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비발언대]

▲ 박두호 기자

코로나19 사태는 1997년 외환위기, 2008년 금융위기보다 더 큰 경제 위기를 초래할지도 모른다. 한 달 만에 세계 증시 시가총액은 한국 GDP의 15배인 3경2000조원이나 증발했다. 미국과 유럽에서 확진자가 기하급수로 늘면서 세계 내수시장이 더 악화하자, 수출 의존도가 높은 한국이 바로 타격을 받았다. TV, 자동차, 스마트폰, 가전제품 등 한국 기업의 글로벌 공장이 문을 닫고 있다.

2월부터 내수가 죽고 있어 그 대책도 시급하다. 이재명 경기도지사, 김경수 경남도지사는 전 국민 100만원 기본소득 지급으로 경제 위기를 해결해 나가자고 주장하는 반면, 정부는 중소기업과 소상공인을 대상으로 50조 규모의 비상금융 조처를 시행했다.

기본소득은 소외계층이나 사각지대 없이 전 국민이 받는 돈이다. 당장 100만원이 생기니 소비 진작 효과가 크다. 하지만 단점이 있다. 51조의 재원이 당장 필요해 재정 부담이 크다. 기본소득이 소비로 온전히 이어질 것이란 보장도 없다. 100명 이하로 코로나 확진자가 발생하는 날이 많아지고 있으나, 아직은 사회적 거리두기를 시행하고 개학도 미루며 사람이 모이는 걸 자제하고 있기 때문이다. 특히 소비자들은 자영업 매장을 이용하지 않을 가능성이 높다. 소비에서 소외당하는 기업과 자영업이 있을 것이고, 이런 곳은 당장 문 닫을 위기에 놓인다. 사회적 반발도 문제다. MBC 여론조사에 따르면, 취약계층에 지급하는 재난기본소득에는 69%가 찬성하지만, 전 국민 기본소득 지급에는 14%만 찬성했다. 100만 원이라는 돈을 국민에게 지급하려면 사회적 갈등 비용도 치러야 한다.   

▲ MBC가 조사한 재난 긴급 생활비 지원 여론조사 ⓒ MBC

50조 규모의 비상금융 조처는 당장 시행이 가능한 현실적인 정책이다. 50조라고 당장 50조 재원이 필요한 것도 아니다. 비상금융 조처는 중소기업과 자영업자에게 대출원금 만기 연장, 이자 납부 유예, 소상공인 보증프로그램 등으로 저렴한 대출을 지원하고 나중에 원금을 회수하는 방식이다. 당장 어려운 중소기업과 소상공인은 회생할 수 있다. 결국 빚내서 각자 버티라는 방안이다. 대출 심사 과정을 간소화해도 사람이 몰려 대출 실행까지는 시간이 걸린다는 문제도 있다.

위기를 해결하려면 ‘황금 시간’(골든 타임)을 놓쳐서는 안 된다. 기본소득은 뜨거운 찬반 논란으로 실행 자체가 지연돼 무엇보다 중요한 시기를 놓칠 가능성이 크다. 추경으로 11조7000억을 편성한 상황에서 기본소득까지 지급하면 정부 부담이 커서 세계 경제가 회복되기 전에 생기는 다른 위험요소에 대응할 카드도 줄어든다. 비상금융 조처는 급한 불을 끄기에 효과적이다. 중소기업과 소상공인이 당장 빚을 내야 하지만, 그걸로 폐업이나 실업을 막으면 그것만으로도 큰 성과다. 폐업과 실업은 소득 0원과 연관 기업 도미노 폐업으로 이어진다.

그러나 재난기본소득은 국민들이 보편적 복지의 필요성을 인식하는 계기가 돼 길게는 전 국민 기본소득 보장 등 우리 사회 복지구조를 바꾸는 논의로 이어갈 수 있다. 이재명 경기도지사는 4월부터 경기도 전 도민에게 10만원의 재난기본소득 지급을 결정해 보편적 복지의 물꼬를 트고 있다. 이천시는 지역화폐 10만원, 광명시는 지역화폐 5만원을 추가 지급하기로 결정했다. 지난 2일 황교안 미래통합당 대표도 재난기본소득처럼 과감한 정책이 필요하다고 주장한 바 있다. 재난기본소득의 필요성을 공감하는 여야 정치인이 늘고 있으며, 실제 보편적 복지 혜택을 받는 국민들은 필요성을 더 실감할 것이다.

보편적 복지 확대는 취약계층을 위한 사회안전망을 튼튼하게 구축해 다른 위기가 찾아와도 견고하게 버티는 사회·경제 기반이 될 것이다. 비상금융 조처도 ‘황금 시간’을 놓치지 않으려면 대출 절차를 더 간소화하는 등 추가 대책이 필요하지만, 보편적 복지 논의도 최소한 재난기본소득에는 많은 여야의원들이 동조하고 있는 지금이 적기라 할 수 있다. 공론장을 여는 데도 ‘황금 시간’이 있다.


편집 : 윤상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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