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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혐오 발언은 자기 인권도 위협한다”
[인문교양특강] 조효제 성공회대 교수
주제 ② 혐오·차별과 한국민주주의
2020년 02월 24일 (월) 21:56:02 박선영 윤재영 유연지 김현균 기자 yjy62155@gmail.com

“혐오와 증오를 드러낼 수 있는 사회는 건강합니다.”

조효제 성공회대 사회과학부 교수는 도발적인 말로 ‘혐오·차별과 한국민주주의’라는 주제 강연을 시작했다.

“인간사회에서 혐오와 증오 표현은 ‘표현의 자유’에 속하기 때문입니다. 그러나 이런 표현이 문제가 되는 경우가 있습니다. 소수자, 여성, 장애인, 난민 등 사회적 약자를 겨냥할 때 문제가 됩니다. 차별로 연결되거나 심각한 범죄로 확대될 가능성이 있기 때문입니다.”

   
▲ 조 교수는 주로 악의를 가진 집단이나 정치 지도자들이 혐오 메시지를 확산하고 싶을 때 가짜뉴스를 사용한다고 지적했다. © 윤재영

일상 언어에 스며든 혐오 표현

“한남충은 혐오 표현에 속합니까? 안 속합니까?”

국가인권위원회는 혐오 표현을 ‘어떤 개인 또는 집단이라는 뚜렷한 대상’, ‘성별·장애·나이·출신 지역 등의 이유’ 그리고 ‘차별을 정당화하고 강화하는 행위’가 있는 표현으로 규정했다. 남성 차별은 여성이 겪는 차별에 비해 일반적이지 않다는 점에서 한남충이라는 표현의 문제의식은 여성 혐오 표현보다는 크지 않다. 조 교수는 한국 남자를 비하하는 표현인 한남충이 이런 기준에 속하지 않는다는 점을 지적하며 일반적인 혐오 발화의 문제를 설명했다. 정치인이 막말을 하고, 남성에게 극단적인 표현을 하는 것 모두 일반적인 혐오 표현에는 들어갈 수 있다.

“정치인들의 막말은 서로를 향합니다. 아무리 심한 막말을 하더라도 좁은 의미의 혐오 표현 개념에 들어가지 않죠. 하지만 저는 이런 표현들도 문제의식을 느껴야 한다고 봅니다. 민주적이고 인간화한 사회를 위해서입니다.”

   
▲ ‘차별적 혐오 표현’은 공식적인 개념의 혐오 표현이다. 공식적 혐오 표현에 해당되지 않지만, 넓은 의미로 볼 때 문제가 되는 것이 ‘일반적 혐오 발화’다. © 윤재영

그는 민주적이고 인간화한 사회라면 통상적인 범위의 혐오 표현을 벗어나는 표현도 지양돼야 한다고 주장했다. 차별적 혐오 표현인 ‘김치녀’ 등 가부장제에 기반한 여성 혐오 표현이 더 중요하고 핵심적인 문제임은 틀림없다. 하지만 일반적인 혐오 표현에 관한 문제의식 없이 차별적 혐오 표현을 해결할 수 없다. 조 교수는 “일반적 혐오 표현을 도외시하지 않음으로써 한국사회의 인권을 증진하고 민주사회로 갈 수 있다”며 “혐오 표현을 더 넓혀서 생각해야 한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조 교수는 혐오 표현이 야기하는 문제를 설명했다.

‘내가 귀하면 남도 귀하다’는 간단한 명제

“사람에게 벌레(충)라고 하면 사람은 귀한 존재라는 인권의 기본 전제가 깨져버립니다. 아무리 장난이라도 이런 말을 쓰기 시작하면 엄청난 부작용이 생길 수 있습니다.”

그는 혐오 표현이 낳는 정신적 고통을 설명하며 심하면 극단적 선택으로 이어질 수 있다고 말했다. 그는 사회 내 커뮤니케이션 실패, 사회적인 기풍 하락 등도 혐오 표현의 위험성을 설명하는 것들이라고 말했다.

여러 위험 중 그는 ‘상호성의 문제’를 강조했다. 인권의 기본전제가 되는 상호성이란 나에게 인권이 있다고 주장한다면 상대의 권리도 존중해야 된다는 것을 말한다. 인권을 논할 때 가장 중요한 원칙이기도 하다. 그는 혐오 표현을 하는 많은 사람들이 이 부분을 놓친다고 지적했다. 한국인들의 권리의식이 높아졌지만, 상호성 원칙에 관해서는 잘 인지하지 못한다는 것이다. 타인의 인권을 부정하는 순간 자신의 권리 또한 위태로워질 수 있다.

“인권은 일방적인 논리가 아닙니다. 상대를 벌레라고 부르면 이 상호성 원칙이 깨집니다.”

왜 나쁜 놈이 생겼는지 고민해야

조 교수는 혐오 표현을 압력밥솥의 김에 비유하며 “압력밥솥이라는 사회에 압력이 쌓이면 뚜껑이 열리기 전에 김이 나온다”며 “약자 집단을 향해 김처럼 배출되는 게 바로 혐오 표현“이라고 설명했다.

   
▲ 압력밥솥에서 뚜껑을 열기 전에 안전밸브에서 미리 증기배출을 한다. 압력에서 증기가 나오는 것이 혐오발언이다. 우리는 사회의 압력이 왜 생겼는지를 따져봐야 한다. © flickr

“불평등 증가에 따른 주거불안, 생계불안 등 여러 불만이 생기면서 약자를 통해 불만을 발산하는 현상이 생긴 것입니다. 사회 내 쌓인 불만의 압력을 표출하기 위해 약자집단을 일종의 안전밸브처럼 사용해버린 거예요.”

그는 한국에서 혐오, 차별 문제를 다룰 때 가해자 중심 사고가 근본 해결책을 가로막는다고 봤다. 혐오하고 차별하는 나쁜 가해자를 처벌하면 문제가 해결된다는 주장은 사회를 미시적으로 바라보는 관점이다. 사회·정치·경제적 배경, 미디어 커뮤니케이션 환경 변화, 집단적 특성 변화 등 모두를 고려해야 된다는 것이다. 그는 “나쁜 사람이 왜 만들어졌고, 왜 혐오 표현이 등장했는지 고민해야 한다”고 말했다.

“한국 인권의 눈이 커져야 합니다. 전체적인 구조나 역사를 봐야지 혐오 표현을 개별적인 인권 침해로 보아선 안 됩니다.”

   
▲ 조효제 교수는 예비언론인인 학생들에게 “인권은 기자나 피디가 되면 늘 생각해야 하는 문제”라며 “그 문제 뒤에 숨어있는 거대한 역사적 배경을 끊임없이 고민해야 한다”고 말했다. © 윤재영

‘혐오의 발화점’에 관한 이정헌(27) 씨의 질문에 조 교수는 ‘사적인 미디어’를 지목했다. 그는 “과거보다 자신의 은밀하고 사적인 감정을 자유롭게 표출할 수 있는 미디어의 획기적인 발전이 사적 분노와 울분을 쉽게 발산하고 확산할 수 있는 결정적 계기가 됐다”고 말했다. 그는 “가짜뉴스가 모든 내용이 가짜여서 가짜뉴스가 아니다”며 “이런 것들을 가려내는 일이 중요해졌다”고 덧붙였다.


세명대 저널리즘스쿨 특강은 [인문교양특강I] [저널리즘특강] [인문교양특강II] [사회교양특강]으로 구성되고 매 학기 번갈아 가며 개설됩니다. 저널리즘스쿨이 인문사회학적 소양교육에 힘쓰는 이유는 그것이 언론인이 갖춰야 할 비판의식, 역사의식, 윤리의식의 토대가 되고, 인문사회학적 상상력의 원천이 된다고 생각하기 때문입니다. 2019년 2학기 [인문교양특강]은 원종원, 안치용, 이택광, 김용락, 조순환, 권순긍, 조효제 선생님이 맡았습니다. 학생들이 제출한 강연기사 쓰기 과제는 강연을 함께 듣는 지도교수의 데스크를 거쳐 <단비뉴스>에 연재됩니다. (편집자)

편집 : 신수용 기자

[윤재영 P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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