 누워만 있는 환자와 임종 직전에 있는 환자 등으로 병실이 나뉘어 있습니다.”

여생이 길지 않은 노인들이 들어오는 곳인데, 내부 구조까지 죽음으로 가는 순서대로 공간이 나뉘어 있으니 입원환자들이 느끼는 심리적 압박감이나 불편함이 어떻겠느냐는 얘기다. 모든 요양병원이 다 그런 것은 아니지만 대개 처음에는 혼자 움직일 수 있는 곳에서 지내다 다음으로 다른 사람의 부축을 받는 병실로 갔다가 마지막에는 움직일 수도 없는 상태로 누워있기만 하는 병실로 옮겨간다. 그리고 거기서 생을 마무리한다. 요양원에 들어올 때는 대부분 이곳에서 삶을 마감한다는 각오를 하고 들어오지만 막상 들어와 이런 환경에 맞닥뜨리면 엄청난 압박감과 함께 절망감 같은 것을 느낄 수밖에 없다.

이런 상황에서 요양병원에 입원한 노인들은 산책도 못 나가고 생필품을 사고 싶어도 나갈 수가 없다. 근처에 음식점이나 마트가 있어도 요양원에서 주는 음식만 먹을 수 있다. 자녀 등 가족이 찾아와서 특별히 외출 허락을 받으면 잠깐 나갔다 올 수 있지만 그것도 잠시뿐이거나 아예 자녀들이 찾아와도 병실에서 얼굴만 보고 갈 뿐 외출까지 하는 경우는 드물다. 

“요양원에 있는 노인분들은 자녀나 가족이 면회 오기를 참 많이 기다리세요. 오랫동안 갇혀 있다시피 한 데다 나이가 더 들어가면서 외로움도 많이 타서 누군가 면회를 오면 참 좋아하세요. 요양원에 계신 할아버지를 병문안 가보니까 한 달에 몇 번씩 찾아오는 가족이 있는가 하면 명절에나 한 번 오는 가족도 있더라구요.”

부산에 사는 이유진(27) 씨는 부산의 한 요양병원에 입원한 할아버지 병문안을 갈 때마다 같은 병실의 노인분들이 가족을 그리워한다고 말했다. 한양대 이은희 교수의 연구 결과에 따르면 요양시설에 있는 노인들이 가장 원하는 것은 가족들의 면회와 연락이다. 요양시설에 있는 노인들은 대부분 자녀가 있지만, 집이 요양시설과 가까운 곳에 사는 가족들조차 발길이 뜸하다. 한 달에 한두 번 면회오는 가족은 요양시설 노인의 절반 정도다. 노인들은 자녀가 멀리 살거나 바쁜 것을 이해한다고 말하지만 방문과 전화를 무척 기다린다. 

“(집이) 멀기도 하고 차비도 많이 들고 해서 자주 못 와요. 자식들을 옆에 놓고 다 보고 싶어요. 손자, 손녀도 보고 싶고... 모두 돈 번다고 바쁘거든요. 하루만이라도 (자식들 집에) 가서 자고 오고 싶은데 갈 수가 있나... 행여나 자식들에게 전화가 오나 싶어서 내 전화기를 충전해서 암만 기다려도 전화가 안 와요.”

이은희 교수가 경기지역 요양시설에서 심층면담한 한 노인의 이야기다. 요양시설에 거주하는 노인은 일반 주택에 사는 노인보다 삶의 질이 낮다. 시설에 입소하는 순간 자율성은 사라진다. 요양시설 안에서 어느 것도 선택할 수 없다. 자기만의 공간은 침대뿐이다. 그동안 함께 살아온 친구, 가족, 선후배 등 사회 관계도 단절된다. 

코로나19 사태가 벌어진 뒤 모든 요양원들이 외부인 출입을 금지해 가족들을 향한 노인들의 그리움이나 외로움이 훨씬 더 간절해지고 있는 상황이다.

▲ 부산의 한 요양병원이 코로나19 감염 예방을 위해 면회객 등 방문객 출입을 제한하는 안내문을 붙여 놓았다. © 이예슬

이처럼 갇혀 사는 요양시설 입원자들에게 더욱 고통스러운 것은 열악한 생활환경이다. 경제력이 없거나 자녀들의 부담능력에 한계가 있어 입원한 사람이 대부분인 요양원에서는 한 달 입원비를 저렴하게 책정할 수밖에 없고 그러다 보니 운영비 압박으로 적절한 생활환경을 기대할 수 없는 것이 현실이다. 한 달 평균 70만원 안팎 입원비를 내는 요양원은 시설운영비와 인건비 등을 빼면 입원자 한 사람을 위해 쓸 수 있는 경비가 하루 1~2만원쯤 되는데 이는 식비와 생활공간 청결비로 턱없이 부족하다. 

침대 위에서 볼일 보고 밥 먹는 곳

“제가 근무하는 요양원은 상급병실이 있지만 극소수이고 대부분 일반병실로 8인실만 있어요. 병실 내 시설은 일반 병원이랑 다를 게 없고 개인공간도 없어요. 사물함 정도가 개인 공간이에요. 샤워실은 다 있는데 병원마다 휴게실은 있는 곳도 있고 없는 곳도 있어요. 생활용품은 보호자가 사서 구비하거나 간호사실을 통해 구입해서 쓰죠.”

부산에서 요양보호사로 일하는 강지숙(57·가명) 씨는 “말이 병실이지 입원한 노인들에게는 죽을 때까지 살아야 하는 집 같은 곳인데 창살 없는 감옥이나 마찬가지’라고 말했다.

“원장한테 나 반찬 맛없어 할 수도 없고, 밥을 요만큼 먹어, 요만큼 먹고 배고프잖아? 그러면 눈물만 나오는 거야. 억지로 먹지, 물 말아서. 나는 된장찌개에 생두부 썰어 넣고 파 썰어 넣고 마늘 좀 넣고 바글바글 지져서 비벼 먹는게 소원이야. 노인네들이라도 입맛은 다 살아있는데…”

요양원 거주 노인 실태를 연구한 포항대 최영미 교수가 면담한 요양시설의 한 노인은 음식이 입에 맞지 않아 식사 때마다 주먹만큼만 먹는다. 최 교수는 “음식이 똑같이 나오니까 김칫국 먹기 싫어도 나오면 먹어야 하고 간도 안 맞고 반찬도 입에 맞지 않아 불만이 많았다”며 “비위가 상해 먹기 힘들 정도라고 말하는 사람들도 많았다”고 말했다.

충분하지 않은 식비로 식단을 짜다 보니 내용이 부실하고 단조로워질 수밖에 없고 그러다 보니 영양섭취가 제대로 안 돼 자가면역 형성이 어렵다는 것이다.

▲ 한 요양 시설에서 입원한 노인들에게 주는 식사. 죽 한 그릇에 멀건 국물과 두세 조각 김치가 전부다. ⓒ KBS 화면 캡처

입원해 있는 노인 상당수가 거동이 불편하거나 치매환자여서 한 방에 4~6명이 함께 지내는 생활공간은 사람이 살 곳이 못 된다는 말이 나올 정도로 위생상태가 형편 없고 열악하다. 

“도와주면 화장실 갈 수 있는 사람도 기저귀를 채워요. 요양 보호사들이 (노인들을) 화장실에 데리고 다니려면 일으켜서 데리고 가서 닦아주고 그러려면 더 불편하니까 누워서 일을 보게 하고 기저귀만 한 번 갈아주면 되니까 그러는 거예요. 여기 들어오자 마자 (남편) 몸이 안 좋아졌어요. 처음에는 기저귀에 소변을 못 봐서 아주 힘들어했어요.”

이은희 교수가 면담한 요양원 거주자의 아내는 “어쩔 수 없어 들어와 있지 사람 살 곳이 못 된다”고 말했다. 이 교수는 “노인들이 기저귀에 대변을 본다고 바로 갈아주는 게 아니고 식사시간에 볼일을 보면 식사가 다 끝나야 갈아주는데 옆에서는 밥을 먹는 경우가 많다”며 “기저질환을 떠나 이런 상황에서 면역력이 좋을 수가 없고 코로나 집단 감염은 필연적”이라고 말했다.

비위생적 환경으로 코로나에 초토화

포항대 최영미 교수는 “다른 노인 옷 갈아 입혀주고 용변 치워주고 그 손으로 바로 옆에 있는 노인 사과를 깎아 주는 걸 보았다”며 “의식이 있으면 이걸 못 먹을 것”이라고 말했다. 요양원은 관련법에 따라 노인 2.5명 당 1명의 요양보호사를 배치해야 하지만 이를 지키는 곳은 거의 없다. 

최 교수와 이 교수가 면담한 요양원들은 모두 요양보호사 1명이 노인 10명 정도를 맡고 있었다. 입원실 내부가 이런데 환기까지 제대로 안 되다 보니 코를 막지 않으면 들어갈 수 없을 정도로 악취가 심한 곳도 많다. 최 교수는 “방안에서 전부 대소변을 보고 기저귀를 갈다 보니 냄새가 아주 심하다”며 “법적으로 갖추게 돼 있는 환기시설을 충분히 설치하지 않아 일반인은 들어갈 수가 없을 정도”라고 덧붙였다.

대한공중보건의사협의회 김형갑 회장은 “비위생적인 환경에 지속적으로 노출되면 면역력이 떨어진다”며 “면역력이 약하다고 바이러스에 더 감염된다는 직접적인 인과성은 없지만 면역력이 떨어지면 전염병에 감염될 가능성이 높아지는 상관관계는 있다”고 말했다.

열악한 식생활과 위생환경 및 생활여건 등으로 체력과 함께 면역력이 떨어진 상태에서 기저질환까지 갖고 있는 요양원과 요양병원 입원자들을 코로나19가 공격하니 속수무책으로 줄줄이 쓰러질 수밖에 없다는 지적이다.

‘은퇴 후 노인복지’ 차원서 해법 찾아야

이런 열악한 환경 속에서도 요양원과 요양병원 입원자들은 급증하고 입원기간도 늘어나고 있어 근본대책이 필요하다고 지적하는 전문가들이 많다. 

▲ 건강보험공단이 집계한 노인들의 요양원과 요양병원 평균 재원기간. ⓒ 박두호

건강보험공단이 노인들이 죽기 전 10년 동안 요양병원과 요양원의 입소기간을 조사한 자료에 따르면 노인들의 요양시설 입원기간은 빠르게 늘어나고 있다. 요양병원은 2016년 평균 13개월이던 입원기간이 2018년에 15개월로 늘고, 요양원은 2016년 평균 26개월에서 2018년 30개월로 늘어났다. 이에 따라 요양원과 요양병원 수도 급증하는 추세다.

“노인요양시설은 병원이 아니라 집처럼 거주하는 곳이에요. 정부도 시설관리자도 병원으로만 생각하니 요양시설을 평가하는 항목에 노인들 삶의 질 항목은 없어요. 밥만 먹고 하염없이 TV만 봐요. TV소리 외에는 아무 소리가 안나요. 안전만 생각하면 자유가 없죠. 치매나 기능이 떨어진 노인분을 안전이라는 이유로 침대에 묶어 두고 있잖아요. 근본적으로 관점을 바꾸는 것부터 요양원 개선 방안을 찾아야 돼요.”

▲ 한 요양원이 입원한 노인을 침대에 묶어 놓은 모습. ⓒ KBS 화면 캡처

요양시설 관계자들은 노인들이 거동이 불편해서 거주 환경은 크게 중요하지 않다고 하지만, 입원해 있는 노인들은 그 곳의 생활이 일시적인 것이 아니라 본인들의 삶 그 자체인 만큼 정부 당국이나 시설 운영자들의 인식과 생각이 크게 바뀌어야 한다고 말한다.

최영미 교수는 요양시설 문제를 해결하는 방법으로 ‘개방’을 제시했다. 한국 요양시설은 폐쇄된 채로 운영해 밖에서 들어가기 어렵고 입원한 노인들도 폐쇄된 공간에 갇혀 있다. 반면 미국의 에덴 얼터너티브 프로그램은 요양원의 무료함과 외로움을 없애기 위해 요양원에 동물 식물 어린이를 들여 놓았다. 꽃밭과 정원도 만들고 손자, 손녀는 학교가 끝나면 할아버지, 할머니와 요양원에서 시간을 보낼 수 있게 개방했다. 이 프로그램을 진행한 요양원은 입소자의 약물 복용도 줄고, 사망률도 감소했다. 

▲ 한 요양원 정원에서 입원한 노인들이 휴식을 취하고 있다. 개방적인 환경을 만들어 주고 노인들이 산책을 할 수 있게 해주면 인지능력을 높여주고 치매 예방에도 효과적이다. ⓒ KBS 화면 캡처

한국보다 먼저 고령화 시대에 들어선 일본은 노인을 시설에 들여 놓지 않고 지역사회와 공존하는 방법을 해법으로 선택했다. 일본의 아오이 케어는 거주공간과 개방공간을 만들어 놓아 지역주민들이 개방공간에서 노인들과 차도 마시고 일상생활도 할 수 있다. 이 곳에서 노인은 환자가 아니라 지역 주민으로 산다. 최 교수는 한국도 회사나 아파트 내에 어린이집을 세우듯이 노인요양시설도 회사나 아파트 내에 지으면 출퇴근하면서 자주 만나고 함께 살 수 있어 요양원의 취약성과 문제점을 해결할 수 있을 것이라 말했다. 

고령화 문제, 정부가 적극 나서야 할 때

인구 고령화가 급속히 진행돼 노인을 부양하는 인구가 줄면서 의료비 부담은 늘고 있다. 우리나라는 2020년 기준으로 15~64세 생산연령인구 4.6명이 65세 이상 노인 1명을 부양한다. 2000년에 노인 1명을 9.8명이 부양한 것과 비교하면 20년 만에 젊은 세대의 노인 부양 부담이 배 이상으로 늘어난 것이다. 

▲ 통계청이 집계한 ‘연도별 고령자 1명당 생산연령인구’. 노인 1명당 부양 생산인구 수가 줄어들고 있는데, 2065년에는 노인과 생산연령인구가 같아진다. ⓒ 이예슬

노인 부양 인구가 급감하고 고령인구는 급증하면서 더 이상 노령인구의 노후 생활과 주거 문제 등을 민간영역에 맡겨 놓을 수만은 없는 단계로 가고 있다. 자녀들도 본인들의 거주문제나 결혼문제도 해결하지 못할 정도로 상황이 어려워지고 은퇴자들의 경제적 능력도 점차 고갈돼 가면 결국 엄청난 규모의 고령인구를 국가가 직접 나서서 챙기지 않을 수 없는 상황으로 가고 있는 것이다.

노인장기요양보험의 확충과 확대도 요양시설 문제에 관한 해법으로 제시된다. 동국대 황준용 교수는 “2015년 노인장기요양보험이 전국적으로 확대되면서 부양가족의 경제적 부담은 줄어들었으나 급속한 고령화에 대응하기는 역부족”이라며 “노인문제를 해결하려면 노인장기요양보험 서비스를 더 확대해야 한다”고 주문했다.

▲ 일본의 한 가정에서 노인들이 의료 처치와 돌봄 서비스를 함께 받고 있다. ⓒ KBS 화면 캡처

전염병은 우리 사회가 눈감아온 병폐들까지 남김없이 드러냈다. 의료진과 자원봉사자가 펼치는 가슴 뭉클한 장면이 있는가 하면, 고립돼 있으면서도 서로 혐오하고 배제하고 ‘위험의 정치화’를 꾀하는 모습들도 목격된다. 직격탄을 맞은 특수고용노동자와 자영업자, 무한 연기된 채용시험에 공부할 곳조차 폐쇄된 취업준비생, 일하는 부모의 갈 곳 없는 어린이, 영세 요양원과 정신병원에 버리다시피 방치해온 노인과 환자들은 우리 정치경제 체제와 사회 안전망이 얼마나 취약한지 벌거벗겨 놓았다. 그럼에도 힘있는 세력들은 부끄러운 참상을 얼른 가리고 싶은 걸까? 일부 교회는 구원의 주체가 되기보다 질병 전파의 매개체가 되고 있고, 상당수 정치세력과 기성 언론은 정략과 정파성을 극단적으로 드러낸다. 이대로 가면 코로나19 사태가 끝나더라도 우리 사회가 얻을 것은 별로 없다. 병폐는 다시 잠재된 채 일상으로 돌아갈 테니까. 비영리 대안 매체 <단비뉴스>가 한국사회의 부끄러운 단면들을 부각하고 대안을 모색해본다. (편집자)

편집: 이동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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