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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0.3.31 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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엎친 데 덮친 특수고용 52만, 정부 뭐하나
[전염병이 드러낸 한국사회 밑바닥] ① 특수고용노동자
2020년 03월 15일 (일) 21:00:18 권성진 기자 sungjin1312@naver.com

전염병은 우리 사회가 눈감아온 병폐들까지 남김없이 드러냈다. 의료진과 자원봉사자가 펼치는 가슴 뭉클한 장면이 있는가 하면, 고립돼 있으면서도 서로 혐오하고 배제하고 ‘위험의 정치화’를 꾀하는 모습들도 목격된다. 직격탄을 맞은 특수고용노동자와 자영업자, 무한 연기된 채용시험에 공부할 곳조차 폐쇄된 취업준비생, 일하는 부모의 갈 곳 없는 어린이, 영세 요양원과 정신병원에 버리다시피 방치해온 노인과 환자들은 우리 정치경제 체제와 사회 안전망이 얼마나 취약한지 벌거벗겨 놓았다. 그럼에도 힘있는 세력들은 부끄러운 참상을 얼른 가리고 싶은 걸까? 일부 교회는 구원의 주체가 되기보다 질병 전파의 매개체가 되고 있고, 상당수 정치세력과 기성 언론은 정략과 정파성을 극단적으로 드러낸다. 이대로 가면 코로나19 사태가 끝나더라도 우리 사회가 얻을 것은 별로 없다. 병폐는 다시 잠재된 채 일상으로 돌아갈 테니까. 비영리 대안 매체 <단비뉴스>가 한국사회의 부끄러운 단면들을 부각하고 대안을 모색해보는 기획 연재를 시작한다. (편집자)

학습지 교사 방문수업 못해 수입 절반 줄어

경기도 수원에 사는 정은주(47·가명) 씨는 혼자 아들과 딸을 공부시키면서 ㄱ학습지 교사로 일한다. 오전 10시 학습지 회사 사무실로 출근, 교재 준비 등 업무 처리를 한 뒤 오후 1시쯤부터 밤 11시까지 가정방문 수업을 하는 게 코로나 사태 전 일과였다. 그가 맡고 있는 수업은 1주일에 250과목으로, 하루 평균 10~15 가구를 방문해 50여개 과목을 가르친다. 한 학생이 두세 개씩 듣거나 학생이 둘인 집도 있어 1주일에 60가구 안팎을 돌며 방문수업을 해왔다. 과목당 10~15분 정도 가르치고 다른 집으로 이동해 수업을 다 마치려면 저녁도 거르고 뛰어다녀야 한다. 

정 씨는 월요일부터 금요일까지 하루 13시간씩, 토요일에는 오전 8시부터 여섯 시간 일을 해서 주당 71시간씩 한 달에 290여 시간을 일한다. 이렇게 해서 받는 수당이 한 달에 370만원쯤 된다. 학습지 교사는 근로기준법의 보호를 받는 노동자가 아니어서 월급이나 기본급은 없고 일한 만큼 시간당 책정된 단가에 따라 받는 수당이 전부다. 일이 없으면 받는 수입이 ‘0’이 되는 것이다. 

특수고용노동자로 분류돼 노동자로서 기본권을 보장받지 못하는 학습지 교사는 회사 차원에서 가입하는 건강보험은 물론 고용보험, 산재보험, 국민연금 등 4대 보험혜택이 없다. 하루 벌어 하루 먹고 사는 건설현장 일용직 노동자처럼 정 씨 같은 특수고용노동자들은 우리 사회 안전망에서 철저히 배제된 채, 천재지변이나 고용주의 사정에 따라 일을 못하게 되면 당장 생계가 어려워지는 한계상황에 놓여 있다.

   
▲ ’코로나 19 사태’로 수입이 급감한 학습지 교사들이 지난 16일 한 학습지 회사앞에서 ‘생계보장’ 등을 요구하며 시위를 벌이고 있다. © 학습지노조 페이스북 캡처

이런 특수고용노동자들의 취약성은 코로나 전염병 사태를 계기로 여지없이 드러났다. 정 씨는 지난 2월 ‘코로나19’ 전염병이 급속히 확산하면서 학습지 수업을 받는 회원들이 “코로나가 잠잠해질 때까지는 방문수업을 중단해 달라”고 해 수업 시간수가 확 줄어들었다. 그는 화상수업까지 활용해 최대한 수업을 유지하려 했지만 돌아오는 반응은 싸늘했다. 일부 학부모는 “화상수업으로 진행을 할 바에는 학습지를 쉬겠다”며 수업을 중단하는 바람에 1주에 250과목 하던 수업이 180개로 줄었다. 정 씨가 받는 수당도 월 370만원에서 2월에는 280만원 선으로 줄었다. 수업과목수가 38% 정도 줄었는데 수당도 비슷하게 35% 줄었다. 대학생인 두 자녀 학비와 생활비 만으로도 빠듯하던 가계지출이 90만원이나 구멍이 난 것이다. 당장 굶을 수는 없어 지난 2월에는 일단 카드 신용대출로 구멍 난 수입을 메웠다. 

정 씨는 지금 당장도 걱정이지만 코로나 사태가 장기화할 경우 가계를 꾸려 나가는 것 자체가 불가능해질 수 있어 요즘 불안에 휩싸여 있다. 잠시 주춤하던 코로나 감염 추세가 3월 중순 넘어가면서 수도권으로 급속히 확산돼 이 달에는 수업과목이 더 줄어들고 받는 수당도 평상시 절반수준인 200만원 안팎으로 떨어질 것이 예상돼 생활비를 어디서 충당해야 할지 막막하기만 하다. 지난달처럼 신용카드 대출로 일단 막아 볼 때까지는 막아 보려고 하는데, 서너 달 이상 지속되면 빚이 눈덩이처럼 불어나 더 이상 버티기 힘든 상황으로 몰릴 것이 뻔하다. 그는 “그동안도 저축은 생각도 못하고 겨우 생활비와 애들 학비를 충당해 왔는데, 카드 빚까지 쌓이면 언제까지 버틸 수 있을지 걱정”이라고 말했다.

학습지 회사, 고객엔 할인, 교사 대책은 전무

경기도 수원에서 학습지 교사를 하는 이미정(47·가명) 씨는 “2015년 메르스 유행 때도 어려움을 겪었지만 이번 만큼 타격이 크지는 않았다”며 “3월 들어서는 수업이 하나도 없어 수당을 한 푼도 받을 수 없게 됐다”고 말했다. 

   
▲ 수원에서 학습지 교사를 하는 이 아무개 씨가 <단비뉴스>와 인터뷰하면서 학습지 교사들이 겪고 있는 코로나 사태를 설명하고 있다. © 권성진

이 씨는 남편이 직장을 다니고 있어 자녀들 학비 등 가계에 보탬이 될 수 있게 하려고 50명쯤 되는 회원들을 상대로 1주일에 120 과목을 가르친다. 이렇게 해서 교습 수업만 월 180시간 정도 하고 받는 수당은 120만원쯤 된다. 최저 임금에도 못 미치는 수입이지만 그마저 3월에는 받을 수 없게 됐다. 코로나19사태가 악화한 3월 첫 주와 둘째 주에는 학부모가 “아이들이 코로나에 걸릴까 봐 불안하다”며 방문수업을 거부해 수업을 하나도 잡지 못했다.

학습지 회사는 학부모들을 고객으로 유지하기 위해 회비 감면 등의 조처를 취했지만 학습지 교사들을 위한 대책은 내놓지 않았다. 학부모 고객 유지를 위한 회비 감면은 바로 학습지 교사들의 수당 삭감으로 이어져 수업 감축에다 수당 삭감까지 엎친데 덮친 격이 됐다.  

‘방과후 수업’ 강사 12만명 ‘코로나 실직’ 

   
▲ 방과후 수업강사 임 아무개 씨(오른쪽)가 <단비뉴스> 인터뷰에서 방과후 교사들의 ‘코로나 실직상태’에 관해 이야기하고 있다. © 권성진

초등학교에서 방과후 수업강사로 11년째 한자 수업을 하고 있는 임유진(40·가명) 씨도 코로나 여파로 생계에 큰 타격을 받고 있다. 그는 강남, 목동, 영등포, 노원, 마포 등 5 곳의 초등학교에 수업을 나가기로 돼 있었으나 학교들이 휴교하면서 수업도 연기됐다. 이들도 학습지 교사처럼 월급이 아니라 수업 시간에 따라 시급으로 강사료를 받는데 수업이 이뤄지지 않아 강사료를 받을 수가 없다. 개학이 연기돼도 정교사들은 꼬박꼬박 월급을 받지만 방과후 강사들은 강사료를 받지 못해 생계가 어려운 상황에 빠진 것이다. 

임 씨는 학생 수가 많은 수업은 월 90만원, 적은 수업은 30만원 정도를 받아 200만원이 조금 넘는 강사료를 생활비에 보태왔다. 그는 맞벌이 부부라 그나마 형편이 나은 편인데, 홀로 생계를 꾸리는 사람들은 당장 끼니를 걱정할 수밖에 없는 한계상황으로 내몰리고 있다. 임 씨는 “상황이 이런데 정부의 코로나 관련 대책은 자영업자 등에게 초점이 맞춰져 있어 앞날이 캄캄하다는 사람들이 많다”고 했다. 

민주노총 공공운수노조 소속 전국방과후학교강사지부측은 “전국 방과후 강사는 12만명쯤 되는데 대부분 이 일이 전업”이라며 “다른 곳에 강의를 나가는 이도 간혹 있지만 대부분 방과후 교사 강사료가 수입의 전부여서 타격이 크다”고 말했다. 

보험설계사, 대면영업 기피로 수당 급감

또 다른 특수고용노동자인 보험설계사는 상황이 더욱 열악하다. 보험설계사 15년차인 신명진(44·가명) 씨는 코로나 확산 이후 방역에 가장 취약한 근무환경에서 일하면서 수입까지 뚝 떨어졌다. 그는 ‘닭장’ 처럼 다닥다닥 붙어 있는 사무실에서 전화로 신규 보험가입을 권유하는 일을 한다. 최근 ‘구로 콜센터 집단감염’ 사태가 발생한 이후부터는 재택근무로 전환해 일하고 있다.

 

   
▲ 서울 시내에 있는 보험설계사 사무실. 빈 자리가 가득차면 '닭장'같은 공간이 된다. © 보험설계사 노조 제공

신 씨도 기본급이 ‘0원’인 수당 노동자로, 신규 보험가입이 성사되면 건당 일정액의 수당을 받는데, 경기침체로 그렇지 않아도 보험가입자가 줄고 있던 터에 코로나에 따른 가입자 감소까지 겹쳐 수입이 크게 줄어들었다. 평소에는 200만원 안팎 수입을 올렸으나, 2월에는 60만원 수준에 그쳤고 3월 첫째 주와 둘째 주에는 신규 가입을 하나도 성사시키지 못했다. 

사무실 등에 찾아가 보험가입을 권유하는 현장 대면영업을 하는 보험설계사들은 더 힘들다. 코로나 확산으로 재택근무를 하는 회사나 기관들이 늘어나고 외부인 출입을 통제하는 곳이 많아진 데다 고객들이 접촉을 꺼려 대면영업 자체가 불가능한 상황이다. 이런 상황에서 일부 보험회사에서는 보험가입자가 중도계약해지를 하면 가입을 권유했던 보험설계사에게 책임을 묻기도 하는 등 과거에 해당 회원을 담당했던 근무자에게 배상을 하라는 경우도 있다. 코로나로 경기가 하강하면 보험가입자들의 중도해지가 늘어날 가능성이 높아 보험설계사들에게는 설상가상이 됐다. 

신 씨는 “5년 전 퇴사한 회사에서는 회원 몇 명이 중도계약해지를 했으니 540만원을 물어내라는 통보를 받은 적이 있다”며 “업계에서 이런 일을 겪는 사람은 비일비재하다”고 했다. 이들과 함께 대리기사, 골프장 캐디 등 여러 분야 특수고용노동자들이 코로나 사태의 여파로 생계를 위협받고 있다. 

노동3법과 사회안전망 밖에 존재

코로나 사태를 계기로 참담한 현실이 더 적나라하게 드러나고 있는 특수고용노동자는 통계청이 파악한 숫자만도 2019년 현재 52만8천여명에 이른다. 학습지 교사, 방과후 학교 수업강사, 보험설계사, 골프장 캐디, 요쿠르트 배달원 등을 합친 숫자다. 갈수록 심해지는 취업난과 비정규직 급증 등 고용행태 변화에 따라 특수고용노동자는 점점 늘어나고 있다. 전년대비 2018년에는 1.7% 증가했던 것이 2019년에는 4.5%나 늘어났다. 

특수고용노동자는 근로기준법 노동조합법 노동쟁의조정법 등 노동3법의 보호를 받지 못하는 것은 물론, 건강보험 국민연금 고용보험 산재보험 등 4대 보험 가입도 잘 안 되는 등 사회안전망에서도 내팽개쳐져 있다. 학습지 교사의 경우 2018년 대법원이 “재능교육 학습지 교사도 노동자”라는 취지의 판결을 내렸으나, 학습지 노조는 학습지 회사가 ‘재능교육 회사의 특수한 사례’라며 노동자로 인정하지 않고 있다고 말했다.

노동자로 인정하지 않으니 근로기준법의 보호를 받을 수 없어 주52시간제나 최저임금제의 혜택을 받을 수 없다. 또 노동조합법과 노동쟁의조정법 적용 대상도 안 돼 노조를 설립해도 인정받지 못하고 기본적인 근무환경이나 노동자의 기본권도 보장받지 못하고 있다. 이런 상황에서 코로나 감염 사태라는 재난 상황이 벌어지자 이들의 취약성이 여지없이 드러나면서 생계가 위협받는 상태로 이어지고 있는 것이다. 

정부는 구체적인 실태 파악도 못해 

   
▲ 고용노동부의 고용노동 통계에서 특수고용노동자의 근로시간과 근로일수, 시간당 임금총액과 시간당 정액 급여 등이 빈칸으로 남아 있다. © 고용노동부 고용노동 통계 캡처

상황이 이런데도 정부는 특수고용노동자 숫자 통계만 대략 파악하고 있을 뿐 직종별 인원수, 근로시간과 근로일수, 시간당 임금총액과 시간당 정액급여 등 구체적인 실태는 파악도 못하고 있다. 노동부는 2018년 기준으로 특수고용노동자들의 월 평균 임금이 260만원 수준인 것까지는 밝히고 있지만 그 외 다른 근무여건이나 급여실태 등은 파악하지 못하고 있다. 고용노동부 박태수 전문위원은 “특수고용노동자에 관한 구체적인 실태는 아직 정부 차원에서 파악하지 못하고 있다”고 말했다. 

특히 문재인 정부는 대통령 선거 당시 '특수고용노동자의 노동기본권 보장'을 공약으로 내세운 바 있다. '헌법상 노동기본권 보장'이라는 항목 아래 '특수고용노동자, 실직자, 구직자 등 노동기본권 보장'이라고 구체적으로 명시했다. 그러나 문재인 정부가 출범한 지 3주년에 가까워지지만 특수고용노동자 측에서는 "여전히 노동기본권이 보장되지 않고 있다"고 말한다. 노동기본권이 보장되지 않으니 단결권, 단체교섭권, 단체행동권이 실현될 수 없고 특수고용노동자의 처우가 나아지지 않는 것이다.

“재난기본소득 등 최우선 생계대책 마련해야”

전문가들은 당장 생계 위협을 받고 있는 특수고용노동자들을 위한 지원방안 마련과 함께 장기적으로는 이들을 노동자로 인정해 노동관계법의 보호를 받을 수 있게 하고 4대 보험 가입 등 사회안전망 안으로 끌고 들어와야 한다고 주문했다. 

김종진 한국노동사회연구소 선임연구위원은 “지금 특수고용노동자들이 겪고 있는 어려움은 특수고용노동자를 노동자로 인정하지 않고 있어 발생하는 문제”라며 “이들에 관한 장단기 대책 마련이 시급하다”고 말했다. 정규직 월급 노동자들과 달리 하루 벌어 하루 먹고 사는 특수고용노동자들은 전염병 등 급변 상황이 발생하거나 경기가 위축되면 바로 생계의 위협을 받는 만큼, 이들을 위한 실업급여나 생계비 지원 등의 제도가 마련돼야 한다는 것이다. 

김 연구위원은 “특수고용노동자를 노동자로 인정하는 문제는 사회적 합의가 필요하겠지만, 정부가 ‘준전시상황’에 걸맞게 대응하겠다고 한 만큼 한시적으로라도  실업급여나 복지지원책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정부가 추경편성을 하면서 특수고용노동자들을 위한 생계지원비를 책정하고, 전국민을 대상으로 지급하자는 주장이 나오고 있는 재난기본소득을 이들 특수고용노동자들에게 지급하는 제도를 만들어야 한다는 요구다.  


편집 : 정소희 PD

[권성진 기자]
단비뉴스 청년부 권성진입니다.
이념이 사실보다 앞설 수는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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