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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 대통령님께, 2050년 2월 8일 씀
[청년기자들의 시선] ⑯ 대통령에게 쓰는 편지 4 - ‘저출산’
2020년 02월 08일 (토) 17:49:45 윤상은 기자 nadfri@naver.com
한국사회의 문제를 ‘청년기자들의 시선’으로 살펴보고 대안을 제시하는 이 기획은 언론을 바로 세워 세상을 바꾸겠다는 젊은 언론인들의 염원을 담아 기성사회에 실천을 요구하는 것이다. 세상은 여전이 암울하고 임기 중반을 넘긴 현 정권의 사회개혁 역량도 의심스럽지만 ‘진보 대통령’의 진정성을 아직은 완전히 저버릴 수 없기에 이 시리즈는 ‘대통령에게 쓰는 편지’ 4편으로 마감한다. 네 편지의 키워드는 ‘반려동물, 여성혐오, 재벌개혁, 저출산’이다. 젊은 언론학도들의 제언에 대통령이 작은 메아리라도 화답해주길 기대한다. (편집자) 

저출산이 초래한 ‘복지국가의 참상’

대통령님께. 2050년 새해가 시작된 지도 한 달이 넘었습니다. 먼 옛날인 2020년의 커뮤니케이션 기술로는 설명할 수 없는 ‘미래로부터 온 편지’입니다. ‘누군가 장난친다’고 생각할지도 모르지만 저는 절실한 마음으로 씁니다. 편지를 쓰는 2050년 지금 대한민국은 큰일났습니다. 저출산 문제를 극복하지 못해 초고령 사회를 맞았고, 이미 3년 전에 노인 인구가 40%에 이르렀습니다. 다른 선진국들이 25% 수준인 것에 견주면 심각하죠. 인구가 급격히 줄어든 읍·면·리의 시골 마을들이 거의 다 사라졌습니다. 도시도 인구감소를 피할 수 없었습니다. 신입생을 받지 못해 문을 닫는 학교가 속출했습니다. 경제활동을 하는 젊은 세대가 줄어드니 우리 경제는 저성장을 벗어나지 못했습니다. 저성장 속에서 노인복지 비용이 늘어나자 세대 갈등도 심해졌죠. 

2020년에서 30년이 지난 지금 우리는 대통령님을 ‘복지국가의 아버지’라고 부르지만, 저출산 문제를 극복하지 못한 복지국가는 재앙이 되었습니다. 대통령님이 확대한 노인연금, 문재인 케어는 국민이 감당할 수 없는 복지비용이 됐습니다. 2019년에 출산율 0.88명을 기록하며 태어난 지금의 생산 가능 세대가 노인 세대 전부를 부양해야 합니다. 노동생산성은 떨어진 반면 복지비용은 늘어났습니다. 인구가 줄어들자 부동산 시장도 파탄이 났습니다. 재산 대부분을 부동산으로 가지고 있던 서민 가정들이 무너졌습니다. 부동산 시장 붕괴도 저출산 문제를 극복했다면 일어나지 않았을 일입니다. 

   
▲ 문재인 정부는 ‘문재인 케어’ ‘노인연금’ 등 다양한 복지 정책을 수립했다. 그러나 저출산 문제를 극복하지 못한 한국의 미래가 어떻게 될지는 예측하지 못했다. ⓒ KBS

복지는 국가의 재앙이 되었습니다

부디 당신의 임기부터라도 미래 세대를 위해 저출산 문제를 현실적으로 해결해 주시기 바랍니다. 저출산 문제는 일과 가정을 양립하지 못해 반복돼 왔습니다. 이전 정부들과 마찬가지로 대통령님의 정부도 저출산 문제 해결을 위해 아동을 키우는 데 필요한 돈 일부를 지원해주는 방식을 택했습니다. 남성이 돈을 벌고 여성이 육아를 하는 가부장제의 틀에서 벗어나지 못한 정책입니다. 일과 가정을 양립하지 못해 많은 여성들이 ‘경단녀’가 되었고, 육아 휴직을 쓰는 남성은 드물었습니다. 정부로부터 돈을 조금 지원받는다고 경제난 속에서 아이를 많이 낳을 리 없습니다.

2017년 말에 아동수당 예산안이 통과됐고, 다음 해엔 상위 10%를 제외한 만 6세 미만 아동이 수당을 받았습니다. 지급 대상이 점점 확대돼 2019년엔 만 7세 미만 모든 아동에게 수당이 돌아갔습니다. 하지만 출산율은 2017년 1.05명에서 2018년 0.98명으로, 2019년엔 0.88명으로 계속 떨어졌습니다. 아이를 낳기만 하면 국가가 수당을 주겠다는 정책을 넘어, 아이를 ‘잘’ 키울 수 있는 여건을 만들어주지 않으면 저출산 문제 해결은 불가능함을 보여줬습니다. 

많은 여성들이 가족계획을 세울 때 육아와 커리어 중 하나를 선택해야 하는 기로에 섭니다. 대통령님도 알다시피 2019년 35~39세 여성 고용률은 59.2%에 불과했습니다. 여성이 일을 포기해야만 아이를 키울 수 있는 가정에선 경제를 책임지는 남성의 어깨도 무거워집니다. 많은 남성들은 승진에서 불이익을 받을까 봐 쉽사리 육아휴직을 쓰지 못합니다. 2019년 남성 육아휴직자 비중이 전체 휴직자 중 21.2%로 좀 높아졌지만, 남성 육아휴직자 절반 이상이 300인 이상 대기업 종사자였습니다. 비교적 많은 임금을 받고, 합당한 사내 복지를 누릴 수 있는 아빠만 일과 가정을 수월하게 양립할 수 있었습니다. 

사람 중심을 외쳤던 대통령님, 저희와 같이 심각한 저출산 문제를 고민하다, 이를 극복한 나라들이 어떤 정책을 폈는지 살펴 주시면 좋겠습니다. 유럽에서 출산율 1, 2위를 다투는 프랑스와 스웨덴도 일과 가정을 양립할 수 있는 정책으로 저출산을 극복했습니다. 프랑스에선 부모가 일하는 동안 국가가 아이를 돌봐 주었습니다. 방과후, 방학중 가릴 것 없이 학교에서 거의 무료로 돌봄센터를 운영했습니다. 부모가 출근하며 마음 편히 아이를 맡길 수 있는 직장 어린이집도 대폭 늘리고, 교통 요충지와 저소득 노동자 주거지 주변에 공영 어린이집을 설치했습니다. 일하면서 아이를 키울 수 있는 여건이 되니, 육아휴직을 사용한 여성이 안정적으로 회사로 돌아갈 수 있었습니다. 

한 손엔 커피를 들고, 다른 한 손으로 유모차를 미는 ‘라테파파’로 유명한 스웨덴은 일과 가정을 모두 택할 수 있는 제도를 과감히 시행했습니다. 부모가 함께 육아를 할 수 있도록 90일 정도 되는 남성 육아휴직을 강제했습니다. 모두 국가가 나서서 일관되고도 근본적인 정책으로 해결해 낸 사례들입니다. 사회와 국가가 아이를 잘 키울 수 있는 여건을 만들어줘야 합니다. 

   
▲ 2.0명 대 출산률을 기록하는 프랑스와 스웨덴은 많은 양육수당을 지급하고, 국가와 기업이 함께 일과 가정을 양립할 수 있는 제도를 과감히 시행했다. ⓒ KBS

‘저출산’ 해결 없이 미래는 없습니다 

우리나라 부모들도 아이를 낳아 ‘잘’ 키울 수 있는 환경을 원했습니다. 남성 육아휴직 할당제를 시행하면 맞벌이가 많아진 가정환경에 맞춰 부모가 함께 아이를 키울 수 있는 여건을 만들 수 있습니다. 이미 스웨덴, 노르웨이, 아이슬란드, 핀란드 등 출산율이 높은 유럽 국가에서 시행한 제도입니다. 성역할 고정관념에 사로잡혀 있는 노동문화에서 아빠에게 아이 돌볼 권리를 보장해주고, 가족친화적인 기업문화를 만들었습니다. 국공립 어린이집, 직장 어린이집 등 공공 보육시설을 원하는 영유아 부모도 많습니다. 공공 어린이집은 운영시간이 길어 일하면서 아이를 맡기기 수월하기 때문입니다. 비교적 싼 가격에 질 좋은 보육도 보장받을 수 있습니다. 기존 지원책인 아동수당에 더해 일과 가정을 모두 잡을 수 있는 제도와 지원책을 마련해야 합니다. 2020년의 미래를 위해, 2050년의 현재를 위해 여성이 일과 가정을 양립해 저출산 문제를 해결하길 간절히 바랍니다. 

혹시 이 편지를 누군가의 장난으로 여길까 봐 덧붙입니다. 지난 30년 동안 5차원과 우주에 관한 연구가 진행됐습니다. 저출산에 따라 생산 가능 인구가 줄어들고, 저성장이 고착되자 인류는 또 다른 생명체가 있을지도 모를 우주로 눈을 돌렸습니다. 우주까지 경제 교역 범위를 넓히면 저출산으로 줄어든 노동력을 대체할 수 있고, 새로운 경제 활로도 찾을 수 있을 거라 기대했죠. 2050년에도 우주에 관한 연구는 미약한 수준이지만, 2020년에 견주면 비약적으로 발전했습니다. 

영화 <인터스텔라>처럼 지구에서 약 1000광년 떨어진 곳에서 편지 신호를 보내는 것이 가능해졌습니다. 앞으로도 이런 신호를 보내 달라고요? 천문학적인 비용이 들지만, 그렇게 하겠습니다. 저출산에서 시작된 저성장, 빈집이 늘어나는 지방 부동산 문제, 세대갈등 등을 2020년 사람들이 실감할 리 없고, 누군가 자꾸 경각심을 일깨워야 하니까요. 부디 미래로부터 온 제 편지를 소홀히 여기지 말아 주세요. 대통령님이 말씀하시는 ‘사람이 먼저인 나라’가 되려면, 먼저 사람이 태어나야 합니다. 대통령님의 건투를 기원합니다. 


편집 : 홍석희 기자

[윤상은 기자]
단비뉴스 TV뉴스부, 청년부 윤상은입니다.
좋은 기사를 쓰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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